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칼럼
[양상훈 칼럼] 우리 친구 유령 할아버지를 영영 떠나보내며
조선일보
양상훈 기자
입력 2024.05.09. 00:48업데이트 2024.05.09. 00:59
https://www.chosun.com/opinion/column/2024/05/09/B3HXHYSARZHRJJA3QKCES5CJA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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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김일성 대도박
거대한 역풍 불러
첫 타자가 F-4 팬텀 도입
이제 공군력 북 압도
‘노인 학대’ 소리 들으며
55년간 우리 지켜준 팬텀
수고하셨고 감사합니다!
6월 퇴역하는 F-4E 팬텀(Phantom)이 지난 4월 18일 AGM-142 팝아이(Popeye) 공대지미사일을 실사격 훈련을 위해 임무 공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공군 제공
다음 달에 우리 공군만이 아니라 국방 역사에 기록될 만한 기념식이 열린다. 새 전투기 도입식이 아닌 노후 전투기 퇴역식이다. 비행기가 낡아 폐기하는 것이 역사적인 일이 될 만큼 이 전투기는 특별했다. 필자의 어린 시절 로망이기도 했던 이 전투기는 F-4 팬텀(유령)이다. 팬텀기의 도입 역사는 그 자체가 대한민국의 생존 분투기다.
지금 50대 이하에겐 생소한 얘기겠지만 1968년도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벌어져도 조금도 이상하지 않은 해였다. 북한은 그해 1월 21일 박정희 대통령 암살을 위한 대규모 특공대를 청와대 앞까지 진출시켜 총격전을 벌였다. 불과 이틀 뒤 북한은 동해에서 미 해군 정보수집함 푸에블로호를 납치했다. 김일성의 대도박이었다. 그런데 두 사건에 대한 미국의 대응이 판이했다. 미국은 북한 특공대의 청와대 기습이란 엄청난 사건에 대해선 ‘냉정 대처’만을 강조했다. 하지만 자신들의 푸에블로호가 납치되자 항공모함을 급파했다. 미국의 이중성을 본 우리 사회의 분노가 커졌다.
당시 미국의 한반도 정책은 ‘한국 방위’가 아니라 ‘한반도 전쟁 방지’가 최우선 순위였다. 둘은 같은 것 같지만 강조점이 다르다. 한국군의 북진을 우려한 미국은 국군 전력 증강을 바라지 않았다. 한국군 전력을 북한보다 열세에 두고 그 부족분을 미군이 메꿔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미국 입장에서 안전하다는 생각이었다.
미국의 이 계산에 따라 가장 피해를 본 것이 우리 공군이었다. 미국은 공군이 약한 한국군은 전쟁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당시 북한 공군은 수적으로 우리 공군을 2배 이상 압도했으며 질적으로도 최신예기 미그-21은 우리 F-5보다 거의 모든 면에서 우수했다. 해외 전략 전문가들은 이 시기 남북한 전력 격차를 2~3배로 보고 있었다. 6·25 후 다시 찾아온 대한민국의 위기였다.
한국군 현대화가 절실했지만 돈이 없었다. 이때 베트남 전쟁이 격화됐다. 미국이 한국군 참전을 원했다. 박 대통령은 고민 끝에 이를 경제 부흥과 국군 현대화의 기회로 삼기로 결심했다. 실제 베트남 파병은 우리 경제와 안보에 기폭제 역할을 했다. 이 와중에 1·21 사태와 푸에블로호 피랍이 벌어지고 우리 사회의 분노가 커지자 미국은 1억달러 추가 군사원조로 한국 민심을 달래려 했다. 육해공군이 이 1억달러 중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려 경쟁이 벌어졌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생각은 이미 결정돼 있었다. ‘1억달러 중 6400만달러로 F-4 팬텀 1개 대대(18대)를 구입한다.’ 박 대통령이 남긴 메모다.
당시의 팬텀기는 지금의 F-35와 비견될 수 있는 미국 첨단 항공 기술의 집약체였다. 2차 대전 때 독일을 공습한 미군 중(重)폭격기 B-17의 두 배 가까운 폭탄을 장착하고 음속의 2배로 날았다. 레이더로 적기를 포착해 미사일로 제압했다. 모두 다 놀라운 성능이었다. 미국은 한국군에 팬텀기는 필요 없고 가져도 안 된다는 입장이었지만, 한국군 베트남 파병과 1·21 사태에 따른 상황 변화로 고심하다 결국 생각을 바꿨다. 팬텀기 도입이 한국 사회의 불안 심리를 잠재울 가장 확실한 카드가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팬텀기를 운영할 첫 부대로 공군 151대대가 창설됐다. 1개 대대 창설식인데도 박 대통령이 직접 참석했다. 마침내 1969년 8월 29일 F-4 팬텀 6대가 대구 비행장 상공에 나타났다. 한국 공군 조종사들이 모는 우리 팬텀이었다. 우리 군 역사에 남을 순간이었다. 이후 북은 더 이상 공중 도발을 하지 못했다. 당시 팬텀기 보유국은 미국 영국 이란뿐이었다. 미, 영은 동일체와 같았고 팔레비 왕조 이란은 미국 최고 우호국이었다. 그런데 4번째 보유국이 대한민국이 된 것이다. 일본, 독일, 이스라엘보다 앞섰다. 팬텀으로 인해 짧은 기간이지만 한때 우리 공군이 아시아 최강의 자리에 올랐다. 앞으로도 힘들 일이다.
팬텀기 선두 조종사 강신구 중령은 배우 강신성일씨의 친형이었다. 국민의 환영이 얼마나 컸는지 초등생이었던 필자도 당시 장면이 어렴풋이 기억날 정도다. 팬텀기는 육중하고 남성적인 외형과 강력한 성능으로 ‘미그 잡는 도깨비’로 불리며 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우리 국민은 팬텀기를 국방의 보루로 여겼다. 1975년에는 국민들이 방위 성금을 모아 팬텀기 5대를 사서 공군에 헌납했다. 우리나라는 이렇게 지켜졌다.
대한민국을 흔들려던 김일성의 1968년 대도박은 거대한 역풍을 불렀다. 그 첫 타자가 F-4 팬텀이었다. 이때 역전된 남북 공군력은 그 후 격차가 계속 벌어져 이제는 상대도 되지 않는다. 다음 타자는 1974년 시작된 방위력 증강 율곡 사업이었다. 지금 우리 군 중추를 이루는 K-1 전차, KF-16 전투기, 해군 호위함, 유도탄 등이 모두 이때 개발 도입됐다. 이제 한국은 세계 6위 군사력의 일류 방위산업 국가다. 팬텀은 200대 이상 도입돼 나중엔 ‘노인 학대’라는 소리까지 들으며 무려 55년간 우리 하늘을 지켰다. 친근했던 유령 할아버지가 우리 곁을 떠난다. 국가 차원에서 예를 표해도 과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수고하셨고 감사합니다!
양상훈 기자 주필
밥좀도
2024.05.09 04:22:48
국방 강화와 경제 발전 초석 다지는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박정희 대통령은 누구 뭐래도 대한민국 최고 선구자요 영웅이다. 물론 종북 좌파 세력에겐 적이겠지만. 이런 위대한 나라가 지금 종북 좌파 세력 극성으로 풍전등화의 위기다. 이 사태를 어떻게 풀 것인가? 답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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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pe
2024.05.09 02:35:25
이래서 강력한 국방력과 경제력이 중요한 것이다... 이제 우리도 세계적인 군사장비 생산과 압도적인 기술력을 세계에 보여주고있다... 이모든게 지도자의 능력과 미래를 바라보는 혜안 아닌가??그렇게 가난해서 원조받는 나라에서 이렇게 성장한 우리 자유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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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돌
2024.05.09 03:11:01
근래 보았던 칼럼중에 단연 압권입니다. 저도 노인입니다만, 더 학대를 받더라도 조국을 지키는데 보탬이 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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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mortalis
2024.05.09 06:07:48
40여 년 전 새벽녘 주기장(駐機場) 한쪽에서 막 이륙하는 팬텀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 위용에 감탄하곤 했다. 귀를 찢을 듯한 엔진 소리와 새빨간 불기둥을 내뿜는 후미를 보는 소감은 한 마디로 듬직하다는 것이었다. 이제 세월이 흘러 그 위용으로 가득했던 F-4 팬텀이 퇴역한다니 가슴속 어딘가로 삭풍이 지나가는 기분이다. 영원한 게 어디 있으랴마는 그 듬직한 기체에는 조용한 퇴역식보다 차라리 국방의 최전선에서 장렬히 산화하는 모습이 훨씬 어울릴 것 같다는 치졸한 생각도 든다. F-4는 50년 이상 이 나라 하늘을 굳건히 지켜왔건만 이 땅은 아직도 정치한다는 자들의 만행으로 하루하루가 망가지고 있는 것 같다. 총선 승리로 더욱 패악질로 치닫고 있는 그들의 행태에서 F로 시작하는 4자리 단어의 욕설이 저절로 튀어나오게 만드는 요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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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바람소리
2024.05.09 06:15:51
아! 강신구 중령!!! 이런 사실을 양상훈주필이 알려주지 않으면 우리는 아무도 알수없다. 이 글은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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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산인
2024.05.09 06:43:35
정치 가십 거리나 쓰던 양상훈이 제대로된 칼럼을 쓰시려나 이번 칼럼은 전과 다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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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벤
2024.05.09 06:12:20
양상훈 주필의 글은 늘 기다려진다.. 좋은 주제를 늘 신선하게 펼친다... 양상훈 주필에게 부탁한다... 그O의 부정선거에 대해 연구하여 좋은 글을 한번 쓰라.. 그러면 영웅된다.. 양상훈 주필의 글들은 정말 보배와 같다.. 한단계 더 나아가 부정선거의 부조리를 정말 다루어 보기를 권고한다... 양 주필의 건승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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木子
2024.05.09 07:39:14
지금 이 나라 번영은 박정희의 혜안과 리더십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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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천어
2024.05.09 05:56:50
칼럼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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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am
2024.05.09 07:05:24
좋은 칼럼 감사합니다. 통치방식에 대한 반대도 있었고, 개인의 자유가 제한 받던 시절도 있었지만 그 때는 희망이 있었고 나라에 활력이 있었고 지도자에 대한 신뢰, 나라에 대한 신뢰가 있었다. 군 전력증강계획인 율곡사업의 이야기를 들으니 감개무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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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맨
2024.05.09 07:02:35
대한민국 5000년 역사중 가난과 배고픔을 해결해주시고 국민들 일자리 만들어주시고 역사에 길이길이 남으실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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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찐이야
2024.05.09 06:37:36
그때 그시절 우리나라도 핵개발을 하기위해 강경한 미국을 압도 할수도 있는 시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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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시인
2024.05.09 04:19:50
관리자가 (비속어/비하) 사유로 100자평을 삭제하였습니다
빛고을 샘
2024.05.09 07:54:47
대한민국 방위와 근대화를 위한 중화학 공업을 추구하신 박정희 대통령님께 경의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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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만이
2024.05.09 07:24:14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 김대중 노무현 리짜이밍 과연 이들이 전쟁을 어떻게 받아들일수 있을까. 북에 알아서 설설기고 셰셰 하면서 꼬리 내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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푀이멘
2024.05.09 08:22:23
전쟁을 억제하는 것은 강한 국방력과 경제력이지.. 셰셰가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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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치매양심불량털보
2024.05.09 07:34:32
진정 애국자란 이런 것이다. 누구말처럼 양복 깃에 태극기 뱃지다는 것은 얍삽한 거지. 안그래 조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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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차
2024.05.09 07:32:53
박정희 대통령 독재라도 위대한 미래를 향한 희망의 독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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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
2024.05.09 08:55:19
이름만 들어도 무서웠던 팬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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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e4more
2024.05.09 08:36:34
봉창 두들긴다. 감사해야 하는 것은 비행기가 아니고 그것을 있게 해 준 사람이다. 기자가 해야 할 일은 그들을 찾아 감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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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크박
2024.05.09 08:19:27
최근 보기드문 최고의 칼럼이다. 정부나 비판하는 글 보다는 모두가 느낄 수 있는 좋은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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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림
2024.05.09 07:22:29
이런 국방역사는 학생 교과서에 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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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식
2024.05.09 05:22:31
한국의 언론은 전쟁무기를 사람의 하나인 할아버지로 부르는 것은 노인의 한사람으로 부르는 것은 유령 할아버지라고 부르는 것은 노인을 어른으로 대접한 것이 아니라 여생이 얼마남지 않아지마는 국민과 나라를 위한 할아버지들의 사기를 떠러 뜨린것이다 꼭이런 비유를 하여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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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익박멸
2024.05.09 09:01:47
장비 현대화 물결에 밀려 퇴역하지만 지금도 짱짱하게 초음속 비행이 가능한 기종이다... 한마디로 명품 전폭기였다... 퇴역한다니 눈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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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
2024.05.09 08:58:39
그러면 뭐해!아직도 북한때문에 벌벌 떨고있는 보수들이 잠도 못자고, 미군 철수할까봐 까무러질 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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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윤할배
2024.05.09 08:55:13
박정희의 지혜와 용단이 빛난다.박정희의 뱃장과 용기는 전무후무의 리더십이다.이런 대통령을 언제 다시 볼 수 있을까?암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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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양
2024.05.09 08:36:20
박정희대통령의 한국군 월남전 파병은 국제사회에서 이 나라위상을 크게 고양시킨 역사상 획기적인 사안이였을 뿐만아니라, 이 나라의 경제적발전과 경부고속도로 건설등 국내 산업시설 인프라확충에 크게 기여했다. 그 때 월남전쟁에 파병됐던 수십만명의 젊은 전사들은 제대로 된 국가적인 지원도 못받고 모두 노인이 됐다. 그 중 많은 노인들이 지병을 앓고 절룩이고 디뚱거리며 지팡이 신세를 지거나 퇴물처럼 병원신세를 지며 연명해가고 있다. F-4 펜덤처럼 거창한 퇴역식같은 환송행사도 받아보지 못한 처량한 세대들이 지난 날의 월남파병전사들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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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대한민국
2024.05.09 08:11:45
제대로 된 모?Y로 만든 아주 자세한 프라 모델이 있었는가 하면, 초록색으로 상하 동체 앞레이돔, 뒷 노즐로 마감하는 4 피스짜리 프라도 있었다. 정말 근사하고 멋진 모습의 F-4였다. 이제 팝아이(뽀빠이)는 누가 쏘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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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과옥조
2024.05.09 07:39:34
우리 친구 유령 할아버지.. 칼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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