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 소리꾼> 조정래 감독, 판소리영화, 한국, 119분, 2022년
2020년 코로나 기간 영화 <소리꾼>이 개봉되었다.
그리고 2년 뒤 <소리꾼> 제작 배경이 담겼다 북한과의 합작영화의 기획과정에
북을 방문해 북한의 산하를 촬영한 엔딩장면을 추가하여 감독판 <광대: 소리꾼>을 만들었다.
실제 심전가의 배경이 황해도 해주의 산하와 금강산 묘향산 들이 촬영되어 있었다.
마량미항영화제의 모더레이터를 밭으며 조정래 감독의 전작품을 찾아보았다.
이 영화도 물론 보았다. 하지만 극장에서 영화를 보니 집에서 모니터로 볼 때와 완전히 다르게 다가왔다.
특히 판소리장면이 그런데, 청이의 '닭아 우지마라'나, 심봉사의 눈뜨는 장면은 판소리의 놀라운 전달력과 힘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배우도 오장육부를 쥐어짜듯 노래하는 배우의 한과 슬픔이 전달되어 관객들도 훌쩍이게 만들었다.
그런가하면 대봉(박철민 배우)을 중심으로 한 해학과 재담에도 관객들은 잘 반응했다. 지역의 어르신들이 특히 그랬다.
티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공양미가 중의 이야기로는 500석이었는데 심청이 노래할 때는 300석이라든가,
대화에서 상황과 맥락에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들이 보였다. 인물의 성격과 상황에서 좀더 자연스럽게 들렸으면 좋았겠지만,
감독의 의도를 나타내기 위한 말로 느껴지기도 했다. 대본작업을 할 때 고려할 부분이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영화를 세번째 보면서 발견한 것은 극장에서 볼 때 감독의 의도는 민초들의 흥과 한이 더 리얼하게 전달되었다는 점이다.
특히 심학규는 고수이기도 한 감독의 예술관을 투영한 인물이다.
감독이 판소리와 우리의 전통문화 양식에 주목한 이유는 93년 영화 <서편제>를 보고였다고 한다.
그러니 이 영화는 <서편제>에 대한 30여년 뒤의 오마주인 셈이다.
감독은 영화를 통해 판소리의 탄생과 전파방식, 그리고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이것은 영화라는 장르와 예술이기도 하다.
우선 영조 10년 자매조직과 관료들의 부패로 피박받는 민중이 있다.
장터의 소리꾼이 학규는 아내를 잃고 아내를 찾아다니며, 심청가의 이야기를 노래로 부르고,
이 노래는 불순한 노래로 관의 지목을 받게 된다. 결국 목숨을 건 마지막 노래 완창으로 마무리 되고,
암행어사 출두로 탐관오래와 자매조직은 와해된다. 예술을 통해 민중의 고통에 공감하고, 혁명적으로 일으키는 모습을 감독을 보여주고 있다. 그것을 위해 전반부의 심청가는 춘향가와 만나야 했다.
한편 심청가의 심청이 연기가 훌륭했는데, 심청이가 임당수에 빠져 깊은 바다에 가라앉을 때 황금연꽃이 심청이를 받아
자식을 잃은 왕과 왕비에게 발견되는 모티브는 예수의 죽음과 부활과 오버랩된다.
연꽃은 어미 간난이의 사랑으로 수놓여져 심청이의 복주머니가 되고, 향이의 댕기가 된다.
고난과 죽음조차 넘어서게 하는 사랑의 힘을 상징한다. 그런 심청가 이제 예언을 실현하는 촉매가 된다.
바로 심봉사 눈뜨는 장면이다. 사실 이것은 예언의 실현이지만 심청이 없었다면 가능할까?
심청의 지고지순한 사랑과 희생의 결과 심봉사는 눈을 뜬다.
하지만 장님 심봉사는 육신의 장님보다 딸을 죽게 했다는 마음의 어둠이 더 극심했다.
그렇게 심봉사가 눈을 뜨는 순간 민중도 눈을 뜬다. 세상의 어둠 대신 밝음을 보도록. 민중의 반란적 각성이 가능해지기도 한다.
감독의 심봉사는 그래서 감독이기도 하지만, 민중이기도 하다.
상영 전 감독은 고수답게 '얼씨구, 잘 한다. 좋다'를 관객들과 함께 외쳤다.
뒷풀이 장에서도 북을 잡고 강진의 소리신동인 신유진 학생과 신명나게 한판 놀았다.
얼마나 열정적이고 순수한 사람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