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지루한 병원 신세, 책이 답이다!
2022년 3월 11일 금요일
음력 壬寅年 이월 초아흐렛날
원주 영상 2도, 산골집 봉평 설다목 영하 5도, 불과
반시간 남짓 걸리는 거리인데 다른 계절인 듯하다.
산골집을 떠나 병원 신세를 지고있는 것이 어느새
사흘 밤이 지나고 나흘째, 오늘은 집에 가게 되려나?
예정했던 것보다 길어진 병원 신세, 너무 지루하다.
당초 1박 2일이면 될 것이라고 하더니 막상 수술을
하고나니 생각보다 심한 염증 때문에 치료를 위해
입원기간이 훨씬 더 늘어났다. 항생제를 투여하고,
약을 복용하고, 혈압과 체온을 재고, 얼음주머니로
냉찜질을 하는 것이 전부이다. 그러니 온종일 병실
침상에 앉아 책을 읽거나 잠을 자는 것 외는 소일을
할 것이 없다. TV를 보는 것도 싫다. 온통 대선관련
뉴스로 도배를 한 것이라 보기도 싫다. 하루면 될 것
이라고 하여 책도 달랑 한 권만 가지고 왔는데 벌써
다 읽었다. 딱히 소일거리가 없으니 한번 더 읽어야
했다. 결국은 네 번째 읽은 셈인데 작가님 말씀처럼
이러다가 책 한 권을 몽땅 외우게 되는 건 아닐까?
그동안 두어 번씩 읽었던 책은 있지만 한 권의 책을
여러번 읽은 적이 별로 없다. 꽤 감명 깊었는 갑다.
지난해 김명리 시인의 산문집 '단풍객잔'을 읽다가
마음이 끌리는 글귀가 있어 메모를 해놓았다. 아마
산골살이를 하는 촌부라서 마음에 와닿은 것 같다.
또 읽으며 음미를 해보니 너무 좋아 아예 옮겨본다.
<산골집은 흔히 적막이 대들보이고 지천의 풀과
꽃과 나무들이 서까래를 대신한다. 주춧돌과 횡보는
뭇 짐승과 새와 벌레들의 것이니 그이들과 더불어
않고서는 한 칸 다북쑥으로 이루어진 집이어도
사람의 안팎이 온전히 대지에 뿌리내릴 수 없다.
굶주린 겨울 고라니들에게는 풋것을, 청설모와
다람쥐와 새들에게는 알곡을, 정처를 찾아 헤매는
길고양이들에게는 잠자리와 사료와 비린 것을
내어주어야만 한다.-김명리 시인 산문집 '단풍객잔'
200p '하늬바람 사흘' 中에서>
이름있는 작가의 글을 함부로 평할 존재는 못된다.
그저 김명깊게 읽었으면 그것으로 만족하고 내가
쓰는 글의 밑바탕이 되겠지 한다. 그래서 함부로
남의 글을 평하지는 않는다. 그럴만한 필력이 있는
사람이 아니니까 하는 말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체험이거나 경험이거나 이 세상 모든 것을 대하는
작가의 예리함과 섬세함은 물론이거니와 놀라울
만큼의 대단한 어휘력에 감탄하고, 감동하고, 감격
스럽기까지 하다. 역시 유명한 작가는 뭐가 달라도
다르구나 싶다. 요즘에는 예전과 달리 책을 가까이
하지않는 안타까운 현실인데 그래도 우리네 삶에
있어 마음을 살찌우게 하는 것, 마음의 양식은 누가
뭐래도 감히 단언하건데 '책이 답이다!'라고 말하고
싶다. 뿐만 아니라 지루하고 무료함을 달래는 것도
책이 답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책을 가까이 하고
많이 읽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첫댓글 촌부님의 쾌유를 기원하면서
어디에서나 일거리를 찾아나서시네요.
이제는 마음의 양식을 찾아서 책을 가까이 하시고
그러면서 삶을 돌아보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아요.
이제는 나이가 연세가 되셨으니 몸관리 잘 하시고
한번 탈이 나면 다시 회복하는데 시간이 더 걸리지요.
오늘도 편안한 날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하룻밤 지내고 갈 것이라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길어지는군요. 책도 한권을 가져왔더니 읽고 또 읽습니다. 이 정도까지 심할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많이 반성합니다. 편안한 저녁시간 되세요. 감사합니다.^^
입원이
길어지시네요
이참에 편히 쉬시면서
새로운 계획도 세우시며
즐겁게 보내세요~~~
그러게 말입니다.
이렇게 길어지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후회보다 반성을 하게 됩니다. 늘 건강 잘 챙기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