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친분 있는 경찰 관계자와 차를 마시다 이상한 얘기를 듣게 됐다. 영적으로 맑은 그는 유독 영혼과 윤회에 관심이 많았는데 그날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는 일이라며 오래 전 방송된 바 있는 경찰 괴담을 시작했다.
십여 년 전 경기도 외곽의 한 파출소. 그곳에는 오래 전부터 귀신이 나타난다는 괴담이 돌고 있었다. 특히 새로 부임한 소장은 반드시 귀신을 본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였다. 신임 소장은 몇 번이나 귀신을 봤지만 차마 다른 경찰들에게 말할 수 없었다. 귀신을 보고 놀랐다는 말은 왠지 경찰답지 못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결국 오랫동안 파출소에 근무한 다른 경찰들을 불러 귀신 괴담의 정체를 물었다.
그러자 경찰들은 가장 최근에 귀신을 목격했다는 의경을 불렀다. 20대 초반의 의경은 그날 야간 근무를 서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차가운 공기가 얼굴에 와 닿았다. 이상한 느낌에 고개를 들어 창밖을 내다보니 하얀 소복을 입은 여자가 자기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게 아닌가. "누구야"라고 하자 여인은 마치 따라오라는 듯 몸을 돌려 스르륵 이동하기 시작했다.
순간 의경은 급히 의자를 박차고 뛰어나가 여인을 쫓아갔다. 여인은 마치 미끄러지듯 몇 발자국을 걸어가더니 파출소 건물 밑 땅 속으로 사라졌다. 너무 놀란 의경은 몸을 부들부들 떨며 그녀가 사라진 땅바닥을 발로 툭툭 건드렸다. 보통 콘크리트 바닥이었다. 공포에 떨며 샅샅이 살폈지만 도저히 사람이 들어갈 만한 공간이나 구멍은 없었다. 그제서야 한 밤의 소복 입은 여인의 정체를 알고는 그대로 기절하고 말았다.
과연 그 파출소에 근무한 경찰들은 다 봤다는 하얀 소복 입은 여인 영가는 누구일까. 어느 날이었다. 파출소에 느닷없이 40대 남성이 찾아왔다. 무슨 일로 오셨냐고 묻자 그는 머리를 긁적이며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꿈속에서 하얀 소복을 입은 아주머니가 저보고 이 파출소로 오라고 했습니다"라고 했다.
며칠 뒤, 파출소 사람들은 모두 건물 앞에 모였다. 그날은 파출소가 생긴지 50년이 되어 새 건물을 짓기 위해 기존의 건물을 철거하게 됐다. 건물을 모두 헐고 땅 밑을 파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인부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달려가 보니 그 자리에 여자의 유골이 있는 게 아닌가.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그 동네에서 오래 살던 주민에게 물어보니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현재 파출소가 있던 자리에는 아주 오래 전 가난한 여인의 토굴이 있었다. 그녀는 마을 사람들에게 동냥을 해 어린 아들을 먹여 살렸는데 언제부터인가 깊은 병에 걸려 거동을 못하게 됐다. 어린 아들은 배고픔에 마을로 내려가 먹을 것을 동냥하다 길을 잃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했고 어머니는 그런 아들을 기다리며 토굴에서 외로이 눈을 감았다. 여인의 시신을 발견한 마을 주민들은 토굴에 흙을 덮어 여인을 묻었고 세월이 흘러 그 자리에 파출소가 들어서게 된 것이다.
"그럼 그날 꿈속의 여자가 이곳으로 오라고 해서 찾아왔던 40대 남자가 혹시 하얀 소복 입은 영가의 아들이 아닐까?" 그날 남자가 남긴 연락처로 연락을 해봤지만 그는 자기가 어디서 태어난 누구인지, 또 어머니가 누구인지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파출소 사람들은 건물 밑에서 발견된 여자의 유골을 정중히 이장해 양지바른 곳에 잘 묻어줬다. 이후 새로 들어선 파출소에서는 어느 누구도 하얀 소복 입은 여자 영가를 봤다는 사람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