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안 붙는 거야"
꽃분홍 종이 연꽃잎을 살살 달래며
일회용 종이컵 바깥쪽에 붙이려고 애를 쓰지만 영 말을 안 듣는다.
얇디얇은 종이 연꽃잎이 풀을 묻히자 흐물흐물해져
자기도 어쩔 수 없다고 항변했다.
복지사 님께서는 꽃분홍 연꽃등을 샘플로 보여주면서
일회용 종이컵 바깥쪽 중간 부분에 꽃분홍 연꽃잎을 우선 4장 붙이고
그 뒤로 사이사이 연꽃잎을 붙여 연꽃을 만들고 8장을 남겨 연꽃 받침을
만들면 된다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지만,
예쁘게 만들고 싶다는 욕심은 시작부터 난항였다.
어버이달 5월 첫째 주 목요일은 안국동에 있는
시립 서울 노인 복지센터에서 봉사활동이 있었다.
10시 30분 복지관 식당에 모여 오리엔테이션을 받았다.
점심 식사를 하시러 오시는 어르신이 800명 정도 되시고 5부로 나누어
1시까지 배식을 한다고 했다.
봉사활동 복장과 규칙을 복지사님께서 친절하게 설명해 주시고,
마지막으로 영양사 님께서 잡채를 드릴 때 리필을 원하시면
조금만 드리라고 특별히 부탁을 하셨다.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우리들은 주섬주섬 앞치마, 모자, 면장갑, 일회용 비닐장갑 등
봉사활동에 필요한 복장을 하고 배식과 홀 세척 등 자신이 맡은 장소로 갔다.
잡곡밥이 우선이고 그다음은 돼지고기를 다져서 만든 이른바 넓적한 떡갈비가 있고
김치, 고추장에 무친 오이무침, 잡채, 홍합이 들어간 미역국 그리고
마지막으로 어르신들을 위한 마음의 분홍빛 미니 롤케이크 한 조각을 덤으로 얹으며
800명의 어르신들 점심을 책임지겠다고 한다.
우리 모두 복지사와 함께 파이팅을 외치며 봉사활동은 시작되었다.
오랫동안 기다리셨는지 어르신들이 부지런히 들어오신다.
밥, 떡갈비, 김치, 오이무침이 소복이 담긴 식판을 들고 오신 어르신께 잡채를 넣어드리면서
작게 드린 건 아닌가 하고 은근히 걱정되어 미안한 마음에 살짝 쳐다보았다.
내 마음과 상관없이 아무렇지도 않게 식판을 가지고 가시는
무던한 어르신을 보고 감사하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조금" 식판에 얹은 잡채를 살짝 덜어냈다.
"아니 조금" 이제는 덜어 낼 것도 없는데
조금이라니... "네?" 반문할 수밖에
젓가락을 들으신 손으로 잡채 담긴 식판을 가리키며 또 "조금" 하신다.
"아~조금 더 달라고요" 고개를 끄덕이셨다.
잡채를 집어 식판에 넣어 드릴 때마다
조금더를 차마 못하시고 여전히 "조금조금" 하신다.
조금조금 할 때마다 잡채는 식판에 얹어져
수북하게 쌓은 잡채를 보고 대단히 만족한 미소를 지으시며
홍합이 듬뿍 들어간 미역국을 받기 위해 옆으로 가셨다.
그럼요 이 세상에서 먹는 즐거움만 한 게 또 있을까요!
오늘은 유난히 반찬이 부실해 보여 서글펐다.
먹을 만한 거라고는 잡채가 고작였는데.....
부지런히 1부 어르신 입장이 끝나고 나니 장사를 잘했는지 잡채가 조금 남었다.
가쁜 숨을 잠시 쉬고 2부 어르신들이 들어오신다.
갑자기 조리장 님께서 잡채를 듬뿍 주라고 하시면서 가셨다.
손이 커서 많이 주는 건 뭐든 자신 있는데 조리장 님만 믿고
어르신들이 식판에 잡채를 듬뿍듬뿍 얹었다.
고추장에 부추와 오이무침도 인기가 좋았는데 오이무침은 많이 드리라고 하여
오이무침 드리는 봉사활동 친구는 신이 났다.
식판에 오이무침 수북이 얹은 어르신은 활짝 웃으시며 오이무침을 좋아하신다고 하신다.
나이 든 여자 어르신 웃음이 왜 꽃 보다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것일까?
오이 많이 드시고 늘 해맑은 웃음 잃지 마소서.
3부 어르신들이 들어오시고 반찬을 받을 때마다
고맙다고 인사를 하시는 어르신께서 잡채를 받으면서도 고맙다는 인사를 잊지 않는다.
뭐가 고마운 것일까?
하고 싶을 일을 할 뿐인데....
잡채를 듬뿍듬뿍 준 덕분에 3부가 끝날 무렵부터 한 통 가지고
모자라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렇지만 조리장 님 말을 철석같이 믿고 듬뿍 이로 밀어붙었다.
4부에서는 천국예약 어르신을 만났다.
잡곡밥부터 식판 순례가 시작되어 떡갈비, 김치,
오이무침, 잡채를 넣은 식판을 가져가시던 자그마한 어르신께서
뒤에 오시던 친구분께 천국예약해 놓았으니까 하시면서 싱글벙글 웃으신다.
어떻게 천국을 예약할 수 있는지 여쭤보고 싶었지만 마음뿐 천국 예약 어르신은
시야에서 보이지 않았다. 마치 신기루처럼.
5부 어르신들이 들어오시고 이제는 서서히 배식도 끝나가지만
잡채는 드디어 모자라고 말었다. 영양사 말이 맞았다.
좌편 배식부에서 리필해 오고 그것도 모자라 직원들 먹을 것까지
모아져 간신히 위기를 모면했다.
봉사활동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봉사활동 하면서 경험한 것은
첫 째 무엇이던 그렇듯이 봉사활동도 하는 사람들이 하더라는 것과
둘 째 착해서라기보다 하고 싶어서 하시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봉사활동은 정신과 육체가 건강한
사람들이 건강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의무라고 믿고 싶다.
마음이 있는 곳에 물질이 있다는 진리가 있다.
서울 노인 복지센터에서 주관하였던 나눔 해 보고 싶어 행사에
봉사방에서 5십만 원 찬조하는 모습도 보았다.
봉사방 임원진 님들의 노고를 감사하는 마음으로 보답하고 싶어졌다.
오늘 봉사활동 왔던 친구들도 나눔 해 보고 싶어에 참여하여 연꽃을 만들었다.
일회용 종이컵에 꽃분홍으로 물들인 연꽃잎을 풀로 붙여
천만다행 만든 연꽃등을 나눔 해 보고 싶어에 기증하고 돌아서는
마음이 연꽃처럼 해맑게 피어났다면
혹시라도 부처님께서 잠시 스쳐가신 것일까?
비록 기독교 신자라 하여도.
2024.5.2
NaMu
첫댓글
봉사활동이 마음과 몸에 베인 나무랑님,
오월도 아름다운 계절이지만
못지 않게 나무랑님도 아름다운 신 중년의 여인입니다.
부처님 오신 날에 맞춰 연꽃 만들기도 하고
연로하신 분들에게 점심 식사 배식 봉사가
눈에 훤하게 들어 옵니다.
힘이 있을 때 봉사를 한다 것,
그대의 말씀대로 마음 내켜서 하는 봉사
정신건강과 자신의 몸건강에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믿습니다.
꽃과 새잎이 무성히 피는 오월에
나무랑님의 봉사하는 향기가 더해져서
우리의 사회가 건강한 사회로 번져감이
그대같은 분들이 있기에 마음 든든해져 갑니다.
내내 즐겁고 보람있는 일에
박수를 쳐드립니다.
옙^^ 힘있을 때 성실하게 해 보겠어요.
언젠가는 하고 싶어도 할 수없는 시절이
조만간 저에게도 올테니까요.
정말 댓글 여왕님 맞으세요.
(어쩜 이렇게 자상하게 글쓴이의 마음을
알아 낼 수있는지 놀라운 능력 인 것같아요.)
저도 직장에서 그리고 다른 카페에서 불우가정 어린이 돕기를 아주 쬐끔 한 적이 있습니다.
5060 에서든 어디서든 다시 하고 싶어요. 시간이 맞으면 말입니다. 나무랑님 수고하셨습니다 ^^
화요일하고 목요일에 있는데요.
아직은 직장을 다니셔서 시간 내기가
어려우신거죠ㅠㅠ
마음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해요.
살다보면 5060카페에서도 같이 봉사활동
할 수있는 기회가 생길거예요.
그~쵸
아프지 마세유^^
봉사활동 현장 상황을 상세 설명하시면서
그때 그때 소회를 잘 말씀해 주고 계십니다.
봉사활동 인구가
많이 증가했다합니다만
나무랑님처럼 꾸준히 참여하는
경우 많지않다는 말도 있기에
나무랑님께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면서
저도 더욱 분발.. 이웃과 함께하는 마음을 갖겠습니다.
감사는 제가 하고 싶은데요 모.
봉사활동은 저보다 가을님이 많이 하시잖아요.
그러게요 서울 노인 복지센터는 규모가 커서 그런지 대학생 아이들이 봉사활동 실적(?)때문인지 많이 오거든요.
자의든 타의든 건강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작업같아요.
식판을 들고 줄서계신 어르신들과
잡채 배식을 하시는 아름다운 나무랑님 모습이
오버랩됩니다.
조금조금 조심스럽게 말씀하시는 어르신들에게
잡채가 가장 인기있는 메뉴였군요.
저같으면 오이를 많이 달라고 했을듯요.ㅋㅋ
봉사활동은 희생정신이 없으면
불가능한데 애쓰셨네요.
글도 어쩌면 이렇게 잘 쓰시는지
나무랑님 좋은글 감사합니다.
맞아요 남자 어르신은 잡채가 여자 어르신은 오이무침이 인기가 있었어요.ㅎ
애~궁 희생정신 생각도 안해봤어요.
(그냥... 좋아서 한일 없는 날 잡아 하는 건데요.모)
글은 쓰고나면 늘 아쉽긴해요.
그렇지만 그게 제 한계라고 애써 위안을
한답니다. 많이 서투른데요 잘 봐주셔서
감사드려요.
봉사하시는 마음이 착하신 겁니다
누구나 다 그런 마음이
드는 건 아니니까요
저는
그런 마음도 못 먹은걸요..
읽다보니 엄마 생각도 나고 훈훈한 마음이 들어요
어르신들이 입맛이 있어 잘 드시면
봉사하는 사람도 기쁘겠지요
엄마는 85세가 넘으니
잘 못 드셨거든요
봉사하시는 나무랑님의 모습을 상상해 보니
흐뭇해 집니다~^
그냥...아직은 루루 님께서 봉사활동에 관심이 없어서 그런 것뿐이예요.
언젠가 마음이 변하면 저보다 훨씬 봉사활동을 많이 하실 수 있는걸요.
(사람 마음은 모르는 거잖아요)
어머님께서 계시군요.
이세상에서 가장 큰복을 타고난 루루님
이신것 같아요. 부러워요 루루 님^^
좋은일 하셨네요
현직에 있을때 업무의 일환으로 봉사활동을 해본 적은 있지만
스스로 해본적은 없기에 봉사활동하시는 분들 존경스럽습니다 !
그러게요 서울 노인 복지센터에도 직장 단위로 봉사활동이 끊임없이 있더라구요.
그냥...할일이 없으니까 좋아서 하는 일이예요.
천국을 예약해 놓으셨다는 어르신이
부럽습니다.ㅎ
한국인 대부분 잡채를 좋아 하나 봅니다.
저도 잡채 좋아해요.
식사 봉사하시는 나무랑 님, 참 대단하십니다.
그러게나 말예요.
천국을 예약해 놓으셨다고 웃으시면서
이야기 하시더라구요.ㅎ
저두요 잡채 좋아해요.
그냥 시간도 있고 건강해서 감사해요.
(하고 싶어도 시간이 없어서 건강이 안 좋아서 못하시는 님들이 더 많잖아요)
오랜만에 좋은 분의 글을 읽어
마음이 환해지는 느낌입니다..
글을 잘 쓰신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지만
마음 씀씀이도 그에 못지 않은 분
그게 자연스러워
은은한 감동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쪽빛하늘 님.
비 그친 하늘이 해맑은 쪽빛이라서요.
넘나 행복한 휴일 아침이예요.
진정성있게 제 마음을 표현한게
마음에 드셨나봐요.
잘 봐주셔서 감사드려요.
나무님 건강한 사회를 위해 봉사활동을 한다는 글이 참 좋습니다.
일회용 종이컵으로 만든 연꽃, 어던 모양인지 궁금합니다.
옙^^ 건강해서 할 수있다는게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꽃분홍 종이 연꽃속에 들어있는 일회용 종이컵은 감쪽같이 안보이구요.
자그마하고 앙증맞은 연꽃이 넘나 귀여워요.
서로 돕고 사는 사회
봉사하신 글이 희망이 됩니다.
천국행 티켓을 소유하신
노인분은 어떤 일상을 살고 계실까
궁굼도 합니다.
오늘도 밝게 웃는 하루를
살고 싶습니다.
조금이라도 힘이 있는 사람이 조금 어려운
이웃을 도와가며 살아가는 사회는 우리가 꿈꾸는 유토피아인데요.
그 유토피아도 우리가 만들어 가는 작업이라서요.
상당히 유쾌하고 멋있는 어르신였어요^^
비그친 휴일 아침 해맑게 하늘을 선물로
드리고 싶어요.
나무랑님 참 좋은일 하십니다
봉사는 나를 기쁘게 하고 남을 즐겁게 하며
밝은 사회를 만든다는 취지의 말씀 공감합니다
저는 일주일에 두번 동네 노인정에서
식사 도우미를 합니다
마지못해 하게 됐지만 어르신들이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면 뿌듯해요.
전직 교사셨다는 구순의 어르신이 계시는데
그분도 천국행을 굳건히 믿고 계셔요
선하고 아이처럼 해맑은 미소를 띈 얼굴에서
믿음의 여유가 보여요.
조용한 시간에 좋은글 정독하고 갑니다^^
우~와 해솔정 님 넘나 멋있으세요.
일주일에 두 번이나 봉사활동 하시다니요.
그러게요 먹은만한 반찬이 나오면 갑자기
부자 된것처럼 흐믓해요.
해솔정 님 식당에도 천국행 티켓을 가지고 계신 어르신이 있군요.
마음을 가다듬고 읽으면 아 그렇구나하고
이심전심 통해서 좋은 것같아요.^^
감사드려요 해솔정 님.
배식봉사 하는 그 줄에 있거나
급식봉사 받는 그 줄에 있거나
두 줄 어디에서든 참 행복할 것
같습니다.
나누어서 좋고, 맛있는 식사 할 수
있어서 좋고. ㅎㅎ
나무랑님 그 마음에 하느님과 부처님이
나란히 앉아 햇볕 쬐고 계실 것 같습니다.
그랬어요.
누이좋고 매부좋고
그게 봉사활동의 매력인 것같아요.
옙^^ 갑자기 제 마음속에 하느님도 계셨고
부처님도 계셨으니 대박인거죠.
봉사활동 아무나 쉽게 하는게 아니죠.. 마음속에서 우러나야 합니다.. 수요산행방에 봉사활동 주축 멤버들이 자주 나옵니다. 라니정님.둘둘이님.. 전 늘 칭찬합니다.
나무랑님도 꾸준히 하시길 응원합니다.
둘둘이 님도 그렇고 라니정 센터장 님도 그렇고 마음이 무던해서 넘나 좋은 것같아요.
옙^^ 감사드려요.
봉사활동 20년차예요.
봉사방이 없었다면 저는 5060카페에서
활동 안했을 거예요.
(제가 까페 활동하는 이유 중에는 봉사활동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거든요)
나무랑님의 헌신적인 봉사에 고개가 숙여집니다
나무랑님이 가까이 계심이 희망이요 기쁨입니다
봉사활동 20년차! 대단하십니다
필력이 좋으신거 알고 있으나
천국을 예약하셨다는,,,유려한 글
수필 매력에 빠지게 됩니다
여러가지를 느끼게하는 향기있는 글에
자신을 돌아봅니다
22일 반갑게 이야기 나누고 싶습니다
고운 밤 되세요~~
애~궁 과찬이세요.
그냥 좋아서 하는 일인데요.
건강해서 봉사활동 할 수있음에
감사 할 뿐이예요.
많이 서투른 글 잘 봐주셔서 넘넘 감사드려요.
옙^^ 22일날 반갑게 뵙기로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