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경기도는 재정적자로 인해 경기영어마을 안산캠프를 개원한지 8년 만에 폐원하기로 했다. 안산캠프는 지방자치단체가 2004년에 설립한 국내 1호 영어마을이다. 그러나 개원 첫해 118억원 적자를 시작으로 매년 수십억 원씩 손실이 발생했고, 2008년 민간위탁으로 전환했으나, 그동안의 적자를 메우기 어려워지자 결국 폐원을 결정한 것이다.
영어마을은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고, 영어사교육비 부담축소와 해외어학연수 대체 기능을 수행하고자 조성한 사업이다. 그러나 그동안 지자체가 교육수요, 재정여건, 지역 인프라 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경쟁적으로 시설을 조성한 결과, 계속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더욱이 학생들의 영어교육 효과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어서, 개선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1995년 민선 지방자치단체장이 선출되면서 본격적인 지방자치시대를 맞아, 많은 지자체가 지역경쟁력을 높이
고자 각종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영어마을 사업과 같이 한 자치단체가 추진한 사업이 인기를 끌면, 다른 지자체가 벤치마킹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지역의 현황과 능력 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서, 무작정 사업을 모방할 경우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이 글에서는 지방자치단체가 설립한 영어마을 조성현황과 운영성과를 진단하고, 향후 개선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전국 영어마을 조성 현황
지자체가 설립한 영어마을의 조성 및 운영 등과 관련한 명확한 법적 근거는 없다. ‘지방자치법’ 제144조에서는 주민의 복지를 증진하기 위하여 공공시설을 설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지역특화발전특구에 대한 규제특례법’ 제12조에서는 외국어교육특구 등을 설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이 같은 법적 근거에 기반하여 지자체는 ‘영어마을 설립 및 운영 지원 조례’ 등 자치법규를 제정하여 운영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이러한 영어마을은 2011년 기준으로 전국에 총 22개소가 설치되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를 광역자치단체별로 살펴보면, 10개소가 설치된 경기도가 가장 많고, 그 다음이 3개소가 설치된 서울이었다. 그 밖에 부산·인천·경남에 각각 2개소가, 대구·충남·전북에 각각 1개소가 설치되었다. 광주를 비롯한 8개 광역자치단체에는 영어마을이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이러한 지역별 편중현상에는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 영어교육 수요가 집중되어 있으며, 이를 의식한 일부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선거에서 영어마을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영어마을 운영실태
2011년 기준으로 전국 22개소 영어마을 가운데 수입에서 비용을 공제한 수익액이 적자인 곳은 <표 1>에서 볼 수 있듯이 서울영어마을 관악캠프 등 10개소다. 해당 지자체의 예산을 지원받아 운영되는 천안 외국어교육원, 거제시 영어마을, 창녕 영어마을 등 3개소를 제외하면, 자체적으로 운영되는 19개소 가운데 절반 이상이 적자 영어마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10개소의 적자 영어마을 가운데서는, 최근 3~4년간 지속적으로 적자에 시달려온 곳도 상당수 존재한다. 대구경북 영어마을과 인천 영어마을, 해피수원 영어마을, 하남시 영어마을, 군포 국제교육센터 등 5곳의 영어마을은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간 운영실적이 모두 적자였다.
또한 2011년 가장 큰 적자(약 19억 원)를 낸 경기 파주캠프의 경우 4년 연속 적자운영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편,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총 4년간 영어마을을 이용한 인원을 모두 합하면 약 158만 명에 이르고 있다. 연간 이용실적을 살펴보면, 2008년 약 18만 명이었던 것이, 2009년 33.5만 명, 2010년 48만 명, 2011년 58.5만 명으로 4년 동안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용실적을 영어마을별로 살펴보면, <표 2>에서 볼 수 있듯이 조사 기간 동안 가장 많은 방문자를 기록한 곳은 경기영어마을 파주캠프로, 최근 4년간 약 49만 명이 찾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 방문자가 많은 곳은 경기영어마을 양평캠프가 약 15만 명, 서울영어마을 수유캠프가 13.7만 명 등으로 조사되었다.
이용인원만을 기준으로 할 경우 경기영어마을 파주캠프가 가장 실적이 좋은 영어마을이라고 할 수 있으나, 수익액으로 따져보면 파주캠프는 가장 적자폭이 큰 곳이다. 또한 최근 폐원을 결정한 경기영어마을 안산캠프는 조사 대상 영어마을 가운데 최근 4년간 이용인원이 여섯 번째로 많은 곳이었다. 이상을 종합하여 볼 때, 영어마을의 이용인원과 재정성과가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원인으로는 일일체험위주의 저수익 프로그램 운영, 영어교육의 공공성을 고려한 저가 요금 책정 등 다양한 요인을 들 수 있다. 따라서 향후 영어마을의 성과에 대한 점검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용실적 향상에도 불구하고 경기영어마을 안산캠프와 같이 폐원하는 영어마을이 증가할 우려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영어마을의 개선과제
영어마을의 효율적 운영을 위한 과제로는 다음과 같은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다.
첫째, 교육과학기술부와 교육청은 영어마을과 학교내 영어체험학습센터 등 각종 영어학습센터의 조성실태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전국 단위의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수도권 등 일부 지역에서 영어마을(지자체 주관)과 학교 내 영어체험학습센터(교육과학기술부· 교육청 주관) 조성사업이 중복 추진되어 과잉투자란 지적이 있었다. 지자체가 지역실정에 맞게 영어마을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지역별로 과잉투자 및 편중 현상을 미리 방지할 수 있도록 계획을 마련하는 것은 필요하다.
둘째, 향후 지자체가 대규모 영어마을을 조성할 경우 설립 타당성에 대한 심층적 심사가 요구된다. 현행 ‘지방재정법’과 이 법의 시행령에 따르면, 지자체는 대규모 신규 투·융자사업에 대해서는 사업의 필요성 및 타당성에 대한 조사를 실시해야 하지만, 시·군·구의 경우 50억 원 미만, 시·도의 경우 300억 원 미만의 사업에 대해서는 지자체의 자체 심사에 그치고 있다. 영어마을 사업은 지방자치단체의 자체사무인 만큼, 중앙정부가 운영과정을 일일이 통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지만, 최소한 설립 타당성을 검토하는 단계에서 교육과학기술부와 지자체 간에 협의·조정 절차를 마련하는 방안이 고려될 수 있다.
셋째, 지자체 스스로가 지역내 영어마을에 대한 체계적인 조직 및 경영진단을 실시하여, 수익성이 없는 시설 등에 대해서는 과감히 폐지하거나 혹은 인근 지역과 통폐합 하는 등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또한 현재 영어마을의 저렴한 교육비로 매년 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적정한 교육비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 다만, 영어마을은 해외연수를 갈 수 없는 학생들에게 질 좋은 영어교육을 제공하려는 공익사업의 측면이 강하다는 점을 고려하여, 농·어촌 및 저소득층 자녀들의 경우 우선적으로 국가에서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의 보완책이 요구된다. 이와 더불어 중앙정부가 해당 사업을 평가하여 운영성과가 높은 곳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도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영어마을 이용객을 늘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활용 가능한 우수 영어교육 프로그램의 개발 노력과 더불어 이용객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전략들이 마련되어야 한다. 한 예로써, 영진전문대학의 대구경북영어마을은 교육을 원하는 단체에 맞춤 교재와 체험프로그램을 마련해 맞춤식 영어캠프를 열어 참가자 수를 늘려 왔다. 부산글로벌빌리지의 경우 부산시와 시교육청이 공동 협조체제를 구축하여, 학기 중 공교육의 일환으로 영어교육을 받도록 하여 시설 이용률을 계속 높여왔다. 그리고 정부뿐만 아니라 해당 지역내 인근 대학이나 영어학원 등과 연계·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외국의 경우 상당수의 언어마을이 대학이나 어학원 등 해당 지역의 시설들과 결연을 맺어 다양한 지원을 제공받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영어마을뿐만 아니라 지자체의 다른 벤치마킹 사업에도 적용된다. 다른 지자체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할 경우에는 철저한 계획수립, 자료수집·분석, 그리고 집행 이후 환류를 통해 지역특색에 맞는 정책개발 노력이 있어야 하겠다.
첫댓글 유익한 정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