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수비 전형 콤비인 김경아(왼쪽)와 박미영의 활약에 힘입어 한국은 올해 처음 열린 월드팀컵에서 준우승했다.
연합포토
어느 종목이든 수비만 해서 이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국축구가 전가의 보도처럼 쓰는 ‘선수비 후역습’도 결국 공격을 해 골을 넣어 이기겠다는 전략에 다름 아니다. 야구에서 ‘공격형 포수’니 ‘수비형 포수’니 하지만 타격을 하지 않는 포수는 없다.
그런데 탁구에서 수비전문 선수는 조금 성격이 다르다. 수비전문 선수라고 해서 공격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수비전문 선수는 상대선수가 짜증이 날 정도로 끈질기게 수비를 펼치면서 범실을 이끌어내 승리의 발판으로 삼는다.
한국탁구는 그동안 수비전문 선수로 짭짤한 재미를 봤다. 10월 7일 독일 마그데부르크에서 막을 내린 월드팀컵에서 한국은 여자가 은메달, 남자가 동메달을 땄다. 9월 중국 양저우에서 열린 제18회 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 단체전에서 남녀 모두 8강전에서 떨어지는 뜻밖의 부진을 만회하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 메달 가능성을 높였다.
이번 대회 여자 2위와 남자 3위의 주역은 수비전문 선수인 박미영(26,세계 26위))과 주세혁(27,세계 12위,이상 삼성생명)이다. 박미영은 헝가리와 치른 4강전 1번 단식에서 게오르기나 포타를 3-0으로 꺾은 데 이어 3번 복식에서는 같은 수비 전형인 김경아(30,세계 10위,대한항공)와 짝을 이뤄 크리스티나 토스-페트라 로바스 조를 3-0으로 완파했다.
박미영은 오스트리아와 치른 예선 B조 2차전에서 게임 스코어 0-2로 몰린 가운데 3번 복식에서 김경아와 힘을 모아 베로니카 하이네-리창빈 조를 3-0으로 누른 데 이어 4번 단식에서 류지아를 3-0으로 물리쳐 중국 출신 귀화선수 곽방방(27,세계 60위,한국마사회)이 베로니카 하이네에게 3-2 역전승을 거두고 게임스코어에서도 3-2로 역전승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박미영은 홍콩과 가진 예선 1차전에서는 1번 단식과 3번 복식을 모두 잡았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의 실질적인 에이스 구실을 했다.
2003년 파리에서 벌어진 제47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자단식 준우승자인 주세혁의 활약도 눈부셨다. 주세혁은 독일, 체코, 오스트리아와 치른 예선 3경기에서 5승을 거뒀고 2-3으로 진 홍콩과 준결승전에서도 홀로 2승을 건졌다. 상위 랭커인 오상은(30,세계 7위,KT&G)과 유승민(25,세계9위,삼성생명)을 뛰어넘는 성적으로 박미영과 마찬가지로 한국의 버팀목이 됐다.
수비 전형 선수하면 스포츠팬들은 주로 여자선수를 떠올리게 된다. 올드팬들은 하얀색 머리띠를 하고 예쁜 동작으로 상대선수의 공격을 척척 받아 넘기던 1970년대의 정현숙을 기억할 것이다. 1973년 옛 유고슬라비아의 사라예보에서 열린 제32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단체전에서 이에리사와 함께 한국을 정상으로 이끈 정현숙은 한국 여자탁구 사상 최고의 수비수로 꼽힌다.
1980년대 후반 홍순화와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단식 동메달리스트 김경아가 정현숙의 뒤를 이었고 이번 대회를 통해 박미영이 한국 여자탁구의 주력선수로 떠올랐다.
주세혁은 2003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직전 세계랭킹이 61위였다. 무명의 주세혁이 혜성처럼 나타나면서 남자탁구도 수비전문 선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스포츠팬들이 적지 않았다. 국제탁구연맹(ITTF)은 주세혁의 등장을 이례적으로 반겼다. 세계적으로 남자는 수비전문 선수가 드문 데다 상대선수가 있는 힘을 다해 후려치는 스매싱이나 회전이 강하게 걸린 드라이브를 커트로 받아 넘기다 찬스가 왔다 싶으면 번개처럼 역공해 득점하는 경기 스타일이 탁구 쇼를 방불케 해서다.
이런 스타일의 선수로 주세혁 이전에 북한의 리근상이 있었다. 리근상은 1991년 남북단일 '코리아'팀의 남자 주장으로 단체전 주력 멤버였고 한때 세계랭킹이 11위까지 올랐다. 1989년 제38회 도르트문트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단체전 3위의 주역이었고 1990년 월드올스타시리즈 2차전 우승 등 각종 국제대회에서 김성희와 함께 북한 남자탁구의 간판스타로 활약했다. 1977년 버밍엄, 1979년 평양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단식 2연속 우승에 빛나는 박영순과 함께 북한 탁구를 대표한다. 주세혁의 플레이는 전성기 리근상과 비슷하다.
한국은 중국의 벽에 막혀 고전을 거듭하면서도 역대 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 동메달 9개 등 나름대로 선전했다. 1988년 서울 대회 때 처음으로 올림픽 정식종목이 된 탁구는 내년 베이징올림픽에서는 단체전이 세부종목으로 들어가면서 남녀 복식이 빠졌다. 한국이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인 복식이 빠져 아쉽긴 하지만 복식은 4단식 1복식으로 진행되는 단체전 승패의 분수령이다.
베이징올림픽 전초전 격으로 세계 8강이 출전한 이번 월드팀컵에서 3승1패를 기록한 수비 전형 콤비인 김경아-박미영 조에게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첫댓글 칼 갈 어~
그만 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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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 수가 없네요.
담주 토욜날 뵈요.^^
왜 그러니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