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 100주년 맞은 ‘큰장’... 자체로 대한민국 문화유산
2023년 4월 1일 서문시장이 현재 대신동의 위치에 자리를 잡은 지 상수(上壽, 100세)를 맞았다. 당시 매일신보 1923년 3월 30일 자 기사를 보면 ‘1923년부터 공사를 벌인 서문시장이 이전·설비가 완공돼 4월 1일 신축 시장으로 옮겨간다’는 내용이 나온다.
사실 서문시장이 세워진 때는 조선 임진왜란 이후로 400년 역사를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는 대구읍성 북문 밖에 장(場)이 섰으나 17세기 중구 인교동 근처로 자리를 옮겼다가 1923년 천왕당지를 메우고 대규모 시장을 조성한 후 현재까지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서문시장이 한 장소에서 1세기를 보낸 동안 많은 역사의 부침이 있었고 각 가계(家系)로도 3~4대가 흘러 두터운 연보(年譜)가 쌓였다.
이 기간 동안 서문시장은 ‘조선의 3대시장’에서 ‘한강 이남 최대 시장’으로 성장하며 대구의 자랑이자 지역의 자부심이 되었다.
서문시장은 경제적으로 대구 경제의 중심이자 모태였지만 ‘대구 정신’ 차원에서도 대구의 지주(支柱) 역할을 했다. 3·8만세운동 당시에는 독립선언문을 등사했던 항일의 현장이었고, 1923년 물산장려운동 땐 단연(斷煙)과 금주(낙동강 전선에 보낼 전시(戰時)물자의 보급로이자 창고 역할을 했다.
서문시장의 숨은 매력 중 하나는 자체로 훌륭한 관광자원 이라는 점이다. 5,000여 점포에서 판매되는 개성 넘치는 상품들, 골목마다 숨어있는 맛집들, 거기에 시장을 감싸고 있는 수많은 스토리텔링과 인문학적 감성은 서문시장을 명품 관광 명소로 밀어 올리는 요소들이다.
이런 후광 덕에 서문시장은 2017년에 ‘한국 관광의 별’에 이름을 올렸고, 2019년부터 3년 연속 ‘한국 관광 100선’에 선정되었다. 2016년엔 서문시장 야시장이 개장하면서 2020년엔 ‘야간 관광 100선’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 서문시장이 100주년을 맞은 날 대구시는 ‘큰장, 또 다른 100년을 열다’를 주제로 기념축제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특별히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참석해 서문시장의 1세기를 축하해주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100년 역사의 서문시장은 그 자체로 우리의 문화유산”이라며 “서문시장이 복합문화공간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상인들도 “서문시장은 근대골목, 달성토성, 동성로, 약령시와 가까워 시너지 효과가 크고, 시장 골목골목에 맛집들이 자리 잡고 있어 쇼핑과 관광 맛 투어가 가능하다”며 “대통령 약속대로 계성중 운동장에 구국운동기념관과 대규모 지하주차장을 조성한다면 서문시장이 복합문화공간으로 업그레이드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열린 '서문시장 10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며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