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해양 오염 문제를 재미있고 흥미진진하게 그림책에 담아내다
얼마 전, 전세계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린 영상이 있었습니다. 바로 태평양의 한 섬에서 발견된 바다거북의 모습이었지요. 바다거북의 코에는 사람들이 음료수를 마실 때 쓰던 플라스틱 빨대가 꽂혀 있었어요. 바다거북은 빨대 때문에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어 고통스러워하고 있었고 빨대를 빼자 피를 흘리는 모습을 보고 많은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고 죄책감을 느꼈습니다. 또 최근 스페인 바닷가에서 발견된 숨진 고래의 배 속에는 29킬로그램이나 되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들어 있었고요. 우리나라에서도 제주에서 발견된 숨진 바다거북의 배 속에서 50개가 넘는 해양 쓰레기가 발견되었어요. 뿐만 아니라 돌고래가 지느러미에 비닐봉지를 걸고 헤엄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하고, 뱃속에 폐비닐이 가득 들어가 있는 홍어가 포획되기도 했습니다.
수많은 바다 생물들이 살고 있는 바다가, 바로 우리 인간 때문에 큰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인간들이 만들어낸 수많은 쓰레기가 바다에 버려지고 있기 때문이지요.
우리나라에서만 매년 18만 톤의 해양 쓰레기가 발생하고, 전세계적으로는 매년 800만 톤이 넘는 쓰레기가 바다로 흘러 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쓰레기 중에 가장 큰 문제는 일회용 컵, 페트병, 비닐봉지, 다양한 포장 용품 등으로 플라스틱 쓰레기지요. 우리가 생활하면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들 중 하나입니다. 플라스틱은 오랜 시간이 흘러도 분해되지 않기 때문에 바다를 떠돌고 굶주린 바다 동물들의 먹이가 되고 있어요. 이처럼 해양 쓰레기는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가장 심각한 환경 문제입니다.
<할머니의 용궁 여행>은 이렇게 심각한 해양 쓰레기 문제를 담되, 재미있는 이야기와 유쾌한 이미지로 표현한 그림책입니다. 바닷속에서 온갖 해양 생물을 만나는 해녀 할머니의 이야기를 통해 해양 쓰레기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어린이뿐 아니라 성인 독자층에까지 해양 쓰레기의 심각성을 알리고, 관심을 갖게 만드는 그림책이 될 거라 기대됩니다.
옛이야기의 요소를 활용하여 극적 재미와 완성도를 높이다
<할머니의 용궁 여행>은 독자들에게 친숙한 옛이야기 ‘별주부전’의 이야기 구성과 등장인물을 활용하여 극적 재미를 높입니다. 아픈 용왕 거북을 살리기 위해 광어가 할머니를 속여서 용궁으로 데리고 가는 장면부터 할머니 간을 내놓으라고 하는 장면은 독자들에게 익숙한 재미를 안겨줍니다. 하지만 이어지는 장면에서는 기존 옛이야기와 다른 반전의 재미가 있지요. ‘별주부전’에서 용왕과 바다 동물들의 비위를 맞추며 다시 속여서 뭍으로 나온 토끼와 달리 할머니는 바다 동물들에게 ‘뭐라캐샀노! 간 같은 소리하네.’라며 불호령을 내리니까요. 자신을 속인 용왕과 바다 동물들도 한 번에 제압할 것 같은 할머니의 호통은 보는 사람들에게도 통쾌함을 선사합니다.
이어 또 다른 반전이 기다리고 있는데, 바로 용왕 거북이 아픈 이유였습니다. 코에 플라스틱 빨대가 박혀 있는 거북의 모습을 보면 어찌나 불쌍한지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기게 되지요. 해녀 할머니가 주인공이기 때문에 바다 배경의 다양한 바다 동물들이 등장하는 옛이야기 ‘별주부전’을 패러디한 것은 이 그림책의 재미와 완성도를 더욱 높이고 있습니다.
삶의 언어, 사투리와 입말로 이야기의 생생함을 살리다
<할머니의 용궁 여행>은 경상도 해녀 할머니가 주인공으로,어느 날 바닷속에서 겪었던 신기한 경험을 손녀에게 직접 들려주고 있지요. 일반적으로 어린이책에서는 표준어로 표기하는데, 이 그림책에서는 경상도 할머니의 사투리와 입말을 그대로 살렸습니다. 평생 거친 바다에서도 물질을 하며 살아온, 무뚝뚝하지만 속정은 깊은 할머니의 캐릭터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할머니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면 바다 동물들에게 천둥 치듯 호통을 치기도 하지만, 아픈 동물 하나하나를 치료해 줄 때는 누구보다 따뜻하고 살갑게 위로를 하고 걱정하는 말을 건네지요. 시쳇말로 완전 ‘츤데레’ 할머니입니다.
특히 글을 소리 내어 읽으면 평생 물질을 하며 살아온 할머니의 강인함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그 할머니의 목소리로 바다 동물들이 얼마나 불쌍하고 안타까운지 들려주는 것이 더 현실감 있게 다가옵니다.
뿐만 아니라 경상도 사투리에 익숙하지 않은 다른 지역의 어린이 독자들에게도 다양한 지역 문화를 경험하고 언어적 감수성을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보고 싶은 그림책을 선생님이 직접 펴내다
권민조 작가는 경상도 바닷가 마을에서 태어나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평소에도 그림책을 좋아하고 작가를 꿈꾸던 그녀는 반 아이들과 함께 보고 싶은 책을 직접 만들고 싶어서 그림책을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해, 서울과 경상도를 오가며 그림책상상 그림책학교에서 그림책을 공부하였고, <할머니의 용궁 여행>이 첫 창작 그림책입니다.
지금까지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동화 작가나 그림책 글 작가로 활동한 적은 왕왕 있지만, 글과 그림을 함께 작업하여 창작 그림책 펴낸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작가가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완성도 높은 이미지로 그림책을 완성시켰다는 것입니다. 개성 강한 할머니와 다양한 바다 동물들 캐릭터 연출과 다채롭고 과감한 화면 구성 등이 아주 돋보입니다. 또한 ‘해양 쓰레기’라는 다소 무겁고 시의성 있는 주제를 재기 발랄한 글로 흥미진진하게 표현하였습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작품 활동을 펼칠 수 있는 미래가 기대되는 신인 그림책 작가입니다.
첫댓글 편리함에 길들여져 무심코 했던 행동들을 돌아보게 됩니다. 지구를 위해 조금의 불편함을 감수해봐야겠어요
친숙한 옛이야기와 친숙한 그림에 울 집 초4 아들은 아주 좋아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