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쓰모토 세이초
{ 松本 清張 }
점과 선
정리 김광한
책소개
일본 사회파 미스터리의 거장 마쓰모토 세이초의 소설 『점과 선』. ‘북스피어’와 ‘모비딕’ 두 출판사가 함께 선보이는 「세이초 월드」 시리즈의 하나로, 마쓰모토 세이초의 진면목을 알리기 위해 그가 쓴 다양한 픽션과 논픽션을 함께 소개한다. 사회파 추리소설의 걸작으로 꼽히는 『점과 선』은 마쓰모토 세이초의 첫 장편소설이다. 도쿄 역 15번 플랫폼. 요정 종업원 오토키가 부정부패 사건으로 이름이 거론된 중앙 관청의 과장대리 사야마 겐이치와 함께 하카타행 침대 특급에 오르는 모습이 동료에게 목격된다. 6일 뒤, 동반 자살을 한 것으로 보이는 오토키와 사야마의 사체가 후쿠오카 가시이 해안에서 발견된다. 그러나 후쿠오카 경찰서의 베테랑 형사 도리카이 준타로와 부정부패 사건을 조사하던 경시청의 미하라 기이치 경위는 사건에 의문을 가지는데….
마쓰모토 세이초 소설가
사회파 미스터리의 거장. 트릭이나 범죄 자체에 매달리기보다는 범죄의 사회적 동기를 드러내서 인간성의 문제를 파고드는 ‘사회파 추리소설’의 붐을 일으킨 마쓰모토 세이초는, 오늘날 일본 미스터리 소설 작가들의 문학적 뿌리이자 영원한 스승으로 존경받고 있다. 41세 늦은 나이로 데뷔해서 숨을 거둔 82세까지 그는 “내용은 시대를 반영하고, 사상의 빛을 받아 변모해간다”는 신념을 지니고 전력투구의 필치로 천여 편의 작품을 남겼다. 1909년 기타큐슈의 작은 도시 고쿠라에서 태어난 세이초는, 40세가 될 때까지 작가가 될 어떠한 희망도 보이지 않을 만큼 궁핍한 환경에서 열악한 세월을 보냈다.
작가 마쓰모토 세이초의 역사는 1950년부터 마침내 극적으로 펼쳐졌다. 〈주간 아사히〉 공모전에 그의 데뷔작 『 사이고사쓰 』가 당선되었고, 이후 비록 재능은 있지만 고단한 인생을 보낼 수밖에 없는 비극적인 주인공을 그린『 어느 〈고쿠라 일기〉 전 』으로, 대중적 인기를 반영하는 나오키 상에 후보로 올랐다가 도리어 아쿠타가와 상에 당선되는 행운을 거머쥔다. 대중문학과 순문학의 경계가 무너지는 실로 파천황 같은 대반전이었다. 이후 전업작가로 나선 세이초는 창작력에 불이 붙으면서 “공부하면서 쓰고, 쓰면서 공부한다”는 각오를 실천하기 시작했다. 1955년에 발표한 『 잠복 』부터 장편소설 『 점과 선』 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고, 연이어 제로의 초점 『 눈동자의 벽』 ,『 모래그릇』 등을 내면서 세이초는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부동의 지위를 쌓는다. 그는 마치 중년에 데뷔한 한을 풀기 위해 일분일초도 헛되이 낭비하지 않으려는 사람처럼, 그의 모든 생애를 창작활동에 쏟아 부었다. 작가 생활 40년 동안에 쓴 장편이 약 100편이고, 중단편 등을 포함한 편수로는 거의 1,000편, 단행본으로는 700여 권에 이른다. 많이 썼다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엄청난 양이다.
소설가로 자리를 잡자마자, 세이초가 다음으로 파고든 것은 논픽션이었다. 1961년 51세에 문제작 『 일본의 검은 안개 』를 발표해서 일본 사회를 뒤흔들었다. 이때부터 일본에서는 사회나 조직의 불투명한 비리를 표현할 때 ‘검은 안개’라는 말이 대유행처럼 쓰였다. 이어서 1964년부터 7년간에 걸쳐 집필한 『 쇼와사 발굴 』은 그의 작품 가운데 혼신의 대작이라고 할 만한 것이다. 끊임없는 자기공부와 불굴의 정신력으로 자신을 채찍질했던 세이초였기 때문에 픽션, 논픽션, 평전, 고대사, 현대사 등으로 창작 세계를 무한히 확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세이초는 평생 온갖 규범을 넘어선 작가였고, 전쟁과 조직과 권력에 반대한 사람이었다. 그로 인해 문단과 학계에서는 한 번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1976년부터 실시한 전국 독서 여론조사(마이니치 신문 주최)에서 10년 동안 ‘좋아하는 작가’ 1위에 선정되면서 명실상부하게 국민작가의 지위를 얻었지만, 관에서 받은 훈장은 평생 동안 단 하나도 없었다.
『점과 선』 신화의 시작
『점과 선』은 마쓰모토 세이초의 첫 장편 소설로, 1957년 2월부터 1958년 1월까지 잡지 『여행』에 연재되었다. 같은 시기에 다른 잡지에 연재한 『눈동자의 벽』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던 것에 비해 『점과 선』은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세이초는 실망을 금치 못했지만, 연재가 끝난 지 한 달 뒤인 1958년 2월에 고분샤에서 단행본으로 간행되자 ‘도쿄 역 13번 플랫폼의 숨겨진 4분간’ 등이 화제를 낳으며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점과 선』 붐이 일어났다. 이것은 마침 이 연재를 애독하고 있던 고분샤의 편집자 마쓰모토 교코가 『점과 선』의 단행본화를 윗선에 강력하게 주장한 결과였다. 그녀는 설득에 설득을 거듭해서 『점과 선』을 단행본으로 출간했고, 1958년, 세기의 베스트셀러는 이렇게 탄생했다.
작가의 분출하는 창작열이 낳은 걸작
기타규슈의 고쿠라에서 상경한 지 4년째 되는 해이자, 전해에 아사히신문을 퇴사하고 전업 작가가 된 마쓰모토 세이초에게 1957년은 각별한 해였다. 그는 이 해에만 『점과 선』, 『눈동자의 벽』 그리고 『무숙인별장』이라는 세 편의 장편 추리소설을 연재했고, 이십 편 이상의 단편을 썼다. 「지방신문을 구독하는 여자」, 「귀축」, 「일 년 반만 기다려」, 「수사권 외의 조건」, 「카르네아데스의 널」, 「하얀 어둠」 등의 명작 단편들이 이때 탄생한 작품들이다.
따라서 훗날 사회파 추리소설이라 불리게 되는 새로운 장르는 실질적으로 1957년도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선두를 장식하는 수작은 다름 아닌 『점과 선』이다. 이처럼 짧은 기간 동안 수준 높은 작품들을 다작한 결과, 작가 생활 초기에 그에게 붙었던 ‘역사소설가’라는 칭호는 자연히 ‘추리작가’라는 칭호로 바뀌었고, 마쓰모토 세이초는 단숨에 추리작가로서 명성을 쌓을 수 있었다.
사회파 추리소설의 바이블이 된 『점과 선』
『점과 선』이 추리소설 붐을 일으킨 것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추리소설에 빠질 수 없는 참신한 트릭. 책의 초반에 나오는 도쿄 역의 ‘4분간’을 이용한 트릭은 작가가 통근 중에 힌트를 얻은 것이다. 철도 시간표를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시간표 트릭은 인구에 크게 회자되었다.
다른 또 하나는 내용이 가진 사회성이다. 『점과 선』에서는 사회 구조가 만든 구조적 모순에 휘말려들어 부정부패 사건에 연루되는 개인의 비극과, 그 동기를 밝혀나가는 과정을 설득력 있고 현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물론 이 추리소설 붐은, 전후의 혼란이 일단락되고 일본 경제가 점점 좋아지면서 사람들 사이에서 일었던 여행 붐과, 이 붐에 편승해 손쉽게 읽을 수 있는 읽을거리인 추리소설을 잡지의 전면에 배치한 출판 저널리즘의 영향도 컸다. 그러나 가장 주효했던 것은 그의 작품들에 고도성장 이전의 서민 생활과 사회의 모습이 여실히 드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