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휴일인 월요일엔
청량리 수산시장에서 살아있는 꽃게를 저렴하게 사와 담근
간장게장으로 겸사겸사 온 식구가 푸짐하고 즐겁게 식사를 했다.
특히 임신중이던 며느리가 며칠전부터 먹고싶어 했었다니
맛나게 먹는 모습들을 보면서 아내와 나는 많이 흐뭇해 했었다.
수요일 오후 3시가 넘어 며느리 이름으로 전화가 온다.(깜짝이야~!)
어버이 날 전화 드린다는게 일하다보니 늦었다며 안부전화 였다.
'아들넘은 장인 장모께 전화는 드렸겠지?'....
퇴근 후 나는 거실에서 아내는 안방에서 각자 티비를 보는데
카톡오는 신호음이 들려 무심코 보니 아들이다.
어지간해선 카톡은 커녕 묻는 말에도 간단히 답하는 넘인데 뭐지?
지 누나까지 4인방에 툭 던지듯 말을 한다.
이번 손주는 좀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멍한 상태로 물어보니
며느리가 퇴근무렵 컨디션이 안좋아 근처 병원을 가봤더니
태아의 심장 박동 횟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놀란 며느리가 다른 병원까지 급히 찾아가 검사를 받으니
단어도 생소한 '계류유산' 이라고...ㅜㅜ
아내가 아들과 통화를 하는데
친정엄마랑 통화하던 며느리의 북받치는 울음소리가 새어나온다.
물려 받은 거 없고 많이 배우지 못한 내가
가정을 이루고 딸 아들 낳고 개미같이 일해 여기까지 살아온 나를 보고
강남토박이로 천억대 재산을 가진 오래된 친구가 언젠가 하는 말이
자기가 많은 사람들을 봐왔지만
행복지수 상위 10% 안에 들어가는 모습이라 했었는데.....
어쩌면 그 말을 쉽게 수긍하여
더 겸손하고 낮은자세로 살아오지 않은 것에 대한 채찍은 아닐까하는 자책과 함께
한없이 마음 아파 할 아들과 특히 며느리의 마음을 헤아리자니
가슴이 찢어진다는게 이런 것인가 싶기도 했다.
어제 수술을 잘 받고 친정어머니가 끓여온 미역국도 잘 먹고 쉬는 중이라는
아들의 문자를 받고도 뭐라 위로의 말이라도 전하고 싶었으나 꾸욱~참았다.
좀전 두어시간 전에 단체방에 문자가 온다.
'어머님 아버님~ 저 잘 쉬고 잘 회복하고 있어요.
너무 염려 마세요~'
아내와의 대화중에 내가 끼어든다.
'몸도 마음도 아팠을 너희들~특히 ㅇㅇ이를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리구나~
좋은 쪽으로 생각하는 긍정에너지로 잘 이겨내어 몸관리들 잘하면서 기다리면 웃으며 얘기할 날 올거야~
내 상처가 아닌데 이렇게 맘이 아리기는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잘 이겨내~^^ 사랑한다~'
생각보다 빠르게 마음을 추스리는 모습을 보니 너무도 안쓰럽고 반갑고 그랬다.
말은 그리 했어도 속은 어쩌랴~
그리고 아들녀석이 나를 닮지 않아 지극정성으로 잘해준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당분간 운동도 열심히하고 일도 적당히 하고
여행도 다녀오고 다시 도전하기로 했다는 말을 응원하며
내 맘은 한결 차분해졌다.
나름 착하게(?) 살아온 내게는 일어날 것 같지 않았던 몇몇 일들중에
이번 일을 겪으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내 건강 챙기면서 자식들의 앞날을 마음으로나마 빌어주는 것 뿐,
그리고 그들이 스스로 털고 일어날 때까지 말없이 기다려 주는 일.
하지만,
며느리의 카톡프로필의 이모티콘이
연두색 파란새싹에서 무채색 새싹으로 바뀐 것을 보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
언젠가 다시 초록의 새싹으로 바뀔 좋은 날을 응원하며
조용히 기다려야겠다.
* 이런 내용의 글을 써도 되는가에 대해 많이 생각해봤습니다.
헌데 집에서도 드러내놓지 못하고
혼자서 답답한 마음을 삭이자니 힘이 들더라구요.
하여 염치불구하고 몇자 적어 답답함을 조금이라도 해소코자함을
너그러이 이해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첫댓글 며느님이 유산을 하고
이모티콘을 파란새싹에서 무채색으로 바꾸었으니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요
제생각엔 충분히 쓰셔도 되고 많은 분들이 위로해주시리라 생각됩니다
이런 글을 쓰는 게 주책인가 싶었어요~
말씀 감사합니다.^^
슬픈 이모티콘,
둥실님의 글 쓰는 마음 충분히 이해 합니다.
집안의 어른이신 둥실님이
잘 참고 이겨내셔야,
재빨리 며느리도 이겨내는데 큰 도움이 되겠지요.
며느리에게도 좋은 날
둥실님에게도 좋은 날
온 가족이 모두 기뻐하는 날이 또 올겁니다.
답답했던 마음이 조금은 누그러 집니다.
덕분에 좋은 날이 빨리 오기를 기다립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4.05.12 14:48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4.05.13 08:57
슬픈 이모티콘..
제목만 보고는 새로 나온 이모티콘인가 했습니다
파란색에서 무채색으로
바뀐 이모티콘이 슬픔의 무게를 말해 주네요
둥실님 마음도 그러하겠지요
하지만
아직 젊으니 또 다른 희망을 가져야~
둥실님 마음을 위로해 드립니다~~^^
마음이 한결 편안해집니다.^^
하늘의 뜻이려니 하지만
며느리의 맘을 헤아리면 쉬이 위로의 말도 못하겠더라구요~
글을 읽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이렇게 아릿한데
가족들의 심정은 어찌 말로 다 표현이 될까요.
행복하게 사시는 둥실님께서도
손주 보실 날을 기다리셨을테고
게장을 담궈 먹이는 사모님도
맛있게 먹어주는 며느리가 너무 기특했을텐데
슬픈 이모티콘으로 바뀐 며느리프사가
더 슬프게 하네요.
아직 젊으니까
기회는 많을 겁니다.
둥실님~
슬픔을 함께 나누면
반으로 줄어든다고 했으니
글 잘 올리셨습니다.
이곳에서라도 많은 위로 받으시고
힘내시길요.
응원합니다.
글쓰기를 잘한 것 같습니다.
평소에 쉽게 위로의 말을 못하는데
이렇게 받게되니
많은 위로가 됩니다. 감사합니다.^^
글 중에 착하게 산듯ㅡ
잘못한게 없는듯ㅡ
이라는 생각은ㅡ
맘의 큰 상처인듯 합니다.
큰일 격게 되면 정말 인생 되돌아 봐 지더라구요.
감사함에도 선하게 살자ㅡ
두려움일때도 선하게 살자ㅡ
손해보게되면 그래
배풀고 살자ㅡ
누구고 다 자식들 앞날 생각하면 더더 마음을 비우고 살아야 할듯ㅡ
종교가 있다면 이만하길 다행이라며 좋은일에 쓰시라고 금일봉 형편것 드리면 마음이 한결 위로가 될것입니다.
앞으로 좋은일만 있을것입니다요~^^
그렇지 않아도 먹고픈 거 맘껏 사먹으라고 용돈 조금 줬는데
그게 위로금이 되었네요.^^
위로 덕분에 잘 이겨내고 좋은 날 올거라 믿겠습니다.^^
가족 모두 힘내시고
곧 좋은 소식 있기를 기도합니다
힘내셔요
말씀 감사합니다.
큰 위로 됩니다.^^
제 작은 딸이 비슷한 일을 겪고 낙담하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아비로서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더군요.
지금 울 작은딸은 애가 둘입니다.
누구에게나 시련은 닥치는 것이지만 그걸
헤쳐나가는 과정에서 사람은 성장하지요.
이런 땐 술 한 잔이 제격인데, 둥실님이나
저나 술자리는 별로라서... 다 잘 될 겁니다.
아~앵커리지님도 겪으셨군요.
다행히 빨리 마음 추스리고자
하는걸보니 다행스럽습니다.
현명한 애들이니 잘 이겨낼거라 믿습니다.^^
마음 많이 아프시겠습니다,
카톡 프로필이 슬픈 이모티콘으로
변했으니 더 마음 아리겠어요.
머잖아 새생명이 또 찾아오겠지요.
며칠 전 제 질녀도 계류유산했다고
하더군요.
둥실 님, 힘내세요~!!
의외로 주변에도 꽤 있는 일인가봅니다.
응원에 힘입어 파란새싹의 이모티콘을 다시 보길 기다립니다.^^
그러게요 얼마나 맘이 짠하셨겠어요.
살다보면 이런일도 겪고 사나봐요.
비온뒤 땅이 더 단단해 진다고하는데요.
젊으니까 좋은 소식이 있을거예요.
힘내세요 둥실 님
네, 차분히 기다려주면 좋은소식 줄거라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
속마음을 잘쓰셨습니다. 대단히 가정과 가족을 사랑하는 할배의 마음이 듬뿍 묻어나 좋았습니다.
제마음을 헤아려주시는
따뜻한 말씀 감사합니다.^^
둥실님 위로 드립니다
저도 아들애 낳기전에 두번의
유산을 경험 했기에 그 아픈마음
짐작합니다.
며느님이 심신의 건강을 회복하는 대로
더 큰 감동의 선물을 안겨줄겁니다.
이렇듯 여러분의 위로를 들으니
많은 힘이 납니다.
아내에게도 이 응원들을 전해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잔잔하게 써내려간 그간의 가족이야기에 가족들의 성품이 느껴집니다..
살다보니 아픈일도 겪어지는데 또 시간이 지나면 둥실님 말씀대로
웃을일이 오더군요..
감사히 접하고 갑니다..
남겨주신 흔적이 큰 위로가 되네요.
고맙습니다.^^
계류유산이라는 말을
저도 며느리가 같은일을 겪었을때 처음 알았습니다.
환경오염탓인지?
마치 유행처럼,심지어 통과의례인가 싶을정도로 한두번씩 겪은 가정이 많더군요.
하나만 낳으려던 제아들은
늦은나이에 계획에 없던 둘째까지 낳고 행복해 어쩔줄을 모른답니다.
곧 찾아올 손주소식 기대할게요^^
감사합니다.^^
저도 곧 좋은 소식이 올거라 기대해봅니다.
며느리가 용띠아이를 원했단 것도 이번에 알게됐네요 ^^
다음에 올 아기를 더 귀하게 여기고
사랑 듬뿍 주라는 뜻인가 봅니다.
비가 내렸으니 그 땅에 피는 꽃이
더욱 생기로 충만할 겁니다.
안타깝고 안쓰러운 심정을 글로
아주 잘 보여주셨습니다.
이 방에 올리시기에 딱 어울리는
글입니다.
고민하다 올린 글을 어울리시다 하시니 많은 위안이 됩니다.
글을 올리고 속이 좀 개운해졌습니다.
감사합니다.^^
둥실님과 사모님께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첫 아기를 대면도 못하고 잃어서 망연자실할 젊은 부부를 위로하며 응원합니다.
몸 잘 추스르고 마음의 준비하고 기다리노라면 다음 번의 축복이 곧 찾아옵니다.
생명의 신비가 확률적으로 그렇더라고요, 모체가 그런 일을 겪고 나면 바로 다음 임신을 위해 정비되어 금방 새 생명을 잉태하게 된대요.
둥실님 진솔한 글 잘 읽고 힘차게 응원합니다!
늘 고맙습니다.^^
이런 일을 겪고나면 더 건강한 아기가 온다는 말을 저도 들었습니다.
본인들도 건강관리 잘하면서 차분히 노력한다했으니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