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8일 (금) 한국 교회의 수호자,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 (이근상 신부)
한국 교회의 수호자,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
복음에도 없는 내용이다. 성모님께서 원죄 없이 잉태되었다는 것. 사실 우리의 신앙생활은 원죄를 전제로 이루어져 있다. 순수하고 티없어 보이는 아기들조차 세례가 필요한 이유는 원죄에 물든 죄의 존재이기에 그러하다. 인간이란 죄에 물든 존재라는 건데... 이게 사실 오늘날 먹히는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으나 원죄는 세례와 용서, 그리고 종래에는 예수의 육화를 부르는 '복된 죄'다. 그런 '중요한' 죄를 성모님만은 감당할 필요가 없다는 믿음, 그러니 성모님은 세례가 필요치 않다는 것, 죄를 씻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건데... 이게 이렇게 연결되니 참 난감하게 된다. 성모님이 죄없는 인간이라면 ... 인간인가...
참 오래도록 이 문제는 답하기 어려운 곤란이었는데... 이 인간중심의 세상에서, 그것도 각각의 개인이 우주가 되어버린 이 세상에서... 뜻밖에도 이제는 이 신앙에 답을 좀 할 수 있을것같다. 성모님은 고유하고 또 고유한 그 만의 사람이라는 사실. 죄없음도 아니 죄있음도 고유하고 특별하게 모두에게 다른 하나 하나의 우주. 감히 어느 한 인간도 뭉뚱그려 죄인, 뭉뚱그려 죄없음이 아니라. 하느님의 다함없는 사랑 앞에서 끝없이 사랑받는 존재의 고유함.
더 이상 죄의 유무로 인간을 구분하여, 인간과 성모님을 구분할 필요가 없다. 우린 하나하나를 거룩하고 고유한 사랑의 방식으로 사랑하는 이 앞에선 존재. 성모님이 거기에서 참으로 거룩하고 고유하게 사랑받았다는 것. 죄없음으로... 수 많은 죄인들과 함께 하는 사명을 살도록 파견되었다는게 깊은 위안이다.
하느님 앞에서 죄없음, 죄있음... 참 웃기는 이야기다. 성모님의 원죄없음은 더도 덜도 없이 거룩하고 또 거룩하게 참으로 깊게 사랑받았다는 말씀. 우리가 참 다르게 그러나 다함없이 깊게 주님의 사랑 안에 있다는 위로다. 성모님처럼 우리도 사랑받고 있고, 그 사랑을 펼칠 수 있다.
출처: https://www.facebook.com/simonksyi/posts/pfbid0fcqdfvsUDbmWgTPX5sVSRQxFsfVhcsG9f9ZnMAGxKb4LXbibJgLo5WrhSoTSF1R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