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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중양절(重陽節)-1.
9월.9일
重陽節 이란 ?
음력 9월 9일을 가리키는 날로 날짜와 달의 숫자가 같은 중일(重日) 명절(名節)의 하나. 중일 명절은 3월 3일, 5월 5일, 7월 7일, 9월 9일 같이 홀수 곧 양수(陽數)가 겹치는 날에만 해당하므로 이날들이 모두 중양(重陽)이지만 특히 9월 9일을 가리켜 중양이라고 하며 중구(重九)라고도 한다. 또 ‘귈’이라고 부르는 지방도 있다. 음력 삼월 삼짇날 강남에서 온 제비가 이때 다시 돌아간다고 한다. 가을 하늘 높이 떠나가는 철새를 보며 한해의 수확을 마무리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네이버 지식백과] 중양절 [重陽節] (한국세시풍속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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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집 제16권 / 율시(律詩)
중구일(重九日)에 제공(諸公)의 방문을 받고 술을 조금 마시다
병든 가운데 벗들이 찾아왔나니 / 病裏故人至
타향살이 속에 명절을 맞았음이라 / 客中佳節來
잠시나마 부들자리를 펴고 앉아 / 暫披蒲葉席
모두 함께 국화 술을 들었다네 / 共擧菊花杯
돌아갈 뜻을 말할 수야 있으랴만 / 歸意豈堪說
웃는 얼굴들을 그나마 보였다오 / 笑顔聊與開
서로 만나서 통음도 하지 못하다니 / 相逢不痛飮
절물은 어서 마시라고 재촉하는데 / 節物苦相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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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집 제18권 / 율시(律詩)
중구일(重九日)에
오늘은 중구일 국화주 마시는 날 / 九日黃花酒
고당에 계시는 백발의 모친 그리워라 / 高堂白髮親
원유하는 몸 괜히 서글퍼질 수밖에 / 遠遊空悵望
시시한 벼슬에 마냥 끌려 다니기만 / 薄宦且因循
세 오솔길 거칠어질 가을날의 비요 / 秋雨荒三逕
사방에 넘쳐흐르는 서울의 먼지로다 / 京塵漲四隣
언덕에 올라갈 엄두도 내지 못하나니 / 登高猶未暇
눈에 보이는 것마다 마음이 상할까 봐 / 極目恐傷神
[주-D001] 원유(遠遊)하는……수밖에 :
《논어》〈이인(里仁)〉에 “부모가 살아 계실 때에는 멀리 나가서 노닐지 말 것이요, 나가서 놀더라도 반드시 일정한 처소가 있어야 한다.〔父母在 不遠遊 遊必有方〕”라는 공자의 말이 있다.
[주-D002] 세……비요 :
진(晉)나라 도잠(陶潛)의 〈귀거래사(歸去來辭)〉에 “세 오솔길이 거칠어졌으나, 솔과 국화는 아직 남아 있네.〔三逕就荒 松菊猶存〕”라는 표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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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집 제6권 / 신사행록(辛巳行錄)
중양절(重陽節)에 차운하다.
고국 떠나 맞은 명절 왜 이다지 쓸쓸한지 / 去國逢辰意悄如
높은 하늘에 헐벗은 나무 벌써 추위가 걱정일세 / 天高木落戒寒初
서리 내린 꽃잎 향기 그저 몇 번 맡아 볼 뿐 / 唯將霜下花三嗅
산 위에 올라 회포 풀며 노래해 볼 틈도 없네 / 未暇峯頭嘯一舒
북방 풍속 낯이 설고 사람들 말도 유다른데 / 北俗難親人語異
거의 다 남으로 날아간 듯 기러기도 드문드문 / 南征稍盡雁飛疎
고향 동산 옛추억을 생각할 수나 있으리요 / 鄕園故事那能憶
편지 한 장 못 받은 지 어느덧 달포나 지났는걸 / 不得音書已月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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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집 제6권 / 분진록(分津錄)
중양절(重陽節) 닷새 전에 짓다.
가을 되니 병골이라 걸핏하면 으슬으슬 / 秋來病骨易爲涼
어제는 덧저고리 오늘은 두툼한 바지로세 / 昨日添衣今換裳
족집게로 흰 수염을 뽑아 본들 젊어질까 / 有鑷摘髭那更健
술 사 먹을 돈 없으니 기분도 한 번 못 내겠네 / 無錢賖酒不能狂
밀치고 돌멩이 던져서지 담담히 물러난 것이리요 / 群擠下石非恬退
몇 이랑 황량한 밭 그곳이 어찌 또 고향이랴 / 數畝荒田豈故鄕
고달픈 타향의 몸 게다가 병들어 골골하니 / 困退他鄕又多病
어떻게 젊은 기분 내며 중양절을 맞으리요 / 將何狂健作重陽
[주-D001] 밀치고 …… 것이리요 :
조정에서 타의로 쫓겨난 것이지 벼슬에 흥미가 없어 자진해서 물러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한유(韓愈)의 〈유자후묘지명(柳子厚墓誌銘)〉에 “어느 날 갑자기 털끝만큼이라도 작은 이해에 관련이 되면, 언제 보았느냐는 듯 눈길을 돌리고는, 함정에 빠졌어도 손을 한 번 내밀어서 구해 주려고 하기는커녕 오히려 뒤로 밀치면서 돌멩이를 던지기까지 한다.[一旦臨小利害 僅如毛髮比 反眼若不相識 落陷穽 不一引手救 反擠之 又下石焉]”는 구절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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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집 제1권 / 시(詩)
중구일에 산에 올라〔重九登高〕
산은 춥고 나무는 헐벗고 흰 구름 날아가고 / 山寒木落白雲飛
돌길은 굽이지는데 다리 힘은 약하다 / 石逕逶迤腳力微
절기에 따라 시 짓는데 왜 꼭 술을 가지고 가야하나 / 酬節何須携酒去
가을 풍경만 감상해도 시를 읊으며 돌아올 수 있다 / 賞秋自可詠詩歸
단지 이슬 젖은 국화 보고 센 살쩍을 부끄러워하고 / 祇應露菊羞衰鬢
서리 맞은 단풍이 저녁 빛에 어여쁜 모습이 가장 좋다 / 最是霜楓媚夕暉
이 마음이 중구일을 좋아하는 것을 비웃을 뿐 / 還笑此心愛重九
바람기운이 옷을 뚫고 스미는 것은 싫어하지 않네 / 不嫌風氣透人衣
[주-D001] 중구일(重九日) :
음력 9월 9일로, 중양절(重陽節)이라고도 한다. 이 날은 높은 산에 올라 술을 마시는 풍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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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선생집 제28권 / 오언 율시(五言律詩) 150수
중양절을 맞아[重九]
객지에서 맞는 구월 구일 중양절 / 客裏逢重九
하늘 끝에 있다 보니 계절도 빠르구나 / 天涯節序催
고향 집 울타리에 서 있을 국화 / 故園籬下菊
오늘쯤 몇 떨기나 피어 있을까 / 今日幾叢開
속절없이 갈 바람에 모자를 여미지만 / 漫整霜風帽
막걸리 잔 권해 줄 이 누가 있으랴 / 誰拈濁酒盃
수랑 따위는 아예 흥미도 없고 / 茱囊總無興
그저 망향대에 오르고픈 심정이오 / 欲上望鄕臺
[주-D001] 수랑(茱囊) :
수유(茱萸)를 집어넣는 주머니라는 뜻으로, 음력 9월 9일에 수유를 담은 붉은 주머니를 차고서 높은 산에 올라가 국화주를 마시며 사기(邪氣)를 물리쳤다는 고사가 전해 온다. 《續齊諧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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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유고 제1권 / 시(詩) 오언(五言) 고시(古詩) 율시(律詩) 절구(絶句) 집고(集古) ○칠언(七言) 고시(古詩) 율시(律詩) 절구(絶句) \
회문(回文) 집고(集古)
중구일에 이 태수를 생각하며 임인년(1662) 〔九日思李太守 壬寅〕 이름은 공망(公望)이다.
달은 중양의 호시절인데 / 月爲重陽好
사람은 술 한 잔도 없네 / 人無酒一杯
누가 우리 이 태수처럼 / 誰如李太守
백의를 보낼 줄 알까 / 解送白衣來
[주-D001] 백의(白衣) :
흰옷 입은 사람이라는 뜻으로, 고을 수령이 보낸 술 심부름꾼을 말한다. 진(晉)나라 도잠(陶潛)이 중양절을 맞아 술 생각이 간절한데도 마실 술이 없어서 집 가의 국화 떨기 가운데 들어가 앉아 시름에 잠겨 있을 적에, 마침 강주 자사(江州刺史) 왕홍(王弘)이 보낸 흰옷 입은 사람〔白衣〕이 술을 가지고 문에 들어섰다는 고사가 전한다. 《宋書 卷93 隱逸列傳 陶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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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암시집 제2권 / 율시(律詩)
중양절에
산에 오르기를 기약하며〔約九日登高〕
일 년 중 가을이 다하려 하니 / 一年秋欲盡
아름다운 절기 중양절이 찾아오네 / 佳節過重陽
나그네는 바람에 모자가 날리는 풍류를 생각하지만 / 有客思吹帽
술잔 들기를 권하는 이 없어라 / 无人勸擧觴
국화 핀 물굽이에는 귀뚜라미 울게 하던 비가 그쳤고 / 菊灣蛩雨歇
단풍나무 숲엔 물오리 나는 노을이 빛나네 / 楓塢鶩霞光
어느 곳에 올라가면 좋을까 / 何處登臨好
용산이 초당에 가깝다네 / 龍山近草堂
[주-D001] 바람에 …… 풍류 :
중양절에 바람이 불어 모자가 떨어졌지만 알지 못했다는 맹가(孟嘉)의 고사에서 온 것으로 풍류가 넘치는 모임을 상징한다. 진(晉)나라 환온(桓溫)이 중양절에 용산(龍山)에서 속관들에게 잔치를 베풀었는데, 이때 바람이 불어 맹가의 모자가 떨어졌지만 맹가는 이를 알지 못했다고 한다.
[주-D002] 용산(龍山) :
진(晉)나라 환온(桓溫)이 중양절에 성대한 잔치를 베풀었던 곳이다. 여기에서의 용산은 구체적으로 개성부 남쪽 2리에 있는 용수산(龍首山)을 가리킨다. 이 산은 용수산(龍岫山)이라고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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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암집 제2권 / 시(詩)
9월 9일
구월 구일 금산(金山)에서 먼지바람 일으키며 / 金山九日起風埃
뒤도 아니 돌아보고 남으로 치달릴 제 / 使者南馳不顧迴
길가엔 여기저기 노란 국화 피었는데 / 一路開花黃菊徧
흰옷 입은 심부름꾼 뉘 집에 술 보내나 / 誰家送酒白衣來
이 몸 없는 고향 집은 즐거움이 적을 터 / 亦知故里歡娛少
타향 땅의 명절이 그저 슬플 따름일레 / 終覺殊方物候哀
재 위엔 구름마저 아스라이 깔렸으니 / 況是嶺雲橫極目
높은 누대 어디에서 내 고향 찾아볼까 / 望鄕何處覓高臺
[주-D001] 금산(金山) :
경상북도 금릉군(金陵郡)과 김천시(金泉市) 지역의 옛 이름이다.
[주-D002] 흰옷 …… 보내나 :
진(晉)나라 도연명이 전원(田園)에 은거하여 술을 즐겨 마셨는데, 어느 해 9월 9일 중양절(重陽節)에 술이 없어 마시지 못하고 집 주변의 동쪽 울밑에 있는 국화밭에서 국화를 따며 놀고 있을 때, 강주 자사(江州刺史) 왕홍(王弘)이 보낸 흰옷 차림의 심부름꾼이 술병을 가져와 그 자리에서 따라 마시고는 흥건히 취한 뒤에 집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續晉陽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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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전당집 제2권 / 시(詩)○오언율(五言律)
중양절에
김포 선영에 성묘하고 망해암에 이르러 강화도로 떠나는 계정에게 주다〔重陽省掃金浦墓下到望海庵贈戒淨往江都〕
사찰이 높은 곳에 우뚝하게 있으니 / 象刹臨無地
성단이 손으로 가리킬 만큼 가까이 있네 / 星壇指點間
강과 조수는 한 줄기로 통하고 / 江潮通一帶
바닷가 산은 두 봉우리를 드러내네 / 海嶠露雙鬟
가을비 걷힌 천지는 드넓고 / 秋霽乾坤闊
서리에 물든 단풍은 울긋불긋하네 / 霜酣楓桂斑
명절을 맞이하여 더욱 슬퍼지나니 / 逢辰倍惆悵
그대 돌아올 소식을 기다리겠노라 / 消息待渠還
[주-D001] 망해암(望海庵) :
김포(金浦) 가현산(歌絃山)에 있는 암자이다. 《新增東國輿地勝覽 卷10 京畿 金浦縣》
[주-D002] 성단(星壇) :
도교에서 별에 제사 지내는 제단(祭壇)이다. 여기서는 강화도 마니산(摩尼山) 꼭대기에 있는 참성단(塹城壇)을 가리키는데, 단군(檀君)이 하늘에 제사를 드리던 곳이라 한다. 《新增東國輿地勝覽 卷12 京畿 江華都護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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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전당집 제4권 / 시(詩)○칠언절구(七言絶句)
중양절〔重陽〕
무너진 언덕에 서리에 시든 나무 외로이 섰고 / 崩厓獨樹半凋霜
들국화 여기저기 피어 절로 향기롭네 / 野菊羅生亦自香
시름겨운 이별의 회포를 어쩌지 못하는데 / 悄悄離懷裁不得
소슬한 비바람에 다시 또 중양절을 맞네 / 蕭蕭風雨又重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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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암집 제1권 / 시(詩)
9월 9일
모여 술 마시고 시를 읊으며 밤이 이슥해서야 파하다.
달리는 해 석양빛 거두어 가니 / 馳景戢餘暉
어둠 깔린 고요한 집 맑고 그윽해 / 閒館蔭淸深
술잔 돌려 고운 못 굽어도 보고 / 傳觴頫華池
붓 휘둘러 높은 풍류 자아내기도 / 揮翰綴高吟
좋은 때 가려 잡은 좋은 이 모임 / 好事撰良辰
한마음 한뜻일레 즐거운 잔치 / 歡讌諧同心
산비탈 국화꽃은 더디게 피고 / 遲遲崖菊華
골짝의 단풍 그늘 아직 짙어라 / 森森谷楓陰
쏟아지는 폭포수 개울 토하고 / 懸溜吐淸渠
높다랗게 뜨는 달 숲 위에 걸려 / 昇月委高林
어둔 밤 즐거움이 깊어만 가니 / 窈窕玄夜樂
가을 회포 맑고도 넓게 트인다 / 淸曠素秋襟
이 경치 예전 모습 그대로건만 / 境勝誠自昔
흐뭇하긴 그야말로 오늘이어라 / 意愜良在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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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암집 제2권 / 시(詩)
9월 9일
구월 구일 금산(金山)에서 먼지바람 일으키며 / 金山九日起風埃
뒤도 아니 돌아보고 남으로 치달릴 제 / 使者南馳不顧迴
길가엔 여기저기 노란 국화 피었는데 / 一路開花黃菊徧
흰옷 입은 심부름꾼 뉘 집에 술 보내나 / 誰家送酒白衣來
이 몸 없는 고향 집은 즐거움이 적을 터 / 亦知故里歡娛少
타향 땅의 명절이 그저 슬플 따름일레 / 終覺殊方物候哀
재 위엔 구름마저 아스라이 깔렸으니 / 況是嶺雲橫極目
높은 누대 어디에서 내 고향 찾아볼까 / 望鄕何處覓高臺
[주-D001] 금산(金山) :
경상북도 금릉군(金陵郡)과 김천시(金泉市) 지역의 옛 이름이다.
[주-D002] 흰옷 …… 보내나 :
진(晉)나라 도연명이 전원(田園)에 은거하여 술을 즐겨 마셨는데, 어느 해 9월 9일 중양절(重陽節)에 술이 없어 마시지 못하고 집 주변의 동쪽 울밑에 있는 국화밭에서 국화를 따며 놀고 있을 때, 강주 자사(江州刺史) 왕홍(王弘)이 보낸 흰옷 차림의 심부름꾼이 술병을 가져와 그 자리에서 따라 마시고는 흥건히 취한 뒤에 집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續晉陽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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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암집 제2권 / 시(詩)
중양일(重陽日)에
병사(兵使) 및 판관(判官)과 함께 원수대(元帥臺)에 오르다.
긴 하늘 너른 변방 가없는 저 바다여 / 天長塞闊海無津
이곳에 올라보면 상심하기 십상이네 / 此地登臨易損神
국화주 마시기는 고향처럼 하지마는 / 白酒可能同故國
국화꽃 아직까지 활짝 피지 않는고야 / 黃花未解作佳辰
고깃배는 노를 저어 급히 포구 들어오고 / 漁舟棹急齊歸浦
높이 나는 기러기 떼 모두 나를 뒤로하네 / 雲鴈飛多摠背人
고향 길에 쏠리는 맘 하염없이 바라다가 / 鄕路關心望不極
눈 덮인 산 해 기울 제 남몰래 눈물짓네 / 雪山斜日暗霑巾
[주-D001] 원수대(元帥臺) :
지금의 강원도 통천(通川) 지역인 학포(鶴浦)의 해안에 위치한 명승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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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암집 제4권 / 시(詩)
중양절(重陽節)
하루 전에 사경(士敬)의 시에 차운하여 그를 증별(贈別)하다.
뜻밖에 우리 그대 필마를 몰아 / 之子一匹馬
나의 집 사립문을 두드렸는데 / 能來款我扉
한평생 몇 번이나 만날 수 있나 / 百年幾相見
떠나갈 제 한사코 옷깃을 잡네 / 將去屢挽衣
산수유술 국화주 마시는 명절 / 惜哉萸菊節
술 한잔 함께 나눌 겨를도 없이 / 一觴未同揮
저 멀리 남쪽으로 가는 기러기 / 極目送歸鴻
그 언제 북쪽으로 날아오려나 / 何時當北飛
두 번째
비바람 몰아치는 어둔 밤에도 / 風雨夜如晦
새벽닭 어김없이 꼬끼오 울고 / 鳴雞不廢聲
휘뚤휘뚤 비탈길 비록 험해도 / 羊腸路雖險
준마는 편안하게 걸음을 걷네 / 良馬故安行
그대여 가는 앞길 조심하시게 / 勗君愼所履
서울은 시끄럽고 먼지 많으니 / 囂塵滿京城
군자로서 떳떳한 법도 잃으면 / 君子易常度
무슨 수로 이름을 이루겠는가 / 何以成其名
세 번째
천운이 어이 그리 쉽게 트일까 / 天運詎能泰
인사가 나날이 잘못되는 걸 / 人事日崩分
탄식하며 외진 골짝 누워 있는 몸 / 太息臥窮谷
백발만 하릴없이 어지럽구나 / 素髮空紛紛
책상 앞에 장검을 어루만지며 / 摩挲倚牀刀
남모르는 원한이 창공에 닿아 / 幽憤干靑雲
독록이라 난세를 읊은 옛 노래 / 獨漉有遺亂
그대 향해 구슬피 불러본다오 / 悲歌以向君
[주-D001] 독록(獨漉) :
진(晉)나라와 남조(南朝) 제(齊)나라에서 먼지떨이를 가지고 추는 춤에 맞추어 불려지던 악부시가(樂府詩歌)인데, 독록(獨祿)이라고도 한다. 그 시에 “칼집 속에 칼 우는데 못 써보고 앉았노라. 아비 원한 못 갚으니 살아서 무엇하리.[刀鳴削中 倚床無施 父冤不報 欲活何爲]”라고 하였다. 《樂府詩集 卷54 舞曲歌辭》 이는 곧 사약받아 죽은 아버지의 원한을 갚지 못한 데 대한 작자의 한탄을 빗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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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암집 제5권 / 시(詩)
중양절에 제생들과 함께 술을 들고 높은 언덕에 올라
병들어 누웠으나 국화주를 저버리랴 / 臥病那能負菊觴
당나귀 의지하여 높은 언덕 올라왔네 / 小驢扶我上高岡
빽빽한 숲 나무에 서리 기운 스미었고 / 森森萬木知霜氣
선명한 삼주에는 석양빛이 깔리었네 / 歷歷三洲見夕陽
늙막에도 돌아오는 절서를 즐기나니 / 老去尙堪供節序
내 마음 오래전에 산수에 맡겼다오 / 心期久已託滄浪
내년에 건강할까 물어볼 것 뭐 있나 / 不須更問明年健
술잔 앞 이는 흥취 마음놓고 즐겨보세 / 且較樽前興短長
두 번째
백 척이라 높은 누대 풍진 세상 떨어진 곳 / 百尺危臺迥絶塵
중양절 좋은 날에 여기 이곳 올라왔네 / 登臨是處作佳辰
모래섬 기러기는 무슨 일로 슬퍼하나 / 中洲鴻鴈悲何事
기린 석상 놓인 무덤 고인이 누워 있네 / 高冢麒麟臥古人
술잔 속엔 푸르른 호수 빛깔 스미는데 / 酒盞欲吹湖水綠
센 머리 싱그러운 국화꽃에 부끄럽네 / 鬢毛羞照菊花新
황혼녘 뜨는 달을 기다림도 좋으련만 / 黃昏有月應須待
각건 불어 날리는 거센 바람 어이하리 / 不耐風多颭角巾
세 번째
차가운 물 흰모래 감아도는 이 정자 / 水寒沙白繞亭臺
울적한 나의 회포 언제나 풀어주네 / 懷抱尋常得自開
푸른 옷깃 서너 유생 서원에서 찾아오고 / 數子靑衿書院至
새로 빚은 술 한 병 광주에서 당도했네 / 一壺新酒廣州來
눈앞의 강호 경물 영고성쇠 반복되고 / 江湖在眼兼憂樂
시절 따라 해와 달 어김없이 돌고 도네 / 日月依辰有往迴
아쉬워라 이 자리에 우리 형제 있지 않아 / 勝處還憐兄弟隔
잔 멈추고 국화 잡는 이내 심정 아련해 / 停杯把菊意悠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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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암집 제1권 / 시(詩)
중양일
영지정사에 피해 있다가 비를 만나 시를 지어서 중거에게 주다〔重陽日 避寄芝舍 遇雨有作 錄奉仲擧〕
그 옛날 문승상이 말하지 말라던 날 / 當年丞相休言日
산재에 홀로 깃드니 다시 마음 아프네 / 獨寓山齋我復傷
국상을 연이어 만나 슬픔 견디지 못하니 / 連哭喬山悲不耐
어떤 고초인들 또 이처럼 심하랴 / 何從風雨又顚狂
휴언일(休言日)은 본래 문승상(文丞相 문천상(文天祥))의 말이다. 뒤의 시는 본래 김신윤(金莘尹)의 “백주에 국화꽃을 띄워 마시네.”라는 뜻이다.
나라 걱정 집안 걱정 흉년 걱정으로 / 憂國憂家憂歲歉
온갖 걱정 더미 속에 세월이 흘러가네 / 百憂叢裏度炎涼
계단 앞의 국화만이 시절을 알아 / 階前隱逸知時節
서리 속에 몇 떨기 향기를 토하네 / 霜後殘英吐嫩香
[주-D001] 문승상(文丞相)이 …… 날 :
중양절을 말한다. 송(宋)나라 문천상(文天祥)의 〈중양(重陽)〉 시에 “세상 살다가 구구일을 만나면 견디기 어려우니, 오늘이 중양절이라고 말하지 말게.[世事不堪逢九九, 休言今日是重陽.]”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文山集 卷1》
[주-D002] 김신윤(金莘尹)의 …… 마시네 :
고려 의종(毅宗) 때 김신윤이 지은 시 〈경인년 중구[庚寅重九]〉에 “도성에 풍진이 일어, 삼대 베듯 사람을 죽이누나. 하지만 좋은 시절 저버릴 수 없어, 막걸리에 국화꽃 띄워 마시네.[輦下風塵起, 殺人如亂麻. 良辰不可負, 白酒泛黃花.]”라고 하였다. 고려 의종(毅宗) 24년 정중부(鄭仲夫)의 난이 일어났을 때 지은 시이다. 《櫟翁稗說 後集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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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암집 제1권 / 시(詩)
중양절 이틀 뒤에
담장 옆 국화 화분 아래서 좌랑 안공신을 전별하다〔重陽後二日 餞安佐郞公信于墻邊盆菊下〕
멀리서 종남산 처사의 집을 떠올려 보니 / 遙憶終南處士堂
가을 되어 담장의 국화 수천 줄 피었겠네 / 秋來墻菊幾千行
가련하구나, 화분에 담겨온 쇠잔한 국화 떨기 / 憐他盆揷殘叢蕊
나와 함께 무리 떠나 적막한 곳에 살고 있으니 / 同我離倫寂寞鄕
화분은 내가 서울 있을 때 안정연(安挺然)이 주어서 가져온 것이다. 돌아와 옛 주인에게 알려주게 하고 싶어서이다.
[주-D001] 안공신(安公信) :
1496~1561. 본관은 순흥(順興), 자는 대보(大寶), 호는 매담(梅潭)이다. 서파(西坡) 안리(安理)의 후손으로 영주시 안정면 용산리(龍山里) 출신이다. 1537년 문과에 급제하고, 1556년 문과 중시에 급제하였다. 홍문관 교리ㆍ청풍 군수 등을 역임하였다. 저서로 《매담집(梅潭集)》이 있다.
[주-D002] 안정연(安挺然) :
안정(安珽, 1494~1548)으로, 본관은 순흥(順興), 자는 정연, 호는 죽창(竹窓)이다. 회헌 안향(安珦)의 10세 종손이다. 이현보가 서울에서 벼슬할 때 남산 아래에서 가까이 살며 교류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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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은집 제1권 / 시(詩) 봉정대부(奉正大夫) 직예문관 예문응교 지제교(直藝文館藝文應敎知製敎) 신(臣) 변계량(卞季良)이 하교를 받들어 편차(編次)하다.
중구일에 박연 안일이 술을 들고 찾아왔기에 그 술을 마시고서 몹시 취하여 붓을 달리다〔重九日朴珚安逸携酒見訪飲之至醉走筆〕
우거에 찾아오는 거마도 드물어서 / 寓居車馬稀
복건 차림으로 마당 주위 돌아다니며 / 幅巾行庭曲
황금색 국화꽃을 따고 또 따도 / 采采黃金花
아침 내내 한 줌도 채우지 못했는데 / 終朝不盈掬
귀한 손님이 술 들고 찾아왔으니 / 伊人携酒來
기쁜 빛이 얼굴에 가득할 수밖에 / 喜色浮面目
한 잔 또 한 잔 마시는 그 사이에 / 一盃還一盃
쏴아 하고 불어오는 가을바람 소리 / 西風吹淅瀝
나그네는 원래 다감하게 마련인데 / 客子自多感
더구나 멋진 자리 회포를 푸는데야 / 況此展良覿
곤드레만드레 취한들 또 어찌 사양하리 / 酩酊不復辭
천지에 홀로 서서 호연히 노래 부르노라 / 浩歌立於獨
[주-D001] 천지에 …… 부르노라 :
《장자》 〈전자방(田子方)〉에 “조금 전에 선생의 모습을 보니 마른 나무가 우뚝 서 있는 듯, 만물의 존재를 잊고 인간 세상을 떠나 천지 사이에 홀로 서 있는 것만 같았다.〔向者先生形體掘若槁木 似遺物離人而立於獨也〕”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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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은집 제1권 / 시(詩) 봉정대부(奉正大夫)
중구 감회〔重九感懷〕
지난해 중구일엔 용산 위에 올랐나니 / 去年重九龍山巓
좌객을 바라보면 모두 신선인 듯했지 / 坐客望若登神仙
달가의 고성방가 하늘에 울려 퍼지고 / 達可放歌徹寥廓
경지의 붓놀림은 구름 안개 가르고 / 敬之下筆橫雲煙
증오의 취담은 들어도 싫지 않고 / 曾吾醉談聽不厭
자경의 시구는 맑고도 세련되었지 / 子庚詩句淸且硏
민망은 큰 키에 학 같은 자태로 / 民望長身鸞鶴姿
모자 떨군 채 일어나서 빙글빙글 춤추고 / 落帽起舞何翩旋
돌아보면 나 역시 호탕한 사람이라 / 顧余亦是淡蕩者
고래가 물 들이켜듯 사양치 않고 통음했다네 / 痛飮不讓鯨吸川
그리고 나이 열여섯인 예쁜 아가씨가 / 美人年紀才二八
머리에 꽃 꽂고서 사뿐사뿐 걸었나니 / 戴花細步踏華筵
인생에 드문 환락을 누린 이날이 못내 아쉬워서 / 人生歡樂惜此日
달빛이 땅에 가득하도록 돌아갈 줄을 몰랐었네 / 月明滿地猶未還
금년 중구일엔 갈 곳 없이 떠도는 신세 / 今年重九在流落
홀연히 떠오르는 지난 일이 꿈만 같은데 / 忽憶往事如夢間
당시의 그 사람들 다른 고을에 흩어진 채 / 數子飄零各異縣
편지 서로 한 장 없이 그리움만 쌓여가네 / 尺書寂寞長懸懸
여기 고성 한 언덕도 올라가 볼 만하고 / 古城一丘足登覽
국화꽃 한 가지도 향기롭고 산뜻한데 / 黃花一枝且芳鮮
전부와 야수가 객을 정답게 맞으면서 / 田夫野叟好看客
청동전 묻지도 않고 막걸리를 권하누나 / 白酒不論靑銅錢
부귀와 빈천이 결국에는 어디에 있는고 / 富貴貧賤終何有
꽃잎 띄워 술 취해 쓰러지면 그만인걸 / 掇花泛酒卽頹然
[주-D001] 달가(達可) :
정몽주(鄭夢周, 1337~1392)의 자(字)이다.
[주-D002] 경지(敬之) :
김구용(金九容, 1338~1384)의 자이다.
[주-D003] 증오(曾吾) :
정도전(鄭道傳, 1342~1398)의 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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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은집 제2권 / 시(詩)
중구일(重九日)에
눌촌 선생 내상 종맹에게 올리다〔九日呈訥村先生內相宗盟〕
쪽지 보내 초청하여 푸른 산 위에 올라 / 折簡相邀上翠巓
멀고 먼 가을 하늘 아래 화려한 자리 펼쳤어라 / 秋天杳杳敞華筵
향당과 같은 융숭한 대접을 이미 받은 위에 / 已將禮數同鄕黨
지선과 같은 즐거움을 또 누릴 수 있었다네 / 更把歡娛擬地仙
모자 날아간 용산의 모임 참으로 멋지거니와 / 落帽龍山眞勝事
술잔을 계속 돌린 두곡의 유편도 전한다오 / 傳杯杜曲有遺篇
인간 세상 잠깐 사이에 천고의 역사 속으로 / 人間俯仰成千古
환락이 다하면 하나의 슬픔이 다시 찾아오느니 / 樂極還應一惆然
약관에 관국하며 오래 체류하다 보니 / 弱齡觀國久淹留
우환이 사람의 머리를 희게 만들었네 / 憂患令人白了頭
옛 벗을 생각나게 하는 명절의 멋진 풍경 / 美景良辰懷舊友
미풍양속은 내 고향만 한 곳이 드물고말고 / 淳風善俗少吾州
돌아온 것은 정녕 천 년의 학과 흡사하고 / 歸來政似千年鶴
호탕한 것은 또 만 리의 갈매기 비슷하네 / 浩蕩還同萬里鷗
손을 꼽건대 나를 기억해 줄 이 누구일까 / 屈指有誰能記我
오늘 불러준 은근한 뜻 얼마나 고마운지 / 招呼今日感綢繆
[주-D001] 지선(地仙) :
명산에서 한가롭게 노니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진(晉)나라 갈홍(葛洪)의 《포박자(抱朴子)》 〈내편 논선(論仙)〉에 “상사(上士)는 육신을 지닌 채 하늘 속으로 올라가니 이를 천선(天仙)이라 하고, 중사(中士)는 명산에서 유유자적하게 노니나니 이를 지선이라 하고, 하사(下士)는 죽은 뒤에 육신을 벗나니 이를 해선(解仙)이라 한다.”라는 말이 나온다.
[주-D002] 모자 …… 멋지거니와 :
술에 흠뻑 취해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는 말이다. 진(晉)나라 맹가(孟嘉)가 중구일에 정서장군(征西將軍) 환온(桓溫)이 베푼 용산(龍山)의 주연에 참군(參軍)의 신분으로 참석했다가, 국화주에 취한 나머지 모자가 바람에 날아가는 것도 알아채지 못하고서 측간에 가자, 환온이 그에게 알려주지 말라고 사람들에게 눈짓을 하고는 손성(孫盛)에게 희롱하는 글을 짓게 하였는데, 맹가가 돌아와서 그 글을 보고는 곧장 멋지게 대응하는 글을 지어서 좌중을 경탄하게 했던 고사가 있다. 《世說新語 識鑑》
[주-D003] 술잔을 …… 전한다오 :
두보의 시에 “예전에는 중양일에 잔을 계속 돌리고 손에서 놓은 적이 없었는데, 지금은 쑥대머리 하얗게 변해서 국화꽃 피면 단지 부끄럽기만.〔舊日重陽日 傳杯不放杯 卽今蓬鬢改 但媿菊花開〕”이라는 말이 나온다. 《杜少陵詩集 卷20 九日》 두곡(杜曲)은 당나라의 대성(大姓)인 두씨가 모여 살던 곳인데, 여기서는 두보를 가리키는 말로 쓰였다. 두보의 시에 “내 생애 내가 결단해야지 하늘에 물을 것 있나, 두곡에도 다행히 상마의 밭이 있는걸.〔自斷此生休問天 杜曲幸有桑麻田〕”이라는 표현이 있다. 《杜少陵詩集 卷2 曲江》
[주-D004] 관국(觀國) :
벼슬하며 나라의 정치에 참여하는 것을 말한다. 《주역》 〈관괘(觀卦) 육사(六四)〉의 “나라의 휘황한 빛을 봄이니, 왕에게 나아가 손님 노릇을 하며 벼슬하는 것이 이롭다.〔觀國之光 利用賓于王〕”라는 말에서 나온 것이다.
[주-D005] 돌아온 …… 흡사하고 :
요동 사람 정영위(丁令威)가 신선이 되고 나서 천 년 만에 학으로 변해 다시 고향을 찾아와서는 요동 성문의 화표주(華表柱) 위에 내려앉았는데, 소년 하나가 활을 쏘려고 하자 허공으로 날아올라 배회하면서 “옛날 정영위가 한 마리 새가 되어, 집 떠난 지 천 년 만에 이제 처음 돌아왔소. 성곽은 의구한데 사람은 모두 바뀌었나니, 신선술 왜 안 배우고 무덤만 이리도 즐비한고.〔有鳥有鳥丁令威 去家千年今始歸 城郭如故人民非 何不學仙冢纍纍〕”라고 탄식하고는 사라졌다는 전설이 전한다. 《搜神後記 卷1》
[주-D006] 호탕한 …… 비슷하네 :
두보가 자신을 갈매기에 비유하면서 “호탕한 연파 사이에 출몰하는 흰 갈매기를, 만 리 밖 어느 누가 순치(馴致)할 수 있으리오.〔白鷗沒浩蕩 萬里誰能馴〕”라고 표현한 말이 나온다. 《杜少陵詩集 卷1 奉贈韋左丞丈二十二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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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강유집 제4권 / 오언율시(五言律詩)
중양절에 맞추어
박연폭포를 찾아가려 하였으나 계획만 세우고 이행하지 못하다〔趁重九尋朴淵有計不遂〕
백발은 천 길로 자라났는데 / 白髮從千丈
또 국화 피는 한가을이 되었으니 / 黃花又九秋
명승 구경 모름지기 벗과 약속해 놓고 / 名區須約伴
새로 빚은 막걸리는 익으려 하는데 / 新釀欲登篘
문서 처리 어느 때나 끝날 것인가 / 簿牒何當了
풍광은 잠시도 머무르지 않는데 / 風光不少留
나직하게 읊조리며 부질없이 바라보니 / 沈吟空騁望
저녁 새만 깊은 숲에 돌아오누나 / 夕鳥返林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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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강유집 제6권 / 칠언율시(七言律詩)
중양절에 국화를 보지 못하다〔重陽日不見黃花〕
일 년 중에 좋은 절기인 중양절인데 / 一年佳節是重陽
스산한 비바람에 마음도 처량해지네 / 風雨蕭蕭意亦涼
손님 자취 끊기니 문밖의 길은 묵었고 / 客斷已蕪門外徑
귀밑머리 세니 거울 속 백발에 놀라네 / 鬢衰還訝鏡中霜
비파 든 것 같은 명성이 못내 우스운데 / 時名堪笑同操瑟
황량몽 같은 세상맛 뉘 알리오 / 世味誰知等夢粱
평상에 홀로 누워 하루를 마치노니 / 獨臥匡牀終日夕
어디에 올라야 어여쁜 국화 보려나 / 登臨何處菊花芳
[주-D001] 비파 든 것 :
그 시대에 유용한 재능을 지니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한유(韓愈)의 〈답진상서(答陳商書)〉에 “제왕(齊王)은 피리를 좋아하는데, 제나라에 벼슬을 구하는 자가 비파를 들고서 3년 동안이나 문 앞에 서 있었지만 들어갈 수가 없었다.〔齊王好竽, 有求仕於齊者, 操瑟而往立王之門, 三年不得入.〕”라는 내용이 있다.
[주-D002] 황량몽(黃粱夢) :
당나라 때 노생(盧生)이 일찍이 한단(邯鄲)에서 도사 여옹(呂翁)의 베개를 베고 잠이 들었는데, 메조〔黃粱〕 밥이 다 익기도 전에 부귀영화를 다 누리는 꿈을 꾸었다는 데서 온 말이다. 전하여 인간의 덧없는 부귀영화 또는 세월의 덧없음을 의미한다. 《枕中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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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강유집 제7권 / 칠언율시(七言律詩)
중양절에
벗과 자하동에 가려다가 큰 비가 내려 갈 수 없었다〔重陽擬携伴尋紫霞洞大雨未果〕
중양절에 내리는 비 동이로 퍼붓듯 / 重陽佳節雨傾盆
한낮에도 날을 어둑어둑하게 만드네 / 亭午還敎日色昏
자하동 찾으려던 일이 부질없는 흥이 되고 / 紫洞尋幽徒漫興
술잔에 국화 띄우자던 약속도 빈 말 되었네 / 黃花汎酒亦空言
이제껏 좋은 일은 뜻대로 된 적 없으니 / 向來好事多違計
늙을수록 여가엔 문을 닫아야 마땅하리 / 老去餘閑合閉門
부들자리에서 이따금 멀리 바라보는데 / 一座蒲團時騁目
안개가 자욱하여 앞마을이 보이질 않네 / 滿空煙靄失前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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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강유집 제7권 / 칠언율시(七言律詩)
중양절에 병상에서 읊다〔重陽日病吟〕
일 년 중에 좋은 절기 또 중양절인데 / 一年佳節又重陽
시름에 병이 깊어 귀밑머리 세었어라 / 愁疾愔愔鬢髮蒼
탁주를 홀로 마심을 어찌 견디리오 / 白酒可堪供獨酌
국화는 아직 고고한 향을 뿜지 않았네 / 黃花猶未吐孤芳
안석 기대 낮잠 자고나니 향은 재만 남았고 / 午眠憑几香留燼
저물녘에 창 열어보니 비 내려 서늘하구나 / 晩望開窓雨送涼
낙모의 흥겨운 일을 그 누가 따라 하랴 / 落帽何人追勝事
쇠약한 몸은 빠른 세월 애석할 뿐이라네 / 乖慵徒惜隙駒忙
[주-D001] 낙모(落帽) :
진(晉)나라 맹가(孟嘉)가 중양절에 환온(桓溫)이 베푼 용산(龍山)의 주연(酒宴)에 참석했다가 술에 흠뻑 취한 나머지 바람에 모자가 날아가는 것도 깨닫지 못했다는 고사가 있다. 《世說新語 識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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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집 속집 제1권 / 시(詩)○칠언절구(七言絶句)
중양절에 병해(幷海)에서 말을 타고 읊다.
아득한 바다 어귀는 푸른 하늘에 닿았고 / 微茫海口接蒼穹
크고 작은 섬들은 또렷이 시야에 드는구나 / 島嶼分明指點中
넓은 물에 떠 있는 백구에게 몹시 부끄럽나니 / 愧殺白鷗浮浩蕩
세상사에 급급하다고 나를 향해 비웃으리 / 向吾應笑役悤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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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이상국전집 제7권 / 고율시(古律詩)
중구일(重九日)에 손앓이로 나가 놀지 못하다
지난해 상주에서 중구절을 지낼 적에 / 去年尙州遇重九
병으로 오래 누워 술을 마시지 못하고 / 臥病沈綿未飮酒
억지로 지팡이 짚고 중을 찾아가 / 强携藜杖起尋僧
나의《남행집(南行集)》에 중구에 자복당두(資福堂頭)를 찾은 시(詩)가 있다.
손수 향불 피워 향내를 맡았더라 / 手撚寒香空自嗅
가버린 지난해는 뉘우친들 무엇하랴 / 去年已去莫追悔
올해는 좋은 모임 꼭 가지려 별렀건만 / 却待今年作高會
뉘 알았으랴 올해도 또 손않이로 / 豈知今年又病手
좋은 시주 모임에 나아가지 못하고 / 未趁好事時酒輩
또다시 물 마시고 국화를 씹으니 / 亦復起飮嚼霜蘂
속됨을 못 면하고 그저 지낼 뿐이로다 / 未能免俗聊爾耳
아내 웃으며 권한 술도 족히 기쁘거니 / 山妻笑勸良足歡
어찌 산에 올라 마냥 취해야만 하나 / 何必登高爛慢醉
서생의 기박한 운명 어이 말하랴 / 書生命薄何足道
해마다 좋은 절기를 병중에 지나는구료 / 佳節年年病中度
석양에 울밑 국화를 읊으며 소요하니 / 落日愁吟遶菊籬
그래도 서풍은 신의 있어 모자에 불어오네 / 西風有信猶吹帽
[주-D001] 산에……하나 :
세속에서, 9월 9일이 되면 높은 산에 올라 국화주를 마시는 속례를 말한다. 《續齊諧記》
[주-D002] 모자에 불어오네 :
환온(桓溫)이 9월 9일에 여러 막료와 함께 용산(龍山)에 올라 잔치할 때 맹가(孟嘉)의 모자가 바람에 날렸으나 흥에 취한 본인은 알지 못하므로 환온이 좌우에 눈짓하여 알리지 말라고 이르고 손성(孫盛)을 시켜 글을 지어 웃겼던 고사이다. 《晉書 孟嘉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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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이상국전집 제12권 / 고율시(古律詩)
중양일(重陽日)에 국화를 읊다
서른아홉 번째 맞는 이날에도 / 三十九重陽
찬 꽃은 예같이 노랗거늘 / 寒花一樣黃
왜 이 검던 귀밑머리는 / 奈何雙鬢髮
절반이 하얗게 달라졌나 / 換綠半染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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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이상국전집 제16권 / 고율시(古律詩)
중양절[九日]
젊었을 때는 중양절 만나면 / 少年遇重陽
부지런히 황국을 찾았었네 / 汲汲索黃菊
좋은 술 나쁜 술 따지지 않고 / 不論酒醇醨
이것 띄우니 향내 풍기더라 / 泛此香馥馥
지금은 녹봉 좀 넉넉하여 / 如今祿稍豐
독 안에 좋은 술 담겨 있어도 / 甕有浮蟻綠
내 늙고 게을러서 / 緣我老且慵
정취(情趣) 없어 삭막하도다 / 索莫情味薄
국화야 피거나 말거나 / 任爾霜葩開
시절 빠른 것만 슬퍼하누나 / 但悲時節促
손이 오매 굳이 잔 씻어 / 客來强洗盞
한 잔 술에도 즐거움 족하구나 / 一酌歡已足
울타리 옆 꽃으로 하여금 / 免使籬邊花
부끄러움 면하게 했네 / 厚顔終愧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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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이상국전집 제18권 / 고율시(古律詩)
중양절(重陽節) 뒤의 국화
서릿발 차가우니 자태 한결 곱고 / 霜寒偏艶艶
연기 자욱하니 더욱 또렷하구나 / 煙暝更煌煌
이미 중양절 놓쳤지만 / 已負重陽飮
오늘이나마 너 따라 한 잔 하리라 / 從渠此日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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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이상국후집 제6권 / 고율시(古律詩) 96수
중구일(重九日)에
다시 박 추부 상공(朴樞府相公)에게 초청 받아 술을 마시면서 즉석에서 주필(走筆)로 시를 지어 바치다
누가 이 늙은이 방문하랴 / 誰訊堂中華髮老
아직도 문 밖에 백의인 없었는데 / 尙無門外白衣人
공의 초대 받아 함께 즐기며 마시니 / 賴公喚與開歡飮
올해는 국화 띄운 때 저버림을 면했네 / 免負今年泛菊辰
[주-D001] 백의인(白衣人) :
술을 가져온 하인을 말한다. 진(晉) 나라 때 도잠(陶潛)이 9월 9일에 술이 떨어져 술 생각이 간절하던 차, 마침 그때 강주 자사(江州刺史) 왕홍(王弘)이 흰 옷을 입은 사환을 시켜 술을 보낸 고사에서 온 말이다. 《續晉陽秋》
[주-D002] 국화를 띄운 때 :
음력 9월 9일, 즉 중양절(重陽節)에 국화를 술잔에 띄워 마시는 잔치가 있으므로 이른 말이다. 범국회(泛菊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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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이상국전집 제7권 / 고율시(古律詩)
중구일(重九日)에 손앓이로 나가 놀지 못하다
지난해 상주에서 중구절을 지낼 적에 / 去年尙州遇重九
병으로 오래 누워 술을 마시지 못하고 / 臥病沈綿未飮酒
억지로 지팡이 짚고 중을 찾아가 / 强携藜杖起尋僧
나의《남행집(南行集)》에 중구에 자복당두(資福堂頭)를 찾은 시(詩)가 있다.
손수 향불 피워 향내를 맡았더라 / 手撚寒香空自嗅
가버린 지난해는 뉘우친들 무엇하랴 / 去年已去莫追悔
올해는 좋은 모임 꼭 가지려 별렀건만 / 却待今年作高會
뉘 알았으랴 올해도 또 손않이로 / 豈知今年又病手
좋은 시주 모임에 나아가지 못하고 / 未趁好事時酒輩
또다시 물 마시고 국화를 씹으니 / 亦復起飮嚼霜蘂
속됨을 못 면하고 그저 지낼 뿐이로다 / 未能免俗聊爾耳
아내 웃으며 권한 술도 족히 기쁘거니 / 山妻笑勸良足歡
어찌 산에 올라 마냥 취해야만 하나 / 何必登高爛慢醉
서생의 기박한 운명 어이 말하랴 / 書生命薄何足道
해마다 좋은 절기를 병중에 지나는구료 / 佳節年年病中度
석양에 울밑 국화를 읊으며 소요하니 / 落日愁吟遶菊籬
그래도 서풍은 신의 있어 모자에 불어오네 / 西風有信猶吹帽
[주-D001] 산에……하나 :
세속에서, 9월 9일이 되면 높은 산에 올라 국화주를 마시는 속례를 말한다. 《續齊諧記》
[주-D002] 모자에 불어오네 :
환온(桓溫)이 9월 9일에 여러 막료와 함께 용산(龍山)에 올라 잔치할 때 맹가(孟嘉)의 모자가 바람에 날렸으나 흥에 취한 본인은 알지 못하므로 환온이 좌우에 눈짓하여 알리지 말라고 이르고 손성(孫盛)을 시켜 글을 지어 웃겼던 고사이다. 《晉書 孟嘉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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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이상국후집 제5권 / 고율시(古律詩) 89수
중구일(重九日)에
무료하던 차 공공 상인(空空上人)ㆍ노 동년(盧同年)이 찾아왔으므로 간소한 주연을 베풀고 국화를 띄우면서 느낌이 있어 사(詞) 한 수를 짓다 낭도사(浪淘沙)
황국이 때를 앞당겨서 피어 / 黃菊趁前期
벌써 동쪽 울타리에 가득하건만 / 已滿東籬
함께 앉아 금잔에 띄울 사람 없더니 / 無人也與泛金巵
다행히 시 친구 찾아왔기에 / 賴有詩朋來見訪
간소한 주연에 시름이 풀리누나 / 小酌開眉
그 옛날 소년 시절엔 / 伊昔少年時
술에 취해 꽃가지 꽂고 / 醉揷芳枝
미친 듯 노래하고 춤추며 업신여김도 아랑곳없었지 / 狂歌亂舞任人欺
지나간 일 곰곰이 생각하니 슬프기만 하며 / 往事追思袛自悵
꿈만 같기도 하네 / 似夢疑非
[주-D001] 국화를 띄우면서[泛菊] :
음력 9월 9일 즉 중양절(重陽節)에 국화를 술잔에 띄워 마시는 잔치를 말한다.
[주-D002] 낭도사(浪淘沙) :
사패명(詞牌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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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이상국후집 제5권 / 고율시(古律詩) 89수
중구일(重九日)에
무료하던 차 공공 상인(空空上人)ㆍ노 동년(盧同年)이 찾아왔으므로 간소한 주연을 베풀고 국화를 띄우면서 느낌이 있어 사(詞) 한 수를 짓다 낭도사(浪淘沙)
황국이 때를 앞당겨서 피어 / 黃菊趁前期
벌써 동쪽 울타리에 가득하건만 / 已滿東籬
함께 앉아 금잔에 띄울 사람 없더니 / 無人也與泛金巵
다행히 시 친구 찾아왔기에 / 賴有詩朋來見訪
간소한 주연에 시름이 풀리누나 / 小酌開眉
그 옛날 소년 시절엔 / 伊昔少年時
술에 취해 꽃가지 꽂고 / 醉揷芳枝
미친 듯 노래하고 춤추며 업신여김도 아랑곳없었지 / 狂歌亂舞任人欺
지나간 일 곰곰이 생각하니 슬프기만 하며 / 往事追思袛自悵
꿈만 같기도 하네 / 似夢疑非
[주-D001] 국화를 띄우면서[泛菊] :
음력 9월 9일 즉 중양절(重陽節)에 국화를 술잔에 띄워 마시는 잔치를 말한다.
[주-D002] 낭도사(浪淘沙) :
사패명(詞牌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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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이상국후집 제7권 / 고율시(古律詩) 97수
경자년 중구(重九)에
벗 없고 못 마신들 마음 어찌 이상하랴 / 無賓不飮心何怪
병들어 못 즐겨도 심사 또한 태평하네 / 因病停歡意亦平
부끄러운 건 누른 국화 날보고 비웃으리 / 但愧黃花應笑我
이 늙은이 금년따라 옛정을 잊는다고 / 此翁今歲大忘情
시름시름 앓던 몸이 이제 더욱 괴롭나니 / 久困沉痾今轉困
늘 오던 친구들도 찾아오지 않는구나 / 慣來親友又停來
이처럼 많은 일이 나의 행락 방해한다 / 多端使我妨行樂
누른 국화 슬퍼 말라 잔에 들지 못하는 걸 / 黃菊休嗟未入盃
[주-D001] 경자년 중구(重九) :
1240년(고종 27) 음력 9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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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집 제2권 / 오언절구(五言絶句) 62수
중양절에 술잔 위에 국화 송이를 띄우다〔重陽泛菊酒杯〕
중양절의 가을 되자 국화 떨기들 / 菊到重陽節
여기저기 꽃망울을 막 터뜨리네 / 花開或不開
금년에는 가을 윤달 들어 있거니 / 今秋有閏月
금술잔에 국화 송이 흠씬 띄우리 / 爛熳泛金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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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집 제5권 / 오언율시(五言律詩) 189수
중양절에 조윤지를 생각하다〔重陽憶趙胤之〕
수주 고을 목사 모습 보지 못하매 / 不見愁州牧
중양절에 되레 마음 슬픔 깨닫네 / 重陽轉覺悲
돈 있어서 홀로 술잔 들어 마시며 / 有錢成獨酌
서찰 안 와 그리는 정 부쳐 보내네 / 無札寄相思
나그네 길 모래밭 가 멀리 뻗었고 / 客路邊沙遠
가을 하늘 변방 풀은 쇠했을 거리 / 秋天塞草衰
강과 바다 가에서 술 들어 마시며 / 一樽江海上
오직 그대 돌아올 날 내 기다리네 / 惟待賜環期
[주-D001] 조윤지(趙胤之) :
조석윤(趙錫胤, 1605~1655)으로, 윤지는 그의 자(字)이다. 본관은 배천(白川), 호는 낙정재(樂靜齋)이다. 1650년(효종1)에 이경억(李慶億)이 왕에게 여색을 멀리하라고 건의하다가 미움을 사자 이를 적극 신구(伸救)하다가 파직되어 임천(林川)으로 귀양 갔다가 이듬해에 풀려났다. 1652년에는 정세규(鄭世䂓)를 비난하였다가 영암(靈巖)으로 귀양 간 후 뒤에 강계(江界)로 옮겨졌으며, 이듬해 풀려났다. 청백리(淸白吏)에 녹선되었다. 저서로는 《낙정집(樂静集)》이 있다. 시호는 문효(文孝)이다.
[주-D002] 수주(愁州) :
종성(鍾城)의 별칭이다. 고려 때 여진(女眞)이 비어 있는 틈을 타서 들어와 살면서 수주라고 칭하였다. 《국역 신증동국여지승람 제50권 함경도 종성도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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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선 제13권 / 칠언율시(七言律詩)
9월 9일에 여러분의 모임에서 있었던 말을 듣고[九日聞諸公有會]
임춘(林椿)
하늘 가에 떠도는 신세 해가 또 저물어가니 / 身在天涯歲又催
어디서 등고하리 망향대에나 오를까 / 登高自有望鄕臺
5년이나 서울 떠나 노상 나그네 신세 / 五年去國長爲客
9일에 누구와 함께 같이 잔을 잡을까 / 九日無人共把杯
단풍잎은 서리 온 뒤에 모두 다 졌는데 / 紅葉忽聞霜後落
누른 국화는 난리 전같이 그대로 되는구나 / 黃花猶似亂前開
내 행색이 꾀죄함을 과히 탓하지 말고 / 莫嫌擧止非閑雅
용산에 올라가거든 부디 나를 불러주소 / 須向龍山許一偣
[주-D001] 어디서 …… 오를까 :
중국 고대의 풍속에 9월 9일이 되면 높은 데 올라가서 재액(災厄)을 피한다.
[주-D002] 용산(龍山) :
진(晋)나라 맹가(孟嘉)가 황온(桓溫)의 참군(叅軍)이 되었더니, 9월 9일에 온이 용산에 놀때 요좌(僚佐)가 다 모였는데, 바람이 가의 모자를 불어 떨어뜨리니, 가가 깨닫지 못하였다. 온이 손성(孫盛)에게 명하여 글을 지어 조롱하고, 가가 또한 글을 지어 대답하니 그 글이 심히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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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선 제15권 / 칠언율시(七言律詩)
9월 9일에 청연의 시를 차운하여[九日次淸淵詩韻]
석선탄(釋禪坦)
금루의 한 곡을 소리질러 노래하며 / 一曲高歌金縷衣
국화에 간 곳마다 술취해서 돌아가네 / 黃花無處不扶歸
강호에 보내는 세월은 술과 거문고 좋건만 / 江湖日月琴尊好
시냇절 누대엔 인마가 드물구나 / 溪寺樓臺人馬稀
만 골짜기 비 자라자 단풍이 한창이요 / 萬壑雨驚紅樹遍
사면 산봉 아침에 흰 구름 날아가네 / 四山朝見白雲飛
난간에 기대니 눈에 가득 슬픈 가을빛 / 倚欄滿目悲秋意
해마다 낙엽 질 때엔 뜻과 일이 틀리네 / 木落年年心事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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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선 제17권 / 칠언율시(七言律詩)
9월 9일에 느낌이 있어[重九有感]
조서(曺庶)
한가한 중에 문득 가절 놀이를 생각하여 / 閑中忽念趁良辰
동양에 달려와서 주인과 함께 노니네 / 走到東陽共主人
누대를 두른 시내는 지는 해를 비치고 / 溪繞樓臺涵落照
남북으로 갈리는 역엔 행인의 먼지 이는구나 / 驛分南北動行塵
연기가 죄 걷히니 산이 그림 같을시고 / 風煙凈盡山如畫
초목이 시들어지니 국화가 더 말쑥해라 / 草樹彫零菊更新
주객이 함께 올라 감개가 많으이 / 與客登臨多感慨
가을 경치에 늙을 줄 모를 한병 술의 봄이여 / 秋光不老一壺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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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선 제22권 / 칠언절구(七言絶句)
중구(重九)
정도전(鄭道傳)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은 아득하여 끝이 없다 / 故園歸路渺無窮
물이 돌고 산이 돌아 다시 몇 겹이던고 / 水繞山回復幾重
먼 곳을 바라보려 할 때 시름도 더욱 멀거니 / 望欲遠時愁更遠
높은 데 올라도 가장 높은 봉우리에는 오르지 말라 / 登高莫上最高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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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동문선 제7권 / 칠언율시(七言律詩)
구일(九日)
배에 내려 전봉에 올라 서쪽으로 바라보니 동래ㆍ웅천ㆍ거제의 모든 봉우리를 낱낱이 셀 듯 하였다[舍舟前峯西望東萊態川巨濟諸峯歷歷可數]
김흔(金訢)
시름 끝에 국화 가지를 어찌할 수 없어서 / 愁邊無奈菊花枝
맑은 향기 세 번 맡아 한 잔 술 마시는 것을 대신했네 / 三嗅淸春當一巵
나그네 되었으매 좋은 때 만난 것을 견디지 못하겠고 / 作客不堪逢令節
높은 곳 의지하매 먼 변방에 있음을 깨닫겠다 / 憑高逾覺在遐陲
소소한 풀과 나무는 늦가을 뒤요 / 蕭蕭草木窮秋後
묘묘한 연기와 물결은 해가 지는 때일네 / 渺渺煙波薄暯時
멀고 멀다 내 고향을 산에 올라 바라볼 때 / 迢遞故山登眺處
술에 취하고 시를 읊음이 내게 없는 것을 비로소 알겠구나 / 遙知欠我醉吟詩
시험삼아 산마루에 오르매 중양이 되었구나 / 試登絶頂作重陽
급히 앞 마을의 탁주를 사서 잔질해 보다 / 旋買前村濁酒觴
좋은 절후는 치우치게 외로운 손의 뜻을 놀라게 하는데 / 佳節偏驚孤客意
차거운 꽃은 다만 고향 동산의 향기를 가졌다 / 寒花只作故園香
명년에는 어느 곳에서 오늘 밤을 만날건가 / 明年何處逢今夕
이날에는 조각배로 타향에 머물거니 / 此日扁舟滯異鄕
장안을 보지 못하고 완전히 늙으려 하는데 / 不見長安渾欲老
외로운 구름과 떨어지는 해가 함께 아득하여라 / 孤雲落照共蒼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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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집 전집 제6권 / 시(詩)○동유록(東游錄)
9월 9일 산속에서 비에 막히다〔九日山中阻雨〕
구일에 단정히 앉아 애써 스스로 달래는데 / 九日端居強自寬
서쪽 숲 비바람이 차갑게 창을 때린다 / 西林風雨打窓寒
타향에서 맞은 중양절 가을 다하기를 재촉하는데 / 殊方今節催秋盡
고향으로 돌아가고픈 마음 밤에 간절하네 / 故國歸心入夜闌
한 바리에 의지해 스님 홀로 머물고 / 一鉢只依僧獨住
수많은 절벽 험한 광경을 객이 함께 보누나 / 千崖倂阻客同看
국화도 산속의 물건이라 / 黃花也是山中物
아침 내내 따고도 차마 먹지 못하네 / 采掇終朝不忍餐
어둠침침 하늘 낮게 드리우고 구름 감돌아 / 泱漭天低雲氣廻
온 산의 낙엽이 빗속에 바삐 떨어지네 / 千山落葉雨中催
교룡이 경사진 골짜기에 어찌 숨을까 / 蛟龍急峽何曾蟄
기러기도 찬 모래에 오지 않누나 / 鴻雁寒沙遂不來
구일 거센 바람에 모자 떨어졌는데 / 九日高風從落帽
일 년 중 좋은 날을 산 오르며 마치네 / 一年佳節罷登臺
누가 적막한 도잠을 가련하다 하랴 / 誰憐寂寞陶彭澤
강주의 탁주 술잔마저 끊겼어라 / 倂斷江州白酒杯
늙고 병든 몸 숲속에서 지내며 / 老病僑居祇樹林
아득한 가을날 서글피 시만 읊조린다 / 茫然秋日謾悲吟
용 서렸으니 구름 속에 날 생각 끊이지 않고 / 龍蟠不斷排雲想
학 야위어 이슬 경계하는 마음 괜히 가엾구나 / 鶴瘦虛憐警露心
만리 천지는 몸 밖에 광활하고 / 萬里乾坤身外闊
백년 호해는 눈 속에 깊건만 / 百年湖海眼中深
쓸쓸한 사영운의 등산 나막신 / 蕭條謝氏登山屐
홀로 홍애 마주하고 지금껏 앉았노라 / 獨對洪厓坐至今
[주-D001] 구일 …… 떨어졌는데 :
유쾌하게 흠뻑 취했던 예전의 술자리가 그립다는 말이다. 낙모(落帽)는 모자를 떨어뜨린다는 말로, 진(晉)나라 맹가(孟嘉)가 중구일(重九日)에 환온(桓溫)이 베푼 용산(龍山)의 주연(酒宴)에 참석했다가, 술에 흠뻑 취한 나머지 바람에 모자가 날아가는 것도 깨닫지 못했다는 고사가 있다. 《世說新語 識鑑》
[주-D002] 누가 …… 끊겼어라 :
도잠(陶潛)에게는 술을 보내 주는 사람이 있었지만, 지금 이민구에게는 술을 가지고 찾아오는 사람조차도 없다는 말이다. 도 팽택(陶彭澤)은 팽택 현령(彭澤縣令)을 지냈던 도잠을 가리킨다. 도잠이 중양절(重陽節)에 마실 술도 없이 국화꽃을 따다가 울타리 옆에 앉아 있는데, 멀리 흰옷 입은 사람 하나가 오는 것이 보였다. 그는 바로 강주 자사(江州刺史) 왕굉(王宏)이 보내는 술을 가지고 온 사람이었다는 고사가 있다. 《續晉陽秋 恭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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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집 전집 제6권 / 시(詩)○동유록(東游錄)
9월 9일 풍우가〔九日風雨歌〕
중양절에 근심스레 즐겁지 않아 / 九日之日令我愁不樂
앉아서 동쪽 벼랑 바라보니 천 길 바위로다 / 坐望東厓千丈石
세찬 바람 바다에 불어 파도가 하늘에 닿고 / 驚風駕海波滔天
뿌리는 비 매서워 산과 골짜기 컴컴하네 / 飛雨慘慘霾山壑
텅 빈 숲 곳곳에 뻗은 돌길 어두워 / 空林雜沓巖逕昏
도깨비가 찬 나무에 기대 낮에도 부르짖네 / 魑魅晝號依寒木
구정봉 앞에서 용이 밤새 우니 / 九井峯前龍夜泣
유리궁 안에는 물이 말라 가네 / 琉璃宮中水枯涸
쏟아져 내려 인간 세계 온갖 물줄기 되고 / 瀉作人間百道川
세차게 흘러 남강에 배가 일찍 끊겼네 / 奔流早斷南江船
남강에 유람하던 나그네 돌아가지 못해 / 南江游客歸未得
미인을 보지 못하니 속절없이 애틋하다 / 美人不見空娟娟
요대 소식 아득하니 어떠한고 / 瑤臺消息杳何許
구름 얽혀 가을 무지개 고울 테지 / 雲氣繚繞秋虹鮮
비로봉 신선 사다리 오래도록 보일 듯 말 듯 / 毗盧仙梯舊明滅
신령한 사슬 당기는 이 없어 아득하구나 / 靈鎖掣斷仍茫然
아아 좋은 일은 참으로 사라지기 쉬우니 / 嗚呼勝事眞易朽
어제의 장관을 이제 돌아보노라 / 昨日壯觀今回首
온통 백발로 좋은 날 만났으니 / 總饒白髮對佳辰
어찌 맑은 기쁨 내 수중에 들어올까 / 豈有淸歡入吾手
초인은 평소 수유 주머니를 중히 여겼고 / 楚人雅重茱萸囊
진나라 풍속은 국화주 더욱 즐겼지 / 晉俗尤耽菊花酒
즐기는 마음 이미 소년의 즐거움 사양했고 / 賞心已謝少年樂
모임 맺어 잠시 스님과 짝했네 / 結社暫與頭陀偶
스님은 곡기를 끊고 마음도 비웠으니 / 頭陀休糧且休心
세상살이 쉬이 가는 세월 아쉬워 않네 / 閱世不惜催光陰
내가 스님 따라 담담함 배운다면 / 我從頭陀學枯淡
들 학이 갇힌 새 따르는 것과 어이 다르랴 / 曷異野鶴隨籠禽
동쪽으로 바다에 떠서 달을 불러내며 / 東浮沆瀣呼月出
칼로 긴 구름 끊어 내어 안개 쓸고서 / 劍決長雲掃氛靄
돌아와 불정대에서 취해 누워 / 歸來醉臥佛頂臺
금 술잔 깨끗이 닦아 마시며 달빛 즐기리라 / 淨洗金觥翫銀闕
[주-D001] 구정봉 …… 우니 :
용이 울어 비가 내린다는 말이다. 참고로 《택당집(澤堂集)》 권5 〈불정대기사(佛頂臺記事)〉의 소주(小註)에 “불정대 동쪽에 구정봉이 있는데, 여기가 바로 아홉 마리의 용이 잡혀 우물로 된 곳이다.〔臺之東, 有九井峯, 卽九龍所攫爲井處.〕”라는 구절이 있다.
[주-D002] 유리궁(琉璃宮) :
방장산(方丈山) 위에 있다는 신선의 궁전으로, 동방삭(東方朔)이 지은 《십주기(十洲記)》에 그 내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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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집 시집 제8권 / 시(詩)○아성록1(牙城錄一)
중양절에
술이 없었다. 도잠의 〈기유년 9월 9일〉 운에 맞춰 짓다〔九日無酒次陶詩己酉九月九日韻〕
중양절에 서리 짙게 내려 / 九日霜露濃
잎 떨어지고 숲 그림자 변하는데 / 葉隕林影交
국화의 노란 꽃송이는 / 時菊有黃華
세찬 바람에도 시들지 않았네 / 勁風寒不彫
소매 품에 가득히 따서 / 采采滿懷袖
잠시 높은 산에 올랐어라 / 薄言上山高
머리 들어 기러기 바라보니 / 擧頭見鴻雁
끼룩끼룩 푸른 하늘 질러간다 / 嘹唳度靑霄
어찌하면 한 말 술 얻어 / 安得一斗酒
일 년 내내 애쓴 나를 위로할까 / 慰我卒歲勞
몇 이랑 밭이 어찌 없으랴만 / 豈無數畝田
봄 가뭄에 곡식 다 타들어갔네 / 春旱禾穀焦
이웃들 떠들썩하게 노래하고 웃으며 / 四隣歌笑喧
밤새도록 즐거워 화기애애한데 / 竟夕樂陶陶
홀로 깊이 시름하는 사람은 / 獨有幽憂人
쓸쓸히 종일토록 앉아 있노라 / 寂寞坐終朝
[주-D001] 기유년 9월 9일 :
《도연명집(陶淵明集)》 권3에 〈기유세구월구일(己酉歲九月九日)〉이라는 제목으로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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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집 시집 제23권 / 시(詩)○착륜록1(斲輪錄一)
중양절〔重陽〕
그윽한 집 빈 휘장에 모든 인연 비었으니 / 幽棲虛幌萬緣空
진정 용문의 반쯤 죽은 오동과 같구나 / 正似龍門半死桐
병 많은 나그네 마음 만년을 아파하고 / 多病客懷傷晼晩
빈한한 신세 외롭고 곤궁함을 슬퍼하노라 / 一寒身事感孤窮
삼경의 비에 샘물에서 물소리 울리고 / 飛泉咽咽三更雨
구월의 바람에 낙엽 쓸쓸히 뒹구네 / 零葉蕭蕭九月風
문 닫은 채 좋은 시절 지나는 줄 모르니 / 閉戶不知佳節過
국화 떨기 아래 취해 쓰러진 이 없구나 / 無人醉臥菊花叢
[주-D001] 그윽한 …… 같구나 :
아무도 찾아오는 사람이 없는 집에 홀로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이 반쯤 죽은 용문(龍門)의 오동과 같다는 말이다. 용문은 산 이름이다. 《문선(文選)》 권34 〈칠발(七發)〉에 “용문의 오동나무가 그 길이가 백 자나 되지만 가지가 없다.……위로는 천 장의 산봉우리가 솟아 있고 아래로는 백 장의 계곡에 임하였으며,……그 뿌리가 반은 죽고 반은 살아 있다.[龍門之桐, 髙百尺而無枝.……上有千仞之峯, 下臨百丈之谿,……其根半死半生.]”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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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집 시집 제24권 / 시(詩)○착륜록2(斲輪錄二)
중양절에〔九日〕
강호에 가을 저물어 한 해도 다 가는데 / 江湖秋盡逼年衰
여윈 몸 길게 읊조리며 바보처럼 앉았네 / 瘦骨長吟坐似癡
동산의 나무 시들지 않으니 눈 견디는 줄기이고 / 園木不凋凌雪幹
정원의 꽃 피어나니 서리 아랑곳 않는 가지이네 / 庭花猶發傲霜枝
궁도에 한스럽게도 굶주림 닥쳐오고 / 窮途有恨饑寒迫
늘그막에 질병마저 끊임없이 따르네 / 老境無端疾病隨
중양절에 끝내 술 마시지 못하니 / 九日壺觴終寂莫
백의 소식 동쪽 울타리에 막혔구나 / 白衣消息阻東籬
[주-D001] 동산의 …… 가지이네 :
눈과 서리가 내려도 푸르름과 향기를 잃지 않는 소나무와 국화를 찬양하는 말이다. 진(晉)나라 도잠(陶潛)의 〈화곽주부(和郭主簿)〉에 “향기로운 국화는 숲에 피어나 빛나고, 푸른 소나무는 바위 위에 늘어서 있네. 이 곧고 빼어난 자태 마음에 품으니, 우뚝하여라 서리 밑의 호걸이로다.[芳菊開林耀, 靑松冠巖列. 懷此貞秀姿, 卓爲霜下傑.]”라고 하였다. 《陶淵明集 卷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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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집 시집 제24권 / 시(詩)○착륜록2(斲輪錄二)
중양절에
높은 곳에 올라 입으로 불러 짓다〔九日登高口占〕
중양절 강 언덕에 들국화 아롱졌는데 / 九日川原細菊斑
높은 곳에서 멀리 바라보며 강어귀 굽어보네 / 憑高望遠俯江關
평생 편안한 기운은 석 잔 술 뒤에 찾아왔고 / 平生逸氣三杯後
늙은이 기쁨은 잠시 잠깐이라네 / 老大浮歡半餉間
기나긴 백 년 인생 사람들 쉬지 않는데 / 長路百年人不息
한 조각 외로운 구름은 새와 함께 돌아오네 / 孤雲一片鳥俱還
뉘엿뉘엿 기우는 해를 보시게나 / 請看冉冉西頹日
지팡이 짝해 푸른 산 내려가네 / 相伴枯筇下碧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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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집 시집 제24권 / 시(詩)○착륜록2(斲輪錄二)
중양절에
높은 곳에 올라 입으로 불러 짓다〔九日登高口占〕
맑은 아침 좋은 계절 중양절인데 / 淸朝佳節是重陽
국화의 성긴 가지 반도 노랗지 않네 / 菊樹疏枝半未黃
문 닫고 있자니 시름 달랠 길 없는데 / 閉戶自無愁可遣
높이 오르려 해도 병이 방해하네 / 登高實有病相妨
세월은 시나브로 흘러 가을도 다 지나고 / 年華荏苒三秋盡
쓸쓸한 내 신세 어느덧 팔순 되었네 / 身事蕭條八袠忙
텅 빈 술잔 누가 내게 물을까 / 寂莫壺觴誰問我
흰 옷 입은 행차 시상에 막혔네 / 白衣行色阻柴桑
[주-D001] 텅 …… 막혔네 :
이민구에게 술을 보내 줄 사람이 없다는 말이다. 시상(柴桑)은 진(晉)의 처사(處士) 도잠(陶潛)의 고향이다. 도잠이 중양절(重陽節)에 술 생각은 간절한데 마실 술이 없던 차에, 마침 자사(刺史)인 왕홍(王弘)이 흰 옷 입은 하인을 보내 술을 전달했다는 고사가 있다. 《宋書 卷93 隱逸列傳 陶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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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산집 제2권 / 시(詩)
중양절
다음 날에 징악 오장을 따라 도봉서원에 가서 두 문정 선생의 묘에 배알하며 세 수〔重陽之翌隨澄岳吳丈于道峯拜兩文正先生廟 三首〕
이해가 어느 해인지 아는가 / 此歲知何歲
다시 기묘년 겨울이 되었네 / 重回己卯冬
구중 관문에는 범과 표범 으르렁거리고 / 九關狺虎豹
큰 육지에는 거북과 용이 죽었다오 / 大陸爛龜龍
세상의 화는 한때의 일이요 / 世禍一時事
유림은 백대의 종사(宗師)라오 / 儒林百代宗
애오라지 마음의 향불 올리니 / 心香聊自薦
마치 현종을 밟는 듯하여라 / 如得躡玄蹤
이상은 정암(靜菴)이다.
내 대로보다 늦게 태어났으나 / 我生後大老
남긴 책에서 정신으로 사귄다오 / 神契在遺書
명분과 이치는 원회를 전하고 / 名理傳元晦
일과 공은 자여를 계승하였네 / 事功承子輿
사문이 끝내 없어지지 않을 것이나 / 斯文終不喪
세도는 정녕 어디로 갈꼬 / 世道定焉如
바르게 앉아 높은 자취를 생각하니 / 端坐懷高躅
시원한 바람이 내 옷자락을 스치네 / 淸風振我裾
이상은 우암(尤菴)이다.
북쪽 별장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 證期從北墅
동문에서 만나 이야기하였네 / 晤語在東門
어찌 다만 구름 낀 골짝을 찾으랴 / 可但尋雲壑
참으로 도의 근원 찾으려 하였노라 / 端由溯道源
말채찍을 잡아 덕의를 흠모하고 / 執鞭欽德義
안석을 가지고 인자한 말씀에 탄복하네 / 操几服仁言
내 높은 은자를 따르고자 하여 / 我欲隨高隱
머리 돌려 노원을 묻노라 / 回頭問魯原
노원(魯原)은 바로 징악(澄岳) 장인이 옛날에 은거하신 곳으로, 길 위에서 가르침을 받았는데, 장인이 당신의 작은 집을 가리켜 보이셨기 때문에 말한 것이다.
[주-D001] 징악 오장(澄岳吳丈) :
노주(老洲) 오희상(吳熙常, 1763~1833)으로, 광주(廣州)의 징악산(徵嶽山)에 은거하였기 때문에 이렇게 칭한 듯하다. 오희상의 자는 사경(士敬), 호는 노주(老洲), 본관은 해주(海州), 시호는 문원(文元)이다. 1800년(정조24) 천거로 세자익위사 세마(世子翊衛司洗馬)에 제수되고, 황해도 도사 등을 지낸 뒤, 벼슬에서 물러나 광주(廣州)의 징악산(徵嶽山)에 은거하였다. 성리학에 조예가 깊어 이황(李滉)과 이이(李珥)의 설을 절충하였다.
[주-D002] 두 문정 선생 :
도봉서원에 모셔진 정암(靜菴) 조광조(趙光祖)와 우암(尤菴) 송시열(宋時烈)을 이른다. 두 사람은 모두 시호가 문정(文正)이다.
[주-D003] 다시 …… 되었네 :
기묘사화(己卯士禍)가 1519년(중종14) 기묘년 11월에 발발하였으므로 이렇게 말한 것이다. 기묘사화는 남곤(南袞), 심정(沈貞), 홍경주(洪景舟) 등의 훈구파(勳舊派)가 당시 중종의 신임을 받아 과감하게 정치개혁을 추진하던 조광조(趙光祖) 등의 사림파(士林派)를 무함하여 대대적으로 사사(賜死)시키고 유배 보냈던 사건을 말한다.
[주-D004] 구중 …… 죽었다오 :
간신들이 조정에서 멋대로 농간을 부려 충신들을 해친 것을 비유한다. 앞의 구절은 전국 시대 초(楚)나라 송옥(宋玉)이 지은 〈초혼(招魂)〉의 “호랑이와 표범이 구중 관문을 지키면서 세상 사람들을 물어뜯네.[虎豹九關, 啄害下人些.]”라는 구절을 원용한 것이다. 원문의 ‘구관(九關)’은 하늘의 아홉 겹으로 된 관문으로 궁궐을 가리키기도 한다. 거북과 용은 태평성대의 상서(祥瑞)로, 여기서는 조광조 등을 비유하였다. 《예기》 〈예운(禮運)〉의 “봉황과 기린은 모두 교외의 숲에서 노닐고 거북과 용은 왕궁의 못에 있다.[鳳凰、麒麟皆在郊藪, 龜、龍在宮沼.]”라는 구절을 원용하여 이분들이 못에 있지 못하고 육지에서 죽었다고 말한 것이다.
[주-D005] 현종(玄蹤) :
선현(先賢)의 현묘한 자취를 이른다. 손작(孫綽)의 〈유천태산부(遊天台山賦)〉에 “이로(二老)의 현종을 밟아 오르도다.[躡二老之玄蹤.]”라는 구절이 보인다.
[주-D006] 대로(大老) :
학문과 도덕을 겸비한 국가의 원로에 대한 존칭으로 여기서는 송시열을 가리킨 것이다.
[주-D007] 남긴 …… 사귄다오 :
원문의 ‘신계(神契)’는 신교(神交)와 같은 말로 정신적으로 사귀어 뜻이 서로 투합함을 이른다. 이는 곧 시대는 다르나 송시열의 저서를 통해 깊은 교감을 나누고 있음을 말한 것이다.
[주-D008] 명분과 …… 계승하였네 :
명분과 이치는 성리학(性理學)을 이르고 원회(元晦)는 주자의 자이다. 일과 공은 이단(異端)을 물리치고 유학을 전승한 맹자의 업적을 이르는바, 자여(子輿)는 맹자의 자이다.
[주-D009] 말채찍을 …… 흠모하고 :
오희상의 덕의를 끝없이 흠모해서 기꺼이 그의 마부(馬夫)가 되어 수레라도 끌고 싶다는 말이다. 《사기》 권62 〈관안열전 찬(管晏列傳贊)〉에 “가령 안자가 지금 이 세상에 살아 있다면 내 비록 그를 위해 말채찍을 잡는다 하더라도 기쁜 마음으로 받들어 모시겠다.[假令晏子而在, 余雖爲之執鞭, 所忻慕焉.]”라는 사마천(司馬遷)의 말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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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산집 제2권 / 시(詩)
구일에〔九日〕
금년에는 가을빛이 늦어서 / 今年秋色晩
구일에도 국화가 피지 않았네 / 九日未黃花
동쪽 울 밑에서 지팡이 짚고 섰노라니 / 倚杖東籬下
바람에 백발이 흩날리네 / 天風白髮斜
[주-D001] 구일(九日) :
음력 9월 9일인 중양절(重陽節)을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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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산집 제2권 / 시(詩)
중양절에
동곽에 있는 임장의 좋은 기약에 달려가서 함께 낙산에 올라 가을을 감상하다〔重陽赴東郭任丈幽期共陟駱山賞秋〕
나이 쉰 한 살의 중양절에 / 行年五十一重陽
가을 흥취 도도하니 늙을수록 더욱 미쳐가네 / 秋興滔滔老更狂
새벽에 말 타고 애오라지 홀로 가니 / 平朝騎馬聊孤往
동곽의 차가운 국화 늦은 향기 머금고 있네 / 東郭寒花葆晩香
[주-D001] 늙을수록 더욱 미쳐가네 :
이 내용은 두보가 지은 〈광부(狂夫)〉 시의 “죽어 구렁에 묻히고자 하여 오직 멋대로 사니 미치광이 늙을수록 더욱 미쳐감을 스스로 비웃노라.[欲填溝壑唯疎放, 自笑狂夫老更狂.]”라는 구절을 원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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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산집 제2권 / 시(詩)
중양절
이튿날 남한산성의 서장대에 올라 현판에 적힌 서석 김공의 시에 차운하다〔重陽之翌上南漢西將臺步板上瑞石金公韻〕
호겁이 지나도 산은 그대로이니 / 浩劫山猶在
맑은 가을날 나그네 절로 찾아 왔네 / 淸秋客自來
금성탕지(金城湯池)의 험한 지형 부질없고 / 金湯空地險
계책은 인재가 없어 부끄럽다오 / 籌策愧人才
북쪽을 바라보니 연기와 먼지 자욱하고 / 北望烟塵暗
동쪽으로 한강물은 휘감아 흐르고 있네 / 東流江漢廻
서생이 웅장한 뜻을 품고서 / 書生齎壯志
검을 어루만지며 홀로 배회하노라 / 撫劒獨徘徊
[주-D001] 서장대(西將臺) :
남한산성(南漢山城)에 있는 수어장대(守禦將臺)의 원래 이름이다. 처음 남한산성을 축조할 때 사방 네 곳에 지은 장대 중의 하나로 서쪽에 있어서 서장대라 하였는데, 영조 27년(1751)에 유수(留守) 이기진(李箕鎭)이 왕명으로 서장대 위에 2층 누각을 건립하고 외부 편액은 수어장대, 내부 편액은 무망루(無忘樓)라고 하여, 이후 수어장대로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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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천집 제4권 / 시(詩)○을사고(乙巳稿)
중양절〔重陽〕
중양인데 서리는 아직 내리지 않고 / 重陽天未霜
비바람의 괴로움도 있지 않다네 / 又無風雨苦
따스함과 서늘함이 참으로 적당하니 / 暄凉正適宜
갠 해가 집 뜰에 가득하네 / 晴日滿庭宇
집집마다 새로 술이 익으니 / 家家新釀熟
등림할 채비는 마련할 수 있겠네 / 可辦登臨具
애석한 건, 동쪽 울 아래 꽃나무가 / 所嗟東籬花
피려 하지 않고 더딘 거라네 / 遲遲不肯吐
꽃떨기를 만지며 공연히 세 번 냄새 맡고 / 撫叢空三嗅
술잔 멈추고 널리 사방을 돌아보네 / 停杯曠四顧
옛사람도 이날 시는 쉽게 짓지 못했으니 / 古人旣難作
좋은 때도 헛되이 보내 버리네 / 良辰亦虛度
눈 들어 보는 것 하나같이 쓸쓸하니 / 擧目一蕭然
풀 죽어 세모 때를 기약해 보네 / 婆娑寄歲暮
[주-C001] 을사고(乙巳稿) :
1905년(광무9), 매천이 51세 되던 해에 지은 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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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암선생문집 제1권 / 시(詩)
중양절(重陽節)
해마다 중구의 모임은 / 年年重九會
바다와 산만을 대했구나 / 只接海山高
오랜 나그네 여기저기 병이지만 / 久客身多病
곤란을 겪으니 뜻은 더욱 커지네 / 涉難意更豪
뛰어난 경치에 낭인의 자취 남기니 / 浪迹依靈境
남은 인연일랑 막걸리에 붙였네 / 餘緣付濁醪
고금을 살펴보니 득실이 같으니 / 古今均失得
걱정 없이 내 마음대로 살아가리라 / 自適不須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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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암선생문집 제2권 / 시(詩)
오늘이 바로 중양절(重陽節)인데
산천은 비록 다르나 국화[黃花]는 여전히 피었으므로 느낀 바 있어 회포를 읊음
객지에서 자식을 보내니 꿈이 더욱 새로워 / 羇中送子夢愈新
해외에서 누가 해내를 가엾게 여기는가 / 海外誰憐海內人
부질없이 옛날 고향 가을 기억나니 / 謾記鄕山秋熟日
국화꽃 필 때 이웃 벗을 불러 막걸리 먹었지 / 黃花白酒喚朋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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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은시고 제11권 / 시(詩)
중구일(重九日)에 아침 일찍 일어나다.
효사궁관은 승방과 연접해 있는지라 / 孝思宮觀接僧房
해마다 정결한 제사에 법주가 향기로운데 / 歲歲精禋法酒香
남은 술이 수년 동안 내겐 이르지 않으니 / 餘瀝數年分不到
병중에 홀로 앉아서 또 중양을 맞이했네 / 病中獨坐又重陽
내 아이가 지난날 중방에 있을 적에는 / 吾兒前日忝重房
일찍이 재배하고 궁전의 향을 피웠는데 / 再拜曾燒祕殿香
홀로 산장에서 생활이나 꾀하고 있자니 / 獨向山莊謀口腹
응당 머리 돌려 석양 아래 섰을 뿐이네 / 定應回首立斜陽
[주-D001] 중방(重房) :
고려 시대에 상장군(上將軍)과 대장군(大將軍)들이 함께 모여서 군사(軍事)를 의논하여 처리하던 협의 기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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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은시고 제11권 / 시(詩)
중구일
석양에 정양(鄭驤) 동년이 와서 작별을 고하고 시(詩)를 청하므로, 1수를 읊다.
문항은 가을이 깊은 곳이요 / 門巷秋深處
강산엔 해가 지는 때로다 / 江山日落時
다시 이 작별을 어떻게 견디랴 / 那堪更一別
서로 대하니 귀밑털이 하얗구나 / 相對鬢如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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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은시고 제30권 / 시(詩)
중구일(重九日) 하루 전에 유항(柳巷)에게 증정하다.
인정과 절물은 실로 불가분의 관계인데 / 人情節物苦牽聯
머리 위의 광음은 마치 물이 흘러가 듯 / 頭上光陰如逝川
아쉬워라 중추의 달을 내년으로 미뤘는데 / 已負中秋姑待後
놀라워라 중구일이 어느새 또 닥쳐왔네 / 俄驚九日又當前
조물이 동쪽 울의 국화를 아끼는 듯하니 / 化工似靳東籬菊
늙은 나야 북해의 하늘만 쳐다볼 수밖에 / 老我徒瞻北海天
그래도 적막을 함께할 서린이 계시나니 / 賴有西隣同寂寞
서로 마주 보며 한가한 시간 좀 보내야지 / 更須相對共悠然
[주-D001] 인정(人情)과 …… 관계인데 :
계절이 변화하면서 보여 주는 경물(景物)에 따라 사람의 마음도 어쩔 수 없이 바뀌게 마련이라는 말이다.
[주-D002] 머리 위의 …… 흘러가 듯 :
세월이 유수와 같다는 말로, 《논어》 자한(子罕)에 공자가 시냇가에서 “가는 것이 이 물과 같구나. 밤낮을 쉬지 않는도다.[逝者如斯夫 不舍晝夜]”라고 탄식한 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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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은시고 제30권 / 시(詩)
중구일(重九日)에 반주(班主)에게 부치다.
초제 뒤에 으레 술을 제군에 보내 주오마는 / 醮餘雖例及諸君
두 병 술로야 어떻게 골수까지 얼큰해질까 / 朋酒無從骨髓醺
병후에 산에 올라 나 혼자 명절을 보내는데 / 病後登高吾自賀
황차 사문을 중시하는 우리 응양은 오죽할까 / 鷹揚況是重斯文
[주-D001] 반주(班主) :
고려 시대 때 설치된 응양군(鷹揚軍)의 상장군(上將軍)으로서 병부 상서(兵部尙書)를 일컬었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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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재집 제1권 / 시(詩)
중양일에
직지사에 모여 이야기하다〔重陽日 會話直指寺〕
구름 보고 물 대하며 세상일 잊으니 / 看雲臨水息塵機
아득한 절 주변이 모두 푸른 산일세 / 迢遞琳宮傍翠微
호외에서 머리털 희니 사람 다시 이르고 / 湖外白頭人更到
누대 가 단풍잎에 기러기 처음 나네 / 樓邊紅葉鴈初飛
술잔 멈추니 고향 생각이 다 일어나고 / 停觴盡惹鄕園思
국화 대하니 축객의 옷 모두 젖네 / 對菊偏霑逐客衣
이별 뒤에 부질없는 그리움 어이 견디랴 / 別後那堪浪相憶
한잔 술로 취하여 돌아갈 생각 잊었어라 / 一罇留醉得忘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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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오집 제1권 / 시(詩)
중양절에
오봉에 유람 갔다가 다음 날 백운산으로 들어가는 도중에 구술로 짓다〔重陽遊五峯翌日入白雲途中口呼〕
중양절에 국화 띄워 술 마시고 아직 취기가 남아 있으나 / 重陽汎菊帶餘醺
남은 가을 아까워서 백운산으로 향하네 / 惜取殘秋向白雲
어젯밤 차가운 바람 불고 세찬 비 내리더니 / 昨夜霜風吹雨急
산 단풍의 붉은빛이 이삼 분 줄었구나 / 山楓紅減兩三分
두 번째〔其二〕
갈고리 지팡이에 술병을 거니 얼굴이 이미 붉어지고 / 鉤杖掛壺面已醺
절은 보이지 않고 돌아가는 구름만 보이네 / 招提不見見歸雲
산을 덮은 붉은 단풍에 땅이 없는가 의심스럽고 / 籠山赤葉疑無地
구불구불 올라오니 샛길이 비로소 갈리네 / 曲折登來逕始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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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자집 시고 제3책 / 시(詩)
중양절 고사〔重九記故事〕
해마다 구월 구일은 / 年年九月九
중양절이라 부르네 / 佳節號重陽
율려로는 무역이라 하고 / 鳳律名無射
《주역》에는 괘가 있네 / 龜書數有當
하늘은 높고 구름은 활짝 걷혔으며 / 天高雲廓宇
낙엽은 지고 이슬은 서리가 되었네 / 木落露爲霜
반달은 비낀 빛을 뿌리고 / 璇月揚斜影
가을바람은 모상에 부네 / 金風發暮商
단풍과 국화 아름답고 / 物華楓又菊
벼와 기장 수확하네 / 農事稻兼粱
까닭에 사람들이 즐기고 노는 것은 / 所以人遊賞
길하고 좋은 이 날에 이르러서지 / 迨玆日吉良
모래섬 기러기는 먼 울음 보내오고 / 洲鴻流遠響
잔속의 술거품은 가벼운 향 풍기네 / 盃蟻賸輕香
밤과 대추 넣어 경단을 찌고 / 棗栗蒸紅餌
수유 담은 붉은 주머니 차네 / 茱萸佩絳囊
추위를 막아줄 지 참으로 알 수 없거니와 / 禦寒良莫究
재액 막아주는 줄을 과연 누가 상세히 알까 / 辟惡果誰詳
장수를 기원하는 풍습은 한나라에서 유래했고 / 祈壽風由漢
신료와의 잔치 율령은 당나라에서 비롯되었지 / 宴寮令肇唐
봉래궁에선 귤을 받고 즐거워했고 / 蓬萊欣受橘
상락주는 유강에서 바쳐 왔노라 고했네 / 桑落詑綏羗
희마대는 텅 비었고 / 戱馬臺空曠
상표관은 아득하였어라 / 商飈館杳茫
높은 곳 오르는 게 풍속 되었으니 / 登高成習俗
나그네 된 이는 고향을 바라보네 / 爲客望家鄕
이백은 용산에서 술 마셨고 / 李白龍山飮
두견화는 학사에서 곱게 폈지 / 杜鵑鶴寺粧
맹가는 오사모 떨어진 줄 몰랐으며 / 嘉忘烏帽落
도연명은 백의가 바삐 오는 것을 반가워했네 / 陶喜白衣忙
남주는 금반이 사치스러웠고 / 南主金盤侈
송조에선 옥술을 담았네 / 宋朝玉醴將
시의 산가지는 학루에 드높고 / 詩籌鶴樓敞
구름 같은 장막이 낙원에 펼쳐졌네 / 雲幕樂園張
짧은 머리는 운수를 시름겹게 하고 / 髮短愁芸叟
높은 산은 초당을 눈물짓게 하였네 / 山危淚草堂
왕랑의 시 천 수가 찬란하고 / 王郞千首燦
최씨의 두 봉우리 푸르렀어라 / 崔氏兩峯蒼
진사도는 싸늘한 서풍 추억했고 / 陳憶西風冷
한위공은 만년 절개 자랑했네 / 韓誇晩節臧
위 문제는 근실하게 글을 내렸고 / 賜書勤魏帝
장방의 말 따라 재액을 면했어라 / 度厄驗長房
꽃잎은 예전처럼 다 없어지도록 땄고 / 舊摘期搖蕩
전고 따라 멀리 고향 바라보네 / 遙臨引故常
시는 아름다운 모임 전하고 / 吟傳有美會
잔치는 장릉강을 상상하네 / 燕想蔣陵岡
장한 뜻은 명윤을 으뜸으로 쳤고 / 壯志推明允
천재 왕발은 자장을 부끄럽게 했네 / 天才愧子章
주렴 걷히자 사람이 국화처럼 수척해졌고 / 捲簾人似瘦
동각에서 만났던 날을 객이 뒤에 상심했네 / 窺閣客追傷
술 살 돈 없이 국화 마주하는 걸 어이 견디랴 / 可耐無錢對
오직 마실 술이 있어야 마실 수 있는 것을 / 秪要有酒甞
우산의 눈물은 너무 속되고 / 牛山淚太俗
고 자로 시 짓는 것 어려울 것 없었지 / 糕字題何妨
온갖 허물 있으나 아침나절 기뻐했고 / 百過終朝好
국화 몇 가지가 살쩍 가득 꽃다웠어라 / 數枝滿鬢芳
술은 취하고 겹옷을 입었으며 / 酒酣人衣袷
들은 넓고 농사는 풍년일세 / 野濶穡登塲
수유 가지 꽂고서 사람들 따라 가고 / 揷朶行隨衆
갓을 바로 쓰려다 옆 사람 웃게 했네 / 整冠笑倩傍
국화 피는 것이 바로 이때이고 / 花開時卽是
계절 바뀌니 흥이 더욱 길어라 / 月改興還長
써늘한 바람 맞는 것도 싫은데 / 可厭踈風逼
더구나 찬비마저 쏟아짐에랴 / 况逢冷雨滂
절묘한 노래는 백가에게서 들었고 / 妙詞聞伯可
아름다운 시구에서 반랑을 추억하네 / 好句憶潘郞
예로부터 시 읊고 술 마신 일 많아 / 從古多吟醉
지금까지 질탕히 논다네 / 于今亦放狂
딱하다 백발 천장의 내 신세여 / 自憐千丈白
어찌 몇 떨기 국화를 저버릴소냐 / 忍負幾叢黃
사람들 놀라게 할 절창이야 없지만 / 縱乏驚人語
우선 손님과 마주해 술잔 기울이네 / 且傾對客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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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자집 시고 제4책 / 시(詩)
중양절에
홍 판윤 댁에서2수 〔重陽洪判尹宅 拈老杜九日韻 共賦成 二首〕
중양절에 홍 판윤 댁에서 두보(杜甫)의 시 〈구일(九日)〉의 운을 따서 함께 읊어 두 수를 짓다.
사계절 부지런히 흘러가서 / 四序頻移軌
다시 중양절에 술잔 잡았네 / 重陽復把杯
시름 때문에 안색은 일찍 초췌해졌고 / 緣愁顔早悴
가난 부끄러워 국화는 더디 핀다 / 羞窶菊遲開
만년 계책은 한가로움 응당 넉넉할 터이니 / 晩計閒應足
조정 반열엔 몇 번이나 더 오를까 / 朝班點幾回
옛사람들은 시월 구일에도 모였으니 / 古人十月會
그날 다시 오는 것도 해롭지 않으리 / 不妨又重來
이해 9월 9일에 국화가 피지 않았다.
친한 벗에다 한 마을에 살아 / 雅契仍同巷
가절마다 늘 함께 술 마시네 / 佳辰每共杯
어이하여 중양절 모임인데 / 如何九日會
한 송이 국화도 피지 않았나 / 不見一花開
모자 떨어뜨린 사람을 속절없이 생각하고 / 落帽人空憶
고 자를 쓰려던 몽득은 부질없이 돌아갔네 / 題糕夢却回
서총대에 친림하사 시사하신다는데 / 葱臺聞試士
누가 도포를 빼앗아 오려나 / 誰得奪袍來
이날 성상이 서총대(瑞蔥臺)에 친히 임하여 시사(試士)하시고, 장차 사제(賜第)하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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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중양절(重陽節)-1.끝.
11.중양절(重陽節)-2
문곡집 제4권 / 시(詩) 146수
9월 9일〔九日〕
두 해나 바닷가에서 중양절을 만났으니 / 二年瘴海作重陽
정녕 소동파가 월 땅에 유배된 일 같구려 / 正似坡翁滯越鄕
남수에서 산수유 꽂는다고 옛 모임 아니지만 / 藍水把萸非舊會
남쪽 강가에서 국화 먹으니 또한 새 향기라 / 楚江餐菊又新香
동쪽 울타리로 술 보내 줄 사람 없고 / 無人解送東籬酒
북녘에 서리 왔다 놀라 우는 기러기만 있으니 / 獨雁驚呼北地霜
설령 산에 올라 부질없이 멀리 바라보아도 / 縱使登高徒極目
뜬구름에 어느 곳이 한양인 줄 알겠는가 / 浮雲何處認西方
소동파가 귀양살이하며 지은 〈중구〔重九〕〉 시에 “삼 년을 풍토병 있는 바닷가에 사노라니, 월 땅의 교산이 참으로 나의 집이라네. 산에 올라 중구절 지내려 하나, 남쪽이라 국화가 아직 꽃을 피우지 않았네.”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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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산집 제2권 / 시(詩)
중양절에
안찰사 경대 김공 상현 의 약속에 찾아갔는데 연광정에서 작은 잔치를 베풀어 주었다〔重陽赴按使經臺金公 尙鉉 之約小讌練光亭〕
취하여 산수유 손에 쥐니 작년에 본 것 같은데 / 醉把茱如去歲看
강산은 비록 좋으나 나그네 심정만 다하여라 / 江山雖好旅情闌
이 누각은 지금 등왕각이 되었는데 / 此樓今作滕王閣
수령 일로 바쁜 나는 자안에게 부끄럽네 / 墨綬忩忩愧子安
낙엽 진 강가 성에 저녁 빛은 맑은데 / 搖落江城淨晩暉
화려한 누각 풍악 소리가 꿈속인양 아련해라 / 畫樓絲管夢依依
이 몸은 홀로 요동학과 같건만 / 此身獨似遼陽鶴
가을바람에 제비 동반해 돌아가지 못하네 / 未伴秋風海燕歸
관찰사 소하(小荷) 공을 여기서 새로 이별했고 다시 이 누대에 오른 것인데, 회포가 일어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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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산집 제2권 / 시(詩)
중구일에 높은 곳에 오르다〔九日登高〕
정자 선 언덕 구월이라 국화가 피는데 / 亭皐九月菊花開
가을빛은 강에 깔리고 흰 기러기 날아오네 / 秋影橫江白鴈來
외로우니 명절 맞는 것 어떻게 견디랴 / 離索那堪逢令節
높은 곳 오르니 그래도 깊은 술잔 들 만하네 / 登臨且可引深杯
푸른 봉우리는 신천의 굽이에서 읍하는 듯하고 / 蒼峯似揖新川曲
붉은 잎은 옛 고을 구석에서 날리기 시작하네 / 紅葉初飛古郡隈
시야 끊긴 고향에는 구름도 보이지 않으니 / 目斷故園雲不見
이 산을 누가 망향대라고 말했던가 / 此山誰道望鄕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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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산집 제2권 / 시(詩)
중구일에
높은 곳에 올라 회포를 서술하다. 15운이다〔九日登高述懷十五韻〕
지난해 중구일엔 용문산에 머물렀는데 / 去年九日龍門趾
올해의 중구일엔 황곡 언덕에 있네 / 今年九日篁谷峙
세월은 흐르는 물 같고 머리털은 눈빛과 같은데 / 歲華如水鬢如雪
이별 시름 어지러우니 어느 때나 그치리오 / 離緖擾擾那時已
산속 거처 새로 정해 그윽한 생각 흡족하니 / 山居新卜愜幽想
밤이면 조를 찧고 아침이면 감을 딴다네 / 夜舂黃梁朝摘柿
떡갈나무 잎 울타리에 서리 빛이 가득한데 / 槲葉籬落霜暉滿
풀벌레는 울음 그치고 모래밭에 기러기 나네 / 草蟲叫歇沙雁起
붉은 열매와 국화에는 가을 그림자가 어리니 / 朱實黃花弄秋影
옥당이며 금문이며 꿈속만 같아라 / 玉堂金門如夢裏
천 그루 좋은 나무는 그윽한 샛길 그늘지우고 / 千章嘉木蔭幽徑
한줄기 맑은 여울로는 세속의 귀를 씻네 / 一帶淸瀨洗俗耳
어지러운 세상일은 온통 들리지 않으니 / 紛紛世事了不聞
수레 멈추고 한가함 누려 그칠 바를 안다네 / 息駕投閑知所止
높은 곳 오르니 문득 고향 그리운 마음 일어나 / 登高忽起望鄕情
가을 산에 해 지는데 미인을 그리는 노래하네 / 秋山日落歌望美
십년간 닭소리 들었으니 신선이 못되는데 / 十年聽雞非隱淪
나만 홀로 어찌하여 이곳에 있는가 / 我獨胡爲乎在此
비재라 어찌 밝은 임금이 버리기 기다리랴만 / 不才何待明主棄
늙지 않아 아직은 어머니 모실 겨를이 있다네 / 未老猶遑慈母恃
차마 선왕의 조복을 훼손해 벗을 수가 있었겠나 / 忍令毁脫先王服
기꺼이 말발굽 따라 끌채 아래 내맡겼는데 / 甘隨蹄跡轅下委
굶주려도 마판의 콩에 대한 연모를 끊어버리고 / 調飢斷却棧豆戀
벼슬 내던지고 눈물 훔치며 한강을 건넜다네 / 投簪揮淚渡漢水
직설이 소유보다 나음을 헤아려 아노니 / 諒知稷契勝巢由
때와 재능 헤아림은 한 가지 방법만이 아니라네 / 度時量才非一揆
농사 안 배우고 녹 구하기만 배운 것 후회하지만 / 悔不學稼學干祿
세모에 놀라 돌아보아도 헛된 일일 뿐이라네 / 歲暮瞿瞿徒爲爾
장안을 한껏 바라봐도 안타깝게 안 보이는데 / 極目長安愁不見
옥루에는 밝은 달 뜨고 구름은 만리일세 / 玉樓明月雲萬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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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산집 제3권 / 시(詩)
중구일에
낙민루에 올랐는데 이때 만세교가 막 완공되었다〔九日登樂民樓時萬歲橋初成〕
지난해의 이날은 연광루에서 / 玆辰往歲練光樓
검은 인끈 차고 일찍이 자사 따라 노닐었으니 / 墨綬曾從刺史遊
푸른 물 붉은 난간은 어제 같은데 / 碧水紅欄如昨日
국화 피자 옥절로 또 새 가을을 맞았네 / 黃花玉節又新秋
강물 다리에 구름 일어나니 청룡이 보이고 / 河橋雲起靑龍見
변방 피리에다 서리 내리니 흰 기러기 날아가네 / 塞笛霜沈白雁流
서풍이 모자 가득 부는 것을 견디지 못하나니 / 叵耐西風吹滿帽
고향 생각에 수염 천 가닥만 비비 꼬다 짧아졌네 / 千莖撚短望鄕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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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암집 제2권 / 시(詩)○오언절구보유(五言絶句補遺)
중구절의 단출한 술잔치〔重九小酌〕
대궐에서 은총받은 날은 / 紫極承恩日
국화를 술잔에 띄우는 때라 / 黃花泛酒時
한 집안에 친족 대여섯이 / 一堂親五六
함께 태평 시절을 즐기네 / 同樂太平期
차운 덕봉은 부인 송씨의 호이다. 〔次韻 德峯夫人宋氏號〕
예전 남북으로 나뉘어졌을 때 / 昔日分南北
어찌 이때가 있을 줄 알았으리 / 那知有此時
맑은 가을 좋은 절기에 모이니 / 淸秋佳節會
천리 길에 서로 기약한 듯하네 / 千里若相期
차운 경렴 (次韻 景濂 )
백발 부모 모두 당상에 계시니 / 鶴髮俱堂上
이때에 색동옷 입고 춤을 추네 / 斑衣舞此時
우리 집엔 한없는 즐거움 있으니 / 吾家無限樂
그 밖에 또 무엇을 기대하리오 / 此外更何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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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담집 제2권 / 칠언절구(七言絶句)
중양일에 광경을 읊다〔重陽日卽事〕
빈 섬돌에 서리와 이슬 둘러진 중양절인데 / 空階霜露帶重陽
감국은 어찌하여 향기를 내지 않는가 / 甘菊胡然未吐芳
주인이 신병에서 일어나기를 기다렸다가 / 直待主人身病起
잔에 얽힌 만령국 향기를 불어 보내리 / 繞盃吹送萬鈴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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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담집 속집 제2권 / 칠언절구(七言絶句)
중양일 즉사〔重陽日卽事〕
모자 날리는 아름다운 때 좋은 구경 많은데 / 落帽佳辰勝賞多
병들어 누운 밤 창가의 풍미 어떠하겠나 / 病窓風味夜如何
울타리 가에 수없이 들국화 피어 있기에 / 籬邊野菊開無數
홀로 맑은 향기 맡으니 어느덧 해가 저무네 / 獨嗅淸香到日斜
가을 기운 하늘을 가로질러 맑은 경치 선명하니 / 金氣橫空霽景明
중양절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란 걸 알고 있었지 / 重陽令節最知名
지난해 봉관에서 신선 따라 모인 자리 / 去年蓬觀追仙集
황봉주 따라 마시며 절하고 춤추며 분주했네 / 手酌黃封拜舞聲
호당(湖堂)에 명절이 되면 관례대로 임금이 술을 하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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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사집 제1권 / 시(詩)
중양일에 입으로 부르다.
텅 빈 마당에 뒷짐지고 새 서리를 밟을 제 / 虛庭負手履新霜
가을 잎새 바람에 날리니 감탄이 그지없네 / 秋葉號風感歎長
누런 국화는 또 의당 찬란하게 피련마는 / 黃菊且須開爛熳
늙은 사람은 능히 몇 중양이나 지낼런고 / 老人能閱幾重陽
구월 구일이 마치 한식과 같아 / 九日如寒食
빈 집에 앉아 턱 괴고 있노니 / 空齋坐柱頤
누런 국화와 하얀 머리털이 / 黃花與白髮
서로 마주하매 어울리지 않누나 / 相對不相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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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사집 제1권 / 시(詩)
중구일에
우연히 영국 서원(寧國書院)에서 노니는데, 술도 없고 친구도 없고 행낭 속에 오직 말린 밤과 건다(建茶)만이 있으므로, 밤을 씹어먹고 차를 달여 마시어 주림을 달래노라니 매우 쓸쓸하였다.
우스워라 높은 산을 오르는 날에 / 笑殺登高日
도리어 깊은 계곡에 들어왔네 / 飜成磵入來
어찌하면 차 한 주발을 가지고 / 那將茶一椀
술 석 잔과 바꾸어 마실거나 / 換得酒三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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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암집 제15권 / 시(詩)
중양절에
죽산의 선영에 성묘하다. 이날이 바로 돌아가신 어머니의 생신이므로 눈물을 훔치며 감회를 적다〔重陽省掃竹州是日卽先妣生辰抆淚志感〕
연적봉이 서리 기운 하얗게 머금으니 / 霜含硯滴白崔崔
세월은 재촉하듯 빠르게도 흘러가네 / 日月依辰訝許催
궁벽한 골짝에서 국화를 어찌 보랴 / 窮崦何曾黃菊見
머리 허연 고아가 부질없이 찾아올 뿐 / 孤兒空自白頭來
산소에서 남몰래 통곡 소리 삼키건만 / 墳前暗有呑聲哭
지하에 축수하는 술잔 전할 길이 없네 / 地下難傳獻壽杯
묘소 주변 나무 모두 경건하게 대할지니 / 松幹楸枝皆可敬
후손들은 내 손으로 심었음을 기억하라 / 後孫須識我親栽
‘연적’은 봉우리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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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4권 / 시류(詩類)
중구일(重九日)에 높은 데 오르다.
중양의 뛰어난 흥취가 죽면처럼 농후하여 / 佳興重陽粥面濃
겹겹의 푸른 봉우리를 곧장 올라 임했는데 / 登臨直上翠峯重
모자 가득 국화는 바람이 불어 떨어뜨리고 / 黃花滿帽風吹倒
항아리 가득 좋은 술은 벌써 다 마셔버렸네 / 綠酒盈樽飮已空
잔뜩 취한 번천은 진정 좋은 일이었거니와 / 酩酊樊川眞好事
비환에 젖은 남간은 옛 자취가 생각나누나 / 悲懽藍澗想遺蹤
청컨대 그대 또한 수유를 손에 쥐고 보게나 / 請君更把茱萸看
세간에선 함께 담소할 이 만나기 어렵나니 / 人世難逢一笑同
[주-D001] 모자 …… 떨어뜨리고 :
진(晉) 나라 때 맹가(孟嘉)가 일찍이 정서장군(征西將軍) 환온(桓溫)의 참군(參軍)으로 있을 때, 한번은 중양절에 환온이 용산(龍山)에서 연회(宴會)를 베풀어 그의 막료(幕僚)들이 모두 모여서 술을 마시며 즐겁게 놀았는데, 그때 마침 바람이 불어서 맹가의 모자가 날아갔으나 맹가는 미처 그것도 알아차리지 못한 채 풍류(風流)를 한껏 발휘했다는 데서 온 말로, 즉 중양절에 벌이는 뛰어난 풍류를 의미한다.
[주-D002] 잔뜩 …… 일이었거니와 :
두목(杜牧)의 구일제산등고(九日齊山登高) 시에 “강은 가을 그림자 머금고 기러기 처음 날 제, 손과 함께 술병 들고 산 중턱에 올랐네. 속세에선 담소 나눌 이 만나기 어렵거니, 국화를 모름지기 머리 가득 꽂고 돌아가리. 다만 잔뜩 취하는 걸로 좋은 명절에 보답할 뿐, 높은 데 올라서 석양을 한탄할 것 없고말고. 고금 이래로 인생사가 이와 같을 뿐인데, 어찌 우산탄의 눈물로 옷깃 적실 필요 있으랴.〔江涵秋影雁初飛 與客携壺上翠微 塵世難逢開口笑 菊花須揷滿頭歸 但將酩酊酬佳節 不用登臨恨落暉 古往今來只如此 牛山何必獨霑衣〕”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3] 비환(悲懽)에 …… 생각나누나 :
비환은 슬픔과 기쁨을 말하고, 남간(藍澗)은 남수(藍水)와 계곡의 물을 합칭한 말로, 두보(杜甫)의 남전최씨장(藍田崔氏莊) 시에 “늙어갈수록 가을의 슬픔을 애써 자위하던 터에, 흥겨워라 오늘은 그대의 환대를 십분 받았네. 짧은 머리털에 모자 날려감은 부끄러운데, 옆 사람 시켜 관 바르게 씀은 우습기도 하여라. 남수는 멀리 일천 계곡으로부터 내려오고, 옥산은 높다랗게 두 봉우리가 차갑구나. 명년의 이 모임 때까지 과연 누가 건강할는지, 취하여 수유를 손에 쥐고 자세히 보노라.〔老去悲秋强自寬 興來今日盡君歡 羞將短髮還吹帽 笑倩傍人爲正冠 藍水遠從千澗落 玉山高竝兩峯寒 明年此會知誰健 醉把茱萸仔細看〕”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4] 청컨대 …… 어렵나니 :
두목(杜牧)의 구일제산등고(九日齊山登高) 시에 “ㆍㆍㆍㆍㆍㆍ속세에선 담소 나눌 이 만나기 어렵거니, 국화를 모름지기 머리 가득 꽂고 돌아가리.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塵世難逢開口笑 菊花須揷滿頭歸ㆍㆍㆍㆍㆍㆍ〕”라고 하였고, 두보(杜甫)의 남전최씨장(藍田崔氏莊) 시에 “ㆍㆍㆍㆍㆍㆍ명년의 이 모임 때까지 과연 누가 건강할는지, 취하여 수유를 손에 쥐고 자세히 보노라.〔ㆍㆍㆍㆍㆍㆍ明年此會知誰健 醉把茱萸仔細看〕”라고 하였다. 수유(茱萸)는 옛날 음력 9월 9일 중양절(重陽節)이면 사람들이 붉은 주머니에 수유 열매를 담아서 팔뚝에 걸고 높은 산에 올라가 국화주(菊花酒)를 마셔 사기(邪氣)를 물리쳤다는 데서 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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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5권 / 시류(詩類)
구일(九日)에
일찍 일어나 회포를 써서 장난삼아 지평(持平) 정자문(鄭子文)에게 주다. 4수
세월이 공같이 빨라 번쩍번쩍 지나가니 / 歲月跳丸瞥眼過
좋은 명절 만날 때마다 어찌한단 말인가 / 每逢佳節可如何
오늘 아침에 이미 높은 산 오를 흥취 있어 / 今朝已有登高興
웃으며 국화 꺾어서 모자 깁에 꽂았다오 / 笑折黃花揷帽紗
백대의 깊은 곳엔 늠름한 서릿발 날리고 / 柏臺深處凜飛霜
맑고 깨끗한 정회는 철석 같은 간장일세 / 氷雪情懷鐵石腸
남쪽 이웃 늙은 사간을 조소하지 말게나 / 莫笑南鄰老司諫
용산에서 모자 떨구어 중양 놀이 했다네 / 龍山落帽作重陽
목지는 세속 사람과 담소하길 바랐었고 / 牧之塵世須開口
두보는 옆 사람이 관을 바르게 해 주었지 / 杜甫傍人爲整冠
괴이하여라 깨끗한 풍도의 어진 어사는 / 怪底淸風賢御史
시 짓느라 술잔이 마를 겨를이 없네그려 / 詩成無暇酒盃乾
쓸쓸한 귀밑은 이미 오늘 백발을 더했는데 / 蓬鬢已添今日白
국화는 거년의 노란 꽃을 다시 피우는구려 / 菊花猶發去年黃
시호는 고 자 쓰기를 필요로 하지 않거니 / 詩豪不要題餻字
술동이 앞에서 주정이나 실컷 부려야겠네 / 剩作樽前逞酒狂
[주-D001] 용산(龍山)에서 …… 했다네 :
진(晉) 나라 때 맹가(孟嘉)가 일찍이 정서장군(征西將軍) 환온(桓溫)의 참군(參軍)이 되었을 때, 한번은 중양일(重陽日)에 환온이 용산에서 연회를 베풀어 그의 막료(幕僚)들이 모두 모여서 술을 마시며 즐겁게 놀았던바, 그때 마침 바람이 불어서 맹가의 모자가 날려갔으나 맹가는 미처 그것도 알아차리지 못한 채 풍류를 한껏 발휘했다는 데서 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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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10권 / 시류(詩類)
중구일(重九日)에
서현정(序賢亭)의 연회에 시좌(侍坐)하여 태조어제시운(太祖御製詩韻)에 차하다.
안중에 천만 봉우리를 편평하게 보아라 / 眼中平看千萬峯
천지가 온통 우리 임금님 도량 속일세 / 天地吾王度量中
성스러운 자손들이 오늘날에 이르도록 / 聖子神孫至今日
사방 팔방 끝까지 빠짐 없이 포용하였네 / 八荒四海總包容
마상의 큰 공훈은 바로 운봉의 대첩이라 / 神功馬上捷雲峯
삼한이 만고토록 그 덕택을 힘입었는데 / 萬古三韓德澤中
성주께서 지금 태조의 일을 계승하시니 / 聖主卽今繩祖武
태평의 훌륭한 일들을 누가 다 형용하랴 / 太平盛事孰形容
삼각산 아래에 오운의 궁궐이 있으니 / 五雲宮闕華山峯
열무와 수문이 다 여기서 행해졌는데 / 閱武脩文在此中
성군과 하 많은 현신들이 모두 잘 만나서 / 多小明良皆際會
취포하여 읊조림 또한 절로 평화로웠네 / 行歌醉飽自從容
[주-D001] 마상(馬上)의 …… 대첩(大捷)이라 :
조선(朝鮮) 태조(太祖) 이성계(李成桂)가 일찍이 남원(南原) 운봉(雲峯)에 쳐들어온 왜적(倭賊)과의 싸움에서 아기발도(阿只拔都)를 두목으로 한 적들을 크게 격파했던 것을 말하는데, 이것이 이른바 황산대첩(荒山大捷)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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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30권 / 시류(詩類)
중구일(重九日)에
성균관(成均館)에 모여서 제생(諸生)에게 시험을 보이다 2수
해마다 중구일이면 과시장을 열어라 / 年年重九課場開
태평성대에 푹 젖어 인재 기르길 좋아하네 / 聖代涵濡樂育才
제생에게 시험 보이고 좋은 명절을 즐기니 / 試罷諸生酬令節
수많은 국화꽃이 술잔에 들어오누나 / 黃花無數入杯來
관각의 여러분은 모두가 노성한 인물이라 / 館閣諸君盡老成
사문의 성대한 연회로 태평성대를 즐기네 / 斯文盛會樂升平
조용히 마시며 읊으니 의관도 성대하여라 / 從容觴詠衣冠盛
용산에서 모자 떨구던 맹생이 부끄럽구려 / 落帽龍山愧孟生
[주-D001] 용산(龍山)에서 …… 부끄럽구려 :
맹생(孟生)은 진(晉)나라 때 맹가(孟嘉)를 가리킨다. 맹가가 일찍이 정서 장군(征西將軍) 환온(桓溫)의 참군(參軍)이 되었을 때, 한번은 중양일(重陽日)에 환온이 용산에서 연회를 베풀어 그의 막료들이 모두 모여서 술을 마시며 즐겁게 놀았는데, 그때 마침 바람이 불어서 맹가의 모자가 날려갔으나 맹가는 미처 그것도 알아차리지 못한 채 풍류를 한껏 발휘했던 데서 온 말이다. 《晉書 卷98 桓溫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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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40권
중구일(重九日) 이틀 전에 장난삼아 짓다
아름다운 명절 중양이 바로 후명일이거니 / 佳節重陽是明日
가을바람에 국화 안 핀 곳이 그 어드메랴 / 秋風何處不黃花
남간에 시를 써라 어떤 이가 공부였던고 / 題詩藍澗誰工部
용산에 모자 떨궈라 나는 바로 맹가로되 / 落帽龍山我孟嘉
금주령이 엄격하여 실컷 취할 수 없으니 / 禁酒令嚴難酩酊
높은 산 오를 흥취는 벌써 어긋나버렸네 / 登高興阻已蹉跎
쉴 새 없이 가는 세월에 머리만 희었는데 / 流光荏苒頭空白
또 묻노니 수유야 너를 어찌한단 말이냐 / 且問茱萸奈爾何
[주-D001] 중구일(重九日)……짓다 :
이 시는 원 대본에는 권41 〈비 온 뒤에〔雨後〕〉 시 앞에 있었는데, 착간으로 판단하여 이곳으로 옮겨 번역하였다.
[주-D002] 남간(南澗)에……공부(工部)였던고 :
남간은 남수(藍水)와 계곡의 물을 합칭한 말이고, 공부는 바로 공부 원외랑(工部員外郞)을 지낸 두보(杜甫)를 가리킨다. 두보가 일찍이 중양일(重陽日)에 지은 〈남전최씨장(藍田崔氏莊)〉 시에 “늙어 갈수록 가을의 슬픔을 애써 자위하던 터에, 흥겨워라 오늘은 그대의 환대를 잔뜩 받았네. 짧은 머리털에 모자 날려 감은 부끄러운데, 옆 사람 시켜 관 바로잡음은 우습기도 하여라. 남수는 멀리 일천 계곡으로부터 내려오고, 옥산은 높다랗게 두 봉우리가 차갑구나. 명년의 이 모임 때까지 과연 누가 건강할는지, 취하여 수유를 손에 쥐고 자세히 보노라.〔老去悲秋强自寬 興來今日盡君歡 羞將短髮還吹帽 笑倩傍人爲正冠 藍水遠從千澗落 玉山高竝兩峯寒 明年此會知誰健 醉把茱萸仔細看〕”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3] 용산(龍山)에……맹가(孟嘉)로되 :
진(晉)나라 맹가가 일찍이 정서 장군(征西將軍) 환온(桓溫)의 참군(參軍)이 되었을 때, 한번은 9월 9일 중양일에 환온이 용산에서 연회를 베풀어 그의 막료들이 모두 모여서 술을 마시며 즐겁게 놀았는데, 그때 마침 바람이 불어서 맹가의 모자가 날려 갔으나 맹가는 미처 그것도 알아차리지 못한 채 풍류를 한껏 즐겼던 데서 온 말이다. 《晉書 卷98 桓溫列傳》
[주-D004] 또……말이냐 :
후한 때 환경(桓景)이 일찍이 선인(仙人) 비장방(費長房)에게 가서 유학(遊學)했는데, 하루는 비장방이 환경에게 이르기를, “9월 9일 중양절에 너의 집에 재앙이 있을 것이니, 급히 가서 집안사람들로 하여금 각각 붉은 주머니에 수유를 담아서 팔뚝에 걸고 높은 산에 올라가서 국화주를 마시게 하면 이 재앙을 면할 것이다.” 하므로, 환경이 그의 말에 따라 9월 9일에 과연 온 가족을 거느리고 산에 올라갔다가 저물녘에 내려와 보니, 닭ㆍ개ㆍ소ㆍ양 등의 가축만 일시에 다 죽어 버리고 사람은 끝내 무사했다고 한다. 《續齊諧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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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40권
중구일 하루 전에 짓다
늙어서 명절 만나니 되레 처량하기만 해라 / 老逢佳節轉悽悲
백발과 황화는 둘이 서로 안 어울리고말고 / 白髮黃花兩不宜
술잔에 국화 띄워 도령의 흥취나 흉내낼 뿐 / 泛酒空追陶令興
높은 산에 올라 목지의 시는 짓지 못하겠네 / 登高未賦牧之詩
이슬 젖은 뜰 풀엔 귀뚜리 소리 애절하여라 / 草深露砌蛩啼切
잎새 다 진 단풍 숲엔 기러기가 더디 오겠지 / 葉盡霜林雁到遲
하염없이 홀로 서서 다시 한 번 웃노니 / 獨立悠然還一笑
남산이 아득히 동쪽 울타리에 비치는구나 / 南山隱隱映東籬
[주-D001] 중구일……짓다 :
이 시는 원 대본에는 권41 〈비 온 뒤에〔雨後〕〉 시 앞에 있었는데, 착간으로 판단하여 이곳으로 옮겨 번역하였다.
[주-D002] 술잔에……뿐 :
도령(陶令)은 일찍이 팽택 영(彭澤令)을 지낸 도잠(陶潛)을 가리킨 것으로, 그의 〈음주(飮酒)〉 시에 “가을 국화는 빛깔도 하 좋아라, 이슬에 젖은 그 꽃잎을 따다가, 이 근심 잊게 하는 물건에 띄워서, 내 세상 버린 정을 더 멀리 하노라.〔秋菊有佳色 裛露掇其英 泛此忘憂物 遠我遺世情〕”고 한 데서 온 말인데, 여기서 근심을 잊게 하는 물건이란 바로 술을 가리킨다. 《陶淵明集 卷3》
[주-D003] 높은……못하겠네 :
목지(牧之)는 두목(杜牧)의 자인데, 두목의 〈구일제산등고(九日齊山登高)〉 시에 “강은 가을 그림자 머금고 기러기 처음 날 제, 손과 함께 술병 들고 산 중턱에 올랐네. 속세에선 담소 나눌 이를 만나기 어려우니, 모름지기 국화나 머리 가득 꽂고 돌아가리. 곤드레 취하는 걸로 좋은 명절에 보답할 뿐, 높은 산 올라서 석양을 한탄할 것 없고말고. 고금 이래로 인생사가 이와 같을 뿐인데, 어찌 우산탄의 눈물로 옷깃 적실 것 있으랴.〔江涵秋影雁初飛 與客携壺上翠微 塵世難逢開口笑 菊花須揷滿頭歸 但將酩酊酬佳節 不用登臨恨落暉 古往今來只如此 牛山何必獨霑衣〕”라고 하였다.
[주-D004] 하염없이……비치는구나 :
도잠의 〈음주〉 시에 “동쪽 울 밑에서 국화를 따고, 하염없이 남산을 바라보네.〔採菊東籬下 悠然見南山〕”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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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40권
중구일에 복경(福慶)의 운에 차하다 2수
해마다 가을이 오면 국화는 응당 피는데 / 年年秋日菊花開
별안간에 중양절이 몇 번이나 돌아왔던고 / 瞥眼重陽幾度來
석양 바람 보내서 모자 떨구지 말지어다 / 莫遣晩風吹落帽
밝은 달 맞이해 앉아 술잔이나 전하련다 / 更邀明月坐傳杯
저녁놀은 아직도 등왕각이 생각난다만 / 落霞猶想滕王閣
희마대엔 그 누가 송조를 따라 오를런고 / 戱馬誰登宋祖臺
알괘라 너 백의가 능히 술을 보내올 테니 / 知汝白衣能解送
동리에서 홀로 마시면 흥취가 참 좋겠구나 / 東籬獨酌興佳哉
일생에 그 누구를 향해 웃는 입을 벌릴쏘냐 / 一生笑口向誰開
해마다 중양일 오는 것만이 반가울 뿐이다 / 喜見年年九九來
백발은 이미 오늘의 모자에 더해졌는데 / 白髮已添今日帽
국화는 또 거년의 술잔에다 띄우는구나 / 黃花又泛去年杯
뉘 집에선 처량한 가을 젓대를 불어 마치나 / 誰家吹斷三秋笛
이곳은 한가로이 백척의 누대에 올랐노라 / 是處閑登百尺臺
고 자 쓰지 않은 걸 사람들은 웃지 마소 / 字不題餻人莫笑
시를 신이 도와준 건 역시 기이한 일일세 / 詩如有助亦奇哉
[주-D001] 중구일에……차하다 :
이 시는 원 대본에는 권41 〈비 온 뒤에〔雨後〕〉 시 앞에 있었는데, 착간으로 판단하여 이곳으로 옮겨 번역하였다.
[주-D002] 석양……말지어다 :
진(晉)나라 맹가(孟嘉)가 일찍이 정서 장군(征西將軍) 환온(桓溫)의 참군(參軍)이 되었을 때, 한번은 9월 9일 중양일에 환온이 용산(龍山)에서 연회를 베풀어 그의 막료들이 모두 모여서 술을 마시며 즐겁게 놀았는데, 그때 마침 바람이 불어서 맹가의 모자가 날려 갔으나 맹가는 미처 그것도 알아차리지 못한 채 풍류를 한껏 즐겼던 데서 온 말이다. 《晉書 卷98 桓溫列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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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45권 / 시류(詩類)
9일에
병가를 내고 홀로 앉아서 두어 절구(絶句)를 읊어 칠휴(七休)에게 부치다 3수
구월 구일 좋은 명절을 병 때문에 어찌할꼬 / 九九良辰奈病何
국화를 위로해 줄 술이 없는 건 아니건만 / 無時無酒慰黃花
그대 집에선 응당 용산 모임을 마련할 테니 / 君家應辦龍山會
모자 떨군 늙은 맹가를 용납해 줘야 하네 / 落帽宜容老孟嘉
마냥 우스워라 유랑은 고 자를 알지 못했고 / 長笑劉郞不識餻
목지는 곤드레 취한 채 높은 산을 올랐었네 / 牧之酩酊尙登高
나는 지금 공연히 국화의 계절을 저버리고 / 我今空負黃花節
머리에 수유만 꽂자니 백발이 부끄럽구려 / 頭揷茱萸愧二毛
한 오솔길 국화가 흡족히도 향기로워라 / 一徑黃花滿意香
백발 성성한 예순네 번째 중양절이로세 / 白頭六十四重陽
국화는 해마다 서리 맞은 게 더욱 좋은데 / 黃花歲歲霜尤好
백발은 어이해 서리를 견디지 못하는고 / 白髮如何不耐霜
[주-D001] 그대 …… 하네 :
진(晉)나라 때 맹가(孟嘉)가 일찍이 정서 장군(征西將軍) 환온(桓溫)의 참군(參軍)으로 있을 때, 한번은 9월 9일 중양일(重陽日)에 환온이 용산(龍山)에서 연회를 베풀어 그의 막료들이 모두 모여서 술을 마시며 즐겁게 놀았는데, 그때 마침 바람이 불어서 맹가의 모자가 날아갔으나 맹가는 그것도 알아차리지 못한 채 풍류를 한껏 즐겼다는 데서 온 말이다. 《晉書 卷98 孟嘉傳》
[주-D002] 유랑(劉郞)은 …… 못했고 :
유랑은 당나라 때 시인 유우석(劉禹錫)을 가리키고, 고(餻)는 ‘떡 고’ 자이다. 유우석이 일찍이 중양시(重陽詩)를 지으면서 이 고 자를 쓰려고 했다가 오경(五經) 속에 없는 글자라 하여 끝내 쓰지 않았는데, 송(宋)나라 때 송기(宋祁)가 일찍이 구일식고(九日食餻) 시를 지으면서 이를 두고 “유랑은 감히 고 자를 쓰지 못하였으니, 한 시대 시중 호걸 칭호를 헛되이 저버렸네.〔劉郞不敢題餻字 虛負詩中一世豪〕”라고 했던 데서 온 말이다.
[주-D003] 목지(牧之)는 …… 올랐었네 :
목지는 두목(杜牧)의 자이다. 두목의 구일제산등고(九日齊山登高) 시에 “강은 가을 그림자 머금고 기러기 처음 날 제, 손과 함께 술병 들고 산 중턱에 올랐네. 속세에선 담소 나눌 이를 만나기 어려우니, 모름지기 국화나 머리 가득 꽂고 돌아가리. 곤드레 취하는 걸로 좋은 명절에 보답할 뿐, 높은 데 올라서 석양을 한탄할 것 없고말고. 고금 이래로 인생사가 이와 같을 뿐인데, 어찌 우산탄의 눈물로 옷깃 적실 것 있으랴.〔江涵秋影雁初飛 與客携壺上翠微 塵世難逢開口笑 菊花須揷滿頭歸 但將酩酊酬佳節 不用登臨恨落暉 古往今來只如此 牛山何必獨霑衣〕”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4] 머리에 …… 부끄럽구려 :
옛날 풍속에 9월 9일 중양일에는 붉은 주머니에 수유(茱萸)를 담아서 팔뚝에 걸고 높은 산에 올라가 국화주를 마심으로써 재액을 소멸시켰다는 데서 온 말이다. 주머니에 수유를 담는 풍습의 내력은 비장방(費長房)의 다음과 같은 고사에서 왔다. 후한(後漢) 때 환경(桓景)이 일찍이 선인(仙人) 비장방을 찾아가 유학(遊學)했는데, 하루는 비장방이 환경에게 이르기를 “9월 9일 너의 집에 재앙이 있을 것이니, 급히 가서 집안사람들로 하여금 각각 붉은 주머니에 수유를 담아서 팔뚝에 걸고 높은 산에 올라가서 국화주를 마시게 하면 이 재앙을 면할 것이다.”라고 하였다. 환경이 그의 말에 따라 9월 9일에 과연 온 가족을 거느리고 산에 올라갔다가 저물녘에 내려와 보니, 닭ㆍ개ㆍ소ㆍ양 등의 가축은 일시에 다 죽어 있고 사람은 끝내 무사했다고 한다. 《續齊諧記 重陽登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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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50권 / 시류(詩類)
중구일(重九日) 하루 전에
큰비가 와서 등고(登高)의 흥취를 저버리게 될까 염려하다
한 해의 절서가 중양절에 딱 임박했는데 / 一年時序逼重陽
실망스러라 빗줄기가 하늘 가득 내리누나 / 怊悵連空雨脚長
쇠한 귀밑엔 이미 오늘의 백발이 더해졌고 / 衰鬢已添今日白
국화는 거년의 노란 꽃을 또 피우려 하네 / 菊花欲吐去年黃
용산의 모자 떨군 일은 보기 어려울 게고 / 龍山落帽思難得
남간에 시 쓸 계획 또한 이루긴 글렀구려 / 藍澗題詩計亦涼
목지를 본받자면 곤드레 취해야 하고말고 / 欲學牧之宜酩酊
항아리의 좋은 술 또한 막 괴어올랐거니 / 甕頭佳醑又新香
[주-D001] 등고(登高)의 흥취 :
옛날 풍속에 9월 9일 중양일(重陽日)에는 사람들이 붉은 주머니에 수유(茱萸)를 담아서 팔뚝에 걸고 높은 산에 올라가 국화주를 마셔 재액을 소멸시켰다는 데서 온 말이다. 주머니에 수유를 담은 데에 관한 내력은 비장방(費長房)의 고사에서 온 것으로, 그 사실은 대략 다음과 같다. 후한 때 환경(桓景)이 일찍이 선인(仙人) 비장방에게 가서 유학(遊學)했는데, 하루는 비장방이 환경에게 이르기를 “9월 9일 너의 집에 재앙이 있을 것이니, 급히 가서 집안사람들로 하여금 각각 붉은 주머니에 수유를 담아서 팔뚝에 걸고 높은 산에 올라가서 국화주를 마시게 하면 이 재앙을 면할 것이다.”라고 하므로, 환경이 그의 말에 따라 9월 9일에 과연 온 가족을 거느리고 산에 올라갔다가 저물녘에 내려와 보니, 닭ㆍ개ㆍ소ㆍ양 등의 가축이 일시에 다 죽어 있었다고 한다.
[주-D002] 용산(龍山)의……게고 :
진(晉)나라 때 맹가(孟嘉)가 일찍이 정서장군(征西將軍) 환온(桓溫)의 참군(參軍)이 되었을 때, 한번은 9월 9일 중양일에 환온이 용산에서 연회를 베풀어 그의 막료들이 모두 모여서 술을 마시며 즐겁게 놀았던바, 그때 마침 바람이 불어서 맹가의 모자가 날려 갔으나 맹가는 미처 그것도 알아차리지 못한 채 풍류를 한껏 즐겼던 데서 온 말이다. 《晉書 卷98 孟嘉列傳》
[주-D003] 남간(藍澗) :
남수(藍水)와 계곡의 물을 합칭한 말로, 두보가 일찍이 중양일에 지은 〈남전최씨장(藍田崔氏莊)〉 시에 “늙어 갈수록 가을의 슬픔을 애써 자위하던 터에, 흥겨워라 오늘은 그대의 환대를 잔뜩 받았네. 짧은 머리털에 모자 날려 감은 부끄러운데, 옆 사람 시켜 관 바로잡음은 우습기도 하여라. 남수는 멀리 일천 계곡으로부터 내려오고, 옥산은 높다랗게 두 봉우리가 차갑구나. 명년의 이 모임 때까지 과연 누가 건강할는지, 취하여 수유를 손에 쥐고 자세히 보노라.〔老去悲秋强自寬 興來今日盡君歡 羞將短髮還吹帽 笑倩傍人爲正冠 藍水遠從千澗落 玉山高竝兩峯寒 明年此會知誰健 醉把茱萸仔細看〕”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4] 목지(牧之)를……하고말고 :
목지는 두목(杜牧)의 자인데, 두목의 〈구일제산등고(九日齊山登高)〉 시에 “강은 가을 그림자 머금고 기러기 처음 날 제, 손과 함께 술병 들고 산 중턱에 올랐네. 속세에선 담소 나눌 이를 만나기 어려우니, 모름지기 국화나 머리 가득 꽂고 돌아가리. 곤드레 취하는 걸로 좋은 명절에 보답할 뿐, 높은 데 올라서 석양을 한탄할 것 없고말고. 고금 이래로 인생사가 이와 같을 뿐인데, 어찌 우산탄의 눈물로 옷깃 적실 것 있으랴.〔江涵秋影雁初飛 與客携壺上翠微 塵世難逢開口笑 菊花須揷滿頭歸 但將酩酊酬佳節 不用登臨恨落暉 古往今來只如此 牛山何必獨霑衣〕”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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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50권 / 시류(詩類)
중구일에도 비가 오다
정히 중구일을 만났는데 / 正當重九日
비는 전혀 들지를 않으니 / 陰雨未全開
등고의 흥취는 이미 저버렸지만 / 已負登高興
그 누가 나에게 술은 보내올런고 / 誰能送酒來
처량한 건 율리의 집이요 / 凄涼栗里宅
적막한 건 국화주 잔일세 / 寂寞菊花杯
성대했어라 풍류 고상한 곳 / 袞袞風流地
희마대가 몹시도 생각나네 / 深思戲馬臺
[주-D001] 그……보내올런고 :
도잠(陶潛)이 일찍이 중양일(重陽日)에 술이 없어 집 가의 동쪽 울타리 밑 국화 떨기 가운데서 국화를 한 움큼 따 가지고 그 곁에 앉았노라니, 잠시 뒤에 강주 자사(江州刺史) 왕홍(王弘)이 백의(白衣) 입은 사자(使者)를 시켜 술을 보내왔으므로, 그 자리에서 바로 그 술을 마시고 취해 돌아왔다는 데서 온 말이다. 《晉書 卷94 隱逸列傳 陶潛》
[주-D002] 율리(栗里) :
도잠의 고향 마을 이름이다.
[주-D003] 희마대(戱馬臺) :
남조(南朝)의 송 무제(宋武帝) 유유(劉裕)가 일찍이 연음(宴飮)하며 시를 지었던 대명(臺名)이다. 사첨(謝瞻)이 일찍이 족제(族弟)인 사영운(謝靈運)과 함께 9월 9일에 무제를 따라 팽성(彭城)의 희마대에 모여 연음하면서 각각 시를 지었는데, 당시 사첨과 사영운의 시가 모두 명시로 회자되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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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52권 / 시류(詩類)
중구일(重九日) 이틀 전에
한 그루 오동나무가 가을 기후에 시들어 / 一樹梧桐秋色老
뜰 가득한 낙엽을 안타까워 쓸지 못하네 / 落葉滿庭憐不掃
울 밑 두어 떨기 국화에 저녁 바람 쌀쌀한데 / 晩風籬落數叢菊
저 곱디고운 안색은 누구를 위해 좋은고 / 顔色鮮鮮爲誰好
사가 노인은 두 귀밑이 모두 세었는지라 / 四佳老人雙鬢白
아주 고운 국화 대하여 연거푸 탄식하노라 / 對此絶艶三嘆息
세상에 도령이 없으니 내 누구를 따를꼬 / 世無陶令吾誰從
머리 위의 갈건이 지붕처럼 우뚝했는데 / 頭上葛巾高似屋
[주-D001] 한 그루 …… 시들어 :
이백(李白)의 〈추등선성사조북루(秋登宣城謝朓北樓)〉 시에 “인적은 감귤 나무에 적막하고, 가을 기후는 오동을 시들게 하네.[人煙寒橘柚 秋色老梧桐]”라고 하였다. 《李太白集 卷20》
[주-D002] 세상에 …… 우뚝했는데 :
도령(陶令)은 도잠(陶潛)을 가리킨 것으로, 그는 유독 국화를 좋아했고, 또 술을 매우 즐겼던 나머지, 항상 갈건(葛巾)을 쓰고 다니다가, 집에서 빚은 술이 익기만 하면 그 즉시 갈건을 벗어서 술을 걸러 마시고는 다시 갈건을 쓰곤 했던 데서 온 말이다. 《宋書 卷93 陶潛列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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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52권 / 시류(詩類)
중구일 하루 전에
늙고 병든 회포를 쉬 씻어 버리지 못해 / 老病襟懷未易湔
좋은 명절 만날 때마다 생각이 아득해지네 / 每逢佳節思悠然
노란 국화는 오늘도 전일과 똑같건만 / 黃花今日如前日
나의 백발은 금년이 거년과 다르구나 / 白髮今年異去年
상락주는 향기로우니 실컷 취해야겠지만 / 桑酒已香宜盡醉
수유낭은 있으나 뉘에게 전한단 말인가 / 萸囊雖在向誰傳
내일 아침엔 중구일 놀이를 하려고 보니 / 明朝準擬作重九
곤드레 취한 두목의 풍류가 다시 생각나네 / 酩酊還思杜牧賢
[주-D001] 상락주(桑落酒)는 …… 취해야겠지만 :
상락주는 옛 미주(美酒)의 이름인데, 특히 이 술을 중양절에 마셨으므로 이른 말이다. 두보(杜甫)의 〈구일양봉선회백수최명부(九日楊奉先會白水崔明府)〉 시에 “앉아서 상락주를 마시고, 와서 국화 가지를 어루만지네.[坐開桑落酒 來把菊花枝]”라고 하였다. 《杜少陵詩集 卷4》
[주-D002] 수유낭(茱萸囊)은 …… 말인가 :
옛날 풍속에 9월 9일 중양일에는 사람들이 붉은 주머니에 수유(茱萸)를 담아서 팔뚝에 걸고 높은 산에 올라가 국화주를 마셔 재액(災厄)을 물리쳤다는 데서 온 말이다. 주머니에 수유를 담는 데에 관한 내력은 선인(仙人) 비장방(費長房)의 고사에서 온 것으로, 그 사실은 대략 다음과 같다. 후한 때 환경(桓景)이 선인 비장방에게 가서 유학(遊學)했는데, 하루는 비장방이 환경에게 이르기를 “9월 9일 너의 집에 재앙이 있을 것이니, 급히 가서 집안사람들로 하여금 각각 붉은 주머니에 수유를 담아서 팔뚝에 걸고 높은 산에 올라가서 국화주를 마시게 하면 이 재앙을 면할 것이다.”라고 하므로, 환경이 그의 말에 따라 9월 9일에 온 가족을 거느리고 산에 올라갔다가 저물녘에 내려와 보니, 닭, 개, 소, 양 등의 가축만 일시에 다 죽어 버렸고 사람은 무사했다고 한다. 소식(蘇軾)의 〈재팽성일여정국위구일황루지회……(在彭城日與定國爲九日黃樓之會……)〉 시에 “국화주 잔과 수유낭은 예부터 전해 왔으니, 비장방이 어찌 야윈 신선이 아니었던가.[菊盞黃囊自古傳 長房寧復是臞仙]”라고 하였다. 《蘇東坡詩集 卷35》 여기서 수유낭을 누구에게 전하겠느냐는 것은 곧 당시에는 중양일에 수유낭을 갖고 산에 오르는 풍속이 없어졌기 때문에 한 말이다.
[주-D003] 내일 …… 생각나네 :
두목(杜牧)의 〈구일제산등고(九日齊山登高)〉 시에 “강은 가을 그림자 머금고 기러기 처음 날 제, 손과 함께 술병 들고 산 중턱에 올랐네. 속세에선 담소 나눌 이를 만나기 어려우니, 모름지기 국화나 머리 가득 꽂고 돌아가리. 곤드레 취하는 걸로 좋은 명절에 보답할 뿐, 높은 데 올라서 석양을 한탄할 것 없고말고. 고금 이래로 인생사가 이와 같을 뿐인데, 어찌 우산탄의 눈물로 옷깃 적실 것 있으랴.[江涵秋影雁初飛 與客携壺上翠微 塵世難逢開口笑 菊花須揷滿頭歸 但將酩酊酬佳節 不用登臨恨落暉 古往今來只如此 牛山何必獨霑衣]”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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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52권 / 시류(詩類)
중구일(重九日)에 무신년(1488, 성종19)
좋은 명절 중양이라 흥취는 자못 넉넉건만 / 佳節重陽興頗饒
나를 초청해 함께 산 오를 사람은 없구나 / 無人邀我共登高
공연히 술만 즐기던 도령은 가련하건만 / 自憐陶令空耽酒
고 자를 몰랐던 유랑은 마냥 부끄러우리 / 長愧劉郞不識餻
등왕각에 베푼 연회는 자못 성대했거니와 / 滕閣開筵殊絶勝
용산에서 모자 떨군 건 역시 호탕하였네 / 龍山落帽亦狂豪
좋은 명절을 헛되이 저버릴 수 없으니 / 良辰不可虛辜負
손수 국화를 따서 막걸리에 띄워야겠네 / 手掇黃花泛白醪
[주-D001] 술만 즐기던 도령 :
도령(陶令)은 도잠(陶潛)을 가리킨다. 도잠은 유독 국화를 좋아했고, 또 술을 매우 즐겼던 나머지, 항상 갈건(葛巾)을 쓰고 다니다가, 집에서 빚은 술이 익기만 하면 그 즉시 갈건을 벗어서 술을 걸러 마시고는 다시 갈건을 쓰곤 하였다. 《宋書 卷93 陶潛列傳》
[주-D002] 고(餻) …… 부끄러우리 :
고(餻)는 ‘떡 고’ 자이고, 유랑(劉郞)은 당대(唐代)의 시인 유우석(劉禹錫)을 가리키는데, 유우석이 〈중양시(重陽詩)〉를 지으면서 이 ‘고’ 자를 쓰려고 했다가 오경(五經) 속에 없는 글자라 하여 끝내 쓰지 않았으므로, 송나라 때 송기(宋祁)가 〈구일식고(九日食餻)〉 시를 지으면서 “유랑은 감히 고 자를 쓰지 못하였으니, 한 시대 시중 호걸 칭호를 헛되이 저버렸네.[劉郞不敢題餻字 虛負詩中一世豪]”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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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산재집 제1권 / 시(詩)
9월 9일〔九日〕
중양(重陽)이라 누대의 나무들 황량한데 / 九日荒臺樹
석양은 먼 곳의 시내를 비추누나 / 斜陽對遠川
외기러기 저 너머 하늘은 푸르고 / 天靑孤鳥外
오래된 다리 옆엔 단풍잎이 붉도다 / 葉赤古橋邊
검은 머리는 길이 머물러두기 어렵건만 / 綠髮難長駐
차가운 국화는 예년과 똑같구나 / 寒花如去年
친한 벗들이 한수 북쪽에 있으니 / 親朋在漢北
술잔 잡고 못내 슬픔에 잠기네 / 把酒一怊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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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산재집 제1권 / 시(詩)
9월 9일
석뢰정 옛 터에 올라 제군과 술을 마시다. 소릉의 시에 차운하다〔九日登釋耒亭舊址同諸君飮酒次少陵韻〕
벼 수확한 교외 들녘에 가을 빛 완연하니 / 穫稻郊原秋色寬
가절에 올라와 바라보며 한껏 즐기누나 / 佳辰登眺一爲歡
서리 머금은 뭇 봉우리 푸르게 자리 둘렀고 / 含霜列峀靑圍席
해를 향한 높은 단풍 붉게 관을 비추누나 / 向日高楓赤映冠
머리 가득한 들국화에 한바탕 웃음 짓고 / 野菊盈頭聊供笑
촌 막걸리에 취기 올라 추위도 모르겠네 / 村醪上面不知寒
가만히 읊을 제 소나무에 마침 달이 떠올라 / 微吟政値松間月
웃으며 제군을 끌어 앉히고 함께 바라보노라 / 笑挽諸君坐共看
[주-D001] 석뢰정(釋耒亭) :
삼각산(三角山) 석교(石郊)에 있었던 작은 정자로 추정된다. 석교에는 저자의 종증조(從曾祖) 김창업(金昌業, 1658~1721)의 아들 김언겸(金彦謙, 1693~1738)의 서당인 가구당(可久堂)이 있다. 《夢窩集 卷2 石郊十六詠 釋耒亭》 《三淵集拾遺 卷11 石郊》
[주-D002] 소릉(少陵)의 시 :
‘소릉’은 당(唐)나라 두보(杜甫, 712~770)의 호이다. ‘소릉의 시’는 두보의 나이 47세 때인 758년 9월 9일에 지은 〈구월 구일 남전에 있는 최씨의 초당에서[九日藍田崔氏莊]〉라는 시이다.
두보가 장안(長安) 동남쪽에 있던 벗 최계중(崔季重)의 동산초당(東山草堂)에 가서 함께 즐기며 지은 유명한 칠언율시로, 원운은 다음과 같다.
늙어가며 가을이 슬퍼 억지로 자위하노니 / 老去悲秋强自寬
흥이 일어 오늘만큼은 그대와 맘껏 즐기네 / 興來今日盡君歡
성글어진 짧은 머리 부끄러운데 바람이 불어오니 / 羞將短髮還吹帽
웃으면서 옆 사람 손을 빌려 관을 바로 하였네 / 笑倩傍人爲正冠
남수는 저 멀리 천 골짝을 따라 떨어지고 / 藍水遠從千澗落
옥산은 저 높이 두 봉우리 병립해 서늘하다 / 玉山高竝兩峰寒
내년 중양절 모임엔 어느 누가 건장할까 / 明年此會知誰健
취기 올라 수유 잡고서 자세히 보노라 / 醉把茱萸仔細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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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촌선생집 제9권 / 시(詩)○오언율시(五言律詩) 1백 23수
구일(九日)
해마다 먼 길을 좇아다니면서 / 連年從遠道
내일 다시 중양절을 만나건마는 / 明日更重陽
명절이 어찌 나그네에 어울리랴 / 佳節那宜客
외로운 회포 고향만 그리워한다오 / 孤懷只望鄕
시골 막걸리 응당 이미 익었을 터이고 / 村醪應已白
들국화도 노랗게 피었을 테지 / 野菊亦能黃
추억하노라 즐겁던 태평 시절에 / 尙憶昇平樂
술병 차고 푸른 산에 오르던 일을 / 携壺上翠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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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촌선생집 제9권 / 시(詩)○오언율시(五言律詩) 1백 23수
구일(九日)
등산하던 나막신은 오래 저버렸고 / 久負登山屐
오직 모자 떨어뜨린 광태만 남았네 / 唯餘吹帽狂
명절 만나면 원래 절로 감개하거니와 / 逢辰元自感
늘그막이라 다시 마음까지 상하누나 / 垂老更堪傷
먼 데 물은 졸졸 흘러 말갛고 / 遠水涓涓淨
찬 국화는 곱디곱게 향기로우니 / 寒花艶艶香
옛날 전성시대에 노래와 음악 소리 / 令人憶全盛
석양에 떠들썩했던 일을 생각케 하네 / 歌管鬧斜陽
[주-D001] 등산(登山)하던 …… 저버렸고 :
등산을 하지 않았음을 뜻한 말로, 남조(南朝) 송(宋) 때 사영운(謝靈運)이 등산할 때면 반드시 나막신을 신었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주-D002] 모자 …… 광태 :
풍류가 있음을 비유한 말. 진(晉) 나라 때 풍류로 이름이 높던 맹가(孟嘉)가 환온(桓溫)의 참군(參軍)으로 있을 때, 중양절인 9월 9일에 환온이 여러 요좌(寮佐)들을 거느리고 용산(龍山)에서 연회를 하였는데, 이때 바람이 불어 맹가가 쓰고 있던 모자가 날려서 땅에 떨어졌는데도 맹가는 그런 줄도 모르고 풍류를 즐겼던 고사에서 온 말이다. 《晉書 卷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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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촌선생집 제18권 / 시(詩)○칠언절구(七言絶句) 146수
중양일에
비를 맞으며 철산에 가다[重陽日冐雨到鐵山]
비바람 중양일에 국경 지대 가노라니 / 風雨重陽度塞門
하늘 뒤흔든 북소리가 사람의 넋을 빼네 / 海天鼙鼓正銷魂
여기에서 오만까지 삼천리 거리인데 / 烏蠻此去三千里
어느 때나 패옥 차고 황제 계신 곳을 갈까 / 環珮何時近帝閽
[주-D001] 오만(烏蠻) :
중국 광서성(廣西省)에 있는 여울인 오만탄(烏蠻灘)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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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촌선생집 제19권 / 시(詩)○칠언절구(七言絶句) 175수
중양절에
입직하고 있으면서 선원에게 부치다[重陽滯直寄仙源]
세상사 분분하여 쉬기조차 못한단 말가 / 世故紛紛苦未休
중양절 입직이 사람 슬프게 만드네 / 重陽滯直更堪愁
그 옛날 풍계동이 추억이 되네 그려 / 令人却憶楓溪洞
붉은 잎 누른 꽃이 지금 한창 가을일텐데 / 赤葉黃花滿意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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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계집 제4권 / 시(詩)○보유록(補遺錄) 여기에 실린 여러 작품들은 모두 원고(原稿)에는 빠진 것으로, 난고(亂藁) 및 지인이 전송하던 것을 뒤미처 얻어 보록(補錄)한 것이다.
중양절에 가림고성(嘉林古城)에 오르다
중양절에 높은 곳 올라 / 九日登高處
멀리 고향 그리며 바라보는 마음이여 / 懷歸望遠情
금강은 의자왕의 나라에 깊고 / 江深義慈國
나무는 소정방의 성에 늙었네 / 樹老定方城
노령은 기호를 가로지르고 / 蘆嶺蟠湖甸
화산은 서울을 막아섰네 / 華山隔漢京
가을바람 끝없이 불어오니 / 秋風吹不歇
취하기도 전에 모자 먼저 기우네 / 未醉帽先傾
[주-D001] 가림고성(嘉林古城) :
충남 부여군(扶餘郡) 임천면(林川面) 군사리(郡司里)에 있는 산성이다. 백제 시대 수도였던 부여를 수호하기 위해 금강(錦江) 하류에 축조하였다.
[주-D002] 소정방(蘇定方) :
592~667. 하북(河北) 출신의 당나라 장군이다. 본명은 소열(蘇烈)이고, 정방은 자이다. 15세에 아버지를 따라서 군대에 참여하여 용맹으로 이름을 날렸다. 신라와 연합 동맹을 맺어 금강을 따라 백제를 공격하였고, 660년 웅진성(熊津城)으로 피신한 의자왕을 포로로 잡아 낙양(洛陽)으로 갔다.
[주-D003] 가을바람 …… 기우네 :
맹가(孟嘉)의 고사를 원용한 표현이다. 맹가가 환온(桓溫)의 참군(參軍)으로 있을 때 환온이 9월 9일에 용산(龍山)에서 잔치를 열었다. 막료들이 모두 모여 즐겁게 노니는 즈음에 바람이 불어 맹가의 모자가 날아갔는데도, 맹가는 술이 취해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였다. 《晉書 卷98 孟嘉列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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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집 제3권 / 오언율시(五言律詩)
중양절에
송도 유수 분애에게 부치다〔九日 寄松都留守汾厓〕 강도에 있을 때이다.
이날의 국화주는 / 此日黃花酒
아름다운 명성이 태고 시절부터 전해 온다네 / 嘉名自太常
그대는 술잔 들고 자세히 음미하겠지 / 知君細斟酌
나 홀로 깨어 있음 부끄럽구려 / 愧我獨醒狂
자동에는 노을이 짙어 가고 / 紫洞煙霞老
선연에는 수석이 청량하구려 / 仙淵水石涼
일 없을 때 마시는 것은 무방하니 / 不妨無事飮
그대와 함께 맛보고 싶구려 / 思與故人嘗
[주-D001] 중양절에 …… 부치다 :
1683년(숙종9) 저자가 강화 유수(江華留守)로 있을 때 개성 유수(開城留守)로 있던 신정(申晸)에게 부친 시이다.
[주-D002] 자동에는 …… 청량하구려 :
자동(紫洞)은 송악산에 있는 자하동(紫霞洞)을 가리키고, 선연(仙淵)은 박연 폭포를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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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집 제3권 / 시(詩)
중구일에 읊다 9월이다.〔九日 九月〕
그윽한 심사가 홀연히 쾌적지 못해 / 幽意忽不適
지팡이 짚고 북쪽 산언덕을 거니노라니 / 扶藜循北岡
노란 국화는 무슨 일로 피었는고 / 黃花何事發
오늘이 바로 중양일이로구려 / 今日是重陽
[주-D001] 노란 …… 중양일(重陽日)이로구려 :
옛날에 음력 9월 9일, 즉 중양일에는 국화주(菊花酒)를 마시곤 했으므로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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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호당시집 제3권 / 시(詩)○경자고(庚子稿)
중양일
비 내리는 가운데 장 사승에게 부쳐 그의 아들이 국화를 나누어 준 것에 사례하다〔重陽日雨中寄張祀丞謝其子分贈菊花〕
서쪽 집에 국화 없어 오랫동안 서글프더니 / 西家無菊長怊悵
국화 흔한 동쪽 집엔 어지러이 진흙에 누웠네 / 菊賤東家亂臥泥
한 뿌리 빌어 화분에 심어 놓으니 / 却乞一根入盆去
집 가득한 바람과 이슬로 밤기운 서늘하네 / 滿堂風露夜凄凄
선생은 국화 사랑하니 천 뿌리도 적은데 / 先生愛菊千本少
아드님은 베풀기 좋아해 백 뿌리도 아끼지 않네 / 阿戎好施百本輕
어떠한가, 범씨 집안의 훌륭한 자제가 / 何似范家佳子弟
한 번 웃고 보리 실은 배 만경에게 준 것과 / 麥舟一笑與曼卿
두 집안의 국화 각자 뽐내는데 / 兩家黃花各自詫
두 집안의 시흥은 누가 나은가 / 兩家吟興誰少多
오늘 중양절 또 이르렀으니 / 今日重陽看又至
성 가득 비바람 몰아쳐도 즐거움을 어찌 하랴 / 滿城風雨柰歡何
[주-C001] 경자고(庚子稿) :
1900년(광무4), 김택영이 51세 되던 해에 지은 작품들이다.
[주-D001] 장 사승(張祀丞) :
미상. 사승은 대한제국 때 경효전(景孝殿), 홍릉(洪陵), 의효전(懿孝殿)을 관리하던 종8품의 벼슬이다.
[주-D002] 아드님 :
아융(阿戎)을 풀이한 말인데, 남의 아들을 칭찬해 부르는 말이다. 진(晉)나라의 왕융(王戎)이 어려서 매우 영특했던 데서 유래하였다. 완적(阮籍)이 동료인 왕혼(王渾)의 집을 찾아갈 때마다 “그대와 이야기하는 것보다 아융과 대화하는 것이 낫다.[共卿言, 不如共阿戎談.]”라고 하고는 해가 질 때까지 왕융과 허교(許交)하며 노닐다가 가곤 했다는 고사가 있다. 《晉書 卷43 王戎列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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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호당집속 제1권 / 시(詩)○임술고(壬戌稿)
중양일에
색옹이 동오산장에 함께 놀자고 요청하였으나 나는 요통으로 응하지 못하여 시를 지어 사례하다〔重陽日 嗇翁要同游東奧山莊 余以腰痛未應 作詩謝之〕
옛날 중양일엔 / 昔之重九日
국화가 쫓겨 온 신하 비웃더니 / 黃花笑逐臣
오늘 중양일엔 / 今之重九日
군산이 노인을 비웃네 / 軍山笑老人
아 이 한 부분 작은 허리여 / 咄此一段小腰身
천하여도 주가의 땔나무도 지지 못하고 / 賤之不負朱家薪
귀하여도 육국의 인끈을 찰 수 없으면서 / 貴之不佩六國印
어찌하여 요통이 괴롭고 심한 것인가 / 胡爲作痛酸而辛
이 때문에 당공이 혼자 올라 신선이 되어가 / 坐使唐公獨登神仙去
껄껄 웃으며 땅에 떨어진 쥐를 보게 하였네 / 呵呵笑看墮地鼠
[주-C001] 임술고(壬戌稿) :
1922년, 김택영이 73세 되던 해에 지은 작품들이다.
[주-D001] 색옹(嗇翁) :
장건(張謇, 1853~1926)으로, 자는 계직(季直), 호는 색암(嗇庵)이다. 중국 강소성 남통(南通) 사람이다. 남경(南京) 정부 성립 후 실업총장(實業總長), 북양(北洋) 정부에서 농상총장(農商總長) 겸 전국수리총장(全國水利總長)을 역임하였다. 남통사범학교(南通師範學校)를 비롯한 370개의 학교를 세웠다. 저서로는 《장건전집(張謇全集)》이 있다.
[주-D002] 군산(軍山) :
중국 강소성(江蘇省) 남통시(南通市) 숭천구(崇川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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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호당집속 제1권 / 시(詩)○임술고(壬戌稿)
중양일
밤에 전내방 군을 방문하다〔重九夜 訪錢君內方 因得飮酒於其宅東鏡山樓 樓卽累以四層 而四面設玻璃窓者也 眺矚甚樂 歸而賦詩〕
중양일 밤에 전내방 군을 방문하였는데, 인하여 그 집 동쪽 경산루에서 술을 마셨다. 경산루는 4층으로 지었는데 네 면에 유리창을 설치하여 조망이 매우 즐거웠다. 돌아와 시를 짓다.
푸른 허공의 반달 또한 당당하여 / 碧空半月亦堂堂
아래로 국화 비추며 나란히 향기 만들어내네 / 下照黃花倂作香
천 자의 누대 속에 천곡의 술 / 千尺樓中千斛酒
그대와 함께 취하여 중양절에 답하네 / 與君同醉答重陽
날 듯한 누대 네 면의 조망이 광활하니 / 飛樓面面眺蒼茫
끝없는 천풍이 객의 옷에 불어오네 / 無限天風拂客裳
사통팔달이란 편액을 건 뜻 / 八達四通新扁意
누대 위에 ‘사통팔달’이라는 편액을 걸어두었다.
자신 마음 아울러 묘사한 줄 응당 알겠네 / 知應兼寫自家腸
어디가 현포이고 어디가 봉산인가 / 孰爲玄圃孰蓬山
바람 밖의 신선 수레 오가는 것 상상하네 / 風外仙輧想往還
가을 달 가련하게도 다 기울어 가니 / 涼月可憐低欲盡
몇 차례 크게 웃으며 인간세상으로 내려오네 / 三聲大笑下人間
[주-C001] 임술고(壬戌稿) :
1922년, 김택영이 73세 되던 해에 지은 작품들이다.
[주-D001] 전내방(錢內方) 군 :
한미한 선비였다. 관련 자료로는 전내방의 〈박실설(樸實說)〉에 대해 지은 〈박실설소서(樸實說小序)〉가 《소호당집속(韶濩堂集續)》 권2에 실려 있다.
[주-D002] 중양일 …… 방문하다 :
시의 원 제목이 너무 길어 요약하고 원 내용은 아래에 본문으로 번역하였다.
[주-D003] 현포(玄圃) :
곤륜산(崑崙山) 정상에 있다는 신선의 거처를 말한다. 그 위에는 다섯 금대(金臺)와 열두 옥루(玉樓)가 있다고 한다. 현포(懸圃) 혹은 현포(縣圃)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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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암집 제1권 / 시(詩)
중양절에
홀로 앉아있는데 어떤 사람이 국화를 따서 저물녘에 왔기에 장난삼아 읊다〔重陽獨坐有人採菊暮來戲吟〕
가난하니 명절 와도 술잔 잡는 일 드물어 / 家貧佳節把杯稀
동쪽 울타리에서 국화 따온 이에게 부끄럽네 / 愧殺東籬採菊歸
함께 수유를 꽂고 막걸리를 사와 마시는데 / 共佩茱萸沽白酒
초승달이 맑은 빛을 보내와 더욱 어여쁘네 / 更憐纖月送淸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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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암집 속집 제4권 / 시(詩)
중양절에
낙모봉에서 만나 술을 마시다가 두 사인(杜舍人 두목)의 운자를 써서 응정에게 추후에 보여주다〔重陽會酌落帽峯用杜舍人韻追示應靜〕
가을 회포 쏟아내려 옥 술잔을 날리는데 / 瀉却秋懷玉斝飛
동쪽 울타리에 국화 향기 적은 것 한스럽네 / 東籬第恨菊香微
오사모 쓴 손님은 바람에 모자가 떨어지고 / 戲烏紗客臨風倒
흰옷 입은 사람은 술병 들고 돌아오네 / 得白衣人把酒歸
표관에 오르니 괜스레 풀들이 어지럽고 / 颷舘舊登空亂草
장릉의 화려한 잔치에 다만 해가 기우네 / 蔣陵華宴但斜暉
제고에 모인 사람이 모두 친구인데 / 題糕一席皆親友
어찌 명윤이 홀로 포의인 것 부끄러워했으랴 / 明允何慚獨布衣
[주-D001] 응정(應靜) :
하연(河淵, 1534~1573)으로, 응정은 그의 자이다. 본관은 진주(晉州), 호는 한천(寒泉)이다. 권호문의 문인으로 문행이 있었다.
[주-D002] 오사모(烏紗帽) 쓴 손님 :
오사모는 벼슬아치들이 평상시에 쓰는 모자이다. 진(晉)나라 때 산간(山簡)이 양양(襄陽)을 맡고 있으면서 호북성(湖北省) 현산(峴山) 남쪽의 고양지(高陽池)라는 연못에 자주 가서 놀았다. 그런데 일찍이 술에 취하지 않은 채 돌아간 적이 없었으며, 그때마다 모자를 삐딱하게 쓰고 돌아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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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한필 상 / 시(詩)
중양일(重陽日)에
자정(子靜)과 함께 수레를 타고 두보(杜甫)의 시에서 운을 뽑다〔重陽日, 與子靜同車, 拈杜韻〕
집안사람과 무릎을 맞대니 작은 수레도 넓고 / 同人接膝小車寬
정겨운 이야기 주거니 받거니 하여 온종일 즐겁네 / 情話相酬盡日歡
북쪽 변방의 산천은 새로운 면목이요 / 北塞山川新面目
동방의 남자는 옛날의 의관이네 / 東方男子舊衣冠
강가 다리의 낙엽에 가을 깊은 것 놀라고 / 河橋木落驚秋晩
들판 객점에서 닭이 울어 새벽 추위에 겁을 내네 / 野店鷄鳴怯曉寒
노란 국화 보지 못하고서 중양절 만나니 / 不見黃花逢九九
새 시를 지어 창화하느라 휘장을 걷고 보누나 / 新詩題和捲帷看
[주-D001] 자정(子靜) :
《천유고》에는 자정 옆에 ‘族人定應字’라는 협주가 있어, 자정이 권복인과 같은 집안사람인 권정응(權定應)의 자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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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한필 상 / 시(詩)
중구절에
길에서 가형(家兄)을 생각하다〔九日, 途中憶家兄〕
골짜기 속 난초 헤치며 형은 동생을 생각하고 / 披蘭谷裏兄懷弟
요양의 변새 도중에 아우는 형을 그리워하네 / 遼塞道中弟憶兄
가을 국화 이미 폈건만 기러기가 끊겼으니 / 寒菊已開鴻雁斷
중양의 가절에 그 마음 어떠하리오 / 重陽佳節若爲情
[주-D001] 가형(家兄) :
권우인(權愚仁)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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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계유고 제4권 / 구포록(鷗浦錄)
중양절
다음날 저녁 이웃에 사는 장생(張生)이 술을 가지고 위로차 왔기에 국화를 보며 간소한 주연을 베풀다.
지난해엔 옹기 항아리에 꽃잎 띄웠는데 / 去歲陶盆對落英
지금은 남포 울 밑에 가득 피어 향기롭군 / 卽今南浦滿籬馨
국화꽃 띄운 백주 마시는 건 해마다 일 / 黃花白酒年年事
게다가 과분하게도 맑은 달이 뚜렷이 밝네 / 又得氷輪分外明
이날 밤 달이 매우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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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계유고 제4권 / 농상록(壟上錄)
중양절(重陽節) 이튿날 간소한 주연을 베풀다.
주산 동쪽에 작은 시골집 / 酒山東畔小村莊
풍경이 의연히 고향과 같아라 / 風景依然似故鄕
백 이랑 누른 구름이 막 들을 덮고 / 百頃黃雲初遍野
반 숲에 붉은 잎 서리 겪지 않았구나 / 半林紅葉未經霜
사람 만나면 매양 한거가 좋다 자랑하고 / 逢人每詫閑居好
시속을 사절한들 어찌 한껏 취함 꺼리랴 / 謝俗寧嫌盡醉狂
울 밑에 국화 꺾어 짧은 머리 비녀질하니 / 手折籬花簪短髮
가을 내내 언제나 중양절 아닌 날 없어라 / 九秋無日不重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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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서집 제2권 / 시(詩)
중양절에 두보(杜甫)의 운으로 읊다〔九日 用子美韻〕
서리 내리는 구월에 온 골짜기 슬프고 / 霜落窮秋萬壑哀
바람은 높고 날은 차가운데 저문 강 돌아 흐르네 / 風高寒日暮江廻
황색 국화는 또한 작년에 핀 것 비슷하나 / 黃花又似去年發
흰 기러기는 어느 곳에서 날아올지 아는가 / 白鴈知從何處來
천고의 풍류는 바람에 모자 떨어뜨린 객이고 / 千古風流吹帽客
일시의 회포는 고향 바라보는 대에 오름이니 / 一時懷抱望鄕臺
상심하게 하는 등고부 짓지 말고 / 傷心莫作登高賦
흥을 일으키자면 가득한 술잔 기울여야 하리 / 引興須傾滿眼盃
[주-D001] 두보(杜甫)의 운 :
시의 제목은 〈구일 5수〔九日五首〕〉 가운데 마지막 〈산에 오르다〔登高〕〉인데 《두소릉시집(杜少陵詩集)》 권20에 실려 있다.
[주-D002] 천고의 …… 객이고 :
진(晉)나라 맹가(孟嘉)의 고사이다. 맹가는 환온(桓溫)의 참군(參軍)으로서 신임이 있었는데, 환온이 9월 9일, 즉 중양절에 용산(龍山)에서 주연을 베풀었을 때 참석했다. 바람이 불어 맹가의 두건이 땅에 떨어졌으나 맹가가 몰랐는데, 환온이 좌우의 사람들에게 말하지 말게 하고 그의 행동을 보고자 하였다. 맹가가 한참 후 변소에 간 동안 환온이 그 두건을 취하여 그 자리에 두고 손성(孫盛)에게 명하여 조롱하는 글을 지어 맹가의 좌석에 붙여 두게 하니, 맹가가 돌아와 보고 곧바로 화답했는데 그 글이 매우 아름다워 모두 찬탄했다. 《晉書 卷98 桓溫列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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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서집 제5권 / 시(詩)
중양일에
경재 이장께서 하생에게 부친 시에 화운하다 3수 〔重陽日 奉和耕齋李丈寄河生韻 三首〕
천고의 복희 신농 멀리 정을 부쳐주니 / 千古羲農寄遠情
풍류 있는 늙은 연명 길이 생각나게 하네 / 風流長憶老淵明
앵무부 한 편으로 산수 유상 초대하니 / 一篇鸚鵡邀淸賞
소예형의 그 재조를 정말 사랑하신 거라 / 才藻眞憐少禰衡
경옹(耕翁)께서 연명(淵明)에게 나란히 비기신 것은 만에 하나도 해당되지 않는 것이니, 진실로 의희(義煕) 시대 서책 속의 옛사람이 되신 것을 스스로 알지 못하신 것이라, 이에 감히 머리를 조아리고 받들어 사양하였다. 하련 두 구는 하생이 문장으로 인정받은 일을 가리킨다.
유명인이 유명전을 부리고 계시나니 / 有名人使有名錢
가을 매미 배워서 화식조차 끊으리오 / 豈學寒蟬絶火烟
물처럼 맑은 선생 이상하다 할 것이니 / 堪怪先生淸似水
일찍이 학량전을 경영하신 적이 없네 / 不曾料理鶴糧田
진간재(陳簡齋)의 시에 “예전부터 유명한 인사들은, 명분 없는 돈 쓴 적이 없네.〔從來有名士, 不用無名錢.〕”라고 하였다. 그러나 글씨를 받는데 노인을 대접하려고 돈을 보냈으니 역시 명분 있는 돈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반드시 많은 것은 사양하고 적은 것만 취하여 가전(家傳)의 청빈한 법도를 잃지 않아, 나로 하여금 흠상하지 아니할 수 없게 하였다.
국화꽃 핀 세모에 그리운 이 있는 듯 / 歲暮黃花若有思
좋은 날 혼자 앉자 한스러움 끝이 없네 / 佳辰獨坐恨無涯
날아온 한 잔 술은 어디서 온 것인가 / 飛來一盞知何自
요동 땅의 뭇 산들은 눈앞에 펼쳐진 듯 / 遼塞群山似列眉
돌려주신 주전(酒錢)은 하생이 아직 당도하지 않았기 때문에 말씀하신 그대로 중양절에 쓰지는 못하였지만, 집에서 담은 술을 가지고 스스로 권할 생각을 하자마자 이미 얼큰하게 취하는 은덕을 입게 됨을 문득 깨닫게 된다.
[주-D001] 경재(耕齋) :
이건승(李建昇, 1858~1924)의 호이다. 자는 보경(保卿), 본관은 전주(全州)이다. 전주이씨 덕천군파(德泉君派)의 후손이다. 고조부 이충익(李忠翊, 1744~1816)은 일명 강화학파의 거봉으로 알려져 있고, 한말의 문장가 영재(寧齋) 이건창(李建昌, 1852~1898)이 그의 친형이다. 과거에 급제해서 벼슬을 하다가 경술국치를 당해 만주로 떠났다가 그곳에서 사망하였다. 저서로는 《해경당수초(海耕堂收草)》가 있다.
[주-D002] 하생(河生)에게 부친 시 :
《심재집》에는 ‘하생(河生)’ 뒤에 ‘성재(性在)’라는 세주가 달려 있다. 하성재(河性在, 1901~1970)의 자는 경초(敬初), 호는 임당(臨堂), 본관은 진양(晉陽)이다. 아버지는 운계(雲溪) 하종락(河鍾洛)이다. 지금의 경상남도 청도군 면천면 임당리에서 태어나 서울 사직동에서 죽었다. 조긍섭의 문하에서 순재(醇齋) 김재화(金在華)ㆍ홍당(弘堂) 이병호(李秉顥)ㆍ후당(厚堂) 성순영(成純永)ㆍ둔암(鈍庵) 이춘환(李春煥) 등과 함께 수학하였다. 저서로는 《임당집》이 있다. 경재 이건승이 임당 하성재에게 부친 시는 〈하생 성재 에게 부쳐서 조심재 긍섭 에게도 아울러 보이다.〔柬河生 性在 兼示曺深齋 兢燮〕〉이다. 《海耕堂收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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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서집 제5권 / 시(詩)
중양일에
수봉이 산 위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하였지만 비 때문에 가지 못하였더니 때마침 일여가 술과 안주를 가지고 왔기에 “중양일에 나 홀로 잔속의 술 마신다”라는 시 네 장을 지었다〔重九日 壽峰有山上之約 因雨未赴 適一汝以酒殽至 爲賦重陽獨酌盃中酒四章〕
중양일에 나 홀로 잔속의 술 마시니 / 重陽獨酌杯中酒
송추에 상로 내릴 고향이 생각나네 / 霜露松楸憶故園
산수유 주머니 찰 나 하나만 부족하니 / 可但茱萸人少一
두 해 동안 형제들과 떨어져서 눈물짓네 / 兩年涕淚隔鴒原
중양일에 나 홀로 잔속의 술 마시니 / 重陽獨酌杯中酒
찬비는 어둑어둑 종일토록 내리노라 / 寒雨濛濛竟日垂
등고 시 한 편을 아직도 못 지으니 / 一賦登高猶未得
산머리서 벗님 약속 헛되이 저버렸네 / 嶺頭虛負故人期
중양일에 나 홀로 잔속의 술 마시니 / 重陽獨酌杯中酒
자리의 어느 누가 맹가를 알아보리 / 座上何人識孟嘉
멋진 풍류 낙모를 자랑할 것 꼭 없나니 / 未必風流誇落帽
가련해라 큰 관 쓴 그를 전해가며 비웃었네 / 憐渠傳笑大冠峨
일여는 아직도 옛날 관을 쓰고 있다.
중양일에 나 홀로 잔속의 술 마시니 / 重陽獨酌杯中酒
푸른 꽃술 누런 꽃은 아직도 피지 않네 / 靑蘂黃花尙未開
어떻게 같겠는가, 연명이 빈손으로 국화 꺾어 / 何似淵明徒手摘
하늘은 쳐다봐도 백의인을 못 보는 것과 / 望空不見白衣人
[주-D001] 수봉(壽峰) :
문영박(文永樸, 1880~1930)의 호이다. 자는 장지(章之), 본관은 남평(南平)이다. 지금의 대구광역시 달성군 화원읍 본리리 인흥마을에 살았다. 만구(晩求) 이종기(李種杞, 1837~1902)의 문인이다. 인흥의 수봉정사(壽峰精舍)와 광거당(廣居堂)에서 강학하였다. 저서로는 《수봉유고(壽峯遺稿)》ㆍ《산남징신록(山南徵信錄)》 등이 있다.
[주-D002] 송추(松楸) :
소나무와 가래나무. 둘 다 묘지에 많이 심는 나무들로 선영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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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집 후집 제2권 / 시(詩)○조천록(朝天錄)
중양절에
제독청에서 사은사와 천추사를 만나 읊다〔提督廳重陽與謝恩使千秋使會韻〕
갇힌 생활에 즐거운 일 적은데 / 拘幽寡歡緖
쓸쓸하게 한 해가 저물어가네 / 悄悄歲將闌
좋은 명절 중양절이 돌아오니 / 佳辰回陽九
시름 달래느라 겹문을 열었네 / 排悶披重關
나라 풍속에 모두 휴가 즐기니 / 國風盡放暇
나도 한가로운 짬을 얻어야지 / 而我合偸閑
춘관성으로 걸어 나오니 / 步出春官省
화려한 전각이 진귀한 나무에 둘러싸였네 / 華軒珍木圜
사방 벽에 가을바람 소리 일고 / 繞壁秋聲起
뜰 가득 제철 맞은 국화가 아롱다롱 / 滿庭時菊斑
한 마루에 벗들이 흩어져 앉았으니 / 一堂散泛愛
타향에서 낯익은 얼굴 활짝 펴졌네 / 千里開舊顔
좋은 안주를 어찌 그냥 돌려보내리 / 芳肴豈虗返
누차 돌아가며 맑은 시를 지었네 / 淸韻屢巡環
깊은 방안에서 달구경 실컷 했으니 / 深房飽閱月
성대한 모임엔 산에 올라야 마땅하리 / 高會當登山
오랜 병에 얼굴은 이미 변하였고 / 沉疴貌已變
임금 생각에 눈물 자주 흘리누나 / 戀闕涕頻潸
돌아가고 싶은 마음 간절한지라 / 渴念在歸路
험한 산길 바닷길 가는 고생 잊었네 / 頓忘關海艱
객지에서 상봉함이 참으로 좋은 인연이나 / 萍逢諒勝緣
구름처럼 흩어지고 나면 만나기 어렵다네 / 雲散難追攀
누구에게 오늘 모임 그리게 하여 / 憑誰繪此會
고향 돌아가 집 벽에 걸어 둘까 / 歸掛堂壁間
[주-D001] 춘관성(春官省) :
제독청(提督廳)을 말한다. 한국문집총간 58집에 수록된 《하곡집(荷谷集)》 〈조천기 중(朝天記中)〉에 따르면, 제독청의 중문(中門) 현판에 ‘춘관행사(春官行司)’라고 적혀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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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집 속집 제1권 / 오언율시(五言律詩)
중양(重陽)에
추궁(楸宮)에서 노닐며 여러 유생들에게 보이다
비 뿌리자 산 모습에 윤기가 감돌았고 / 雨洗山容沐
서리가 엷게 얼자 국화 꽃술 냉랭하네 / 霜淸菊蘂寒
기러기 날아가니 구름이 트이었고 / 鴈行雲影闊
귀뚜리 속삭이자 이슬이 맺히었네 / 蛩語露華團
취했다고 날 저문 걸 혐의하지 말아라 / 得醉休嫌暮
높은 곳에 올라가서 다시 또 즐겨보게 / 登高且做歡
명년에 내 얼마나 건강한지 지켜보라 / 明年看我健
날듯이 걸어서 용만에 오를 테니 / 飛步上龍巒
[주-D001] 중양(重陽) :
9월 9일을 말한다. 숫자 9는 양(陽)에 속하기 때문에 양이 중복되었다는 뜻으로 9월 9일을 중양이라고 한다.
[주-D002] 용만(龍巒)에 오를 테니 :
용만은 용산(龍山)을 가리킨다. 진(晉)나라 때 맹가(孟嘉)가 일찍이 정서장군(征西將軍) 환온(桓溫)의 참군(參軍)이 되었을 때, 한번은 중양일(重陽日)에 환온이 용산에서 연회를 베풀어 그의 막료(幕僚)들이 모두 모여서 술을 마시며 즐겁게 놀았다. 그때 마침 바람이 불어서 맹가의 모자가 날아갔으나 맹가는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고 풍류를 한껏 발휘했다고 한다. 후에 중양절에 높은 곳에 올라 모임을 갖는 것을 비유하는 고사로 쓰였다. 《晉書 卷98 孟嘉列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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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집 속집 제1권 / 오언율시(五言律詩)
중양일(重陽日)에
학사 심광세(沈光世)에게 부치다
바다의 햇살에 단풍잎이 찬란하고 / 海日明楓葉
강상의 바람에 버들가지 연해졌네 / 江風脆柳枝
그 누가 상락주를 가지고 찾아와서 / 誰將桑落酒
국화 철 이 시기에 대작을 하려나 / 共對菊花時
옛날에 따온 시는 도철을 생각하고 / 舊摘思陶綴
새로 지은 시편은 심시를 기대하지 / 新篇待沈詩
오로지 드높은 산 정상에 올라가서 / 惟應登絶巘
목을 빼어 서울을 바라봐야 하겠네 / 引領望京師
[주-D001] 심광세(沈光世) :
1577~1624. 조선 중기의 문신으로, 본관은 청송(靑松), 자는 덕현(德顯), 호는 휴옹(休翁)이다. 영의정 심연원(沈連源)의 현손이며 아버지는 현감 심엄(沈㤿)이고, 어머니는 좌찬성 구사맹(具思孟)의 딸이다. 저서로 《휴옹집(休翁集)》, 《해동악부(海東樂府)》 등이 있다.
[주-D002] 상락주(桑落酒) :
옛날의 좋은 술 이름이다. 《유설(類說)》 권26에 “하중(河中)의 상락방(桑落坊)에 샘이 있는데, 매양 뽕나무잎이 떨어질 때마다 그 샘물을 길어 술을 빚으면 술 맛이 매우 좋다.”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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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집 속집 제1권 / 칠언절구(七言絶句)
중양일(重陽日)에
심광세(沈光世) 학사에게 부치다
대전의 문신이 숙직실에 있다가 / 中禁詞臣下直廬
도성 나와 추흥이 어떤지 물었네 / 出城秋興問何如
도처마다 강호에다 바다에 산 연하니 / 江湖滿地山連海
하늘이 시료 주어 내 흥취 일으켰네 / 天借新詩定起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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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집 속집 제1권 / 오언율시(五言律詩)
중양일(重陽日)에 학사 심광세(沈光世)에게 부치다
바다의 햇살에 단풍잎이 찬란하고 / 海日明楓葉
강상의 바람에 버들가지 연해졌네 / 江風脆柳枝
그 누가 상락주를 가지고 찾아와서 / 誰將桑落酒
국화 철 이 시기에 대작을 하려나 / 共對菊花時
옛날에 따온 시는 도철을 생각하고 / 舊摘思陶綴
새로 지은 시편은 심시를 기대하지 / 新篇待沈詩
오로지 드높은 산 정상에 올라가서 / 惟應登絶巘
목을 빼어 서울을 바라봐야 하겠네 / 引領望京師
[주-D001] 심광세(沈光世) :
1577~1624. 조선 중기의 문신으로, 본관은 청송(靑松), 자는 덕현(德顯), 호는 휴옹(休翁)이다. 영의정 심연원(沈連源)의 현손이며 아버지는 현감 심엄(沈㤿)이고, 어머니는 좌찬성 구사맹(具思孟)의 딸이다. 저서로 《휴옹집(休翁集)》, 《해동악부(海東樂府)》 등이 있다.
[주-D002] 상락주(桑落酒) :
옛날의 좋은 술 이름이다. 《유설(類說)》 권26에 “하중(河中)의 상락방(桑落坊)에 샘이 있는데, 매양 뽕나무잎이 떨어질 때마다 그 샘물을 길어 술을 빚으면 술 맛이 매우 좋다.”라고 하였다.
[주-D003] 옛날에 …… 생각하고 :
도철(陶綴)의 도(陶)는 도기(陶夔)이고 철(綴)은 보완한다는 뜻이다. 《태평어람(太平御覽)》 권249에 “도기가 왕효백(王孝伯)의 참군(參軍)이 되어 곡수(曲水)의 집회에 갔다. 도기는 앞줄에 앉고 다른 참군 독호(督護)는 뒷줄에 앉았는데 도기가 서너 구절을 지을 때마다 뒷자리에 앉은 참군 독호가 그 시를 베껴 자기의 시로 만들었다. 도기는 여전히 지은 시를 보완하고자 생각에 잠겨 있었고 뒷자리에 앉은 독호는 먼저 시를 바쳤다. 도기가 하루가 다 되어서야 시를 바치니, 왕효백이 매우 이상하게 여긴 나머지 웃으면서 말하기를 ‘도 참군이 남의 시를 베꼈단 말인가?’ 하자, 도기가 놀라고 부끄러워 어쩔 줄을 몰랐다. 그 뒤에 왕효백이 사실을 알고 참군 독호를 탄핵하여 축출하였다.”라고 하였다.
[주-D004] 심시(沈詩) :
당나라 시인 심전기(沈佺期)의 시를 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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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집 속집 제1권 / 오언율시(五言律詩)
중양일 다음 날
작일에 높디높은 장소에 올라가니 / 昨日登高處
층층의 봉우리 중 최고의 정상이지 / 層峯最上頭
밑이 없는 계곡에 아득히 임하였고 / 逈臨無底壑
장강의 물줄기를 굽어보며 짓눌렀지 / 頫壓長江流
창공에는 삼청을 가까이 접근했고 / 碧落三淸近
해맑은 구름은 만리에 떠 있었네 / 晴雲萬里浮
오늘 아침에는 초가집에 앉아서 / 今朝茅屋裏
적막하게 눈길을 잔추로 향하였네 / 寂寞向殘秋
[주-D001] 삼청(三淸) :
도가(道家)에서 인정하는 인천(人天) 양계(兩界) 밖에 별도로 삼청이 있다고 한다. 그에 대해 두 가지 설이 있다. 《영보태을경(靈寶太乙經)》에는 “사인천(四人天) 밖에 삼청경(三淸境)이 있는데, 옥청(玉淸), 태청(太淸), 상청(上淸)이다. 또는 삼천(三天)이라고도 한다.”라고 하였고 당나라 단성식(段成式)의 《유양잡조(酉陽雜俎)》 〈이옥격(二玉格)〉에는 “사인천 밖에 삼청이 있는데, 대적(大赤), 우여(禹餘), 청미(淸微)이다.”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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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집 속집 제1권 / 칠언절구(七言絶句)
중양일(重陽日)에 심광세(沈光世) 학사에게 부치다
대전의 문신이 숙직실에 있다가 / 中禁詞臣下直廬
도성 나와 추흥이 어떤지 물었네 / 出城秋興問何如
도처마다 강호에다 바다에 산 연하니 / 江湖滿地山連海
하늘이 시료 주어 내 흥취 일으켰네 / 天借新詩定起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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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오재집 제1권 / 시(詩)
중양절에 우연히 짓다〔重陽偶題〕
오늘이 무슨 날인가 / 今日是何日
9월 9일 중양절이지 / 云是九月九
날씨는 날로 싸늘해지고 / 天氣日凌凌
풀들도 온통 시들어간다 / 百卉盡衰朽
골짜기 난초는 향기 잃고 / 芳委谷中蘭
사립문 버들도 잎이 지네 / 葉謝門前柳
몽글몽글 몇 송이 국화가 / 盈盈數枝菊
서리에도 저 홀로 곱구나 / 獨秀風霜後
울긋불긋 그림 같은 단풍 숲이 / 楓林似畫圖
여기저기서 집을 밝게 비추네 / 照映屋左右
시절 느끼는 감회 있으나 / 雖有感時懷
마음에 흡족한 정취 많구나 / 尙多會心趣
이웃들도 내 마음 알아 / 隣人亦解事
담 너머로 막걸리 보내주네 / 過墻送白酒
소매 걷고 떨어진 꽃잎 주워 / 搴衣掇落英
술에 띄우니 손에 향기가 가득 / 泛之香滿手
바람 맞으며 홀로 술잔 기울이니 / 臨風獨自酌
몇 동이 술도 아깝지 않다 / 不惜傾數瓿
저물도록 실컷 마시고 / 頹然至日夕
호탕하게 노래하며 질장구 두드린다 / 浩歌仍擊缶
취향이 진실로 좋으니 / 醉鄕眞可樂
이 좋은 날을 놓치지 않으리라 / 佳辰吾不負
영욕을 마음에 두지 않거늘 / 榮落不置懷
시비를 어이해 입에 담으랴 / 是非焉掛口
산새가 내 손님이며 / 山鳥爲我客
산달이 내 벗이로다 / 山月爲我友
이만하면 괜찮은 인생이니 / 人生此亦足
세상일에 관심을 두겠는가 / 世事知何有
지난날 일에 얽매였던 때를 돌아보니 / 回思曩形役
지금은 멍에 벗은 말처럼 홀가분하네 / 如馬脫羈紐
천지가 비록 좁다지만 / 乾坤雖云窄
이 산골도 그럭저럭 살만하네 / 丘壑猶堪守
이제야 하늘의 뜻 알았으니 / 始覺天公意
나에게 많은 복 주었구나 / 於我餉獨厚
우습구나, 저 명리를 좇는 무리들 / 笑彼夸奪子
티끌세상에서 수고롭게 분주하다 / 塵土勞奔走
부산하게 백년을 살아본들 / 擾擾百年內
이러한 즐거움 알기나 할런지 / 知有此樂否
술 한 잔 들고 흡족해하니 / 一觴持自詑
맑은 바람이 문을 두드린다 / 淸風動戶牖
[주-D001] 취향(醉鄕) :
술에 취했을 때 온갖 걱정을 잊는 별천지의 경계를 가리킨다. 당(唐)나라 왕적(王績)이 지은 〈취향기(醉鄕記)〉에 보인다.
[주-D002] 산골도 :
‘구학(丘壑)’은 일구일학(一丘一壑)의 준말이다. 이는 동진(東晉)의 화가 고개지(顧愷之)의 고사와 관련이 있다. 고개지는 사곤(謝鯤)이 암석 사이에 있는 그림을 그렸다. 이에 사람들이 그 까닭을 묻자 “사곤이 구학에 뜻을 둔 것은 자신이 유량(庾亮)보다 낫다고 했으니, 그 사람은 마땅히 구학에 두어야 한다.〔謝云一邱一壑, 自謂過之, 此子宜置邱壑中.〕”라고 했다. 이로부터 ‘구학’은 은자의 거처로 인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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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오재집 제1권 / 시(詩)
중양절 다음 날 지경에게 부치다〔重陽翌日 寄持卿〕
아우가 높은 곳에 사니 / 舍弟高棲處
가을바람이 숲속에 불어오리라 / 秋風祗樹林
빈 산에는 사람 자취 드물고 / 空山人跡少
밤 깊도록 불등만 깊어라 / 遙夜佛燈深
좋은 계절이라 흥을 따라 노닐 만하니 / 令節堪乘興
예전 지은 시 마음에 흡족하구나 / 陳編得會心
광려 땅에서 예전 노닐었는데 / 匡廬舊遊地
돌아보니 벌써 십 년 지났구나 / 回首十年侵
[주-D001] 지경(持卿) :
송상유(宋相維, 1668~1740)로, 본관은 은진(恩津), 자는 지경(持卿)이다. 송상기(宋相琦)의 아우이다.
[주-D002] 광려(匡廬) :
신선이 노닌다는 중국 남부 강서성의 여산(廬山)을 말한다. 여기서는 두 형제가 함께 노닐던 곳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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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당전집 제10권 / 시(詩)
중양(重陽)
솜 갖옷 으시으시 새벽 서리 스쳐 가니 / 緜裘凄薄拂晨霜
붉은 잎 푸른 산에 외길이 기나 기네 / 紅葉靑山一路長
객지의 서녘 바람 나를 아니 저버리니 / 客裏西風還不負
고운의 사당 아래 중양이 맞이하네 / 孤雲祠下展重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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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담집 제1권 / 시(詩)
중양절 전일〔重陽前日〕
계곡 입구 그윽한 거처에 오래도록 살았는데 / 谷口幽棲久
세월은 저무는 가을이로다 / 流光屬暮秋
초당에서 노년을 보내니 / 茅茨堪送老
빈조는 바칠 수 있네 / 蘋藻可爲羞
오래 전에 따 둔 국화가 넉넉하고 / 舊采黃花賸
새로 뜬 백주가 부드럽네 / 新篘白酒柔
중양절이 바로 내일인데 / 重陽明日是
고상한 모임을 누구와 가져볼까 / 高會與誰謀
[주-D001] 빈조(蘋藻) :
마름 따위의 수초(水草)로 선조의 제사를 경건히 지내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시경》 〈소남(召南) 채빈(采蘋)〉에 “남간의 물가에서 빈을 캐고, 저 도랑에서 조를 채취해 오네.〔于以采蘋, 南澗之濱. 于以采藻, 于彼行潦.〕”라는 구절이 있는데, 그 주(註)에 “제후의 부인이 빈조를 채취해서 성경(誠敬)을 다하여 제사를 받들므로 그 집안사람이 그 일을 서술하여 아름답게 여긴 것이다.”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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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담집 제1권 / 시(詩)
중양절에 다시 앞의 운자를 써서 짓다 3수 〔重陽復用前韻 三首〕
오늘은 중양절 / 今日重陽是
국화 만발한 가을인데 / 黃花爛熳秋
명아주 지팡이 짚은 시골 노인 / 扶藜携野老
대추 털어 진수성찬으로 삼네 / 剝棗當珍羞
흥취 푸는 시는 버릇이 되었고 / 遣興詩成癖
근심 푸는 술은 오히려 부드럽네 / 消憂酒倒柔
인생은 제 뜻에 맞으면 그뿐 / 人生貴適意
한 번 취하는 것 외에 무얼 바라랴 / 一醉外何謀
흰 물결 청산을 감돌고 / 白水圍靑嶂
붉은 단풍 가을을 장식하네 / 丹楓耀素秋
중양절 아름다운 시절을 맞이하여 / 重陽逢令節
새 술에 시절 음식을 올리네 / 新釀薦時羞
시골 늙은이들 떠들썩한 자리에 / 野老群爭席
산골 풍속이 오히려 정겹네 / 山村俗尙柔
세상에 가까이 할 사람 없으면 / 人間無與接
세상사 재미가 없으리 / 世事不肯謀
어제 높은 곳에 올랐더니 / 昨日登高處
산천이 온통 가을에 물들었네 / 溪山滿目秋
나이 든 사람도 즐기기에 족하니 / 年華足可賞
머리 센 것을 누가 부끄러워하리 / 髮白孰云羞
거리낌 없음은 남자의 호방함이요 / 跌宕男兒逸
슬피 탄식함은 여자의 유약함이네 / 悲歡女子柔
평생 지녔던 은거의 흥취는 / 平生湖海興
속된 자들과 함께하지 않는다네 / 不與俗人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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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담집 제1권 / 시(詩)
중양절에 해인사 학사대에 오르다〔九日登海印寺學士臺〕
가야산 산색은 울창하고 우뚝하게 솟았는데 / 伽倻山色鬱崔嵬
산 아래 있는 신선은 학사대에 산다네 / 下有仙人住鶴臺
붉은 단풍 수많은 바위는 새벽 경치 흐리게 하고 / 紅樹千巖迷曉望
국화 핀 오솔길은 가득찬 술잔을 저버리게 하네 / 黃花一逕負深杯
이국에서 누가 함께 높이 오르랴 / 登高異國誰堪共
부처에게 법을 구하고자 나도 왔다네 / 乞法空王我亦來
승경을 보느라 내 몸이 나그네 신세라는 것도 잊고 / 覽勝不知身是客
다시 창해를 따라 가며 봉래산을 물어 보네 / 更從滄海問蓬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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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담집 제1권 / 시(詩)
중양절을 단 하루 앞두고〔重陽只隔一日〕
명절이 내일 아침이니 / 佳節明朝是
용산에 모자 떨어지던 가을이네 / 龍山落帽秋
국화는 단지 즐거움을 주고 / 黃花只供樂
백발은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네 / 白髮不須羞
병혈어가 맛있다는 것을 알고 / 丙穴魚知美
남쪽 시내에서 캔 나물은 제사에 바칠 만하네 / 南溪菜薦柔
침대 머리맡에 술이 있는데 / 床頭有綠蟻
어찌 굳이 돌아갈 계획을 기다리랴 / 何必待歸謀
[주-D001] 용산에 …… 가을이네 :
유쾌하게 흠뻑 취했던 예전의 술자리가 생각난다는 말이다. 진(晉)나라 맹가(孟嘉)가 중구일(重九日)에 환온(桓溫)이 베푼 용산(龍山)의 주연(酒宴)에 참석했다가 술에 흠뻑 취한 나머지 바람에 모자가 날아가는 것도 깨닫지 못했다는 고사가 있다. 《世說新語 識鑑》
[주-D002] 병혈어(丙穴魚) :
잉어 비슷한 맛 좋은 가어(嘉魚)인데, 면수(沔水) 남쪽 병혈(丙穴)에서 잡힌다고 한다. 《本草 嘉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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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담집 제2권 / 시(詩)
중양절에, 취해서 진보의 운자에 차운하다〔九日醉次晉甫〕
나그네 신세 세상 끝에서 많은 세월을 보내는데 / 作客天涯多歲月
국화 피려하니 중양절이 가까웠네 / 黃花欲發近重陽
좋은 날 이 모임이 진정 애석하니 / 佳辰此會眞堪惜
백옥잔에 자주 술 따르는 것을 괴이하게 여기지 마오 / 莫怪頻添白玉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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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중양절(重陽節)-1.끝.

첫댓글 重陽節은 우리나라 보다 중국에서는 중요시 하지요.
고맙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휴일 즐겁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오늘도 좋은 자료 잘 가져 가겠습니다.
감사 합니다.
중양절(重陽節)은 음력 9월 9일을 가리키는 날로,
예로부터 홀수를 양의 수라 하여
9가 두 번 겹치기 때문에 중양절이라 하였습니다.
중양(重陽), 중구(重九) 혹은 삼짇날에 온
제비가 도로 돌아간다고 하여
제비가 돌아가는 날이라고도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