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사람은 어디에 있는가.
그때 그 젊고 아름답던 청년은 어디에 갔는가?
그 청년의 흔적을 이 무덤 속에서 찾을 것인가. 아니다.
그것은 잠시 하늘에 떠가는 구름이 한순간 저희들끼리 어우러져 만들었던 하나의 영상에 불과한 것이다.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지를 읽고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불던 기억은 시든 풀잎을 스쳐가는 무심한 바람에 불과한 것.
아아.
나는 얼마나 그 사람을 사랑했던가.
아득히 먼 옛 기억 속에서 나는 그 사람만을 사랑하고, 그 사람만을 생각하고, 그 사람만을 기도했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기도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생각난다. 그 언젠가, 그 사람을 찾아서 설악산 계곡으로 홀로가던 옛 추억이, 그날밤 물가에서 입맞추던 그 첫 키스의 날카로운 기쁨이.
그 사람은 어디에 있을까.
사랑하고 그토록 생각하고 그토록 기도하던 그 사람은 어디에 있을까.
그 사람이 저 무덤 속에 있다는 것은 거짓이다.
그 아름답던 젊음 날은 어디로 갔는가.
이제는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다.
기쁜 우리들의 젊은 날은 저녁 놀 속에 사라지는 굴뚝 위의 흰 연기와 같았나니.
최인호의 <겨울나그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