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양산업 진양폴리 한국쉘석유 삼화페인트 동양고속…
종합주가지수가 2000포인트대로 올라서긴 했지만 더 이상 상승세를 잇지 못하고 있다. 1900~2050포인트 박스권에 갇혀 버렸다. 투자할 데도 마땅치 않다. 자동차, 화학, 정유기업의 주가는 종합주가지수 2000포인트에 어울리지 않을 만큼 침체돼 버렸다. 폭락하지 않았으면 다행일 만큼 개미들의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가는 상황이다.
설상가상 지난 3월 8일, 한국은행이 또다시 기준금리를 3.25%로 묶었다. 아홉 달째 저금리가 계속되면서 은행의 예·적금이 투자처로 매력적이던 시대는 저물었다. 특정 기업 주가나 각종 지수 등을 기초로, 이들의 변동폭에 의해 수익률이 결정되는 ELS(주가연계증권) 등 ‘파생상품들’ 역시 투자처로 믿기에는 그동안 너무 사고(?)가 많았다.
이때 한번쯤 관심을 가질 만한 투자가 ‘배당주’ 투자다. 과거 배당주 투자는 기업 결산이 임박한 12월에 집중됐었다. 배당주에 관심이 없던 한국 시장에서 12월이 되면 어김없이 ‘배당 기대감’ 이슈가 만들어지며 고배당 주식들의 주가 상승이 이어졌다. 12월에 배당주를 사도, 주가 상승과 배당수익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2~3년 사이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이 운용하는 펀드들이 안정적 배당수익이 보장된 고배당 주식 매수량을 늘리며, 고배당 주식의 유통량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고배당 주식 유통량이 급격히 줄면서 12월이 되기 전 이미 고배당주의 주가가 상승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자칫 과거처럼 12월에 배당주 투자에 나섰다간 ‘상투(주가가 꼭지에 도달한 시점)’를 잡아, 배당 이후 배당락(배당금에 상응하는 주가 하락)으로 인한 손실을 볼 수도 있다.
이로 인해 최근에는 외국인과 펀드들을 중심으로 배당금이 실제로 계좌로 들어오는 시점인 4~6월부터 고배당주에 투자하는 ‘선매입 투자’가 확산되고 있다. 또 대부분 12월이 결산인 제조업과 달리 2000년대 중반 이후 3월 결산이 많은 금융사들의 배당이 늘고, 기업들이 3~9월 사이에 수시로 중간 배당을 확대하며 4월부터 배당주를 ‘선매입’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배당의 매력
‘배당’에 투자하는 매력은 안정성에 있다. ‘주가’는 기업의 성과에 더해 기대감, 정부정책, 시장상황이 뒤섞여 끊임없이 오르락내리락한다. 사는 순간부터 ‘오를지 내릴지’ 늘 조마조마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배당’은 이런 조마조마한 투자와는 거리가 멀다. 주식을 사고파는 불특정 다수에 의해 결정되는 주가와 달리 ‘기업의 성과’라는 단 한 요인만으로 ‘수익률’이 결정된다. 기업이 이익을 많이 내 당기순이익 규모가 커지고 회사에 쌓인 돈(이익잉여금)이 많으면 배당금 규모가 커지는 게 일반적이다. 즉 기업의 1년 성과로 배당 규모를 꼽을 수 있을 만큼 예측 가능한 투자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배당금’은 기업 이사회를 장악한 대주주나 오너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되어 왔다. 하지만 최근엔 소액주주들이 뭉쳐, ‘이익 배분 확대’는 물론 사외이사 같은 ‘외부 경영진 선임’을 요구하는 등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응집력을 더해가는 소액주주들의 활동 역시 배당투자의 매력을 높이고 있다.
소액주주들의 ‘사외이사 선임’ 요구를 기업이 들어주기란 사실상 힘들다. 그렇다고 투자자들의 요구를 모른 체할 수만은 없다. 결국 대주주가 소액주주들과 타협에 나서고 있는 것이 최근 상황이다. 그 타협의 핵심이 과거보다 많은 ‘배당금’ 보장이다.
3월 주주총회를 가진 도시가스 기업 ‘삼천리’의 ‘배당금 확대’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삼천리는 최근 몇 년 1500~2000원으로 시가배당률 단 1%에 불과했다. 올 초 낮은 배당금에 불만을 가진 소액주주들이 뭉쳐 ‘배당금 확대’를 요구했다. 결국 3월 23일, 삼천리는 과거보다 높은 3000원의 배당금을 결정해야 했다. 3월 23일 삼천리 주가가 9만6400원(종가)이었으니 주가 대비 3.3%의 수익(시가배당률)을 올린 것이다.
장기·안정적 투자를 목적으로 한국 자본시장에 진출하는 외국계 투자자들의 비중 확대 역시 배당투자의 매력을 키우고 있다. 외국계 투자자들은 한국 시장에 투자한 원금을 회수하기 전까지, 수익을 ‘배당금’으로 보전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본계 전기회사인 포스터일렉트로닉(Foster Electric)이 투자한 ‘에스텍’(지분율 49.41%)이나, 영국 신용평가기업 피치(Fitch)가 투자한 ‘한국기업평가’(지분율 73.55%) 등이 외국계 투자자에 의한 고배당이 지속되고 있는 대표적 기업이다.
‘배당주 펀드’ 따라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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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텍은 2008년 시가배당률(배당수익률) 4.74%를 시작으로 2009년 5.29%, 2010년 5.27%에 이어 2011년에는 5.6%까지 시가배당률을 끌어올렸다. 한국기업평가의 시가배당 수익률은 이보다 더 높다. 2009년(9월 결산) 6.20%를 시작으로 2010년 8.51%이더니, 지난해에는 무려 9.08%의 시가배당을 했다. 시중은행 정기예금 이자가 3~4%대이고, 저축은행의 정기예금 이자가 4~5% 정도임을 비교하면 주식을 사는 것만으로도 정기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에 의한 배당금 확대는 앞으로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어떤 주식이 배당투자에 적합한 주식일까. 배당은 기업의 순이익 규모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때문에 배당투자를 할 때 가정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이 ‘기업이익 규모’와 ‘이익의 지속성’이다. 수익의 변동폭이 큰 기업보다는 지속적으로 일정한 수익을 꾸준히 올리고 있는 기업이 낫다. 통상 기업은 수익 규모 내에서 설비투자, 인력확충, 그리고 배당금을 결정한다. 투자자 입장에서 매년(혹은 매분기) 수익의 변동폭이 큰 기업은 배당 규모를 예측하기 쉽지 않다. 반면 일정한 수익을 지속적으로 거두는 기업은 다음 배당금 규모를 예측하기 쉽다. 수익의 지속성은 배당투자에서 미래의 위험성을 최소화 해주는 역할을 한다.
배당투자 시에는 ‘기업이익 규모와 총 발행주식 규모’ 역시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기업 이익이 클수록 총 배당금이 커지는 게 일반적이다. 총 배당금 규모가 크다고 해서 반드시 주주에게 높은 배당수익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가가 비슷한 기업 간에는 총 배당금 규모와 함께 발행주식 수가 적을 때 배당수익률은 올라가게 된다. 예를 들면 매출액 100억원에 순이익 10억원인 두 기업이 있다. 이 두 기업은 외형상 규모가 비슷하다. 그런데 A기업은 주식을 총 100만주 발행했고, B기업은 10만주를 발행했다. A, B 두 기업 모두 순이익의 30%인 3억원을 주주에게 배당했다. 두 기업의 배당성향은 30%로 동일해진다. 하지만 주주들이 가져가는 배당금은 전혀 다르다. A기업 주주는 1주당 300원의 배당금만 받는 반면, B기업 주주는 1주당 3000원의 배당금을 받게 되는 것이다.
다음 사업 연도(혹은 다음 분기)의 이익성장률이 높게 예상되는 기업 역시 눈여겨볼 기업들이다.
의결권 없는 우선주의 변신기업의 지분 구조도 배당투자 수익을 높이는 상당히 중요한 요인이 된다. 통상 해외 투자자 비중이 높은 기업들의 배당금 규모가 크다고 알려져 있다. 또 국내외 ‘배당 수익’을 목적으로 운용되는 ‘배당주 펀드’들이 지분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라면 매년 일정 수준 이상의 ‘배당금’을 꾸준히 주주들에게 돌려주고 있음을 의미한다. 배당투자를 하고 싶지만, 기업분석력이 떨어지는 소액의 개미투자자라면 ‘배당주 펀드’들의 포트폴리오를 따라하는 것도 투자 위험을 줄이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매년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이자보다 높은 수익률로 고배당을 하던 기업이 어느 날 갑자기 배당을 중단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때문에 매년 배당을 해 왔는지를 살펴보는 것 역시 배당수익률을 높이는 방법이다. 이런 기업들 중 동일 업종에서, 비슷한 규모임에도 주식이 상대적으로 싸게 거래되고 있다면 향후 기업가치 재평가 등을 통해 주가 상승까지 기대할 수 있다.
‘보통주’보다 ‘우선주’의 배당 수익률이 높다. 우선주는 의결권이 없는 주식이다. 의결권을 없앤 대신 배당액을 높여 주주의 권리를 보호한 것이다. 주주총회 참석이나 제3자에게 의결권 위임 등 실제로 의결권을 행사하기 힘든 소액투자자라면 우선주 매입으로 배당 수익을 높일 수도 있다.
잘 보면 돈 되는 배당주들어떤 기업들이 고배당을 통해 주주들에게 높은 수익을 안겨주고 있을까? 주간조선이 12월 결산 기업들의 ‘시가배당률’을 분석해 봤다.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쳐 가장 높은 시가배당률을 기록한 기업은 자동차부품 회사인 ‘덕양산업’이었다. 덕양산업 2012년(2011년 사업결산) 1주당 4945원을 배당금으로 줬다. 배당을 받을 권리가 확정된 12월 말 덕양산업의 주가가 1만9000원 정도였으니 배당수익률(시가배당률)만 무려 26%에 이른다. 덕양산업 주식 100만원어치를 샀다면 주가의 등락과는 무관하게 배당으로만 26만원을 벌었다는 말이 된다. 덕양산업의 2010년과 2011년 배당수익률 역시 6.2%와 3.7%였다.
소재기업인 ‘진양산업’도 올해 200원의 배당금을 주주들에게 줬다. 200원이 얼마 안 되는 배당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배당권리가 확정된 날의 진양산업 주가는 1950원에 불과했다. 배당수익률만 10%가 넘는 것이다. 진양산업 주식 100만원어치를 갖고 있다면 아무것도 안하고 10만원을 벌었다는 말이 된다. 더욱이 진양산업은 2010년과 2011년 배당수익률 역시 7%와 7.5%에 이를 만큼 초고배당을 이어가고 있다. 통신장비 기업 ‘전파기지국’ 역시 올해 6500원짜지 주식 1주당 500원을 배당했다. 배당수익률이 7.7%에 이른다. 2010년과 2011년의 배당수익률 역시 7%와 7.4%였다.
‘대신증권 우량주’ 역시 초고배당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주식이다. 대신증권 우량주의 2011년(3월 결산 법인으로, 5월에 주총이 열려 아직 2012년 배당금이 결정되지 않았다) 1만400원 하는 주식 1주당 800원의 배당금을 줬다. 배당수익률만 7.68%였다. 100만원을 투자하면 7만6800원은 덤으로 먹고 들어가는 셈이다. 더욱이 대신증권은 자신들의 우량주를 가진 주주들에게 2009년과 2010년, 우량주 1주당 무려 12.9%와 9.8%의 배당수익률을 보장해 줬다.
역시 증권사인 한양증권 또한 2011년(3월 결산 법인으로, 5월에 주총이 열려 아직 2012년 배당금이 결정되지 않았다) 우량주는 9.6%, 보통주는 8.1%의 배당수익률을 보장해 줬고, 2009년에는 우량주 11.8%, 보통주 6.5%를, 2010년에는 우량주 9.5%, 보통주 6.8%에 이르는 배당수익률을 보장해 줬다.
이외에 자동차부품 기업 ‘일정실업’, 제지업체 ‘무림페이퍼’ 등도 매년 고배당을 이어가고 있다. 이렇게 꾸준히 고배당을 이어가고 있는 주식을 눈여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투자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