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소통 위해 만든다는 민정수석, 소통 걸림돌 되지 말기를
중앙일보
입력 2024.05.07 00:45
2022년 8월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 모습.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 대통령, 기자회견서 ‘민정수석 부활’ 설명할 듯
‘검경 장악·용산 로펌화’ 우려와는 절연하기를 기대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2주년(10일)을 맞아 모레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2022년 8월 취임 100일 때 이후 21개월 만의 회견이다. 윤 대통령은 그해 11월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을 중단한 뒤론 총선 때까지 언론과의 공개 문답도 일절 진행하지 않았다. 기자회견 재개는 지난달 2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회담에 이은 총선 후 두 번째 소통 행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윤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폐지했던 민정수석실 부활이다. 이르면 오늘 민정수석실 신설이 공식화되고, 김주현 전 법무부 차관이 수석에 기용된다.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민심 청취’라는 그 취지를 직접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민정수석실 부활은 윤 대통령으로선 양날의 칼이다. 우선 여론 출납 기능 강화를 통해 고금리·고물가로 고통받는 민생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가감 없이 들어 정책에 반영할 수 있다. 대통령실과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경찰로 기능이 분산된 데서 불거진 인사검증 시스템의 허점을 메우는 데도 긍정적일 것이다. 이를 통해 심각한 민심 이반을 다독여 국민의 신뢰를 되찾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의 회담에서도 “정책이 현장에서 이뤄질 때 어떤 문제점과 개선점이 있을지 정보가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김대중 정부에서도 민정수석실을 없앴다가 2년 뒤 다시 만들었는데 왜 그런 판단을 했는지 이해가 가는 부분이 있다”며 여론 수렴 의지를 피력했다.
그러나 사정의 달콤한 유혹에만 휘둘리는 데 대한 걱정 또한 엄연한 게 현실이다. 당장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완패한 세종시 관가를 중심으로 복무 점검 강화에 대한 경계심이 파다하다. 공직 기강 확립은 필요하지만, 과도하면 공직 사회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복지부동을 부추긴다. 야권에선 민정수석실 부활을 검경 장악을 통한 사정 기능 강화와도 연결짓고 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이나 ‘채 상병 특검법’ 등 사법리스크 대응을 위한 이른바 ‘용산의 로펌화’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이런 우려, 오해와 과감히 절연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어렵게 결정한 민정수석 부활이 자칫 부메랑이 돼 국정 운영에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문재인 정부 당시 조국 전 민정수석의 청와대 특별감찰반 감찰 무마와 박근혜 정부 우병우 전 수석의 불법사찰 의혹 사건 등이 부작용들의 사례다. 그 수사를 지휘해 유죄판결을 받아낸 이가 바로 윤 대통령이었다.
윤 대통령이 “세평 검증을 위장한 국민 신상털기와 뒷조사 잔재를 청산하겠다”며 민정수석실을 폐지했던 것도 바로 이런 상황을 우려한 때문이었다. 그 초심을 다시 면밀히 되새겨 주길 바란다. 현장 민심과 여론 수렴의 기능인 민정(民情)이 가장 중요한 목표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