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의 글은
2011년 7월 18일 포스팅하였습니다.
세월의 흔적이 묻어난 그 대 그 시절의 이야기는
삶의 일기로 쓰지 않으면 기억도 할 수 없는 아득한 메아리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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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라면을 몸에 해로운 음식이라 생각해서 거의 먹지를 않았는데
요즘에는 아침 식사로 컵 라면을 불행스럽게도 매일 먹고 있습니다.
새벽 첫 차로 출근하는 터라 아침 먹을 상황이 여의치 않아
아침 일찍 스튜디오로 출근해서
컵 라면 물 부어 놓고 운동하는 것이 일상화 되었습니다.
컵 라면이라도 물 부어 놓으면 운동할 수 있는데
사다 놓은 컵 라면이 떨어지면 운동할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몇 일 전 한 달 분량으로 사다 놓은 컵 라면이 떨어져서
인터넷 슈퍼에 주문해 놓았습니다.
거의 이틀 만에 도착하였는 데
이틀 동안 아침을 굶어야 하는 위기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그래서 토요일 아침 이른 시간인데도 5분 거리의 마트에 가서
월요일 아침 것까지 거금 3200원을 주고 컵 라면 두 개를 샀습니다.
하나는 곧바로 아침으로 끊여 먹고 ....
다른 하나 삼양 제품의 "맛있는 라면"은 월요일 아침 식사용으로 집무실의 사무용품용 장 안에 두었습니다.
어제 주일 오후에
배가 출출해서 컵 라면을 먹을려고 장 안의 라면 두었던 곳을 보니까
텅 비어 있었습니다.
순간 소름이 쫙 끼쳤습니다.
의자에서 일어나서 이곳 저곳을 찾아 보았으나
컵 라면의 행방은 묘연하였습니다.
토요일 오후에 퇴근하고 난 후 누가 먹었는가 싶어
쓰레기통을 뒤져 보았으나 먹은 흔적이 없었습니다.
누가 라면이 있는 것을 우연히 보고
먹지도 않고 그 "맛있는 라면"을 들고 그냥 갔다는 생각에 더욱 소름이 끼쳤습니다.
누가? 왜?
걸인의 식사 그 맛있는 라면을 들고 갔을까?
아무리 생각을 해도 답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컵 라면을 먹을 사람은 최 대리 밖에 없는데
현장에 있는 최 대리가 숨겨놓은 라면을 먹지도 않고 가지고 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최 대리가 아니면 박 팀장이 카드 리더기를 책상에 갔다 놓으면서
우연히 라면이 있는 것을 보고 가지고 갔을까 생각하여 보았지만
컵 라면을 먹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늘 컵 라면을 준비해 놓는 박 팁장의 소행이라고 볼 수 없었습니다.
월요일 아침 식사용으로 준비해 놓은 걸인의 식사 삼양 제품의 "맛잇는 라면"을
누가 가지고 갔을까?
점점 의문이 짙은 가운데
아침 출근길에 남 대리를 만나 토요일 오후에 몇 시에 퇴근하였느냐고 물으며
오늘 아침 식사용으로 준비해 놓은 "맛있는 라면"이 없어졌다며 범인을 찾아내라고 말하였습니다.
남 대리는 고급 음식 취향이 있어
걸인의 식사와 같은 컵 라면을 일체 먹지 않습니다.
남 대리는 중학교 졸업 이후 아침을 먹은 적이 없다며
굶었으면 굶었지 컵 라면으로 아침을 대신하는 나를 아주 걸인 취급하고 있습니다.
컵 라면이라도 먹지 않으면 죽는다는 절박한 심정을 가진 나에 비해
매일 아침 굶고 현장일 하는 남 대리는 도인의 경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컵 라면을 먹으면서 "배고프지 않느냐"고 물으면
늘 "참을 수 있습니다"고만 대답을 합니다.
컵 라면이라도 먹지 않으면 운동을 할 수 없다며
많은 운동량에 비해 먹는 것이 부실해서 무엇이든지 거지 처럼 먹어야 된다며
먹는 것이 생존의 몸부림이라고 말하였습니다.
피식 웃고마는 남 대리.....
아 거금 1600원이나 주고 산 "맛있는 라면"의 행방을
누가 묘연하게 하였을까 생각하며
집 앞 슈퍼에서 사들고 온 "맛있는 라면" 물 부어 놓고
한줄 이야기를 써 보았습니다.
맛 있는 라면....
슈퍼는 1200원인데 마트는 1600원이었습니다.
생전 처음 값비싼 라면을 멋보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는데
우리 박 집사님이 "맛있는 라면" 두 박스나 들고 들어왔습니다.
토요일 밤에 직원들 다 퇴근한 후......
배가 출출해서 먹을 것을 찾다가 라면이 있는 것을 보고 먹었다며
라면 떨어진 것을 알고 두 박스나 아침 일찍 사들고 온 것이었습니다.
박 팀장이 컵 라면 종류별로 주문해 놓았는데
또 맛있는 라면 두 박스가 생겼으니 당분간 아침 굶을 걱정은 없게 되었습니다.
늘 먹을 것을 공수하는 박 집사님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든든한 기둥으로 내 곁에 서 있습니다.
언제든 필요한 것 말만 하면 무엇이든지 채워 주시는 집사님의 마음을
하나님의 은혜로 느끼며 한없이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