[논평]
#육아휴직_내_성차별
애는 여성 혼자 낳았나?
- 육아휴직자 중 94.4%가 여성, 그 많던 남성들은 어디로 갔나
지난 13일 통계청은 전체 육아휴직 사용자 중 94.4%가 여성이라는 내용이 담긴 ‘2016 일가정양립 지표’를 발표했다. 남성은 5.6%에 불과했다. 작년 남성 육아휴직자 비율이 4.5%였던 것과 비교해 다소 증가한 결과지만 그 암담함에는 큰 차이가 없다. 게다가 남성 육아휴직자의 상당수는 자기계발 등 다른 활동을 위해 육아휴직을 활용해 왔다. 2014년 김진욱 교수의 논문 「일에서 가족으로: 아버지들의 육아휴직 경험에 관한 질적연구」에서 진행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남성 육아휴직자들의 상당수는 자기계발, 재충전, 구직활동 등 다른 활동을 병행하기 위해서 육아휴직을 사용한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현실까지 고려한다면 실제 육아를 위해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남성의 비율은 더욱 낮아진다. 육아휴직에서의 젠더 차별이 심각한 현실이다.
육아휴직에서의 젠더 차별은 사회진출에서의 젠더 차별로 이어진다. 2014년 기준으로 육아휴직자가 복직한 후 1년 이상 동일 사업장에 근무한 비율은 76.4%로 나타났다. 회사 눈치에 자진 퇴사하는 비율까지 따진다면 수치는 더 낮아질 것이다. 실제로 2016년 기준 기혼 여성취업자 중 46.7%가 경력단절 경험이 있다고 나타났다. 경력단절 사유는 결혼, 임신과 출산, 가족 돌봄 순이었다.[1] 육아 등의 재생산 노동은 여성의 역할이라 여기는 사회에서 육아휴직에 의한 피해도 모두 여성의 몫이다.
다행히 퇴사를 면한다 해도 원래의 직책에서 밀려나는 것까지 막는 건 쉽지 않다. 지난 10월 경향신문과 인터뷰했던 한 여성은 “그렇게 애를 썼지만, 회사에서 한직으로 밀려나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렇듯 육아휴직에서의 젠더 차별은 여성의 경력단절을 야기하며 여남(남녀) 임금 격차를 확대한다. 경력이 단절된 여성은 저임금·비정규 노동시장으로 흘러들어 가기 쉽기 때문이다.
얼마 전 개봉한 영화 ‘미씽’은 워킹맘들의 이야기다. 영화에서 엄지원(이지선 역)은 이혼 후 육아와 생계를 홀로 책임지기 위해 열심히 일하지만, 회사 상사에게 ‘애 엄마’라는 이유로 욕을 먹는 것까지 피할 순 없었다. 보모로 나오는 공효진(한매 역)도 아픈 아이를 살리기 위해 열심히 일하지만, 남편은 어떠한 역할도 하지 않았다. 육아에 대한 두 여성의 책임감을 만든 건 ‘모성애’가 아니라 남성들의 무책임이며 그것을 부추기는 사회다. 육아는 여성의 역할이라 말하는 가부장적 문화다. 그런데 이들에게 경력단절 없는 육아휴직이 보장되었다면 결말이 같았을까? 남성도 당연히 육아에 참여하는 사회였다면 내용이 같았을까?
스웨덴의 남성 육아휴직자 비율은 2013년 기준 25.0%다.[2] 이 또한 여남 격차가 상당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꿈같은 이야기다. 스웨덴도 물론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다. 스웨덴은 1978년에 남자도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물론 이용률은 저조했다. 그러다 1995년 남성의 육아휴직 이용률이 급격히 상승했다. 왜냐하면, 남성 육아휴직을 의무화했기 때문이다. 스웨덴뿐 아니라 대부분의 북유럽 국가에서 이런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육아휴직 제도는 부모에게 각 12개월의 육아휴직 기간을 보장하고 있지만, 의무규정이 아니다. 그렇다 보니 일과 가정에 대한 여성의 이중부담만 강화할 뿐 젠더 불평등을 해소하지 못한다. 모든 육아휴직에 대한 의무화와 함께 남성 육아휴직도 의무화해야 한다. 동시에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기간 연장, 육아휴직 급여액 인상, 노동시간 단축이 동반되어야 한다. 현재의 장시간노동체제는 ‘돌봄 책임 없는 생계부양자’를 전제하는 것으로 노동시간이 긴 노동자나 한부모 가족의 돌봄 참여를 가로막는다.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여성만이 아니라 모두가 돌봄에 참여하는 보편적 양육자 모델로 전환해야 한다.
애는 여성 혼자 낳았나? 육아는 여성의 몫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의 몫이다.
2016. 12. 21
노동당 대변인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