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변호인”을 봤습니다.
영화의 배경은 1980년대 초, 부산입니다.
돈도, 백도, 가방끈도 짧았던 주인공이 어렵게 사법고시에 합격해 변호사가 됩니다.
변호사사무소를 개업했지만 기존에 잘나가는 변호사와 경쟁상대가 되지 않았습니다.
할 수 없이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려야했습니다.
변호사가 하기엔 격식이 너무 떨어져 거들떠보지 않았던 일,
소액의 수수료를 챙기며 “부동산 등기”를 대행해주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틈새시장을 노린 것입니다.
금세 부자가 됐고, 이걸로 출세할 발판을 만듭니다.
길을 가다가 무심코 현수막 하나를 봤습니다.
세련미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촌티나는 현수막을 봤습니다.
하얀 배경에 옛날글씨체로 다음과 같이 적혔습니다.
“티눈 제거 전문한의원”
한의사가 되려면 얼마나 똑똑해야 됩니까?
또 한의원을 개원하려면 얼마나 많은 돈이 필요합니까?
고작 발바닥에 난 티눈 제거하려고 그 어려운 과정을 통과합니까?
1979년 설립된 거평그룹이 있습니다.
공격적인 인수합병으로 국내기업순위 30위까지 올랐다가 부도처리 된 기업입니다.
내 머릿속에는 1997년 누드모델이었던 이승희를 앞세워 MBC 메인뉴스였던 9시뉴스 광고시간에 내보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습니다.
완전 환상이었습니다. 속옷이름도 잊지 못합니다.
“벗는 것보다 입는 것이 아름답다. 라보라”
거평도 작은 분양사무실로 시작해 금융, 화학, 제철, 패션, 정유, 유통, 레저까지 확장시킨 그룹으로 성장한 것입니다.
비가 많이 오던 날, 모르는 사람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오늘도 무료급식소 문 엽니까?”
“네, 우리는 폭우가 쏟아지고 태풍이 들이닥쳐도 문 엽니다.”
이용자와의 약속이기에 한 명이 오더라도 그 사람 때문에 문을 엽니다.
또 후원자와의 약속입니다.
후원자는 우리가 딴 짓 하지 않고, 이것(무료급식)만 붙잡고 묵묵히 걸어가는 것 때문에
우리를 믿고 후원하는 것입니다.
사실 무료급식 아니면 할 것도 없습니다.
우리가 제일 잘하는 것이고 이것 말고는 내세울 게 없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맛있는 무료급식소가 되겠습니다.
우리의 틈새시장을 파고들겠습니다.
무료급식으로 쇼부(shobu, しょうぶ, 勝負) 보겠습니다.
신라호텔 대표셰프보다 더 맛있는 무료급식을 만들겠습니다.
“그렇게 공부하고 그깟 무료급식이나 하고있냐?”란 말 들어도 괜찮습니다.
내가 봤을 때 “티눈제거 전문한의원” 지금 돈 잘 벌고 있을 것 같습니다.
“티눈”하면 그 한의원이 생각납니다.
“무료급식”하면 밥퍼보다도 “만나”가 먼저 생각나겠끔 성장시킬 자신 있습니다.
30년이 지나도 내 머릿속에 남아있는 라보라 브레이지어 처럼
여러분 머릿속에 각인시켜드리겠습니다.
우리가 가장 잘하는 것(무료급식)부터 시작해서 큰 그룹이 돼 있겠습니다.
내 나이 고작 얼마 안 됐습니다.
아직 젊습니다.
앞날이 창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