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대연각 사무실 출근, 저녁은 신입직원교육 후 직원들과 주요 간부 회식.
화요일 보훈병원, 저녁은 작년 연말에 시작한 임상 project가 성공적으로 끝나
연구자와 임상팀과 자축연을 '서초 사리원' 에서 샴페인과 와인으로 우아하게 회식.
수요일은 보훈병원 근무 후 오후는 나의 흑석동 연구실에서 공제회 안건 간이심사.
목요일은 별 일정이 없다.
점심 전에 동네나 걷자. 하고 주섬주섬 옷을 간단히 차려입는데 온 전화.
'형님, 오늘 점심같이 하기로 한 것 잊지 않았지요'
'그럼 기다리고 있었는데, 거짓말을 한다(white lie).
12시 반에 서초동 자기 병원으로 오라고 한다.
지하철 3호선 13번 출구를 나오면 스타벅스 건물의 8층.
지나가다 보아도 간판이 보이질 않던데.
마을버스 거리는 시간이 있으면 걸어가도 충분한 거리이다.
열두시경 집을 나와 걷는다.
교육대학 정문으로 들어가 후문으로 빠져 나오면 되니까.
어라! 안보던 달팽이들이.
내가 보고도 지나쳤나?
반짝 반짝 윤이나는걸 보면 최근에 만든 것이 아닐까?
그렇구나.
꿈꾸는 교육가족이란 제목 아래 브론즈 2014.
시간에 맞추어 병원을 올라간다.
열린 의료재단 혜인내과라 붙어 있다.
간호사에게 불으니 아직 진료 중이란다.
대개의 인공신장실처럼 목요일 오후는 환자를 받지 않아
신장실은 막 혈액투석을 끝내는 환자 한 사람뿐이다.
여기 저기를 기웃거리니 '어떻게 오셨어요?'
원장님 만나러 왔다 하니 '친구분이세요?'
'아니, 한참 선배인데'
이 후배는 입학은 나의 2년 후배,
그러나 긴급조치 1호 위반으로 동기생 둘과 같이 안양교도소에서 1년간 갇혀있었고
그 후 7년 만에 복학하여 대학을 졸업하고, 내과 전문의가 되고, 인공신장실을 개원하고 있다.
그러니까 졸업은 9년 후배인 셈.
이 후배는 종종 등산도 같이하며 자주 만난다.
다른 두동기는 한 후배는 소아과 전문의로 개업 중이고,
한 후배는 잘나가는 학원강사로 있다 1년 늦게 복학하여 산부인과 전문의이다.
후배들이 기억할런지는 몰라도 출감기념으로 삼선교 우리집에서 환영식도 해주었다.
기다리고 있으니 환자가 나오고 뒤따라 이선생이 나온다.
신장실 곳곳을 구경시며 준다.
정수실, 기자재 창고 등등.
'여기는 UPS(무접점 배터리)를 쓰고 있어?'
비싸고 배터리 교환을 2, 3년에 한번씩 하여야 하니까 안 쓴단다고.
이건 무엇이냐 하면 갑자기 정전이 되었을 때 쓰이는 대용량 예비 배터리이다.
인공신장실이라면 전기와 물이 기본으로 필요하다.
92년인가 풍납동 한강 대홍수때 아산병원 지하의 배전시설이 침수되어 환자들이 투석을 받다가 중단한 일도 있었고
미국의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뉴올리안즈를 급습하였을 때
시내 중심가가 침수되어 투석을 못한 적도 있었다.
또 하나는 단수이다.
예고된 단수일이 하루 정도이면 환자를 미리 전날 밤에 투석을 하고
다 다음날도 스케쥴을 넣어 일과 외 투석을 하기도 하였었다.
여름철 갈수기에는 한강 하류에서 취수한 물로 정수처리한 모 병원의 경우
염소소독용제가 정수처리 한계를 넘어 과다주입되어 환자에게 부작용이 나타난 적도.
'무얼 드실래요?'
나야 무엇이던 잘 먹으니까.
'그러면 이 동네 서울에서도 유명한 막국수집을 가보실래요.'
나도 내가 보는 중앙일보 토요판에 나온 이 기사는 본 적이 있다.
3 대가 이어온 춘천의 맛, '샘밭 막국수'
춘천에 본점이 있고 서울에 두군데.
들어가니까 종업원이 인사를 한다.
자주 오는 모양이고 원래 이 후배의 고향이 춘천이다.
처음 온 집이라 정식을 시킨다.
소주 한병도 센걸로.
'저는 술 못해요, 7월에 심장에 약간 문제가 있었거던요.'
아니 그 사이에 이런 일들이.
정식에 따라 나온 접시에는 작은 녹두지짐 한장, 보쌈 돼지고기 몇점, 하얀김치와 양념 무 무침이.
가위를 들고와 '잘라드릴가요?'
아니, 하며 손을 흔든다.
메밀 삶은 물을 약간 부어서 비벼 먹는다.
그러니 소주 한병을 낮에 혼자 다 마셨다.
이 사진들은 다음 날 처와 같이 갔을 때 찍은 것.
식사 후 커피 한잔을 하자며 가까운 곳에 데리고 간 집'
'바오밥나무'란 커피 집이다.
첫댓글 샘밭막국수는 집근처에 생겨서 가 보았는데, 국수에 육수를 자신이 부어 먹어야 하는데, 풍미가 조금 다르더군요.
그러니 막국수이지요.
녹두지짐과 보쌈돼지고기와 곁들인 음식이 배고픈 마음에 식욕의 불을 당긴다. 오늘 저녁은 무엇을 먹게 될까? 무엇을 먹을까? 인간이 영원히 해결할 수 없는 것들 중의 하나가 아닐까?
막국수 셋트가 깔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