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12일 토요일 오전 8시쯤 창원운동장 시계탑에서 시작된 대구 근대문화기행!
이 여행은 경남교육포럼과 문화기행동아리에서 준비하였고 문학과 역사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과 학교선생님들 30여명이 함께 다녀왔습니다.
대구시는 '골목투어'라는 지역 문화프로그램을 통해 대구의 역사와 문화를 알려나가고 있었습니다. 1900년대 일제강점기의 우리 선조들의 3.1항쟁운동, 기독교 선교사들의 의료봉사활동, 민족시인 이상화, 민족운동가이자 거상인 서상돈 선생 등의 이야기를 하나로 묶어 대구의 백년 전 옛 모습을 구현하고 있었었습니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대구시 중구에 위치한 동산선교사 주택이었습니다. 이곳은 100년 전 시간속에
잠시 머무는 듯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붉은 벽돌에 기와 지붕 그리고 어딘지 모를 이국적인 느낌이 나는 창문과 정원이 예쁜 집들이 몇 채 이어져 있어 그런가 봅니다.
오전 10시경 챔니스 선교사 박물관 앞에서 오늘 대구 근대문화 이야기를 들려주실 조영수 선생님을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백년 전 기독교 선교사들의 선교활동과 의료봉사활동들을 들려주시면서 그분들이 얼마나 우리 나라를 사랑하셨는지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고 이땅에 묻혔다는 가슴뭉클한 이야기를 전해주었습니다. 지금 처럼 우리나라의 위상이 알려지지 않았던 시절, 나라 잃은 사람들의 아픈 마음을 종교와 의료 활동으로 모듬었던 그들을 잠시 생각했습니다.
챔니스 의료 박물관 바로 옆 청라언덕에는 '동무생각'이라는 노래시비가 세워져 있었습니다. 작곡가 김태준 선생님은 마산 창신학교의 교사로 재직하면서 이은상 선생님을 만나 자신의 어린 시절 사랑
이야기를 이렇게 가곡으로 승화시켰답니다. 청라의 뜻은 푸른 넝쿨이 덮여 있는 곳을 말한답니다.
조영수 선생님의 예지력에 의해 추천된 우리일행중에 두 분께서 '동무생각'를 아름답게 부르기 시작하자 모두 함께 합창했었답니다.(제가 알기로는 이 두 분 다 노래를 엄청 잘~~~하시는 분으로 알고 있습니다. ^^)
선교사님들의 합동 묘지입니다. 잠시 그분들을 위해서 묵념!!
100년 전 그 당시 이 언덕 주변으로 학교가 많아 여기가 3.1만세 행진길이 되었답니다.
3.1 만세운동길은 언덕을 넘어 계산 성당이 보이는 곳까지 이어져 있었고 그 길 담벼락에는 그 당시 이 지역을 말해주는 기록사진이 부착되어 있었습니다. 성당과 기와지붕이 묘한 풍경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지금의 계산성당은 높은 빌딩사이에서 역사의 시간을 오롯이 간직한 채 이 도시를 지키고 있는 듯하였습니다. 우리민족의 해방과 민족전란 그리고 지금우리에게 물질적인 풍요를 안겨다준 경제발전과 혼란스러웠던 정치 민주화 등을 지켜보면서 버텨 온 실체라고 느껴집니다. 그리고 여기서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여사가 결혼한 성당이라 대구 사람들에게는 의미가 깊은 곳이리라 짐작이 됩니다.
11시쯤 이상화와 서상돈 고택 앞마당에서는 알제강점기의 일본국의 만행과 우리 민족운동가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마당극이 열렸습니다. 이야기의 내용은 치욕의 을사조약의 아픔과, 나라빚을 갚기 위한 온 국민의 몸부림인 국채보상운동, 민족시인 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하나로 묶어 40여분 동안 관람자들을 가슴뭉클하게 했다.
관람을 마치고 마당극을 펼친 극단 단원들과 단체사진!
이 공연은 4년째 계속이어져오고 있지만 초기에는 관람자가 없어 고생도 많았다고 한다. 대구에서 이렇게 문화운동이 펼쳐진것은 시민단체 운동가들에 의해서 시작되었다고한다. 직물산업의 몰락으로 경제기반이 흔들린 대구의 미래를 어디서 찾아야하나를 고민한 시민단체가 대구의 역사를 알수 있는 문화프로그램을 계발하여 운영하기 시작하였고 이를 이어받아 대구시에서 꽃을 피우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 기행을 하는 내내 우리 창원지역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신도시이다보니 근대사를 느낄 수 있는 곳이 미미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쉬운 마음에 이어 지금 창원이 마산 창원 진해가 통합되어 행정업무의 효율성을 갖추었는지는 몰라도 지역소외감으로 갈등을 겪고 있으니 무슨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근대 정치 혼란기를 격렬하게 치른 이곳들의 역사문화를 발굴하여 함께 공감한다면 정체성을 잃지 않은 통합지역공통체로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지 않겠는가하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습니다.
넝쿨이 감싸안은 건물은 대구에서 신도들이 가장 많은 제일교회입니다.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합니다.
약령시가특구를 지나 진골목으로 들어서면 김원일의 '마당깊은 집' 의 배경이 된 집이 있었습니다.
이 곳에서 작가는 삯바느질을 하는 어머니와 동생들이 함께 살았고 그 추억이 소설의 이야기로 엮어졌다고 합니다. 우리 학교 독서문화교실 어머님들은 다음주 '마당깊은 집'을 읽고 토론하기로 합의를 보고 저에게 통보했습니다. ㅋㅋ
'마당깊은 집'의 주인공 길남이! 와 함께 ^^
점심은 자유식으로 정해져 대구의 대표음식인 육개장을 먹고 진골목에서 가장 오래된 다방 '미도다방'을 관람(?)했습니다. 이곳에 들어서니 예쁜 한복을 입은 할머니 마담이 지키고 계셨고 손님은 대부분 7학년 할아버지들이었습니다. 지팡이를 들고 짚고 오시는 할아버지까지 ㅎㅎ
여기서 쌍화차 한잔 !맛은 최고! 값은 착한 3천원 ! 다음에 가면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 되었습니다.
점심을 먹은 후 오후 2시경에는 대구미술관으로 향했습니다. 시내에서 20분쯤 차로 이동하여 도착한 미술관은 대구 스타디움 경기장이 있는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어 대구시내와 산 능선이 어우러져 보이는 곳이라 풍경이 좋았습니다. 미술 전시는 각 미술관을 이어지는 어미홀과 2층 3층에 펼쳐져 있었습니다. 현대작가 심문섭, 박서보, 서용선 등의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어 1시간 정도 감상했습니다. 몰라도 그냥 보는 것이 배우는 것이라 생각하고 무작정 보라고만 했습니다.~ 모두들 알고 보셨는지??ㅋㅋ
이렇게 대구 근대 100년 근대문화 기행을 다녀왔습니다!!
첫댓글 실제로도 더 재밌었겠지만. 선생님 글만 읽어도 생생하게 느껴지네요. 다음에 개인적으로 가봐야겠어요. 마당극 꼭 보고싶네요.
2012년 많은 사람들은 지금은 창조의 시대이고 스토리 혁명의 시대이고 하이컨셉의 사회라고 합니다. 그래서 콘테이너보다 콘텐츠가 각광받는 시대이기도 합니다. 대구는 이러한 시대의 흐름을 잘 보여주는 것 같아서 참 좋았습니다.
더위를 피하기위해 10년전부터 심기시작한 나무들로 초록이된 대구는 역사의 생생함을 잘 보존하고 있어 아름다웠습니다^^ 오랫만에 느껴보는 편안하고 즐거운여행으로 일주일이 행복할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