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똥콜의 의미
어느 시절이고 ‘똥콜’은 존재 했었습니다. 초기 똥콜(불과 수 년 전)들은 거의 외면 당했습니다.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 똥콜은 밤새 떠돌다가 사라지기 일쑤였습니다. 지금처럼 거부기능도 없던 시절이라 이런 똥콜이 화면에 있으면 상당히 신경이 쓰였습니다. 소위 대형사들의 똥콜이 난무할 즈음 피크 시간에 강남역 1Km정도 세팅하면, 무수히 올라오는 똥콜들 중에서 좋은 콜을 골라 내기란 만만한 작업이 아니었습니다. 똥콜들 때문에 오더가 6초나 9초마다 갱신 된다면 얼마나 갑갑했겠습니까. 차라리 “자사콜”기능을 이용해 자사콜만 보는 것이 유리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자사기사들도 거들떠 보지 않는 모 업체의 7K짜리 오더가 난무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손님들에게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 광고하는 대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화를 걸었을 뿐인데… 용케도 기사를 만난 손은 집에 갔지만 그렇지 못한 손들은 알아서(?) 가던 시절이었습니다.
똥콜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거리와 가격, 착지와 가격, 또는 기사 개인이 느끼는 가격과 실제 오더(상황실)의 가격차, 손님이 느끼는 가격과 기사가 느끼는 가격차 등등 개인마다 똥콜의 기준이 다른 것이 요즘의 현실입니다.
목동사거리를 기준으로 중동, 상동은 11~12Km, 계산동은 12~13Km 정도입니다. 일 년 전 즈음, 보통 20K의 요금을 받던 시절에 부평을 20K에 올리면 똥콜이 됩니다. 지금은 중,상동이 15K, 인천 전 지역이 20K로 변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대리 일을 시작하신 분들에게는 좋은 콜과 똥콜을 구분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각자 가진 기준이 틀리므로 정확하게 “똥콜”의 정의를 내리기도 어렵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오더 수행 후에 뭔가 허전하거나,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지거나, 하늘을 쳐다보게 되거나, 눈물이 핑 돌아 울고 싶다거나, 뒤통수가 “띵~” 하다거나, 아무 이유 없이 화가 난다거나, 갑자기 타이레놀이 먹고 싶다거나, 집에 있는 아내나 아이들 얼굴이 생각난다면 – 여러분은 똥콜울 수행하신 겁니다.
2.똥콜피로증
경력이 좀 되신 분들이 많이 하는 얘기는 “탈 것이 없다”입니다. 이는 어느 프로그램, 어느 연합에서나 마찬가지 현상입니다.
피크 시간대에 오더 창을 바라보면 손님과 상황실과 기사간의 재미있는 “신경전”이 보입니다. 일단 똥콜이 하나 올라옵니다.
“논현역-상계 10K” 사방에서 욕이 나오고 대부분 ‘거부’버튼으로 지워버립니다. 잠시 후 “논현역-상계 12K” 상황실에서 손과 소위 ’쇼부’를 본 결과입니다. 얼마간 시간이 지나면 “논현역-상계(콜무)12K” 드디어 상황실서 항복합니다. 시간이 또 지나면 손님이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 이번엔 다른 업체의 이니셜이거나 다른 프로그램으로 올라옵니다. “논현역 –상게벽산 12K”, “논현역 – 상계동 13K” 그러다가(보통 30여분 후에) 뜬금없이 엉뚱한 오더가 뜹니다. “논현역-상게 20K” 이제 잠시 들락거리다 없어집니다.
위의 현상은 피크시간에나 있는 일이고 조금 어정쩡한 시간대라면 다음과 같은 오더도 보입니다. “논현역-상계(과금3500) 10K” 정말 “씨바”스런 현상입니다.
기사들이 500원씩 보태서 손님들을 집에 무사히(?) 보내주는 시스템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래 너도 어여 집에 가거라. 옜다 500원. 툭!” 아마도 손들은 자신이 거지 동냥 받듯이 집에 가는 걸 알기나 할까요. 그리고 만원이면 상계동까지 간다고 개거품 물겠지요.
경쟁체제에서 가격이 떨어지거나 올라가고, 결국 수요와 공급간에 균형이 맞추어 진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무한 경쟁의 문제점은(특히 대리시장에서) “노동의 질”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그 동안 대리기사들의 삶이 그리 윤택하지 않았음을 고려해 볼 때 이러한 현상은 정말 공포스럽습니다. 기사들 사정이 이러할 진데, 모르긴 해도 왠만한 업체는 콜수수료만으론 유지하기도 힘든 상태가 되어가지 않았을까 합니다.
이제는 어지간한 콜이면 한 방에 사라집니다.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도 가질 않습니다. 모든 기사가 욕이 늘고, 가슴이 쿵쾅거리며 다리에 힘이 빠지는 ‘똥콜 피로증’에 시달립니다. 이에 대응할 치료법이나 방법은 없는 것일까요.
3. 똥콜의 공포
똥콜이 왜 버젓이 수행되는 것일까요. 초보자는 몰라서 그렇다고 치지만, 꽤 숙달된 기사 조차도 수행하는 이유는 바로 공포 때문일 것 입니다. 한없는 기다림과 주변에 가득 찬 기사들을 볼 때면 “여기서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 생기기 마련입니다.(혹시 느끼지 못 하신 분들은 새벽 1시 즈음에 라페스타 입구로 가 보시길 바랍니다) 예전처럼 기다리면 괜찮은 오더가 뜨던 시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오지를 가더라도 동료 기사를 만나게 되고, 더군다나 무조건 지지기와 자동의 천국 속에서 고도의 집중력과 빠른 손놀림만으로 오더를 접수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마치 ‘죄수의 딜레마’ 처럼 내가 가지 않아도 누군가 간다는 생각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아님 똥콜과 기사가 서로 마주보고 달리는 “치킨게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그문트 바우먼은 그의 저서 “유동하는 공포(2009.산책자)”에서 우리가 느끼는 공포를 세 가지로 나누었습니다. 하나는 우리의 신체와 재산을 위협하는 위험, 즉 죽음의 공포이고, 두 번째는 사회질서의 지속성과 안정성을 위협하는 위험 – 악에 대한 공포입니다. 세 번째 공포의 영역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또는 예측할 수 없는 것에 대한 공포입니다. 이러한 공포들은 서로 유동적으로 움직여 우리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아마도 우리 기사들이 느끼는 공포는 세 가지를 조합한 공포일 듯 싶습니다. 예측할 수 없고 전혀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대한 공포, 즉 신종 플루보다 빠르게 번져가는 똥콜의 공포입니다.
‘공포’란 곧 불확실하다는 것입니다. 위협의 정체를 모르는 것, 그래서 그것에 대처할 방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것에 달려들어 맞서 싸우려 해도 싸워볼 도리가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공포로 인하여 인류의 발전이 이루어 지기도 했습니다. 의료산업이 발달하고 각종 과학기술(아이러니 하게도 대리업계에서는 '자동'이 )이 발달하게 된 이면에는 이러한 것에 대한 공포가 한 몫 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대리업은 이 공포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까요.
바우만은 그의 저서에서 구체적인 처방전을 제시하지는 않았습니다. 보이지 않는 공포앞에선 아무도 구체적인 처방을 내리진 못 할 것입니다. 그가 제시한 유일한 치료법은 그것(공포)을 바로 보는 것입니다. 똑바로 보는 것만이 뿌리를 캐고 들어가 잘라버릴 수 있는 유일한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다행히 우리는 ‘똥콜’의 정체를 알고 있습니다. 싸우는 방법도 알고 있습니다.
4. 지금 시인하라.
똥콜 퇴치를 위해 많은 분들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일부는 각 개인이 온라인 상에서, 또 일부는 각 지역별 모임과 단체에서 각종 방법이 동원되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효과는 보았습니다만 아주 미미한 수준일 뿐입니다. 직접 행동에 나선 이들이 의아해 하는 것은 “왜 동참하지 않는가?”입니다. 옳은 일이고 꼭 해내야 하는 일인데 왜 전체 기사들이 동참하지 않고 있을까요. 이들이 남을 위한 이타심이 강해서, 아님 포괄성이 커서 기꺼이 타인을 위해 책임 있는 역할을 하려고 나서는 것일까요.
아이콘사태(30%콜) 시절 홀로 일인시위를 하고 있는 “처음”님의 사진을 보거나, 길거리에서 똥콜 전단지를 줍는 “십만대군”님을 보면서 필자를 비롯한 나머지 기사들은 마음 한 켠으로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던가요.
심정적으론 동조하지만 “나는 오래하지 않을 거니까” 또는 “나는 이런 일을 할 사람이 아니야”, “저것들 나중에 한자리 하려고 저러는 것 일거야”, “나랑 무슨 상관이야” 라는 마음으로 외면하지는 않았을까요.
스탠리 코언은 이것을 “알면서 모르는 것”으로 표현합니다. 사람들은 끔찍하고, 위협적이며 비정상적이라서 전모를 파악하기 어려운데다 인정하기도 힘든 정보를 종종 접하는데, 이때 사람들은 그 정보를 어떤 식으로든 억제하거나 부정하거나 제쳐두거나 재해석 한다는 것입니다. 설사 의식에 ‘등재’하더라도 인지적, 정서적, 도덕적 의미를 무효화 하거나 합리화해 버린다는 것입니다. 코언은 이런 부인의 형태를 세가지로 나눕니다.
“똥콜이 뭐냐? 그런 게 있는가”-문자적 부인(엄연한 사실을 진실이 아니라고 주장함)
“이건 복귀콜이다” “집방향이라서..” – 해석적부인(사실을 인정하지만 달리 해석함)
“이 보다 더 심한 콜도 있는데, 왜 이리 난리야, 그래서 어쩌라고” – 함축적부인(무시)
싸움의 시작은 똥콜이 존재함을 인지하고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필자도 이런 똥콜의 부인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복귀콜이라”, “집방향이라”,”콜이 없어서”, “2시간 죽어서”, “착지가 오더밭이라” 운운하면서 우리는 우리 앞에 놓인 똥콜을 부인하고 있었음을 “시인”해야 합니다.
지금 바로 똥콜의 존재를 시인하는 것이 행동을 위한 지름길입니다. 대리기사 일이 국가 존망이 걸린 일도 아니고, 민주주의가 위협 받는 이데올로기적인 문제도 아니지만, 우리의 생존이 걸린 일입니다. 우리 모두가 똥콜이 존재하며 버젓이 수행되고 있다는 것을 시인하게 된다면, 그 때야 말로 행동이 시작될 때인 것 입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길 위에서 우리는 가장 강하고 질긴 존재입니다. 지금 당장은 아무 일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 빠져들기도 하지만, “거부” 버튼을 누르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면, 그래서 천 원, 이 천원 더 받는 것부터 시작하면 어떨까요. 항상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PS
1. 본문의 일부는 지그문트 바우만의 “유동하는 공포”와 스탠리 코언의 “잔인한 국가 외면하는 대중(2009. 창비)”에서 저자의 허락 없이 퍼왔음을 알려드립니다.
2. 고백하건데 저 역시 고수 언저리에도 못 가는 평범한 기사입니다. ‘대리요령’에 글 몇 줄 썼다고 고수인줄 알고 문의 메일 보내주신 분들께 제 때 적확한 답을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특히 낯을 심하게 가리는 편이라 관심 갖고 연락주신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도 드립니다.
3. 오늘(9.22)원문의 오류를 지적해 주신 댓글 하나가 사라지고 댓글에 사과의 말씀을 올린 필자의 댓글까지 사라졌습니다. '일인시위'와 관련된 부분인데, 밤이슬 검색창에 '일인시위'를 입력하시면 관련내용을 보실 수 있습니다. 제가 예전에 글을 쓰던 블러그에서는 일단 답글이 달리면 삭제가 불가능(댓글에 한해서. 물론 원문을 삭제하면 관련 댓글도 삭제됩니다) 했었습니다만, 댓글을 쓴 이가 자신의 글을 삭제해도 그에 달린 댓글은 남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버그 때문인가요 유감스럽습니다.
첫댓글 어제 11시경 암사역~역삼역 12K 잡고보니 자사콜이네요 강남가봐야 별볼일없구 자사콜이라 500원이라두 아낄려구 전화 상황녀 하는말 ""기사님 이콜 역삼역이에요""" 왜 안가세요~~~ 씨브럴 역삼역이면 아무거나가나.....
정확한 진단을 내리셨군요....
똥콜 거부버튼 운동에 적극 참여 합니다.
기사수 업체수 아무런 제약이 없으니 더한 것이겠지요
언 놈의 콜쎈터는 화곡동에서 신림동골짜기를 10k 에띠우는띠발느~~ㅁ이있어요! 씨파?
똥콜의 확실한 정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오더 수행 후에 뭔가 허전하거나,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지거나, 하늘을 쳐다보게 되거나, 눈물이 핑 돌아 울고 싶다거나, 뒤통수가 “띵~” 하다거나, 아무 이유 없이 화가 난다거나, 갑자기 타이레놀이 먹고 싶다거나, 집에 있는 아내나 아이들 얼굴이 생각난다면 ? 여러분은 똥콜울 수행하신 겁니다.
거부버튼 한번씩만 누르면 다 서서히 해결되는데.. 그놈의 조바심들...
이제사 봤는데..글 참 재미있고 명료하게 잘 쓰시네요~잘 보고 갑니다~^^
이승엽이 누구냐? ㅡ호시노ㅡ
충남 농촌에서 태어난건 맞아요 그러나 서울에서 쭈욱 자랐어요 ㅡ노홍철ㅡ
...... ㅡ정형돈ㅡ
저오늘 본의 아니게 동참했습니다..그래서 총오더수행이 1콜이라는사실..대리너무 어렵다..(몇일않되긴했지만 다른분들은 다잘하시는것같던데...쩝~)
방이역에서.8시30분경첫콜호박지지니성산동1,5k.거부,500냥날려.두번째똑같은콜잡혀.또500백냥날려,열받어회사항의전화.시타트부터,김샛다,애고,오늘어쩌려나?
SD혈계님의 글을 읽고 감명받았습니다. 미약하지만 제게 할 일이 하나 생겼네요. 똥콜뜨면 거부버튼 꾸~욱
대리업체 연합에서 거리별 가격표를 만들고 합의하는 수 밖에 없을 것 같아 보입니다.
그것이 공표되고 상황실, 손님과 저희가 공유되어야 하며 이대로 무한 경쟁에 들어가면 피보는 것은
먹이사슬 말단의 대리기사뿐입니다. 먹이사슬 윗단계인 콜센터에 압력을 가해야 하는데
초짜인 저로서는 구체적인 방법이 막막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