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배임[배임죄에서의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해당 여부에 관한 사건]
[대법원, 2018도14365, 2021. 6. 24.]
【판시사항】
지입차주가 자신이 실질적으로 소유하거나 처분권한을 가지는 자동차에 관하여 지입회사와 지입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지입회사에 그 자동차의 소유권등록 명의를 신탁하고 운송사업용 자동차로서 등록 및 그 유지 관련 사무의 대행을 위임한 경우, 지입회사 운영자가 지입차주와의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이른바 지입제는 자동차운송사업면허 등을 가진 운송사업자와 실질적으로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는 차주 간의 계약으로 외부적으로는 자동차를 운송사업자 명의로 등록하여 운송사업자에게 귀속시키고 내부적으로는 각 차주들이 독립된 관리 및 계산으로 영업을 하며 운송사업자에 대하여는 지입료를 지불하는 운송사업형태를 말한다. 따라서 지입차주가 자신이 실질적으로 소유하거나 처분권한을 가지는 자동차에 관하여 지입회사와 지입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지입회사에 그 자동차의 소유권등록 명의를 신탁하고 운송사업용 자동차로서 등록 및 그 유지 관련 사무의 대행을 위임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지입회사 측이 지입차주의 실질적 재산인 지입차량에 관한 재산상 사무를 일정한 권한을 가지고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서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ㆍ본질적 내용이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그들 사이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는 데에 있으므로, 지입회사 운영자는 지입차주와의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
【참조조문】
형법 제355조 제2항, 제356조
【참조판례】
대법원 2003. 9. 2. 선고 2003도3073 판결(공2003하, 1989), 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9도5302 판결(공2009하, 1808)
【전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법무법인 도담 담당변호사 박병언
【원심판결】
서울동부지법 2018. 8. 23. 선고 2018노332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소사실의 요지 및 원심의 판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공소외 주식회사 등 운송회사의 대표이사로서 지입차주인 피해자들과의 지입계약에 따라 지입차량을 온전하게 관리할 임무가 있었음에도, 2015. 1. 14.경부터 2015. 11. 24.경까지 원심 판시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총 3회에 걸쳐 피해자들의 동의 없이 피해자들의 지입차량인 이 사건 각 버스에 관하여 임의로 이 사건 각 저당권을 설정하고 합계 1억 800만 원의 대출을 받아 재산상 이익을 얻고, 피해자들에게 같은 금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는 것이다.
나.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로 판단하였다.
1) 여객자동차의 지입차주와 여객자동차 운송사업자인 지입회사 사이에 지입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여객자동차의 대내적ㆍ대외적 소유권은 지입회사에 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지입회사 대표이사가 지입차량에 관하여 처분행위를 하였다고 하여 지입차주에 대한 관계에서 곧바로 형사책임을 부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2) 다만 지입회사와 지입차주가 지입계약을 체결하면서 지입차량의 소유권을 지입차주에게 유보하기로 약정하였다거나, 지입회사가 지입차량에 관하여 매매 또는 저당권 설정 등의 처분행위를 하지 않기로 약정하였다거나, 지입계약 기간이 종료되거나 지입계약의 해지사유가 발생하여 지입회사가 지입차주에게 지입차량을 반환해야 할 구체적인 의무가 발생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지입회사의 대표이사가 지입차량에 관하여 처분행위를 하였다면 지입차주에 대한 관계에서 형사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
3) 지입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아 지입계약의 구체적 내용을 알 수 없는 이 사건에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러한 특별한 사정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므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
2. 대법원의 판단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가. 1)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사무의 주체인 타인에게 손해를 가할 때 성립하는 것이므로 그 범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하려면,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타인을 위하여 대행하는 경우와 같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ㆍ본질적 내용이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그들 사이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는 데에 있어야 한다. 이익대립관계에 있는 통상의 계약관계에서 채무자의 성실한 급부이행에 의해 상대방이 계약상 권리의 만족 내지 채권의 실현이라는 이익을 얻게 되는 관계에 있다거나, 계약을 이행함에 있어 상대방을 보호하거나 배려할 부수적인 의무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채무자를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할 수 없고, 위임 등과 같이 계약의 전형적ㆍ본질적인 급부의 내용이 상대방의 재산상 사무를 일정한 권한을 가지고 맡아 처리하는 경우에 해당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9도1477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2) 이른바 지입제는 자동차운송사업면허 등을 가진 운송사업자와 실질적으로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는 차주 간의 계약으로 외부적으로는 자동차를 운송사업자 명의로 등록하여 운송사업자에게 귀속시키고 내부적으로는 각 차주들이 독립된 관리 및 계산으로 영업을 하며 운송사업자에 대하여는 지입료를 지불하는 운송사업형태를 말한다(대법원 2003. 9. 2. 선고 2003도3073 판결, 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9도5302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지입차주가 자신이 실질적으로 소유하거나 처분권한을 가지는 자동차에 관하여 지입회사와 지입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지입회사에 그 자동차의 소유권등록 명의를 신탁하고 운송사업용 자동차로서 등록 및 그 유지 관련 사무의 대행을 위임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지입회사 측이 지입차주의 실질적 재산인 지입차량에 관한 재산상 사무를 일정한 권한을 가지고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서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ㆍ본질적 내용이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그들 사이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는 데에 있으므로, 지입회사 운영자는 지입차주와의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
나.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피해자들은 2013년, 2014년경 각자 매수대금을 전액 부담하여 이 사건 각 버스를 매수한 후 피고인과 사이에 이 사건 각 버스를 피고인이 운영하는 운송회사로 지입하고 피고인에게 지입료를 지급하기로 구두 약정하였다.
2) 이에 따라 피고인은 2013. 1. 21.경부터 2014. 6. 27.경까지 사이에 이 사건 각 버스를 자신이 운영하는 운송회사 명의로 각 등록하였다.
3) 피해자들은 피고인에게 이 사건 각 버스에 관한 지입료 명목으로 차량 1대당 매월 20만 원을 지급하였고, 피고인은 자신이 운영하는 운송회사 명의로 이 사건 각 버스의 등록을 유지하면서 과태료, 세금, 보험료 등이 부과되면 이를 피해자들에게 통보한 다음 피해자들로부터 지급받아 대신 납부하는 등의 사무를 처리하였다.
4) 피해자들은 피고인으로부터 차량의 배차나 운행지시 등을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이 사건 각 버스를 운행ㆍ관리하면서 각자 운송사업을 영위하였다.
5) 그러던 중 피고인은 2015. 1. 14.경부터 2015. 11. 24.경까지 원심 판시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총 3회에 걸쳐 피해자들의 동의 없이 이 사건 각 버스에 관하여 임의로 이 사건 각 저당권을 설정하였다.
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해자들과 피고인 사이에 지입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피해자들은 자신들이 실질적으로 소유한 이 사건 각 버스에 관하여 피고인의 지입회사에 소유권등록 명의를 신탁하고 운송사업용 자동차로서 등록 및 그 유지 관련 사무의 대행을 위임하는 내용의 지입계약을 체결하였다고 충분히 인정된다. 따라서 피고인과 피해자들이 체결한 지입계약의 전형적ㆍ본질적 급부의 내용이 지입차주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의 대행에 있다고 인정되므로, 지입회사 운영자인 피고인은 지입차주인 피해자들과의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할 것이고, 지입계약의 이행을 위하여 지입차량의 법률상 소유권이 지입회사에 신탁된다는 사정은 이를 부정할 만한 근거가 될 수 없다. 나아가 일반적인 지입계약의 기본적 내용에 비추어 당사자 사이에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지입회사 운영자는 지입차주의 실질적 재산인 지입차량을 임의로 처분하지 아니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이 피해자들의 동의 없이 이 사건 각 버스에 관하여 임의로 이 사건 각 저당권을 설정함으로써 피해자들에게 재산상 손해를 가한 것은 배임죄를 구성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라. 그럼에도 원심이 앞서 본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무죄로 판단한 데에는, 배임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동원(재판장) 조재연(주심) 민유숙 천대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