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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부산아이파크 팬카페 BIFC 원문보기 글쓴이: 문현기
김태민 |
한상보 |
김하나 |
부산은 '구도(球都)'다.
그러나 그것은 둥근 공(球) 모두가 아닌, 야구공에만 적용되는 말이다.
'부산갈매기'들도 유독 사직야구장 위 하늘만을 날아다닌다. 부산은 그런 곳이다.
2002년 당시 '대~한민국' 신화의 진원지였던 아시아드주경기장, 지난해 이곳을 찾은 축구 관객수는 7만3천여명이었다. K리그 전 구장 중 최하위. 이곳을 연고로 하는 부산 아이파크의 지난해 성적 역시 13위(4승8무14패)였다. 광주 상무를 제외한다면 이 또한 K리그의 꼴찌다. 비단 지난해뿐만이 아니었다.
이런 척박한 환경과 분위기 속에서도 아랑곳하지 않는 이들이 있다. 축구에, 그리고 부산 아이파크에 절절한 '외사랑'을 보내는 사람들이다.
부산아이파크 서포터스 'POP(Pride of Pusan)'가 주인공이다.
<2008년 3월 19일 인천戰>
"시즌 초반 분위기 들썩 안느 부활? 부산 부활?"
지난 19일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삼성하우젠컵 개막전. 이곳에서 POP 회원 80여명을 만날 수 있었다. 별다른 약속을 한 것도 아니다. 그냥 거기 있었다. 경기가 있는 날이면 알아서들 경기장으로 모인다고 했다.
현재 POP 정회원 수는 모두 400여명. 그날도 그중 '골수'들은 거진 다 자리했다.
회장 김태민(30·사진)씨는 지난 10여년간 홈경기는 거의 놓친 적이 없다고 한다. 김씨는 POP가 창단되던 1997년 입단한 창단멤버. 당시엔 부산아이파크가 아닌 부산대우라는 이름이었다.
서포터스 창단 그해, 부산은 아디다스컵과 프로스펙스컵에 이어 정규리그 우승(11승4무3패)까지 프로축구 3관왕을 차지하는 영광을 안았다. 그러나…, 그러한 영광은 그 이후 더이상 없었다.
"올해는 여느 해와 다릅니다. 지난 주말 대전 원정경기에선 비록 졌지만, 예년과는 플레이가 달라요."
시즌 초반 다들 들뜬 분위기다. 시즌 초반은 으레 그렇다.
그러나 올해는 좀 다를 것 같기도 하다.
이날 부산은 전반 종료 직전 주장 이정효가 두번의 옐로카드로 퇴장을 당했다. 그러나 우리의 안느(안정환)가 후반 27분 수비수를 등진 채 날린 터닝슛이 결승골이 됐다. 안느의 부활인가? 부산의 부활인가?
<1999년 10월 31일 수원戰>
"선수·팀은 움직여도 팬은 그자리 그대로"
그들에게 가장 좋아하는 선수를 물었다. 난감해한다. 부회장인 이동일(28)씨가 그 이유를 설명했다. "아이파크의 모든 선수를 좋아합니다. 결국 아이파크라는 팀을 가장 좋아하는 거죠." 현재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가 최고의 베스트라는 것. 그들은 늘 그렇게 생각한다.
사실 대부분의 선수들이야 수년이 지나면 유니폼을 갈아입고 적(敵)이 된다(물론 변심은 아니다. 그것은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그들은 그들 나름의 역할이 있다).
1997년 3관왕을 차지하는 데 큰 몫을 했던 용병 샤샤는 수원삼성으로 이적한 2년 뒤인 1999년 부산과의 챔피언결정전에서 왼팔('왼발'이 아니라 '왼팔'이다)로 축구공을 부산의 그물 속으로 집어넣고 우승을 챙겼다.
어쩌면 10년을 변치 않고 아이파크 유니폼을 입고 있는 사람은 바로 서포터스뿐일지도 모른다. 팬으로서 축구를 사랑한다는 건 그런 일이다. 아스날의 훌리건이었던 닉 혼비(영국의 작가)는 "축구팬은 바람을 피우는 일이 없다"고 했다. 축구팬에게도 '이혼(경기장에 가는 것을 그만둘 수는 있다)'은 가능하지만, '재혼'은 불가능하다. 다른 팀을 좋아할 수는 없는 일이다.
지난 2004년 부산 아이파크(당시 아이콘스)가 연고지를 서울로 이전하려 할 때에도 그랬다. "당시 학생이었어요. 학교 수업도 빼먹고 서울에 올라가 시위를 벌였죠. 원망도 많이 했습니다만 그래도 어쩌겠어요? 우리 팀인걸요." "사실 부산시의 미지근한 지원 등으로 인한 불만이 쌓여있던 팀의 입장도 이해해요."
그렇다. 선수는 팀을 옮겨도, 팀은 팬을 저버려도, 이들은 결코 팀을 저버리지 않았다.
<1998년 8월 19일 안양戰>
"짜릿한 승리의 순간 연패 슬픔 사라지고"
그러나 아무리 애틋한 사랑이라도 그 사랑이 마냥 지치지 않을 수만은 없다. 매번 이길 수야 없지만, 매번 지는 시합은 결코 즐겁지 않다.
부산 아이파크의 지난해 성적은 컵대회를 비롯해 7승13무18패. 이 중 홈경기의 성적은 4승4무10패다. 4번 이기는 것을 보기 위해 10번의 패배와 4번의 무승부를 지켜봐야만 했다. 이건 누가 보더라도 손해보는 장사다.
그러나 그들의 말은 달랐다.
"수십번 우리를 실망시켜도, 짜릿한 승리의 순간 한번에 그것들을 모두 잊죠."
매번 날 힘들게 한 그녀(혹은 그)였지만, 어느 순간 그녀의 달콤한 한마디에 나쁜 모든 감정은 눈 녹듯 녹아버린다. 그리고 다시 퉁명스런 그녀로 돌아간다 해도 우리는 차마 이별을 결심하지 못한다. 언젠간 다시 나에게 황금빛 미소를 던질 것을 확신하기 때문에. 기억은 늘 우리를 기대하게 한다.
10년 전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열린 안양과의 경기를 그들은 잊지 못했다.
0-1로 끌려가던 부산은 시합 종료 3분 전 정재권의 화려한 오른발 발리슈팅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고, 연장 전반 10분 다시 정재권의 골로 2-1 역전승을 일궈냈다.
당시는 골든골(연장 승부 시 첫 골을 넣으면 이기는 방식) 제도를 시행하던 때라 그의 득점을 끝으로 주심의 종료휘슬이 울렸고, 3만명에 가까운 관중들은 경기장으로 뛰어내려왔다.
다시금 10년 전 아름다운 경기장 난입을 재연할 수만 있다면, 그들은 수십, 수백번의 패배도 참고 기다릴 수 있다.
<2006년 7월 29일 대전戰>
서포터스 가장 큰 적은 상대팀 아닌 '아내'
낱말연상퀴즈에서 '축구'란 단어를 제시하면, 가장 많이 떠올릴 단어는 아마도 '군대'가 아닐까? 흔한 말로 여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단어가 바로 이 두 개다. 그래서인지 일부 나이가 많은 서포터스의 가장 큰 적(?)은, 연전연승을 달리는 상대팀이 아니라, '아내'다.
POP의 한상보(37·사진)씨는 주말 홈경기가 있을 때면 수요일부터 아내 기분 맞추기 작전에 들어간다.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진 술도 안마시고 정시 퇴근해 마누라와 함께 저녁시간을 보냅니다. 선물공세는 기본이죠." 그렇게해서 가장이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홈경기를 경기장에서 관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원정경기 설득은 더욱 쉽지 않다. 특히 2년 전 부인을 속여 대전까지 원정을 다녀온 이후로 부인의 태도는 강경하다. 물론 한씨는 "속인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2년전 7월께 한씨는 아내에게 "계룡산에 놀러가자"고 꼬드겼다. 한씨의 숨은 목적은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부산-대전 삼성하우젠컵 최종경기. 금요일 저녁 부산을 출발해 유성온천에서 숙박을 하고 토요일 오전 급하게 계룡산을 둘러본 뒤, 아니나 다를까, 오후엔 급하게 대전시내로 들어갔다.
그날 부산은 2-4로 패했다. 한씨의 지극한 정성을 봐서 그날만이라도 승점을 올렸더라면 좋았겠지만…, 둥근 축구공이 그 사정을 알 리 없다.
<2008년 3월 19일 인천戰>
"2002년 월드컵 이후 여성팬 부쩍 늘다"
마초의 소굴로만 여겨지던 축구장에 여성을 끌어들인 계기는 바로 지난 2002년 월드컵. 19일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만난 김하나(20·사진)씨도 2002년 이후 축구에 관심을 갖게 된 세대다.
"월드컵 당시 중학교 1학년이었어요. 그때 처음 경기장에 와보고, 함께 응원했던 경험들이 절 축구의 세계로 빠지게 만들었죠."
그러나 그 이후 그녀의 활동은 영국의 '훌리건' 이상이었다. 여중·고생들의 축구사랑 모임인 '붉은 중독'의 멤버이기도 했던 그녀는, 지난 2004년 연고지 이전 논란 당시 부산 선수들에게 눈물어린 편지를 무차별 공수하는 역할을 맡기도 했다.
그런 김씨가 올해부터는 경기장 찾기가 쉽지 않게 됐다. 대학 새내기가 되어 서울 생활을 시작한 것. 그러나 서울생활 한 달 만에 몸이 근질근질해졌다. K리그가 개막했다니, 아시아드의 함성이 환청이 된단다. 그것도 개막전 역전승! 그래서 KTX를 타고 내려왔다. 19일 컵개막전 경기는 두 눈으로 직접 보리라. 모르겠다. '유별나다'는 말로는 설명이 어렵다.
"뭐가 그렇게 좋기에 주말마다 축구장을 찾으세요?"
그들의 대답은 간단했다. 그리고 명확했다. "내가 사랑하는 팀이 그곳에 있으니까요."
김종열 기자 bell10@busanilbo.com
사진=문진우 프리랜서 moon-051@hanmail.net
# 사직운동장에 '부산갈매기'가 있다면, 아시아드주경기장에는 '부산찬가'가 있다?
야구의 고장 부산에서 축구팬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것은 롯데의 성적도 아니고(사실 롯데의 성적도 그다지…), 전용구장도 아니고, 바로 야구장에서 울려퍼지는 '부산갈매기'다. 시합이 고조될 때 '부산갈매기'는 선수와 관중을 하나되게 만든다.
그러나 정작 이 노래가 축구경기와는 성격이 맞질 않다는게 서포터스들의 설명이다.
"사실 템포가 그렇게 빠르지 않아요. 그래서 선수들의 움직임이 끊이질 않는 축구장의 분위기와는 맞지 앉죠."
그래서 그들은 대안으로 '부산찬가'를 선택했다. 그러나 썰렁한 경기장에 일부 서포터스들이 목을 놓아 외쳐본들, 그들의 노래소리는 파도를 타지 못했다.
올해는 과연 아시아드주경기장에 '부산찬가'가 울려퍼질 수 있을까? 그것은 부산 아이파크가 얼마나 선전해주느냐에 달렸다. 그리고 시민들이 얼마나 아시아드를 찾느냐에도….
김종열 기자
첫댓글 롯데팬과 부산팬으로서 둘중 어느 팬분들이 더 질기다고 생각하냐면 난 진짜 롯데팬.. 부산은 2004 전기리그 우승이라도해서 정말 좋았지만 롯데는 매번............................
Pride of Pusan~!! ㅋㅋ 이젠 Busan 이니까 ㅋ이름 바꿔야 하나..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