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글링 / 강봉덕
무엇이든 던지고 싶은 욕망이 있다//식탁에 앉아 아침식사를 던지고 사무실에서 의자를 던지고/모자를 던지고 퇴근길에 버스를 던지고 가방을 던지고 침대를 던지는/버릇이 생겼다//지하도를 내려가면 둥둥 떠다니는 사람들/불안한 발을 잘라 주머니에 넣고//낙하와 상승의 경계에서 눈치를 살핀다//조간신문 숫자들이 흩어졌다 멈추고//모니터의 붉은 화살표가 멈추고//난, 구두를 던지고 중심의 반대방향으로 걷는다//바닥에 닿기 전 다시 머리통을 던지고/바닥에 닿기 전 다시 정강이를 걷어차고/바닥에 닿기 전 다시 몽둥이를 휘두르고//바닥에 닿을 수 없는 발을 길게 내린다/내가 추락하는 속도보다 더 빨리 도망가는 바닥/발이 길어질수록 같은 극의 몸처럼 바닥은 더 밀려나고//손발을 묶고 귀를 자르고 코를 낮추고/던지기 쉽게 단단해진다/높아지지 않으면 불안한 몸은/잠을 자면서도 두 발을 번갈아 들어올린다
― 『울산문학』 2021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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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서커스에서 보았던 그 난쟁이는 몇 개의 접시를 공중에 던지고 연속적으로 받아냈다.
접시는 원을 그리며 손끝에서 쉼 없이 오르내렸다.
던지는 것과 받아내는 것, 그 사이엔 “적당한 간격”과 “적당한 긴장감”이 있었다.
깨지기 쉬운 접시를 척척 받아내는 놀라운 묘기에 관객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강봉덕 시인의 『저글링』 은 주고받는 저글링이 아닌 “던져버리고 싶은” 일방적인 저글링이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 던지고, 걷어차고, 휘두르고, 부숴 버리고 싶은 것들이 내면에 쌓여있다.
스트레스 해소법은 ‘던지거나 걷어차는’ 과격한 행위로 나타난다.
만원 버스와 빽빽한 지하철에 시달리는 출근길부터 하루의 전쟁이 시작된다.
중심에서 밀려나 반대 방향으로 가야만 하는 사회적 약자들, 바닥에 서 있지만 바닥으로 내팽개치지 않으려고
누군가의 정강이를 걷어차야 한다.
권모술수가 판을 치는 세상에서 몽둥이가 등장하고 허공에 매달린 몸이 불안해서 발을 뻗지만 바닥에 닿지 않는다.
바닥을 벗어나도 여전히 안전지대가 아니다.
더 먼 곳 더 높은 곳으로 던져지기 위해선 단단해지는 방법밖에는 없다.
잠을 자면서도 두 발을 번쩍 들어올려야 하는 현대인들의 불안한 심리는
아슬아슬한 ‘저글링 게임’으로 표출되고 있다.
- 마경덕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