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7일, 광주독립영화관에서 아시아 영화 인문 포럼 〈이름 없는 뼈와 기억을 발굴하는 사람들〉이 열렸습니다.
다큐멘터리 《뼈를 발굴하는 남자》는 오키나와 전투 전사자들의 유골을 40년 넘게 수집해온 구시켄 다카마쓰 씨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뼛조각 하나에서 죽은 이의 최후를 헤아리는 '행동적 위령'을 실천하며, 유골이 섞인 섬의 토사가 헤노코 신기지 매립 공사에 사용될 위기에 맞서는 그의 삶은, 조용하지만 강렬한 울림을 남깁니다.
영화 상영 후에는 오쿠마 카츠야 감독님, 메이지가쿠인 대학 김은애 선생님, 그리고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국언 이사장님과
함께하는 관객과의 대화(GV)가 이어졌습니다.
오쿠마 감독님은 이 영화를 만든 데 구시켄 씨의 존재가 결정적이었다고 말하였습니다.
발굴 현장에서 그가 어떤 공간에 둘러싸여 있는지, 어떻게 몸을 움직이는지, 어떤 태도로 뼈를 대하는지
그리고 끝이 없는 이 작업이 과연 무엇인지를 알고 싶었다고요. 거기엔 감독님 자신의 이야기도 담겨 있었습니다.
오키나와 전쟁에서 전사하신 이모할머니 마사코 씨는 끝내 가족 곁으로 돌아오지 못했고, 그 사실 아무 말도, 아무 기억도 하지 못한 채 살고 있는 또 다른 이모할머니 나오코 씨를 바라보는 자신을 통해 세대차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면서 전쟁의 흔적, 희생자들과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를 생각하며 카메라를 들었다고 했습니다.
이국언 이사장님의 말씀도 오래 마음에 남습니다.
"생명으로서 모든 것이 끝난 뼈가 우리에게 어떤 대화를 하는지를 보여주는 것."
이사장님은 한 가지를 더 보태셨습니다. 이 모든 것이 일본이 일으킨 전쟁으로부터 비롯된 일임이 더 선명하게 담겼으면 하는 바람, 그리고 아직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유골 중에는 강제동원된 한국인 희생자들도 있기에, 그분들의 이야기도 함께 기억되어야 한다는 말씀이었습니다.
구시켄 씨의 발굴이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게 다가오는 이유, 이 영화를 남의 일처럼 볼 수 없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전쟁, 아직 발굴되지 못한 희생자들, 행동적 위령, 그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추모의 방법까지 생각할 거리가 넘치는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함께해주신 분들,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