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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茶) 한 잔을 떠올리다 보면 의례히 여유라는 명사가 함께 연상되곤 한다. `여유`는 물질ㆍ공간ㆍ시간적으로 넉넉하여 남음이 있는 상태 또는 느긋하고 차분하게 생각하거나 행동하는 마음의 상태를 나타내는 말이다. 이렇게 애써 설명하지 않더라도 `차 한 잔 그 이상의 작은 행복`을 누리게 해준다. `일상다반사(日常茶飯事)`란 말이 있다. 차 마시고 밥 짓는 보통의 예사로운 일을 일컫는 말이다. 일상적인 쓰임에서 알 수 있듯이 적어도 열량을 계산하는 근래의 식생활보다 여유롭게 느껴진다.
주말을 이용해 경주를 찾는 국내외 관광객을 대상으로 차 문화체험과 참여기회를 제공하기위해 호수길를 따라 50개의 찻자리를 펼친 것이다. 한국 하동의 야생 녹차, 중국의 흑차와 백차, 일본의 말차와 부꾸부꾸차 등 다양한 명차를 맛보고 비교해 보는 체험을 통하여 이해를 넓힐 수 있었다. 차를 주제로 차 선생님들과 기초적인 차의 유래, 종류, 예절 등 궁금한 이야기들을 편안하게 주고받는 모습이 좋았다. 이때쯤 쓸데없는 걱정이 찾아왔다. 의례 이 정도 규모 축제라면 지방자치단체나 대기업의 후원이 있는 축제이겠거니(?) 그러나 경주에서 꽤나 유서 깊은 `아사가 차관(관장 김이정)`개인의 노력으로 이 행사가 마련되었단다.
신선한 문화 충격이다. 유료 체험이긴 하였지만, 적지 않은 사비가 드는 것은 당연하다. 어렵사리 마련된 축제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차 한 잔의 여유와 행복을 누리는 모습이 그려진다. 그러나 문화란 것이 한 개인의 아름다운 열정만가지고 일회성으로 흐름이 쉬이 바뀌지 않는 속성이 있다. 메세나의 손길로 이어지면 좋겠다. 고충과 인내에 드는 품삯은 미래가 기억하지 않겠는가. 세상에`멍 때리기 대회`가 있다고 한다. 처음엔 정말 저런 대회가 있는지? 의문이 들 만한 특이한 대회다. 이미 2014년 서울광장에서 시작되어 4년째 매년 이어지고 있다. 규칙은 대회가 진행되는 3시간 동안`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를 오래 유지하는 것`이라고 한다.
2016년엔 가수 크러쉬가 우승을 차지하며 더욱 화제를 모았다. 누구나 한번쯤은 멍 때리고 있다 혼이 나본 경험은 한 번씩 가지고 있지 않을까 싶다. 특히 회사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비생산적이라며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그렇게 평가 받던 멍 때리기가 우리의 창의성을 깨우는 활동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우리네 출퇴근길은 쏟아지는 뉴스에 눈과 귀를 빼앗기는 일상이다. 여기에 더해 스마트 폰으로 바쁘게 무언가를 하고, 쉬는 시간에는 게임으로 휴식을 취하는 현대인들에게 가장 필요해 보이는 휴식은 멍 때리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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