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경기도교육청 집무실에서 만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은 시종 미소를 지으며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난처한 질문이 이어질 때도 마찬가지였다. 재선에 성공해 입지를 다졌기 때문인지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무상급식’이나 ‘혁신학교’에 대한 설명을 할 때는 자신에 찬 모습이었다. 그는 ‘전교조 교육감’이나 ‘진보 성향 교육감’이라는 닉네임도 좋지만 앞으로는 ‘혁신 교육감’으로 불러줬으면 좋겠다는 말도 했다. ‘혁신’을 정치나 이념적 의미로 해석하지 말고 기업에서 흔히 쓰는 ‘이노베이션(혁신)’의 의미로 받아들여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른바 운동권 교수(한신대 경영학과) 출신이다.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6명 탄생했다. 정책 연대도 가능해졌다.
“교육자치를 책임지고 있는 교육감들과의 소통과 협력은 매우 중요하지만 구체적으로 공식적인 연대기구를 만드는 건 적절하지 않다. 꼭 6명이 아니라 교육의 발전 방향 설정, 정책 추진 등에 있어 구시대적 교육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을 같이하는 분들과 적극적으로 정책교류와 협력, 논의를 하겠다. 예를 들어 무상급식이나 사교육비 경감 문제, 학생인권조례는 많은 분들이 공감하는 부분이다. ”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혁신학교 지정 이후 경기도 교육은.
“혁신학교는 한마디로 우리 아이들이 자발적이고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하는 곳이다. 학습방식도 주입식·강의식이 아니라 토의·토론·탐구·체험학습식 교육이다. 평가방식도 서술형·서답형·논술형으로 전환했다. 혁신학교가 정상적으로 정착된다면 우리 학생과 학부모님들이 특목고로 진학하기 위해 과도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되며, 어떤 학교에 가더라도 자신의 소질과 적성에 맞는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된다. ”
-무상급식이 왜 필요한가.
“아동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보편적인 교육복지 정책이다. 그래서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일부에서 1∼2년 안에 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 경기도 내 초·중학교를 모두 하려면 1년에 6500억원이 든다. 올해 시작한 초·중학교 저소득층 차상위 130% 자녀까지 지원하는 데 1200억원 정도 들었다. 전체를 하려면 5300억원가량이 더 필요하다. 이 돈의 반은 시·군의 지원협력으로 하게 된다. 다른 지역도 다 그런 방식으로 하고 있다.”
-현 정부의 교육을 ‘특권교육’이라고 비판했다. 현 정부의 교육정책에서 가장 먼저 수정해야 할 것은.
“학벌중심사회가 만들어 낸 과도한 입시경쟁교육이 초·중등교육 전체를 예속화하는 데 문제가 있다. 무한입시경쟁교육을 중심으로 하는 학교교육을 이제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최근 정부에서도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특권교육의 기조가 바뀌었다고 보기 어렵다. 특목고 전형을 일부 바꾸고, 사교육 없는 학교와 교과교실제, 대입사정관제 등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
-학생인권조례 중 교복 자율화, 두발 자율화 등은 학교의 기강을 흐트러뜨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학생을 보아왔던 전통적 시각은 학생이 가진 현재의 특성을 억누른 면이 있었다. 소위 학생다움의 논리가 기성세대의 눈높이에 맞추어져 순응해야 할 존재로 인식됐다. 학생과 교사 간에, 또는 기성세대 간에 풍부한 상호작용을 통한 교육이 이루어지려면 학생의 인권을 존중하는 학교, 교사의 인권과 교권을 보장하는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 자체적으로 공청회를 열어 많은 분들이 아주 우려하고 걱정했던 부분들은 많이 조정됐다.”
-경기도 지역 고교평준화를 확대할 계획인가.
“지난해 당선된 뒤 안산·광명·의정부시에서 평준화를 추진하고 있다. 내년 말까지 절차를 끝내고 2012년 1학기 신입생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지금은 다른 지역 두 곳에서도 평준화를 요구하고 있다. 용인과 시흥에서 요청을 했다. 그러나 평준화를 시행하기 위한 요건이 있다. 주민들의 요구가 중요하고, 평준화할 수 있는 고교의 배치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