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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따다줘] 04
1. 씬. 동네 슈퍼 앞.(밤)
-3회에서 연결.
주인 : 이 도둑놈의 새끼하고 어떻게 되요?
빨강 : 도둑놈이라고 하지 마세요.
주인 : 아니, 도둑놈을 도둑놈이라고 하는데....
준하 : 누굽니까? 이 아이?
빨강 : 제....동생이에요.
2. 씬. 패스트푸드 점 정도 (밤)
-빨강, 준하, 주황 앉아있는.
준하 : 그러니까 동생을 지하방에 숨겨두고 있었다는 겁니까?
빨강 : 죄송해요. 갈 데가 없어서.....
준하 : 그럼 우리 형 때문에 가정부로 들어온 게 아니네요?
빨강 : 말씀 드렸잖아요, 첫날. 그래서 들어온 건 아니라구.
준하 : 난 그냥 해보는 말인 줄 알았죠. (일어서는)
빨강 : 그냥 좀 눈감아주시면 안 될까요? 당분간만. 정말 당분간만....
준하 : (주황에게) 뭐 먹을래?
주황 : (의아하게 보는)
준하 : 배고파서 분유까지 훔친 거 아냐? 자식, 식성 특이하네. 임마, 배고프면 빵 같은 걸 훔쳐야지. 햄버거 괜찮지?
주황 : 네? 네.
준하 : 빨강씨도 햄버거 괜찮죠?
빨강 : 네? 그럼요.
준하 : (카운터 앞으로 걸어가는)
주황 : 먹여서 쫓아내려는 거겠지?
빨강 : .....
3. 씬. 강하 집 식당 (밤)
-노랑, 초록, 죽 만들고 있고, 옆에서 우는 남이 업고 서있는 파랑.
노랑 : 이번엔 제대로 된 거 같다.
초록 : 근데 이게 무슨 냄새야?
노랑 : 왜? 안탔는데.
초록 : (파랑 돌아보고) 남이 똥 쌌나보다.
파랑 : 와, 진짜 신기하다, 아무 것도 먹은 게 없는데 어떻게 똥을 싸지.
노랑 : 초록이 네가 들어가서 기저귀 갈아줘.
초록 : 알았어, 빨리 만들어가지고 들어와. 누가 언제 들어올지 모르잖아.
노랑 : 알았어.
초록 : (파랑이 데리고 나가면서) 감쪽같이 치우고 들어와.
노랑 : 알았어. 내가 알아서 할게.
4. 씬. 지하방 (밤)
-초록, 파랑, 남이 기저귀 갈고 있는.
파랑 : 진짜 신기하지?
초록 : 아무 것도 안 먹었는데 똥 싸는 거?
파랑 : 아니, 애기들은 물만 먹는데 똥을 싸잖아? 과연 비밀이 뭘까?
초록 : 알고 싶은 거 많아서 먹고 싶은 것도 많겠다.
파랑 : 내가 나중에 의사 되서 꼭 알아내고 말거야.
초록 : 그거 알아내기 전에 네 몽유병부터 좀 고쳐. 너 때문에 우리 언제 다 들킬지 모르잖아?
파랑 : 근데 형은 어디 간 거야?
5. 씬. 패스트푸드 점 (밤)
-빨강, 주황, 불안한 표정으로 햄버거 먹으며 준하의 눈치를 보고 있는.
준하 : (콜라만 마시고 있는)
빨강 : 팀장님?
준하 : 네?
빨강 : 그냥 비밀로 해주시면 안 될까요? 팀장님만 입 다물어 주시면 그냥 저냥 숨어서 살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준하 : 그러다 형한테 정통으로 들키면요? 그럼 빼도 박도 못하게 됩니다.
빨강 : 그치만 변호사님 아시면 그날로 쫓겨날 텐데.
준하 : 자백한 범인은 정상참작을 하죠 왜?
6. 씬. 마당 (밤)
-강하, 마당을 걸어오는.
7. 씬. 강하의 집 앞 (밤)
-태규, 콧노래 부르며 걸어오는데. 다가오는 준하의 차. 준하, 운전석에서 내리는데.
태규 : (호들갑스럽게 달려드는) 삼촌, 삼촌.
준하 : 내가 죽었다 살아왔냐? 웬 호들갑이야.
태규 : 나 오늘 병원 가서 정신과 검사 받았는데, 아무 문제없대. 술 먹어서 헛게 보이고 그랬나봐.
준하 : 좋기도 하겠다. (차 안을 보면서) 뭐해요, 내리세요.
빨강 : (주황의 손을 꼭 쥐면서) 너 하나면 봐줄지도 몰라. 그냥 밀고 나가는 거야.
주황 : (끄덕이는)
-차에서 내리는 빨강과 주황.
태규 : 어, 왜 빨강이 누나랑 같이 와?
준하 : 언제부터 누나냐?
태규 : 오늘 아침부터..... (하다가 주황을 보는) 어....어....어디서 본 앤데....
주황 : (고개를 돌리는데)
태규 : (주황의 얼굴을 잡고 똑바로 보면서) 맞다. 그 프로 도둑놈.
준하 : 아.... (그제야 이해가 되는) 이제야 앞뒤가 들어맞네요.
8. 씬. 거실 (밤)
-강하, 신발을 벗고 들어서는데. 노랑, 죽 냄비를 들고 식당에서 나오는.
강하 : (멍하니 보는)
노랑 : (굳어지는)
강하 : 너....누구냐?
노랑 : (죽 냄비를 떨어뜨리는. 발 위로 쏟아지는 죽) 아 뜨거.
-준하, 태규, 빨강, 주황 들어오는.
준하 : 형, 들어왔어? (그러다 발을 데고도 놀라 서서 울상이 되어 있는 노랑을 보는) 쟨 누구야?
강하 : 나도 그게 궁금하다.
9. 씬. 지하방 (밤)
-초록, 파랑, 문 앞에서 우는 남이의 입을 틀어막고 겁에 질려 서있는.
파랑 : 어, 어떡해. 누나?
초록 : (남이의 입을 파랑과 같이 틀어막는)
파랑 : 어떻게 우리 들킨 거잖아? 어떡해? 어떡하냐구?
초록 : 나도 몰라.
10. 씬. 거실 (밤)
-빨강, 노랑의 데어서 붉어진 발을 세숫대야에 담그고 어쩔 줄 모르는.
주황, 울상이 되서 서있고.
강하 :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서있고)
준하 : 병원에 데려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
태규 : 벌건데 많이 아프지?
노랑 : (고개 저으며) 아니요, 하나도 안 아파요.
태규 : 뭘 많이 아프겠는데.
노랑 : (울면서) 진짜 하나도 안 아파요. 그러니까 저희 쫓아내지 마세요. 제발 쫓아내지 마세요. 다신 식당에도 안 들어가고,
저 아래 방에서 절대로 안나올게요. 제발요. 제발 (두 손을 싹싹 비비며) 우리 쫓아내지 마세요.
빨강 : (노랑 끌어안으며) 됐어, 노랑아, 그만해. 됐으니까 그만해. 됐어.
노랑 : 쫓아내지 마세요. 우리....갈 데 없어요. 그냥 있게 해주세요.
강하 : (2층 방으로 움직이는)
준하 : (그런 강하를 보는)
11. 씬. 강하의 방 (밤)
-들어와서 웃옷을 벗는 강하. 들어오는 준하.
준하 : 그냥 봐주자, 형.
강하 : 넌 봐주고 싶은 게 왜 그렇게 많아?
준하 : 갈 데가 없다잖아?
강하 : 그렇다고 왜 우리 집에서 데리고 있어줘야 하는데?
준하 : 오죽 했으면 동생들 숨겨서 들어왔겠냐?
12. 씬. 거실 (밤)
-빨강, 노랑의 발을 호호 불어주고 있는, 주황, 주눅이 들어 서있는.
-태규, 방에서 약 상자 가지고 나오는.
태규 : (얼른 앉아 약상자 열면서) 이거 발라. 딘데 바르는 약이야.
빨강 : (보고) 고맙다.
태규 : 나도 집에 없는데 왜 밥을 해먹지, 죽을 끓여 먹어. 밥을 해먹었으면 디지도 않았을 거 아니야?
노랑 : 제가...제가....죽을 좋아해요.
태규 : (씩 웃으며 약 발라주면서) 나도 진밥 좋아하는데.
13. 씬. 지하방 (밤)
-초록, 파랑 겁에 질려 떨면서 앉아있는, 남이는 초록의 품에서 잠이 들어 있고.
파랑 : 남이 잔다, 누나?
초록 : (넋을 놓고 있다가, 남이 입 막았던 손을 내리는)
파랑 : 우리 쫓겨나면 어디로 가야 하는 거야?
초록 : ......
14. 씬. 거실 (밤)
-노랑의 발 위에 거즈를 붙여주는 빨강. 주황 옆에 서있고.
노랑 앞에 앉아서 핸드폰 들고 있는 태규.
태규 : 여기 콤비네이션 피자, 라지로 갖다 주세요. (노랑에게) 콜라가 좋아? 쥬스가 좋아?
노랑 : (빨강 눈치 보는)
빨강 : (대답하라는 눈치)
노랑 : 저는 키가 작아서 쥬스 먹는 게 좋을 거 같은데.
태규 : 오렌지 쥬스로 가져다 주세요.
-2층에서 내려오는 준하.
빨강, 주황, 노랑, 불안한 표정으로 준하를 보는.
태규 : (얼른 일어나서 준하 앞으로 다가가) 큰 삼촌이 뭐래? 안된대? 절대 안 된대? 내가 올라가서 말해볼게.
갈 데도 없다는데 그럼 안 되지. (2층으로 올라가려고 하는데)
준하 : (태규 잡는) 괜히 건드리지 말고, 가만있지? 빨강씨?
빨강 : 네?
준하 : 동생들 형 눈에 띠지 않게 하시는 겁니다.
빨강 : (울먹해져서) 그, 그럼요. 절대 눈에 띠지 않게 할게요.
태규 : 그게 말이 돼. 한 집에 살면서 눈에 안 띠는 게?
준하 : 그럼 올라가서 덤벼 보든가?
태규 : (어색하게 웃으며) 니들 그것도 무지하게 재밌다? 투명 인간 놀이.
15. 씬. 지하방 (밤)
-초록, 파랑, 문 앞에서 엿듣고 있는.
파랑 : 누나? 우리도 나가자. 지금 분위기 괜찮은 거 같아. 우리도 투명 인간 놀이 하겠다고 하자.
초록 : 너 바보지?
파랑 : 왜?
초록 : 둘이랑 다섯이랑 같아?
16. 씬. 거실 (밤)
-태규, 피자 배달부에게 피자판 받고 있는. 노랑, 주황, 빨강, 앉아있고.
준하 : 정말 병원에 안가 봐도 되겠어요?
빨강 : 많이 데지 않아서 금방 나을 거 같아요.
준하 : (미소 지으며) 나중에 치료비 청구하시면 곤란합니다.
빨강 : 에이, 팀장님도. 저희도 염치가 있는데.
태규 : 작은 삼촌 뭐해?
준하 : 뭘?
태규 : 피자 값 줘야지.
준하 : 네가 시켰잖아?
태규 : 나 오늘 검사 받느라 한 푼도 없어.
준하 : (배달부에게 다가가 돈을 꺼내주는)
태규 : 돈만 저 사람이 내는 거지. 이건 내가 시켜주는 거야. 내가 먼저 생각해낸 거라구. 저 사람은 그런 거 생각해낼 줄도 몰라.
준하 : 저 사람?
태규 : 저 분.
준하 : 돈은 내가 내는데, 생색은 지가 내고.
태규 : 어서 먹자. 배 많이 고프지?
주황 : 저기....
태규 : 왜? 피자 안 좋아해? 그럼 진작 말하지.
주황 : 우리 방에 가서 먹을게요. 무서운 변호사 언제 내려오실지도 모르는데 눈에 띠지 않아야 하잖아요.
준하 : 그래, 방에 가져가서들 먹어. 동생들 데리고 들어가요, 빨강씨.
빨강 : 네. (일어서서 피자판 들며) 들어가자.
-빨강, 주황. 노랑 일어섯 들어가려고 하는데.
태규 : 근데 이름 진짜 재밌다.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남색, 보라까지 있으면 진짜 더 재미있었을 텐데.
노랑 : (화들짝) 없어요, 초록, 파랑, 남이, 보라는 진짜 없어요.
태규 : 그래, 누가 뭐래.
-빨강, 노랑 입 막으면서 얼른 들어가고. 주황도 들어가고.
태규 : 나도 배고픈데. 작은 삼촌 피자 한판 더 시킬게.
준하 : 나 돈 없어. (방으로 들어가는)
17. 씬. 지하방 (밤)
-노랑, 초록, 파랑, 피자 열심히 먹고 있고.
빨강은 가방에서 분유통 꺼내 분유를 타고 있는. 주황, 쥬스 따라서 동생들에게 먹이고.
파랑 : 형은 안 먹어?
주황 : 난 햄버거 먹었어.
파랑 : 어떻게? 무슨 돈으로?
빨강 : 팀장님이 사주셨어.
노랑 : 그 아저씨, 착한 거 같아.
빨강 : 그래, 변호사님하곤 근본부터가 다른 분이야.
노랑 : 그 아저씨 몇 살이야?
빨강 : 그건 왜?
노랑 : 아니, 그냥.
초록 : 그래도 우리 잘했지? 파랑이 저 바보가 우리도 나가서 말하자고 하는데 내가 말렸어. 둘 하고 다섯은 틀리잖아.
빨강 : 그래, 그건 정말 잘했어.
초록 : 넝마 할아버지가 그러셨어. 난 계산이 빨라서 사업 하면 성공할 거라구. 근데 넝마 할아버진 어디 가신 걸까?
노랑 : 그 할아버지, 진짜 의리 없어. 맨날 우리 집에 와서 밥 얻어먹고 그랬으면서 엄마, 아빠 돌아가셨는데도 안와보고.
18. 씬. 병실 (밤)
-정회장, 의식 없이 누워있는. 간병인 졸고 앉아있는데, 문 벌컥 열리는.
인구, 술에 취해서 들어오는. 간병인 놀라서 일어서는.
인구 : (침상으로 달려들면서) 아버지? 아버지? 내가 죽일 놈이에요, 아버지. 아버지, 제발 정신 좀 차리고
한 말씀만 해주고 돌아가세요. 다 용서한다고? 널 그렇게 만든 건 나라구. 그러니까 넌 잘못 없다구.
간병인 : 많이 취하신 거 같은데.
인구 : 아닙니다, 나 안취했어요. 나 멀쩡해요. 내가 주량이 얼마나 센 사람인데, 겨우 양주 두 병에 취하고 그러지 않습니다.
-재영, 들어오는.
재영 : (놀라서) 아빠? 뭐하세요?
인구 : 재영아? (재영 끌어안으며) 아빠는 죄인이다. 천하에 없는 죄인이다, 재영아. 그치만 아빠 잘못만은 아니다.
무시당하고 살다보면 아빠처럼 안 되기 힘들어. 넌 알지? 재영아? 넌 알아야, 내 새끼니까 넌 알아줘야 한다.
재영 : 가세요, 아빠. 병원에서 이러시면 어떡해요. (간병인에게) 수고 하세요. (인구 끌고 나가는)
인구 : (끌려 나가면서) 아버지, 불효자는 웁니다, 가슴을 죄어 뜯으면서 웁니다, 아버지.
-재영, 인구 나가고. 간병인 한숨을 쉬며 앉고.
순간, 정회장의 손끝이 가늘게 움직이고 있는.
19. 씬. 정회장 집 전경 (밤)
인구E : 어머니는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20. 씬. 인구의 방 (밤)
-인구, 잠옷 단추를 잠가주는 민경.
인구 : (god‘어머님께’) 어머니는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야이 야이야~
민경 : 그만하고 자.
인구 : 여보. 난 정말 우리 엄마가 짜장면 싫어하는 줄 알았다.
민경 : 그랬다며.
인구 : 우리 엄마 소원이 뭐였는줄 알아?
민경 : 쇠고기로 장조림 한번 해보시는 거였다면서?
인구 : 근데도 우리 아버지 돈 아까워서 우리 엄마 돌아가실 때까지 쇠고기 한 근 못 사게 하셨다.
시장에서 사채를 수억이나 풀어놓고 계셨으면서도 그깟 쇠고기 한 근을.... 나, 우리 아버지 정말 싫다.
민경 : 알아, 아니까 그만하고 어서 자. 내일 아침에 간부회의 있잖아?
인구 : 그래도, 정말 싫어 죽겠지만, 그래도 내가 돌아가시게 하는 건 아니잖아?
21. 씬. 정회장 집 거실 (밤)
-민경, 지친 표정으로 방에서 나오는. 재영, 커피 잔을 들고 2층으로 가려고 하는.
민경 : 강하가 네 아빠랑 다르니까 그거면 된 거 아니냐고 했지? 그러니까 엄마가 포기하라구?
재영 : 응. (하면서 한발 더 옮기는데)
민경 : 평생 기둥이 돼주지 못하는 남자랑 산다는 게 어떤 건지 아니?
재영 : (보고)
민경 : 큰 나무 그늘 같은 남자에게 기대 살 수 없는 불안이 어떤 건지 아냐구?
재영 : ......
민경 : 강하가 너에게 그늘이 돼 줄 거 같니?
재영 : 난 그런 거 필요 없어. 같이 마주보고 서있기만 하면 돼.
민경 : 지금은 그렇겠지. 하지만 결혼한 여자는 그렇지 않아.
재영 : 엄마랑 내가 다른 게 뭔지 알아?
민경 : .....
재영 : 엄마는 여자로 살고 싶은 사람이고, 난 그냥 온전한 인간으로 살고 싶은 사람이야. (2층으로 움직이는)
민경 : (혼잣말로) 여자로만 살고 싶으면 이러지 않아. 엄마니까 문제인 거지.
22. 씬. 강하의 집 전경 (새벽)
23. 씬. 지하방 (새벽)
-동생들 잠들어 있고, 빨강, 쪼그리고 테이블에 기대 잠이 들어있는. 핸드폰 알람 소리에 놀라 눈을 뜨는.
주황 : (핸드폰 소리에 놀라 일어나며) 누나?
빨강 : (일어서며) 나 일어났으니까 더 자.
주황 : 밤새 안잔 거야?
빨강 : 오늘까지 밥 안 해먹일 수는 없잖아?
주황 : 정말 잘 할 수 있겠어? 내가 같이 나가서....
빨강 : 내가 해볼게. (나가는)
주황 : 밥 하나 못한다고 맨날 엄마한테 얻어터졌으면서....
24. 씬. 식당 (아침)
-식탁에 차려진 꼴이 말이 아닌 계란 후라이 접시 강하, 준하, 태규 각자 앞에 놓여져 있고,
찌개 하나와 탄 햄 접시, 김치 접시 하나.
강하, 준하, 태규, 한심한 느낌으로 식탁을 보며 앉아있는.
빨강 : (옆에 서서 물 따라 주며) 반찬 만들 재료가 없어서 오늘은 이렇게 밖에 준비를 못했으니 이해를 좀 해주세요.
준하 : 형은 감자국을 좋아하는데....
빨강 : 감자가 없어서요.
태규 : 감자 냉장고 채소칸에..... (하다가 아차 싶은) 없을 거야. 내가 친구들하고 다 삶아먹었거든.
빨강 : (자기편을 들어주는 태규가 고맙고)
태규 : (테이블 밑으로 브이자 그려 보이는)
강하 : 먹자. (하면서 젓가락으로 밥을 떠올리는데, 한 덩어리로 따라 올라오는 밥. 난감한 표정)
빨강 : 묵은 쌀이라 그런지 물을 맞추기가 힘들어서요. 된밥 좋아하시는데 어떡하죠?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제가 다시....
강하 : (일어나서 나가는)
빨강 : 변호사님, 조금만....
준하 : (일어서며) 세계 각국 요리는 잘하신다면서, 기본기는 소홀히 하셨나봅니다. (나가는)
빨강 : 팀장님은 진밥 좋아하신다면서요? 조금이라도 드시고....
태규 : 작은 삼촌은 뭐든 큰 삼촌 따라하는 게 특기거든. 난 진밥 좋아하니까 괜찮아.
25. 씬. 강하의 방 (아침)
-강하, 웃옷을 걸치고 있으면, 준하 그 옆에 서서.
준하 : 뭐 잘하는 것도 있겠지. 동생들 끌고 남의 집에 들어와서 눈치 보며 살려니까 당황해서 그럴 거야.
강하 : 너 저 여자 대변인이야?
준하 : 조금만 참아봐라, 형.
강하 : 내가 참아주면 저 멍청한 여자 인생이 달라질 거 같냐? (나가는)
준하 : .....
26. 씬. 회사 전경 (낮)
27. 씬. 사무실 (낮)
-빨강, 전화 하고 있는.
빨강 : 딱 한 시간만, 아니 삼십분만 시간을 내주세요. 고객님, 고객님?
(전화 이미 끊겨있고. 한숨을 쉬며 다시 버튼을 누르려고 하는데)
-팀장, 서류 들고 걸어오는.
빨강 : (팀장 눈치 보면 벌떡 일어나는) 지금 나가려구요.
팀장 : 넌 오늘 외근 나가지 마.
빨강 : 왜요?
팀장 : 넌 특별 법률 교육 있어.
빨강 : 저 저만요?
팀장 : 축하한다.
빨강 : 네?
팀장 : 법적 고지 사항 위반 1위 하셨네요, 진빨강씨.
빨강 : .....
팀장 : 문제 사원들 특별 교육 있으니까 빨리 가봐.
28. 씬. 교육실 (낮)
-강하, 10명 정도의 사원들 앉아있는 앞에서 설명하고 있는.
강하 : 아직도 기본적인 고지 사항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계셔서 회사는 물론, 고객들에게까지 피해를 주고 계신 분들이
많으신데 다시 한번.....(졸고 있는 빨강이 눈에 들어오고, 정말 한심하고) 진빨강씨?
빨강 : (졸고)
강하 : (톤 높여서) 진빨강씨?
빨강 : 네? (벌떡 일어나며) 네, 변호사님.
강하 : 지난달에 한 세 건의 계약이 모두 위반 처리가 된 사원으로 지금의 교육 태도는 문제가 있다는 생각 안 듭니까?
빨강 : 죄송합니다, 제가 잠이 좀.....
강하 : (무시하고) 앉으세요. 그럼 계속하겠습니다.
빨강 : (풀이 죽어 앉는)
29. 씬. 회사 식당 (낮)
-은말, 진주, 빨강 식사하고 있는.
은말 : 그래도 다섯 다 들키지 않은 게 어디냐? 하늘에서 네 엄마 아빠가 도운 모양이다.
진주 : 나머진 절대 들키지 않게 조심해.
빨강 : (하품을 하는)
진주 : 네가 어떻게 밥을 앞에 두고 하품을 다 하냐? 밥만 보면 걸신들린 듯이 먹던 애가?
빨강 : 밤새 남이 우유 타 먹여야지, 기저귀 갈아야지, 늦잠 자지 않으려고 쪼그리고 앉아서 자는 둥 마는 둥 했더니
정신이 오락가락해. 우리 엄마는 밤새 남이 보면서 낮에 그 많은 병원일하고 집안 살림을 어떻게 해냈는지 몰라.
은말 : 그런 생각 하는 거 보니 이제야 철이 드나보다.
-장수, 식판을 들고 와서 옆에 서며.
장수 : 철은 광산에 있죠?
-세 사람 이건 뭐야 하는 표정으로 보는.
장수 : 새로운 유머 시리즌데 진짜 웃기죠?
은말 : 배꼽 빠져 돌아가시겠네.
장수 : (커피 한잔을 진주 앞에 놓아주는) 식사하고 드세요, 진주씨.
진주 : 왜 자꾸 이렇게 돈을 물 쓰듯이 써대세요?
장수 : 어느 정신없는 인간이 자판기에다 그냥 두고 갔더라구요. 요즘 사람들 진짜 큰일이에요. 300원이 거저 생기는 줄 아니.
-그사이 빨강이 졸고 있고.
진주 : 야? (툭 치는데)
빨강 : 어. (깜짝 놀라 손 휘젓다가 진주 앞에 놓인 커피 종이컵 쏟고)
장수 : (기겁을 해서) 아니, 아니, 이 아까운 걸.
30. 씬. 강하의 집 거실 (낮)
-주황, 노랑, 파랑, 청소하고 있는. 태규. 전화 중.
태규 : 나 나가기 좀 그런데, 집에 애들만 두고 나가기 그래서. 뭐? 돈도 안받고 연주해주는 건데, 고마운 줄도 모르고 자른대?
주황 : 저기, 나가보셔도 되는데.
태규 : 그래도 너희들만 두고 나가면 내가 마음이 안 놓이지.
노랑 : 아니에요. 저희끼리 잘 있을 수 있어요.
주황 : 네, 걱정하지 마시고 나가세요, 아저씨.
태규 : 나가긴 해야겠는데. (전화로) 알았다, 내가 나가볼 테니까. (전화 끊고) 너희들 청소하는 것도 좀 도와주고....
주황 : 아니에요. 그러지 마세요. 진짜 저희끼리....
-어디선가 들려오는 아기 울음소리.
태규 : 저놈의 도둑고양이는 낮에도 우네. 근데 지하방 쪽에서 들리는 거 같지 않냐?
주황 : (당황에서) 저희는 모르겠는데. (동생들에게) 야, 우리 신나게 노래하면서 하자.
-세 아이 큰 소리로 노래 부르기 시작하는.
태규 : (멍한 표정으로) 너희들.....
-노래하면서 태규를 보는 세 아이들.
태규 : 운명 맞는 거 같다.
31. 씬. 재즈 바 (밤)
-친구들과 악기 앞에 서있는 태규.
친구1 : 야, 저기 민아 왔다.
태규 : 쟨 내 운명의 상대가 아니야.
친구2 : 어느새 또 다른 애한테 꽂혔냐?
태규 : 내가 꿈꾸던 모든 조건을 갖춘 연상의 여인이 나타났다.
-친구들 뭔 소린가 하는.
태규 : 그 여자를 만나려고 나는 22년간 그토록 술을 처먹어대며 고통의 시간을 보냈던 거지.
32. 씬. 지하방 (밤)
-밥과 통조림만 놓고 밥 먹고 있는 네 아이. 남이는 기어 다니며 놀고 있고.
파랑 : 이게 밥이야 떡이야.
노랑 : (주황을 보며) 언니, 이대로 괜찮을까?
초록 : 우리 언니가 가정부를 한다는 것부터가 말이 안 되는 거야.
파랑 : 그럼 우리 쫓겨나는 거잖아?
33. 씬. 식당 (밤)
-주황, 밥을 하고 있고. 초록 파를 쓸고 있고. 파랑, 남이 업고 있는.
주황 : (파랑에게) 넌 들어가 있으라니까. 누가 들어오면 어쩌려구?
파랑 : 지하방에만 있으니까 남이가 답답해서 운단 말이야.
주황 : 그래도 빨리 들어가. (큰 소리로) 노랑이 너 잘하고 있는 거야?
노랑E : 응.
34. 씬. 세탁실 (밤)
-노랑, 다림질을 하고 있는. 주황, 들어와 보는.
주황 : 정말 잘하고 있는 거야?
노랑 : 엄마가 하던 대로....
주황 : 야, 바지에 줄이 세 개잖아?
초록E : 아야.
35. 씬. 식당 (밤)
-초록, 손을 베고 손가락 입에 물고 있는. 주황, 노랑, 세탁실에서 뛰어오는.
주황 : 왜 그래?
초록 : 비었어.
주황 : (초록 손 잡고) 조심 좀 하지.
노랑 : 그래서 엄마가 우리더러 칼질을 절대 하지 말라고 했잖아.
초록 : 근데 이게 무슨 냄새야?
36. 씬. 세탁실 (밤)
-주황, 노랑, 초록, 뛰어와 보면, 와이셔츠 위에 놓여져 있는 다리미.
주황 : 넌 정신을 어디다 두고 (다리미 들려다가 손 대고)
파랑E : 남아?
-세 아이 또 뛰고.
37. 씬. 지하방 (밤)
-테이블 밑에 앉아 울고 있는 남이. 파랑, 옆에서 남이 이마 호호 불고 있는.
-주황, 노랑, 초록 뛰어 들어오는.
주황 : 왜 그래?
파랑 : 남이가 여기에 이마를 쪘어.
주황 : 그러니까 잘 봐야지, 임마.
38. 씬. 강하의 사무실 (밤)
-강하, 책상 앞에서 일어서는데, 들어오는 준하.
준하 : 그냥 집으로 들어갈 거야?
강하 : 왜?
준하 : 술 한 잔 하러 가자.
강하 : 그 여자 그런 식으로 보호하려고 하지 마. 그런 거 그 여자한테 하나도 도움 안 되니까. (나가는)
준하 : (피식 웃으며) 하여간 눈치는.
39. 씬. 재즈 바 (밤)
-강하, 준하, 술 마시고 있고, 태규, 친구들과 연주하고 있는데. 태규, 계속 삑사리 내고 있는.
준하 : 저 자식 또 술 처먹은 건가?
-미니스커트에 몸매 좋은 여자 아이 둘이 들어오는.
준하 : 쟤들 쌈빡한데.
강하 : (술만 마시며) 오늘은 귀찮다.
준하 : 흔들리긴 하는 거야?
강하 : (보는)
준하 : 이혼까지 해준다는 제의에 흔들리긴 하는 거냐구?
강하 : 나 결혼 같은 건 관심 없다는 거 알잖냐? 그래서 잡놈으로 사는 거구?
준하 : 재영이가 어때서 그래? 형한텐 그만한 짝 없어.
강하 : 그렇게 괜찮으면 네가 하지 그러냐?
준하 : (서늘하게 미소 지으며) 알잖아? 나, 한번도 형 껄 뺏은 적 없다는 거?
강하 : (잠시 복잡한 심정으로 보다가 일어서서 걸어 나가는)
준하 : (복잡한 심정으로 그런 강하를 바라보고)
40. 씬. 길 (밤)
-술기운이 조금 있는 느낌으로 걸어가는 강하.
버스 정류장 앞. 버스에 오르려고 하는 여자의 뒷모습이 미주다.
강하 : (놀라서 급하게 다가가 여자의 어깨를 잡는)
여자 : (돌아보면, 미주가 아니다) 왜 이래요?
강하 : (힘없이 팔을 내리는)
여자 : (버스에 올라타고)
강하 : (버스 정류장 의자에 힘없이 주저앉는) 그래, 항상 네 껄 뺏는 놈은 나였지.
41. 씬. 지하방 (밤)
-주황, 손에 밴드 붙이고 있고, 초록도 손에 밴드 붙이고 있고, 노랑은 발에 붕대 감고, 남이는 이마에 밴드 붙이고.
난감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빨강.
빨강 : 왜 니들이 그런 걸 해? 누나가 한다구. 누나가.
주황 : 누나가 할 줄 아는 게 뭔데?
빨강 : (말문이 막히고)
파랑 : 형은 인간성 나쁘게 왜 그런 말을 해?
42. 씬. 2층 거실 (밤)
-빨강, 걸레질 하고 있는.
빨강 : 나쁜 놈. 저 놈의 자식은 누굴 닮아서 저렇게 남의 속 콕콕 쑤시는 소리를 해대는지 몰라.
(일어서서) 누굴 닮긴. 엄마한테 보고 배운 그대로 하는 거지. (걸레 들고 강하의 방 쪽으로 움직이는)
43. 씬. 강하의 방 (밤)
-빨강, 들어오면, 침대 이불보까지 각이 잡혀 있고. 가지런히 정리 되어있는 책상. 책꽂이에 책들도 깔끔하니 정리 되어 있다.
빨강 : 저거 다 장식용일거야.
-책상 걸레질 하려다가. 문득 생각이 떠올라, 책상 앞에 앉아 컴퓨터를 켜는.
모니터에 보이는 된 밥 하는 법. 감자국 맛있게 끓이는 법. 와이셔츠 다림질 하는 법등. 쫙 지나가는.
44. 씬. 재즈 바 (밤)
-앞에 보였던 미니스커트 둘 하고 앉아서 술을 마시며 웃고 떠드는 준하.
태규, 삑사리 내며 연주하면서 친구들에게 눈총 받고. 간간이 손님들 사이에서 야유도 나오고.
여자1 : 오빠 선수지?
준하 : 그렇게 보이니?
여자1 : 좀 놀아본 거 같은데 뭐.
준하 : (시니컬하게) 그래, 좀 놀다보니 이젠 걸레 소리도 듣고 그래.
여자1 : 이 오빠 재미없다. 가자. (여자 2와 일어서서 카운터 쪽으로 가는)
준하 : 나도 내가 재미없다.
-태규, 다가와 앉는.
태규 : 분위기 좋은 거 같더니 쟤들 왜 저래?
준하 : 네 큰 삼촌이 없으니까 작업도 잘 안된다.
태규 : 작은 삼촌은 그게 문제야. 너무 큰 삼촌한테 얹혀 가려고 하는 거. 작은 삼촌 자신의 노하우를 개발해야 한다니까.
준하 : 남 걱정 하지 마시구요. 넌 이 자식아. 술 처먹고 무대에 좀 올라가지 마라.
태규 : 나 오늘 술 한 잔도 안마셨다 뭐.
준하 : 근데 그렇게 삑사리를 내냐?
태규 : 나, 정신이 없어서 그래.
준하 : 네가 언제는 정신 챙기고 살았냐?
태규 : 빨강이 누나 말이야. 내 운명의 상대인 거 같아.
준하 : 미친 놈.
45. 씬. 거실 (밤)
-빨강, 걸레 들고 2층에서 내려오면서.
빨강 : 진밥은 전날 밤에 쌀을 불려놓고.....
-하는데 준하, 태규, 들어오는.
빨강 : 지금 들어오세요?
준하 : 네.
빨강 : 저녁은?
준하 : 먹었습니다.
빨강 : 밥 해놨는데. 술 드신 거 같은데, 조금이라도 드시고.
준하 : 됐습니다. 쉬세요. (자기 방으로 들어가는)
태규 : 자기?
빨강 : 너 정말 왜 이러니?
태규 : 내가 애들하고 같이 있으려고 했는데, 공연할 무대를 잃어버릴지도 모를 위기에 처해서 하는 수 없이 나간 거거든.
자기가 좀 이해해줘.
빨강 : 네가 나가주는 게 나 도와주는 거다.
태규 : 내가 긴가....김가....만가....
빨강 : 긴가 민가 뭐?
태규 : 응. 그거 긴가민가했거든. 정말 자기가 내 운명의 상대일까 하고. 그런데 자기 동생들 노래하는 모습을 보니까
확실해지는 거야. 자기.....나만 믿어.
빨강 : 태규야?
태규 : 응? 말해. 뭐든 말해.
빨강 : 맞고 잘래? 그냥 잘래?
46. 씬. 강하의 집 전경 (밤)
강하E : 누구야?
47. 씬. 거실 (밤)
-강하, 서있고. 준하, 태규, 빨강, 잠결에 뛰어나오는.
준하 : 왜 그래? 형?
강하 : 누가 내 방 컴퓨터 건드렸어?
태규 : 우리가 미쳤어. 삼촌. 삼촌 거 건드렸다가 무슨 날바람을 맞으려구.
준하 : 자식아, 날벼락.
태규 : 날벼락을 맞으려고 그걸 건드려?
강하 : 그럼 누구야?
빨강 : 저.....아까 청소하려고 올라갔다가. 그냥 청소만 했는데....
강하 : 청소만 한 게 아니잖습니까?
태규 : (얼른 빨강 옆으로 와서) 왜 그랬어? 그냥 이실자크해. 큰 삼촌 그런 거엔 도사야.
빨강 : 제가 잠깐 뭐 검색할 게 있어서....
강하 : 앞으론 내 물건엔 절대 손대지 마십쇼.
빨강 : 청소를 하는데 어떻게 손을 안대고.
강하 : 그냥 청소만 하시라구요. 알겠습니까?
태규 : 빨리 그냥 대답해, 그러겠다구.
빨강 : 알겠습니다.
강하 : (2층으로 올라가고)
준하 : 말했잖아요? 눈에 띠는 짓은 절대 하지 말라구. (귀찮은 표정으로 자기 방으로 들어가는)
태규 : 어떻게 아는지 큰삼촌 그런 건 귀신같아.
48. 씬. 지하방 (밤)
-동생들 잠들어 있고, 주황 앉아있는. 빨강, 들어오는.
주황 : 왜 그러는데?
빨강 : 진짜 또라이는 저 인간이야.
49. 씬. 강하의 집 전경 (밤)
50. 씬. 거실 (밤)
-태규, 화장실에서 나오는. 맹한 표정으로 걸어가는 파랑.
태규 : (자기 머리 감싸며 주저앉는) 나 정말 왜 이러냐. 술도 안 처먹었는데 왜 자꾸 헛 게 보이냐구.
강하E : 헛 거 아니야.
태규 : (시선 돌리면. 물컵 들고 2층 계단 아래 서 있는 강하)
51. 씬. 거실 (밤)
-불 켜져 있고, 빨강, 주황, 노랑, 파랑, 강하, 준하, 태규 앉아있는.
주황 : (파랑 쥐어박으며) 제발 밤에 돌아다니지 좀 말라니까.
파랑 : 나 병이라서 그래. 나도 모른단 말이야.
태규 넌 이름이 뭐니?
파랑 : 파랑이요, 진파랑.
준하 : (한숨이 나오고)
태규 : 너도 노래 잘하니?
파랑 : 네?
태규 : 너도 잘하지? 그치?
강하 : 조용히 못해.
태규 : (움찔하고)
준하 : 형. 둘이나 셋이나, 그게 그거다.
태규 : 그래, 큰 삼촌. 애들 다 귀엽고 이쁘다 뭐. 그리고 얘들 노래도 잘한다.
강하 : 입 다물어 너.
준하 : (어떻게든 분위기 부드럽게 하려고) 부모님이 사이가 좋으셨나 봐요? 애들이 이렇게 많은 거 보니.
빨강 : 네. 동네에서 잉꼬 부부....
강하 : 근데 이상하지?
-모두 강하를 보는.
강하 : 그렇죠? 진빨강씨?
빨강 : 네? 뭐? 뭐가요?
강하 : 빨, 주, 노. 파. 순서대로면 저 애 이름이 초록이어야 하지 않나요?
빨강 : 아, 아, 그게요. 남자 아이라서 초록이라고 짓기엔 좀 그러셨나 봐요.
강하 : 아니죠. 주황이라는 이름도 남자 아이 이름으로 어울리지 않는 건 마찬가지 아닙니까?
-불안한 표정으로 주황, 노랑, 파랑, 빨강을 바라보는.
빨강 : 그, 글쎄요. 왜 그러셨을까나요? 우리 엄마, 아빠가, 그냥 초록이라고 지으시지 않구서.
강하 : (일어서서 지하방 쪽으로 움직이려고 하는)
52. 씬. 지하방 (밤)
-잠들어 있는 남이, 초록, 문 앞에서 엿들으며 불안에 떨고 있는.
53. 씬. 거실 (밤)
-강하, 지하방 쪽으로 걸어가려고 하면. 모두 일어서고.
빨강, 얼른 강하를 가로 막고 서며.
빨강 : 왜, 왜 그러세요? 변호사님?
강하 : 내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어서요. 정말 초록이란 애가 없는지.
-주황, 노랑, 파랑, 동시에 누나, 언니 하고 부르는.
빨강 : 죄, 죄송해요. 있어요, 초록이.
태규 : 진짜 있어? 초록이도 있는 거야? 야, 큰 삼촌 진짜 머리 좋다.
빨강 : 초록아. 이리 나와.
-모두 지하방 쪽을 보면.
빨강 : 어서 나와, 초록아.
-겁에 질려 걸어 나오는 초록이.
초록 : (두리번거리면서, 인사하는)
빨강 : (초록 어깨 잡고, 강하를 보며) 정말, 면목 없습니다.
준하 : (해도 너무 한다는 표정으로 서있는)
태규 : (얼른 초록 앞으로 다가서며) 얘도 진짜 귀엽게 생겼다. 너 몇 살이니?
초록 : 9살이요.
태규 : 이름이 도레미파솔라시도면 더 좋았을 텐데.
강하 : (태규를 보면)
태규 : 그냥 그렇다구.
강하 : 좀 심하다는 생각 안 듭니까? 진빨강씨?
빨강 : 저, 저도 사람인데 왜 그런 생각이 안 들겠어요. 하지만 저희 처지가....
태규 : 처지가 그렇다잖아, 큰 삼촌.
강하 : 일주일 줄 테니까 나갈 데 찾아보세요. (2층으로 올라가려고 움직이는)
태규 : 큰삼촌, 큰삼촌, 갈 데 없어서 우리 집으로 온 건데 일주일은 너무 하잖아?
준하 : 넌 가만있어. 애들 데리고 들어가요.
빨강 : 팀장님?
준하 : 시간은 내가 벌어볼 테니까 어서요.
54. 씬. 지하방 (밤)
-남이, 잠들어 있고, 빨강, 동생들 심각한 표정으로 둘러앉아있는.
파랑 : 우리 어디로 가?
초록 : 팀장이라는 아저씨가 시간을 벌어보겠다고 했잖아?
파랑 : 그래도 대빵은 그 변호사라는 아저씨 같던데 뭐.
노랑 : 남이까지 들켰으면 우리 오늘 밤에 쫓겨났을지도 몰라.
55. 씬. 강하의 방 (밤)
-강하, 책상 앞에 앉아있고, 준하, 태규 서있는.
태규 : (강하에게 매달리며) 불쌍하잖아? 여름도 아니고, 겨울에 그냥 쫓아내는 건 너무 하다, 큰 삼촌.
준하 : 심하긴 했지만, 오죽 했으면 그랬겠어. 일주일 주고 나가라고 하는 건 얼어 죽으라는 소리나 같아.
강하 : 그걸 왜 네가 신경 써?
준하 : 형.
강하 : 동생이 넷이나 되면서도 정신 못 차리고 사는 여자야.
준하 : (톤 높여서) 정신 차릴 틈이 없었겠지.
강하 : (보면)
준하 : 부모님 돌아가신지 며칠 안 된 사람이야. 하루아침에 동생 넷을 떠맡게 된 사람이라구.
그런데 어떻게 정신을 차릴 수 있겠어? 형 같으면 그러겠어?
태규 : 그래, 큰 삼촌 입장료 바꿔서 생각을 해봐.
준하 : 넌 도움 안 되니까 빠져 있어. 자식아.
태규 : 제일 속 타는 사람은 나란 말이야. 저 여자 내 운명의 상대일지도 모른단 말이야.
강하 : 그럼, 너도 같이 나가.
태규 : (허걱)
준하 : 조금만 조금만 더 시간을 주자. 형. 일주일은 말도 안돼.
강하 : 말도 안 되는 건 저 여자야.
56. 씬. 거실 (밤)
-빨강, 서있으면, 준하, 태규 2층에서 내려오는.
빨강 : (초조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태규 : (준하에게) 큰 삼촌은 인간이 정말 왜 저러냐?
준하 : 오늘 밤엔 결론이 안날 거 같으니까 내일 다시 방법을 찾아보죠.
빨강 : 고맙습니다. 그래도 제 편이 되어주셔서.
준하 : .....
태규 : 제대로 편 들어준 건 난데.
57. 씬. 지하방 (밤)
-남이, 잠들어 있고, 동생들 걱정스럽게 앉아있는, 빨강, 들어오는.
초록 : 뭐래?
빨강 : 어서들 자.
노랑 : 쫓겨나는 거지?
빨강 : 자라니까.
파랑 : 그래도 우리 남이 오늘은 착하다. 안 울고 쭉 자주니까. 아까 머리 다쳐서 띵해서 그런 건가.
-시간 경과,
잠들어 있는 동생들. 생각에 잠겨 앉아있는 빨강.
58. 씬. 식당 (밤)
-쌀을 물에 물리는 빨강.
59. 씬. 세탁실 (밤)
-다림질을 하고 있는 빨강.
60. 씬. 욕실 (밤)
-빨강, 욕조며 변기 열심히 닦고 있는.
빨강 : 엄마? 나 있으나마나 미스진인 거 알지? 할 줄 아는 거 아무 것도 없다고 매일 엄마한테 두들겨 맞았잖아?
그때 왜 좀 더 세게 두들겨 패지 그랬어? 정신 번쩍 나게 두들겨 패서라도 할 줄 아는 것 좀 만들어주지 그랬어?
엄마, 잘못도 있으니까 제발 나 좀 어떻게 해주라. 아, 저 인간이 그래도 없는 것보단 낫겠구나,
그래지게 좀 도와주라, 엄마.
61. 씬. 거실 (밤)
-문이 열려 있어서 불빛이 세어 나오는 욕실.
거실에 서서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는 준하.
62. 씬. 회사 일각 (낮)
-은말, 진주, 빨강 어두운 표정으로 앉아있는.
은말 : 그러니까 잘 좀 하지, 어쩌자구 들키냐? 들키길.
진주 : 처음부터 말도 안 되는 거였어. 강아지 한 마리 숨겨 키우는 것도 안 되는데, 애 다섯을 숨겨놓는다는 게.
은말 : 이제 어쩌냐? 빨강아? 내가 다음주에 곗돈을 탄다고 해도 그것 받아서 집 얻고 어쩌고 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 텐데.
진주 : 천만 원짜리 월세방이라는 게 뻔한데. 일곱이서 어떻게 살려구? 일곱이 산다고 하면 방 내줄 주인이나 있겠어요?
은말 : 막막하니까 그렇지.
빨강 : 혹시 그런데 알아?
진주 : 없어. 일곱 식구, 그것도 애가 다섯인 집에 방 내주겠다고 할 집주인 눈 까뒤집고 찾아도 없어.
빨강 : 장기 같은 거 사주는 데 말이야?
-진주, 은말 멍해지고.
빨강 : 콩팥이나 그런 거 하나 떼 팔면 얼마나 줄까?
진주 : (빨강 어깨 때리면서) 미쳤어? 미쳤어?
은말 : 그래, 그건 미친 짓이다. 빨강아. 동생 다섯 끌어안고 살려면 무조건 네가 건강해야 하는 거야.
속이 타서 하는 말인 줄은 알겠는데, 그런 생각은 애저녁에 때려치워라. 급하다고 장기 떼서 팔면
네 동생들 고아원 가는 건 시간문제야.
빨강 : (피식 웃으며) 그럼 뭘 팔까? 나한테 팔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진주 : 너 또 왜 웃고 그래? 무섭게. 그냥 울어. 겁나면 울고 말어.
빨강 : 너무....너무....겁나니까 울어지지도 않는 거 있지.
63. 씬. 준하의 사무실 (낮)
-준하, 책상 앞에 앉아있고, 재영 책상을 두 손으로 잡고 얼굴 드밀며.
준하 : 그 포즈 꽤 도발적이다. 임마, 그런 건 형한테 가서 써먹어야지 왜 나한테 와서 이러냐?
재영 : 너 머리는 꽤 괜찮은 편이지?
준하 : 근데?
재영 : 원강하를 제일 잘 아는 인간이구?
준하 : 그래서?
재영 : 여자 애들 데리고 노는 취미도 원강하하고 같고?
준하 : 하고 싶은 말이 뭔데?
재영 : 우정 좀 발휘해 달라구?
준하 : 어떻게?
재영 : 말해봐. 원강하의 아킬레스건이 뭔지? 내가 아직 내밀지 않은 카드가 뭔지 알려 달라구?
준하 : 술에 약 타.
재영 : 뭐?
준하 : 그리고 애 가졌다고 배 들이밀어.
재영 : (몸 바로 세우며) 장난 할래?
준하 : 우리 형처럼 까칠한 스타일엔, 세련된 방법이 안 먹혀. 왜냐? 자기 자신이 너무 첨단이거든.
그러니까 토속적인 방법을 써보라는 거야.
재영 : 너 내가 네 형수 되는 거 싫지?
준하 : 아니, 얘, 쟤 하다가 도련님하고 부르는 소리 기대되는데 왜 싫겠냐?
재영 : 아냐, 너. 넌 쭉 형하고 지금처럼 살고 싶은 거야. 그래서 내가 네 형 채갈까 봐 싫은 거야. 친구보단 형이 더 좋은 거지.
시간 낭비 했다. (나가버리는)
준하 : (허탈하게) 자식아, 애 가지라는 충고 쉽게 한 거 같냐? (하면서 서류 들고 일어서는데. 뭔가 퍼뜩 스쳐가는)
64. 씬 거실 (밤, 회상)
-강하, 준하, 태규 서있는. 빨강 지하방에서 나와 다가오는.
빨강 : 잠을 잘 수가 없네요. 이 동네 도둑고양이가 많은가 봐요?
준하 : 우리 동네 도둑고양이는 없었는데.
빨강 : 뉴스에서 봤는데, 요즘 도둑고양이 때문에 보통 문제가 아니라고 하더라구요.
태규 : 그 방에서 들리는 소린 거 같은데?
빨강 : 제가, 방에 도둑고양이가 있으면 그걸 모르겠어요? 어머, 안 들리네요. 이젠 다른 집으로 갔나 봐요.
65. 씬. 동네 슈퍼 앞 (밤, 회상)
-주황이 뛰는데. 준하 뛰어와서 주황의 뒷덜미를 낚아채고.
주황 : 놔요, 놔요.
-주인 따라 나와 주황을 잡고.
주인 : 어린 놈의 새끼가....(주황의 몸을 뒤져. 분유를 찾아내고. 주황의 머리를 때리면서)
이 도둑놈의 새끼. 요즘은 왜 어린놈들이 다 이 모양인지.
66. 씬. 준하의 사무실 (낮)
-준하, 생각에서 깨어나며, 암담한 표정으로.
67. 씬. 회사 복도 (낮)
-힘없이 걸어오는 빨강. 준하 걸어오는.
준하 : (빨강의 팔을 낚아채듯 잡고 걸어가는)
빨강 : 왜? 왜 이러세요? 팀장님.
-그 모습, 복도 모퉁이를 돌아서다가 보게 되는 강하.
68. 씬. 회사 일각 (낮)
-빨강의 팔을 잡고 걸어오는 준하.
빨강 : 왜? 왜 이러시는데요?
준하 : (팔을 놓고) 이름이 뭡니까?
빨강 : 네?
준하 : 남 뭐냐구요? 애기 이름?
빨강 : (굳어져서 보는)
준하 : (빨강의 표정으로 보고, 자신의 짐작이 맞았다는 확신이 들어서 더욱 암담해지고)
빨강 : 어, 어떻게 아셨어요?
준하 : 지금 어떻게 안 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빨강 : (풀이 죽어서) 남이요.
준하 : 지금 어디 있습니까?
빨강 : 집에....
준하 : 잘 들어요. 그 애기는 절대 들키면 안 됩니다. 그 애기까지 들키면.....
강하E : 어차피 마찬가지야.
-준하, 빨강 돌아보는.
준하 : 형?
강하 : (걸어와서) 달라질 거 없어. (스쳐 지나가는)
준하 : (암담해지고)
빨강 : 그래도 다행이네요.
준하 : (보면)
빨강 : (힘없이) 이젠 울 때 입은 막지 않아도 될 테니까요.
준하 : (마음이 아픈)
69. 씬. 강하의 사무실 (낮)
-준하, 문 열면, 비어 있는 사무실.
70. 씬. 재즈 바 (밤)
-준하, 들어와서 강하를 찾지만 보이지 않는다. 태규, 친구들과 앉아있는.
태규 : 스무 살도 넘은 인간들이 어떻게 모아놓은 돈 한 푼이 없냐?
친구1 : 그러는 너는?
태규 : 어디 돈 좀 꿀 데 없을까?
친구1 : 우리 같은 애들한테 돈 꿔줄 데가 어디 있겠냐?
준하 : (다가와서) 큰 삼촌 안 왔냐?
태규 : 아니. 안 왔는데.
71. 씬. 헬스클럽 (밤)
-준하, 들어오면. 강하, 뛰고 있는 모습이 보이고. 직원 앞을 지나가면.
준하 : 우리 형 언제 왔어요?
직원 : 한참 전에 오셨는데요. 오늘도 20킬로 뛰시려나 봐요.
준하 : .....
-시간 경과, 준하 서있으면, 강하, 런닝 머신에서 내려와서 움직이다가 준하를 보는.
강하 : (물을 마시는데)
준하 : (다가오는) 재판도 없었는데, 오늘은 왜 20킬로를 뛰었어?
강하 : (걸어가는)
72. 씬. 샤워실 (밤)
-강하, 샤워하고 있으면, 준하 옆에 와서 샤워기 틀고 서는.
준하 : 애기까지 있댄다. 형. 분유 먹는 애기까지 있다구.
강하 : .....
준하 : 다른 애들은 그렇다고 쳐. 하지만 애기야. 애기라구. 간난 애기까지 데리고 일주일 안에 나가라고 하는 건?
강하 : (준하 벽으로 밀어붙이는) 나서지마.
준하 : 애기가 있다잖아.
강하 : 네 애기야?
준하 : 형.
강하 : 네 애기 아니면 가만 있어. 동정심 아무데나 질질 흘리지 말고. (돌아서는데)
준하 : 형도 괴로운 거잖아? 그래서 미친 듯이 뛴 거잖냐구?
강하 : (돌아선 채로) 아니. 그냥 귀찮은 것뿐이야.
73. 씬. 거실 (밤)
-빨강, 남이 업고 커튼 달고 있는. 동생들 쭉 서있고.
주황 : (화가 나서) 어차피 쫓겨날 건데 그런 거 뭐하러 해?
빨강 : 인간성 나쁜 너희들 인간 만들려고 고아원에 안 집어넣는 나야.
나갈 때 나가더라도 인간성 나쁘다는 소리는 듣지 말아야 할 거 아냐.
주황 : (보다가, 다가와서) 내가 할게.
빨강 : 그럼 저쪽 거 달아.
-노랑, 초록, 파랑, 걸레 들고 청소하기 시작하는.
들어오는 태규. 치킨 봉투 들고.
태규 : 얘들아 치킨 사왔다. (하다가 빨강이 업고 있는 남이를 보고) 그 애긴 또 뭐야?
빨강 : 우리 막내, 이름은 남이야.
태규 : (화들짝 놀라서 다가오며) 또 있었구나, 엄마, 아빠가 진짜 많이 사랑하셨나보다.
빨강 : 그래, 많이 사랑하셨다.
태규 : 근데, 이러고 있으면 어떡해? 얼른 얼른 숨겨. 애기까지 있는 거 알면 큰삼촌 아예 돌아.
빨강 : 다 알아.
태규 : 다 알아? 어쩌다가, 어쩌다가 발견된 거야?
빨강 : 이럴 땐 발각이라고 하는 거야.
태규 : 어쩌다가 발각 됐어?
-강하, 준하 들어오는.
태규 : (호들갑스럽게) 삼촌들 이제와? 남이까지 있는 거 안다며? 이젠 진짜 사람 사는 집 같지 않아?
식구들이 많으니까 북짝북짝하고....
초록 : 북적인데.
태규 : 북적이고, 진짜 즐거운 우리집 같지 않냐구?
-강하, 2층으로 올라가고.
태규 : 큰 삼촌, 이게 진짜 사람 사는 집인거야.
준하 : (청소하는 아이들 보고) 너희들까지 이러지 않아도 돼.
파랑 : 우린 인간성 좋은 애들이에요.
74. 씬. 지하방 (밤)
-주황, 노랑, 초록, 파랑, 태규 앉아서 치킨 먹고 있는.
태규 : 내가 어떻게든 큰 삼촌 설명해볼 테니까.
주황 : 설득이겠죠.
태규 : 내가 미국에서 살다가 온지 2년 밖에 안 되서 아직 말이 좀 그래. 그래도 알아듣는 건 다 알아들어.
초록 : 미국 살다 오셨어요?
태규 : 어.
초록 : 그럼 해리 포터 만나봤어요?
태규 : 어, 아니, 걔가 막 돌아다니고 그런 스타일이 아닌가봐.
초록 : 못 만나봤구나.
태규 : 해리 포터 팬이야?
초록 : 네. 무지 좋아해요.
노랑 : 영화관 가서 본 영화는 그거 하나라서 저러는 거예요.
태규 : 왜 영화관을 한번 밖에 못 가봐?
노랑 : 우리 집이 좀 가난했거든요. 남이 온 기념으로 아빠가 다같이 데리고 가서 해리 포터 보여줬었어요.
태규 : 남이가 어디 갔다 왔는데?
주황 : 치킨들이나 먹어.
75. 씬. 식당 (밤)
-식탁 치우는 빨강, 남이 업고, 그 옆에 서있는 준하.
빨강 : 오늘은 진밥 된밥 제대로 했는데, 집에 와서 식사하지 그러셨어요.
준하 : 왜 그렇게 눈치가 없어요?
빨강 : (보면)
준하 : 애들 좀 눈에 안 띠게 해야 하는 거잖아요? 애들이 있어도 있는 거 같지 않구나 해야지,
형도 생각을 달리할지 모른다는 생각도 안 들어요?
빨강 : 자기가 뱉은 말 절대 번복 안하는 사람이잖아요.
준하 : 우리 형도 사람이에요. 괴로워 할 줄도 알고.....
빨강 : 5년 동안 쫓아다녔어요. 볼 때마다 진빨강입니다, 하고 외쳐댔구요. 그런데도 이름이 뭐냐구 묻는 사람이에요.
준하 : 그래도 5년 동안이나 정성을 쏟았잖아요? 그럼 어떻게 해야 저 사람 마음에 들지도 알거구.
빨강 : 아니요. 전 애초부터 가능성이 1퍼센트도 없었던 거예요. 애들 데리고 이 집에 숨어들면서, 변호사님께 품었던 마음
다 접고 들어왔어요. 그리고 며칠 지내보면서 왜 5년을 그런 미친 짓으로 낭비했을까 후회하게 됐구요.
태규E : 그런 거였어?
-준하, 빨강 돌아보면.
태규 : (낙담한 표정으로) 우리....큰 삼촌을 좋아했었던 거였어? (힘없이 돌아서서 걸어가는)
빨강 : (하던 일을 계속하고)
76. 씬. 강하의 방 (밤)
-강하, 책상 앞에 앉아있는데, 들어오는 준하.
강하 : 뭐야? 또?
준하 : 형, 별명 냉동 인간인 거 알지?
강하 : .....
준하 : 회식 자리에서 형 옆에 앉는 거 고욕으로 여기는 직원들도 있어.
강하 : .....
준하 : 그런 형을 5년이나 좋아했던 여자야. 동생들 때문에 그 마음까지 포기하고 이 집으로 들어왔대. 저 여자.
강하 :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냐?
준하 : 5년이야. 그럼 다섯 달이라도 여유를 줘야 하는 거 아냐? 형 같은 냉동 인간을 좋아해준 게 고마워서라도?
강하 : 그래서 더 안돼. 괜히 헛꿈을 꾸게 만들면 사는 걸 만만하게 여길 테니까. 저 여자한테 제일 나쁜 건 그걸 테니까.
77. 씬. 세탁실 (밤)
-세탁기 돌리고 있는 빨강. 남이 업고서. 태규, 들어와서 서는.
빨강 : 왜 안자구.
태규 : 내가 물러설게.
빨강 : (보고)
태규 : 난 자기가.... 아니, 누나가 운명의 상대인 거 같지만. 난 힘도 없고, 가진 것도 없고, 똑똑하지도 않고,
사람들한테 약하냐는 소리나 듣는 인간이니까. 물러날게.
빨강 : 내가 그동안 너하고 뭐라도 했냐? 헛소리 말고 어서 들어가서 자.
태규 : 우리 큰삼촌 5년이나 좋아했었다며?
빨강 : 눈에 뭐가 씌었을 때 일이야.
태규 : 우리 삼촌 여자 좋아해.
빨강 : (보면)
태규 : 오래 가질 못해서 그렇지, 오는 여자 싫어한 적은 없어.
빨강 : 근데?
태규 : 이 악물고 덤벼. 그럼 이 집에서 살 수 있는 길이 생길지도 모르잖아?
빨강 : 그런 거 생각할 여유 나한테는 없어. 남자 쫓아다니는 것도 믿는 구석이 있어야 하는 거야.
태규 : 믿는 구석이 뭐였는데?
빨강 : 울 엄마, 아빠, 정신 못 차린다고 두들겨 패줄 사람도 없는데, 이젠 정신 차리고 살아야 하잖아.
태규 : (마음이 아프고) 갈 데는 있는 거야?
빨강 : 길바닥.
78. 씬. 강하의 집 전경 (새벽)
79. 씬. 거실 (새벽)
-빨강, 남이를 업고 지하방에서 나오는. 2층에서 양복 차림으로 내려오는 강하.
빨강 : 벌써 출근 하세요?
강하 : (신발을 신는)
빨강 : 후라이라도 해드릴 테니까 드시고 출근하세요.
강하 : (나가는)
80. 씬. 헬스클럽 (새벽)
-강하, 런닝 머신 위에서 뛰고 있는.
81. 씬. 식당 (아침)
-빨강, 남이 업고 식탁을 차리고 있는. 태규, 준하 들어오는.
태규 : 큰삼촌은 아직 안내려왔어?
빨강 : 새벽에 출근하셨어. 변호사님 일찍 나가셔서 오늘은 진밥만 했어요. 반찬은 뭐 달라진 거 없지만요.
준하 : 애들 나와서 밥 먹으라고 하세요.
태규 : 그래, 누나. 큰 삼촌도 없는데 나와서 밥 먹으라고 해.
82. 씬. 지하방 (아침)
-빨강, 남이 업고, 동생들 들어오는.
초록 : 난 말은 좀 이상하게 하지만 태규 오빠 괜찮은 거 같아.
노랑 : 난 팀장 아저씨가 마음에 들어. 생긴 것도 제일 멋있고.
파랑 : 생긴 건 변호사 아저씨가 제일 나은 거 아냐?
주황 : 니들 지금 뭐하냐? 지금 누가 멋있는 게 무슨 상관인데? 아무리 어려도 그렇지 애들이 왜 이렇게 철이 없냐?
빨강 : 주황이 네가 낮엔 애들 밥, 국 덥혀 먹이고, 칼엔 절대 손대지 말고.
주황 : 알았어. 남이, 이리 줘.
빨강 : 데리고 출근할 거야. 머리 다쳐서 그런지 너무 힘이 없는 거 같아 병원에 가볼 거야.
주황 : 병원 갈 돈은 있어?
빨강 : 보건소에 가면 돼.
83. 씬. 회사 전경 (아침)
84. 씬. 화장실 (아침)
-은말에게 남이 안겨주는 빨강.
빨강 : 출근 도장만 찍고 바로 나올게요.
은말 : 알았어, 어서 가.
85. 씬. 사무실 (아침)
-팀장, 한 뭉치의 서류 빨강에 주는.
팀장 : 오늘 내로 이거 다 외워.
빨강 : 네?
팀장 : 계속 꼴찌로 살고 싶니?
-서류 보면서 줄긋고 외우고, 바쁜 빨강.
86. 씬. 회사 복도 (낮)
-빨강, 급하게 걸어오는데. 은말, 남이 안고 직원에게 야단맞고 있는.
맞은 편 복도로 걸어오는 강하, 그 뒤를 따라오는 재영.
재영 : 점심 나가서 안할래?
강하 : 회사에선 존댓말 써라.
재영 : 점심시간이잖아, 근무시간엔 존댓말 쓸게요. 됐죠?
-하는데 은말, 빨강 등이 눈에 들어오는.
직원 : (은말에게) 정년퇴직도 지났는데, 창업 때부터 근무하셨다는 것 때문에 회장님 특별 배려로 계속 근무를 하게 되셨으면
더 열심히 하셔야지. 애까지 데리고 나와서 이러시면 됩니까?
은말 : 죄송해요. 애는 있어도 일은 열심히...
직원 : 애를 데리고 무슨 일을 어떻게 열심히 하신다는 겁니까? 이런 식으로 하면 제 직권으로라도 퇴직시켜야 한다고
보고 할 수밖에 없다구요. 손주까지 데리고 일하러 나오는 양반을
빨강 : 할머니 손주 아니에요.
은말 : 빨강아.
빨강 : 제 동생이에요. 그 애기.
-재영, 다가오며.
재영 : 진빨강씨?
-돌아보는 빨강, 은말. 직원. 직원 재영에게 인사하고.
재영 : 동생을 데리고 출근했단 말이에요? 지금?
-그 모습을 보는 강하.
87. 씬. 사무실 (낮)
-남이, 안고 있는 빨강, 화가 나서 팀장과 얘기하는 재영.
재영 : 아무리 다른 직원들에게 경각심을 일으키는 교육적인 효과가 있다고 해도 이런 식의 근무 태도를 가진 직원을
계속 근무 시킨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오늘부로 퇴직 시키도록 하세요.
팀장 : 그렇지만....
재영 : 퇴직 시키세요. (돌아서서 걸어가는)
팀장 : 도대체 넌 무슨 생각으로 사는 앤 거니?
빨강 : .....
88. 씬. 회사 일각 (낮)
-은말, 빨강(남이 앞으로 안고), 진주 서있는.
은말 : 가서 손이 발이 되도록 빌어. 다시는 이런 일 없을 거라구.
진주 : 정재영 실장이 어떤 사람인 줄 몰라요? 면도칼이라고들 하는 사람인데.
은말 : 그렇다고 여기서도 쫓겨나면?
빨강 : (진주에게) 나, 퇴직금 좀 나올까?
진주 : .....너 차압 들어와 있잖아?
빨강 : (힘없이 돌아서서 걸어가는)
진주 : 어디가? 의논을 해봐야할 거 아냐?
빨강 : (걸어가는)
89. 씬. 강하의 사무실 (낮)
-강하, 책상 앞에 앉아있는, 들어오는 재영.
재영 : 점심 안 먹어?
강하 : 생각 없다.
재영 : 아까 점심 먹으러 가던 거 아니었어?
강하 : 먹기 싫어졌어.
재영 : 왜?
강하 : 내가 왜 그런 것까지 너한테 설명해야 되는데?
재영 : 나도 동생까지 데리고 출근한 이상한 여자 퇴직 시키고 와서 기분 그렇단 말이야. 나가자, 오빠. 나가서 맛있는 거 먹으면서
기분 전환 좀 하자구. (하는데 울리는 핸드폰) 네? (놀라고) 알았어요. 금방 갈게요. (전화 끊고) 할아버지 깨어나셨대.
90. 씬. 보건소 (낮)
-빨강, 의사에게 남이 진료 받고 있는.
의사 : 큰 이상은 없는 거 같습니다. 정밀 검사를 받고 싶으시면 병원으로 가셔야 할 거 같은데.
빨강 : 잘 울던 애가.....(하는데 울기 시작하는 남이, 미소 지으며) 우네요, 우리 남이.
91. 씬. 길 (낮)
-걸어오는 빨강. 편의점 앞에 꽂혀져 있는 정보지를 꺼내보는.
92. 씬. 병실 (낮)
-눈 뜨고 누워있는 정회장. 민경 옆에 서있고,
인구, 재영, 강하 들어오는.
인구 : 아버지 깨어나셨다구?
민경 : 응.
인구 : (다가들며) 아버지? 아버지? 저예요. 인구? 저 알아보시겠어요?
정회장 : 네.....형은 왜 안 오냐?
-모두 멍해지는.
정회장 : 인혁이 좀 오라고 해.
93. 씬. 길 (밤)
-빨강, 남이 안고 버스 정류장에 앉아 핸드폰 중. 손에는 정보지 들고.
빨강 : 오늘부터 일 할 수 있다는 거죠? 네, 네, 찾아갈 수 있을 거 같아요.
94. 씬. 지하방 (밤)
-동생들 앉아있고, 빨강, 남이 주황에게 안겨주는.
빨강 : 새벽에나 돌아올 거야.
주황 : 찜질방 청소 알바까지 하면서 회사는 어떻게 다니려구?
빨강 : 일주일, 아니 이젠 6일 밖에 없어. 여관비라도 마련하려면 뭐든 해야지. 남이 잘 보고 있어. 사고들 치지 말고.
95. 씬. 길 (밤)
-걸어가는 빨강. 뭔가 굳게 결심한 듯 입술을 깨물며.
96. 씬. 룸싸롱 대기실 정도 (밤)
-마담, 빨강 위 아래로 훑는.
마담 : 아마추어라도 너 하기에 따라선 금방 프로로 올라설 수 있어. 근데, 의상은 안 가져 왔니?
빨강 : .....
-가슴이 훤히 파진 드레스로 갈아입고 있는 빨강. 거울을 보면서 입술에 붉은 루즈를 바르는.
97. 씬. 룸싸롱 룸 (밤)
-손님들 셋 정도 앉아있고, 빨강, 여자 둘과 같이 들어서는.
여자 : 어머, 사장님, 너무 오랜만이시다.
-여자1,2 반색하며 남자들 옆으로 다가가 앉고.
손님1 : 쟨 뉴 페이슨데?
여자 : 인사드려.
빨강 : (고개 숙여 인사하고) 미미예요. 잘 부탁드립니다.
-그런 빨강의 모습에서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