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상심(집배원)
집배원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 남편은 심중에 묻어두고 있던 무거운 한마디를 한다.
“집배원이 무섭지 않은 평범한 날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새로운 소식을 전해주는 집배원이 무섭고 두려운 존재였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평화롭던 마음이 폭풍이 일듯이 가슴속의 잠자던 마그마가 화산이 분출하듯이 부화가 솟구쳤다. 그랬다. 분한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던 일들을 연결해주던 이가 우체국의 집배원 이었다. 그러나 집배원이 무슨 죄가 있는가. 그가 전해주는 우편물이 무슨 죄인가. 두려움의 존재를 만든 내용속의 사연이었고 사연을 만든 사람이었다.
평지에 풍파를 일으킨다는 말이 있다. 평범한 일상에 평범하지 않은 일이 발생했다. 집안에 자랑이셨던 어른이 외국에서 오셨다. 수십 년을 선진국이라는 타국에서 사시다가 말년을 고국에서 살고자 오셨다. 그런데 그간 모아서 갖고 오신 자금을 불릴 방법에 도움을 청하셨다. 우린 당시 서울에서 시골로 이사를 하느라 복잡했지만 어른의 부탁이라 거절을 못하고 증권으로 도와드리다가 시골 내려와서는 자식들의 통장 이름으로 투자를 해서 기한이 되어 원하시는 대로 수표로 만들어 건네 드렸다. 헌데 전해드리며 “영수증을 받았어야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하지만 설마 도움을 드린 것인데 불미스런 일은 없겠지하는 생각에 통장도장 돈 모두 전해 드렸다. 그런데 그 후 육칠년이 지난 어느 날 그 일이 시작되었다.
그 돈의 출처를 물으며 받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잘못들은 걸로 알았다. 부인이 돌아가시고 정신이 안정이 안 되어 그러신가 보다하고 몸이 이상이 있으신 줄 알고 걱정했었다. 긴 통화를 여러 차례 하였고, 서류가 오고 그 서류에 답을 하고, 다시 내용이 더해지고 다시금 우편물의 두께는 더해갔다. 마치 그 동안의 한을 우리에게 풀려는 듯이 사생결단을 하고 대하셨다. 이제 제삼의 인물에게 도움을 청하게 되고, 경비가 더해지고 좀 더 단위를 높이는 지출로 이어갔다. 형사사건으로 우편물이 오고갔으며 다시 민사로 넘겨서 다시금 불려 다녔다. 그 사건으로 정의도 실리 앞에 모르쇠 하는 지인들도 보고, 법이라는 것이 공평하지만도 않다는 것도 알았다. 그로인해 억울한 사람들의 사정을 이해하게 되었고 돈이라는 것에 휘둘리며 사는 초라한 군상들도 보았다. 그렇게 평범하지 않게 했던 불안하고 불편하고 불만스러운 불미스러운 사건이 십여 년을 끌었다. 무척이나 길게 이어진 듯 했는데 오년 전의 일이다.
그렇게 오고간 불안한 하루하루에 집배원이 있었다. 옛 말에 송사를 좋아하는 사람은 그걸(송사)로 망한다는 말이 있기에 평범한 사람들은 법으로 해결하는 것을 피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요사이는 송사를 너무도 쉽게 한다. 조그만 일도 대화도 타협도 이해도 거부하고 타인의 판단으로 해결을 하려 한다. 그래서 집배원의 짐이 더욱 많아지는 것 같다. 집배원은 무엇이던 갖다 주기에 반기며 좋아했다. 특히 좋은 소식을 전해 주어 기다리곤 하던 어린 시절도 있었다. 그런데 어른이 되니 반갑지 않은 무서운 소식을 전해주는 것도 집배원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옛 어른들이 “평상심을 유지하고 살아가는 삶에 행복이 하다”는 말을 했던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평범한 생활에 평범한 상황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진다는 것에 감사하다. 오늘따라 우편물을 전달해 주고 가는 집배원이 달리보이며 미안하고 감사하다. 2016. 9.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