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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에 잇따라 반대 입장을 천명하고 나선 정치권 핵심 인사들. (왼쪽부터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정세균 민주당 대표,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 |
오는 11일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 수정안 발표가 있을 예정인 가운데 각 정당의 핵심 인사들이 원안 추진을 잇달아 촉구하고 나서 수정 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정부여당을 포위하는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세종시 원안 추진을 주장하고 있는 인사들이 공고한 정치적 연대를 이룰 가능성은 희박해, 얼마나 파괴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 주인공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비롯해 정세균 민주당 대표,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 등이다.
그동안 원안 추진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추가적인 발언을 자제해 왔던 박 전 대표가 또 다시 입을 열었다. <매일신문> 보도에 따르면 박 전 대표는 7일 ‘재경 대구·경북인 신년 교례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원안이 배제된 안에는 반대한다”면서 “(수정안이 당론으로 채택된다 하더라도) 이는 당론을 변경하는 것이 아니라 뒤집는 것으로, 그렇게 당론을 만들어도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정몽준 대표 등 한나라당 핵심 인사들은 정부의 수정안을 보고 당론 변경 절차를 밟겠다는 뜻을 공식화 한 상태로, 박 전 대표의 이날 발언은 이를 정면으로 거부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근혜-정세균-이회창 등 정계 핵심 인사들 “세종시 원안 추진” 한 뜻
“5, 6개 부처 이전”이라는 중재안을 제시했던 홍사덕 의원이 박 전 대표의 발언 직후 “사견일 뿐”이라며 말을 주워 담는 등 친박(親朴)계가 다시 전열을 가다듬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친박연대 이규택 대표도 8일 이날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과 정부는 세종시에 대한 (수정) 논의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면서 “청와대와 정부는 세종시 문제 등으로 야기되는 국론 분열과 갈등을 종식시켜야 한다”며 박 전 대표에게 힘을 실어줬다.
정세균 대표와 이회창 총재 역시 세종시 수정안을 강도 높게 비난하며 국회에서의 행정도시 건설 특별법 개정을 저지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 대표는 전날 신년 기자회견에 이어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이명박 정권이 중앙·지방권력을 석권했음에도 (세종시) 문제를 접근하는 모습을 보면 첫째 무능하고 둘째 중구난방식”이라며 “유일한 해결책은 원안을 지키는 것으로, 중구난방·좌충우돌식으로 수정안을 추진하지 말고 행정도시 건설 특별법대로 원안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충청권을 당의 최대 지지기반으로 하고 있는 이 총재 역시 비교섭단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당의 모든 조직을 가동하며 세종시 원안 추진을 주장하고 있다.
친이계 등 세종시 수정론 측 당혹…정치적 연대 가능성은 희박
이 총재는 7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세종시의 핵심 요소는 행정부가 중심이 되고 학교나 연구소, 첨단산업이 어우러지는 ‘행정중심복합도시’”라며 “그런데도 이 정부는 행정부처 이전은 백지화한 채…국가백년대계에 반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총재는 특히 “행정도시 건설 특별법 개정이 정부여당의 마음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현재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강력한 원안 추진 지지 세력이 있고, 자유선진당과 민주당 등 다른 야당들도 세종시 수정에 반대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처럼 박 전 대표를 포함한 야권이 일제히 세종시 원안 추진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정부여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야당의 반발은 차치하더라도 박 전 대표의 원안 추진 고수는 앞으로의 과정에서 상당한 걸림돌이 될 게 뻔하다.
친이(親李)계 핵심 인사들은 “박 전 대표를 보고 수정 작업을 추진해 온 것은 아니다”며 신경 쓰지 않겠다는 입장을 언론에 흘리고 있지만, 당 내에 탄탄한 세력을 형성하고 있고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라는 점에서 긴장감은 높아지고 있다. 심지어 친이계 정태근 의원은 별도의 성명을 내고 “지도자의 오만함이 한나라당의 존립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헤아려야 할 것”이라며 박 전 대표를 직격하기도 했다.
이미 안상수 원내대표는 “세종시 관련 법안을 2월 임시국회에서 꼭 처리할 생각은 없다”며 속도 조절에 나섰고, 김형오 국회의장 역시 행정도시 건설 특별법 개정안을 직권상정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정몽준 대표도 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정부안이 나오는 대로 그 실효성을 철저히 따지겠다…폭넓은 여론수렴과 민주적 절차를 통해 당론을 결정하겠다”며 신중론을 펼쳤다.
여당 내 ‘속도조절’·‘신중론’ 등 대두…전여옥 의원의 분석 눈길
그러나 원안 추진을 촉구하는 박 전 대표와 정 대표, 이 총재가 이를 계기로 공고한 정치적 연대를 꾸릴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정치권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박 전 대표의 입장에선 굳이 연대를 하지 않더라도 당 안팎에서 충분히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판단이 가능해 보인다.
또 지방선거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충청표심을 놓고 대격돌을 벌일 예정인 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이 원안 관철의 공(功)을 나눠가지려 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결국 11일 수정안이 발표된 뒤 정부여당이 2월 또는 4월 국회에서 행정도시 건설 특별법 개정을 추진하더라도 이들은 각자의 스탠스를 유지해 가며 개별적인 저지 활동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세종시 수정안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정부여당의 운신의 폭은 갈수록 좁아지는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다. 만에 하나 세종시 수정이 불발 또는 미수에 그칠 경우 그에 따른 후폭풍은 이명박 정권에게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은 뻔해 보인다.
“세종시 문제는 이미 정치적 이해와 갈등의 문제로 옮아갔다. 객관적 자료나 상황을 제시하더라도 모든 참여자들은 평소 자신의 소신을 더욱 확고히 하는 쪽으로 응집하는 현상을 보여줬다”는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의 분석이 의미 있게 들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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