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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 솔라솔라, 여기를
봐!
블루베리 아껴 먹는 방법 012 / 솔라솔라, 여기를 봐! 014 / 사서가 금붕어 된 날 016 / 빼딱구두 신은 날 018 /
은단 020 / 굼벵이를 위한 노래 021 / 내가 덮는 이불 자랑 022 / 할머니의 탑 024 / 호미와 할머니 026 / 엄마랑 호랑이랑
떡이랑 028 / 백년점방 030 / 즐거운 집 032 / 신기동 아줌마 033
제2부 / 달 토끼를 보았다면 묵인 개도 보았을
테지
신 어벤저스 036 / 달팽이 038 / 공룡이 나타났다 040 / 공평한 하루 042 / 아직 조선은 사라지지 않았어 043 /
안테나 044 / 넌 어느 지구에 사니? 046 / 지금 내 앞으로 온 것 048 / 감나무의 마침표 050 / 달 토끼를 보았다면 묶인 개도
보았을 테지 052 / 어떤 동전 054
제3부 / 달리기 시합
갸우뚱한 집 058 / 네 꼬리로는 어림없어 060 / 여름
061 / 동맹 062 / 나의 생일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마라 063 / 달리기 시합 064 / 뱀 066 / 또 지각이네 068 / 암호를
풀어 봐 070 / 유에프오 072 / 굴뚝꽃 074 / 꽃양산 076
제4부 / 우리 동네 약도
기쁜 소식 080 /
제비꽃 082 / 줄다리기 084 / 우리 동네 약도 086 / 이엉 올리는 날 088 / 우리 동네 시계 090 / 시골 버스 092 /
옥수수담 093 / 쏴 094 / 김막돌 할아버지 096 / 굴렁쇠 인사 097 / 나무는 솜사탕처럼 부풀어지고 098
해설 /
이안 100
사회 현실을 동시 내부로 이렇듯 깊숙이, 재미있게 끌어들인 경우는 일찍이 없었다.
예외적 개성의
탄생이라 부를 만하다.
제4회 문학동네동시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넌 어느 지구에 사니?』가 출간되었다. “동시 황금기 이후 60년
만에 ‘동시의 시대’가 돌아왔다”(이안, 연합뉴스, 2015년 10월 12일)고 할 만큼 새롭고 풍성한 창작이 시도되는 2010년대 동시단에
문학동네동시문학상은 작품집 출간으로 이어지는 유일한 출판사 공모전으로 큰 주목을 받아 왔다. 아이들의 지친 마음에 유머러스한 언어를 돌게 한
『어이없는 놈』(김개미), 시대의 구성원과 공감하는 참신한 상상력을 보인 『엄마의 법칙』(김륭), 동심 파고들기를 성공적으로 보여 준 『나
쌀벌레야』(주미경)에 이르기까지, 3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문학동네동시문학상 수상 작품들은 관행적인 동시 쓰기에서 벗어난 새로운 지향을 보여
주며 우리 동시의 문학성과 대중성의 유쾌한 만남, 그 가능성에 대해 매년 제출되는 한 권의 두툼한 응답서로 자리 잡았다.
제4회
문학동네동시문학상의 심사는 권영상, 안도현, 이안 시인이 맡았다. 그들은 심사평에서 최근 10년간 우리 동시 전개의 양상과 문제점에 대해 다음과
같이 개괄했다. “시와 동시의 동거기였던 정지용, 윤동주, 박목월의 시대 이후 60년 동안 이렇게 많은 시인들이 동시 쓰기에 집단적 관심을
기울인 적은 일찍이 없었다. 문제는, 이러한 시사적(詩史的) 사건이 시단 내부를 뛰쳐나가 대중적 접면을 형성하는 데까지는 아직 그 힘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떻게 하면 시단 내부만의 수직적 압력을 폭발시켜 이를 수평적 확산의 길로 전환할 수 있을까를 염두에 두고, 심사위원
세 사람은 101편의 응모작을 나누어 살펴보았다.
그중에서 박해정 시인의 작품은 역동적인 개성으로 주목받았다. 그의 작품을 읽고,
권영상 시인은 “튼튼하고 건강하다. 마치 들판의 흙으로 집을 짓듯 시의 집을 지어 나가는 문학적 역량이 돋보인다.”고 평했고, 안도현 시인은
“기발하고 파격적인 상상력이 단연 압권이다. 시의 어조는 거침없고 맹랑할 정도로 발랄하다. 묘한 역동성, 비판의식과 해학성이 독자를 즐겁게
만든다.”며 호평했다. 이안 시인은 “사회 현실을 동시 내부로 이렇듯 깊숙이, 재미있게 끌어들인 경우는 일찍이 없었다. 풍자와 해학, 알레고리를
핵심으로 하는 창작 방법은 일대 도약 후 안정기에 접어든 우리 동시에 신선한 자극을 줄 것이다.”라 평했다. 심사위원 세 사람은 그의 작품이
2010년대 우리 동시의 일정한 경향을 뛰어넘어, 새롭게 모험적으로 돌파해 나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박해정 시인에게 제4회 문학동네동시문학상
대상을 수여했다.
풍자와 해학, 즉흥적인 이야기와 익살을 실어 나르는
만화적 소녀의 등장
이안 시인은
박해정 시인의 등장을 “만화적 소녀의 등장”이라 표현하며 박해정 동시의 특징에 대해 “만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처럼 이미지가 풍부하고, 이
이미지들은 풍자와 해학, 즉흥적인 이야기와 익살을 맛있고 실감 나게 실어 나른다.”라고 짚었다.
귀걸이 이모처럼/ 스카프
이모처럼// 길도 빼딱빼딱/ 찍어 나르고// 소리도 빼딱빼딱/ 실어 나르고// 엉덩이도 빼딱빼딱/ 흔들고 싶었지.// 그런데 하필이면/ 눈 쌓인
길을 택했지 뭐야.// 그날부터 내 뼈들이/ 빼딱빼딱/ 돌아오지 않았지.
?「빼딱구두 신은 날」 전문
마을은 안 보이는데
안내 방송은 신기동이라고 말하지. 버스가 멈추자 뚱뚱한 짐 보따리가 말라깽이 아줌마를 끌고 내리네. 신기동은 재 너머에 있나? 괜히 걱정이 되어
돌아보니 아줌마 엉덩이에 여우 꼬리가 살랑대네. 오호라, 가시덤불을 헤치면 단박에 신기동이 나타나겠지. 그곳에서 어린 오누이가 엄마 언제 오나,
하고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을 거야. 그러니까 흠흠, 그 집은 마을에서 가장 반짝이는 집일 거야.// 아줌마 발걸음
가벼워지겠네.
?「신기동 아줌마」 전문
박해정 시인의 동시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생생하고, 바로 옆에서 이야기를 듣는 듯 쏙쏙
귀에 들어온다. 시 속의 존재들이 말풍선을 하나씩 달고 다니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동작과 소리가 매우 구체적이고 생동감 있게 드러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닭대가리”(「또 지각이네」) “눈깔”(「블루베리 아껴 먹는 방법」) “똥구멍”(「신 어벤저스」) 같은 속된 말이 아무렇지
않게 튀어나오기도 하며 “여러분도 알다시피”(「넌 어느 지구에 사니?」) “어쩌면 좋아”(「사서가 금붕어 된 날」)와 같은 즉흥적 구어가
자연스럽게 현장감을 더한다.
풍부한 식감이 나는 그의 동시를 가만히 곱씹어 보면 도시화, 산업화, 물질적 욕망에 대한 풍자 등의 사회현상이
자주 호출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자칫 계몽적·선언적으로 읽힐 수 있지만 그렇게만 읽히지 않는 이유는 편마다 맞춤하게 들어간 세부 묘사와
디테일, 장난기와 익살이 감각적인 즐거움을 만들어 내는 덕분이다. 권영상 시인은 사회현상을 동시 내부로 끌어들여 읽히는 힘과 읽는 맛, 사회적
호소력을 획득하는 박해정 시인의 동시를 두고 “시적 공감도가 높다”(심사평)고 평했다.
원래 사람들은 지구에서 농사를 지었지.
호미와 삽을 던진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나서면서 이 이야기는 시작돼. 여러분도 알다시피 공장은 쉬지 않고 모락모락 꽃을 피웠거든. 공장 주변도
이때부터 바빠졌어. 기차가 생기고 학교가 생기고 문구점이 생기고 시장이 생기고 은행이 생기고 경찰서가 생기고 병원이 생기고 구멍가게와 미용실이
생겨났어. 그사이 집을 짓는 사람, 집을 부수는 사람, 청소를 하는 사람도 생겨났지. 새로 생긴 아파트는 더 많은 사람들을 끌어모았어. 산과
강에서 나무나 돌멩이도 끌어왔어. 지구는 점점 비대해졌지. “지구가 더 필요해.” 모두가 외쳤어. 지구가 무거워져서 뻥 터지겠다며 아우성을
쳤어. 그래서 서울 세곡지구, 인천 청라지구, 대전 판암지구, 광주 수완지구, 부산 정관지구, 포항 양덕지구, 김해 장유지구…… 지구 위에
수많은 지구가 생겨났던 거야. 넌 그 많은 지구 중에 어느 지구에 살아?
?「넌 어느 지구에 사니?」 전문
저마다 다른 삶의
세목을 담은 동시들
조금만 세상을 눈여겨본다면/ 어디서든 신 어벤저스가/ 촬영 중이라는 걸 알 수 있지./ 쌀자루 같은 건 거뜬히
들어 올리는 헐크,/ 차 똥구멍까지 꼼꼼하게 살피는/ 아이언맨 정비소 아저씨,/ 휭 하고 집과 집 사이를 날아다니는/ 스파이더맨 택배 아저씨도
있지.
?「신 어벤저스」 부분
조금만 세상을 눈여겨보면 어디서든 영화가 촬영 중인 것을 알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신
어벤저스」는 시인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은유하는 작품이다. 새벽마다 걱정 한 짐 둘러메고 읍내 장에 나타나는 할머니들(「달팽이」), 서로의
안부와 일상을 시끌벅적 나누는 시골 마을의 이웃들(「시골 버스」), 지붕에 올라서서 안테나를 조절해야만 했던 시절의 남매들(「안테나」),
가족들과 소원해진 도시인의 삶(「지금 내 앞으로 온 것」) 등 시인의 시 속에는 다양한 존재들이 저마다의 시대와 장소에서 각기 다른 삶을 모습을
보여 준다. 시인은 어떠한 가치판단도 내리지 않고 다만 그들을 눈여겨보며 획득한 구체성으로 기록해 담았다. 그들의 이야기는 감동적인 다큐멘터리가
되고, 익살이 넘치는 희극이 되고, 사회현상에 대한 풍자극이 되기도 하면서 한 권의 동시집 안에서 이웃되어 함께 어울려 있다. 서로 무관한 듯
보이지만 실은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지구상의 모든 삶처럼 말이다.
“동시를 즐기게 되면서 비로소 ‘이건 나만의 목소리’라고
느꼈다.” _박해정
2015년 『동시마중』 5·6월호를 통해 등단한 시인에게 문학동네동시문학상 대상은 등단 6개월 만의 쾌거다.
시인은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하고 오랜 시간 시를 써 왔다.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도 도전한 경험이 있었다. 그러나 시도 소설도 자신의
목소리처럼 느껴지질 않더라고 했다. 아이들이 태어나고부터 자연스레 동시에 관심을 갖게 되었으나 동시를 쓰면서도 기존 동시와 유사한 목소리가
아닌가, 하는 고민을 쭉 안고 살았고 그 때문에 거듭 좌절하기도 했다. 아이들이 커 가면서 서울살이를 접기로 결심한 시인은 경주의 양동마을에
머물게 되었다. 양동마을은 201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한국 최대 규모의 조선 시대 동성 취락이다. 약 520년 전 형성된 이
마을에는 수많은 조선 시대의 양반 가옥과 초가 160호가 집중되어 있다. 집집이 오랜 이야기를 간직한 양동마을 이웃들과 삶을 함께하고 정을
나누며 비로소 동시를 즐길 수 있었다는 시인은 그때부터야 비로소 동시가 자신의 목소리 같았다고 고백했다.
“아무리 양동마을이라도
부엌은 대부분 현대식으로 꾸며져 있어요. 그런데도 저는 부엌에 아궁이가 있는 집에 살게 되었어요. 그 앞에 서니까 저절로 어릴 때 부르던 동요가
생각났어요. “엄마아, 엄마아, 엉덩이가 뜨거워.” 하는 노랫소리가 귓전에 맴돌고, 그래, 조선 시대라고 생각하고 한번 살아 보자, 라고
맘먹었을 뿐인데 신기하게 옛이야기가 하나둘 떠오르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엄마랑 호랑이랑 떡이랑」 「신기동 아줌마」 같은 옛이야기에서 시작한
시도 쓸 수 있었어요.” _박해정
“예외적 개성의 탄생”이라는 심사위원의 평을 받은 그의 첫 동시집 『넌 어느 지구에 사니?』의
출간은 끝끝내 나타나지 않던 자신만의 목소리를 찾아 헤매며 달려 온 시인에게 그리고 새로운 동시를 기다려 온 독자들에게 더없이 기쁜 소식이 될
것이다.
알록달록 붙어 있는지/ 나뭇잎을 주워 보았어./ 국화 속에 숨어 있는지/ 향기도 맡았지./ 새가 지저귀면 귀를 기울였고/
빵빵한 배춧속을/ 홀로 꿈틀거리진 않나/ 열심히 살폈고/ 먹다 남긴 깡통에서/ 삐죽삐죽 흘러나오나/ 기울여도 보았어./ 그러나 기쁜 소식은/
끝끝내 나타나지 않아/ 난 차가워지는 바람을 맞으며/ 어두워진 거리를 쏘다녔지.
?「기쁜 소식」 부분
- 출처: 예스24
첫댓글 박해정 선생님, 첫 동시집 출간을 축하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