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교권 침해 보험상품을 가입해야 한다는 이 현실이 정상적인 것입니까!" 단상에 올라 마이크를 잡고 교권붕괴 현실을 호소하는 현직 교사의 목소리에는 울분이 가득했다. 뜨거운 바닥에 앉아 발언을 듣던 교사들은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서울 서초구 S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일선 학교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공교육정상화를 위한 전국 교사 일동'은 22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현직 교사 5000명이 참여했다.
수도권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9년차 교사 A씨는 "우리가 원하는 것은 낡아빠진 옛날의 교권이 아닙니다. 교사의 인권과 생존권을 보장해 달라"며 "신규 교사가 목숨을 잃었다, 교사에게 권위가 아닌 존중을, 교사에게 권력이 아닌 인권을 보장해 달라, 교사가 교육자로 있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강조했다. 자유발언에 나선 교사들은 교육 현장에서 벌어지는 교권 침해사례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교권 보호를 호소했다.
B씨는 "초임교사 시절, 남의 아이 잘못만 1시간 이야기하는 그들(학부모)을 보면서, 내가 감정 쓰레기통 역할을 해서 학폭으로 번지지 않을 수만 있다면 이 정도는 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고, 한 학기 동안 받은 민원은 너무 많아 기억도 나지 않는다. 웃음기가 사라진 채 점점 영혼도 썩어가는 느낌으로 교직 생활을 이어갔다"고 했다.
서울 강동구에 근무하는 6년차 교사 C씨는 "시도 때도 없는 민원, 심리적 압박을 주는 민원, 교사에게 모욕감을 주는 말이나 행위, 신체적 폭력, 이런 교권 침해가 수도 없이 발생한다"며 "교권 침해는 소수의 특수한 케이스가 아니다. 매 학기, 어느 학교에서나 발생하고, 우리 교사들에게는 일상적인 일이다"라고 호소했다. 그는 "교권을 제도적으로 보호받지 못해서 교권 침해 보험 상품을 가입해야 한다는 이 현실이 정상적인 것인가"라고 반문하면서 "학생 인권, 학부모 인권들을 보호하려는 만큼 교육청에서 나라에서 제도적으로 교권을 보호해 주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공교육정상화를 위한 전국 교사 일동'은 이날 성명을 통해 "현장의 교사들은 생명과 직결되는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학부모의 무차별적 폭언 및 갑질에 정신은 병들어 가고 학생에 의한 신체적 폭력에는 어떤 대응도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교권 침해의 문제는 곧 생존의 문제다, 교사 생존권 보장에 대한 교육부의 대처 방안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날 집회에 앞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서울 청계천 인근에서 '전국 교사 긴급추모행동' 집회를 열었다. 전희영 전교조 위원장은 "학생의 폭력에도, 학부모의 악성 민원과 갑질에도, 관리자의 2차 가해에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이 현실이 선생님을 떠나게 했다, 이 현실이 우리를 고통으로 밀어 넣고 있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교단에 섰을 선생님이 왜 스스로 떠날 수밖에 없었는지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문학과지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