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구에는 10여 개가 넘는 골목길 탐방 코스가 있다. 그 중 교남동 코스는 조선시대부터 근대까지의 역사와 문화뿐 아니라 서울성곽길도 일부 포함되어 있어 걷는 재미를 더해준다. 특히 〈옥탑방 왕세자〉 촬영지가 교남동 골목길 코스에 있어 어느 테마로도 정겹고 흥미로운 도보 여행이 된다. 교남동 골목길은 돈의문 터, 경교장, 홍난파 가옥, 딜쿠샤, 권율 장군 집터를 거쳐 서울성곽 안팎을 둘러보는 코스다. 서울성곽을 포함해 약 2.7km 구간으로 2시간 정도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다.
교남동 골목길 탐방 코스에는 1920∼1930년대에 지어진 3곳의 근대 건축물이 있다. 경교장, 홍난파 가옥, 딜쿠샤가 바로 그곳. 돈의문 터를 지나면 금세 경교장(사적 제465호)이다. 강북삼성병원 안에 초라하게 남은 경교장은 백범 김구 선생이 광복 후 중국에서 돌아와 머물렀던 곳이자 안두희의 총탄에 맞아 서거한 안타까운 현장이다. 현재는 원형 복원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광복 후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환국한 11월 23일에 맞춰 정식 개방할 예정이라고 한다.
등록문화재 90호인 홍난파 가옥은 월암근린공원과 인접해 있다. 1930년대 독일 선교사가 지은 집으로, 홍난파가 1935년부터 6년간 거주하며 말년을 보냈던 곳이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건물은 녹색 담쟁이덩굴이 뒤엉켜 제법 고풍스럽다. 피아노와 벽난로가 있는 거실은 홍난파의 삶과 업적을 엿볼 수 있는 전시실로 활용되고 있다. 홍난파는 우리나라 최초의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곡가다. 〈봉선화〉, 〈봄처녀〉, 〈고향 생각〉, 〈성불사의 밤〉 등 주옥같은 가곡과 〈고향의 봄〉, 〈퐁당퐁당〉, 〈개구리〉, 〈옥수수하모니카〉 등 제목만 들어도 생각나는 100여 곡의 동요를 작곡했다. 홍난파 가옥은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동절기에는 오후 4시) 문을 열며, 초인종을 누르면 문을 열어준다.
홍난파 가옥에서 사직터널 위를 지나면 독특한 이름을 가진 딜쿠샤가 기다리고 있다. 딜쿠샤는 힌두어로 '이상향' '행복한 마음'을 뜻하는데, 인도의 딜쿠샤 궁전에서 따왔다고 한다. 한동안 대한매일신보의 사옥으로 추정되어 문화재 지정을 추진했지만, 건물의 기초에 새겨진 'Dilkusha 1923 '의 명문을 밝히지 못해 중단되었다. 그러다가 2006년 딜쿠샤를 지은 앨버트 테일러의 아들 브루스 테일러가 한국을 방문하면서 집에 관한 실마리가 풀렸다. '딜쿠샤 1923 '은 1923년 앨버트 테일러가 딜쿠샤를 짓고 난 뒤 기념으로 새겨 넣은 명문이었던 것이다. UPI통신사 특파원이었던 앨버트 테일러는 3·1운동을 전 세계에 타전한 인물로 6개월간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되었다. 결국 1942년에 미국으로 추방되면서 딜쿠샤의 역사도 끊겼다.
딜쿠샤 옆에는 임진왜란 3대 대첩 중 하나인 행주대첩을 이끌었던 권율 장군의 집터와 그가 심은 것으로 전해지는 450여 년 수령의 은행나무가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