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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 왕건] 04
씬1. 산야의 새벽 (부감)
산구릉들과 기암괴석의 평풍같은 시야로 새벽이 파랗게 벗어지고 있다.
어디선가 은은한 범종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씬2. 세달사 근변의 어느 산중 (새벽)
이곳에서도 범종 소리는 메아리로 들려오고 있다.
허름한 초막 앞에서 구릉 밑을 굽어보며 장성한 궁예가 참선에 들어있다.
무념무상..... 반쯤 떠진 그의 외눈은 촛점없이 먼 곳은 보고 있다.
(자막 10년후)
해설 : 궁예, 그는 세달사에서 십여 년을 공부로 보냈다.
승려로서 그의 법명은 선종이라 불리었는데 일찍부터 그 총명함을 인정받았던 것 같다.
삼국사기 궁예편에 보면 그는 장성하면서 승려의 계율에 구애받지 않고 종잡을 수 없었으며 담력이 있었다라고 씌여있다.
이는 해석하기에 따라 그가 불법의 세계에 있어서 깨달음의 일가를 이루었다는 이야기로 풀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여전한 궁예의 그 고고한 모습에서 범종 소리는 곧 법고 소리로 갈아든다.
그와 함께 카메라 천천히 팬하면....
씬3. 세달사의 새벽 (부감)
춤사위가 곁들여진 어느 승려의 그 모습에서 리듬이 빨라진 법고 소리는 절정을 이루고 있다.
많은 승려들이 줄지어 불경을 외며 새벽 도량석을 돌고 있다.
끝없는 승려들의 행렬로 보아 이 절의 규모를 가늠케 한다.
씬4. 범교의 방 밖
가까운 곳에서 도량석을 도는 승려들의 염불소리가 계속되고 있다.
젊은 시자 하나가 범교의 방을 지키고 서 있다.
씬5. 그 방안
범교가 염주알을 굴리며 생각에 잠겨있다. 무얼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그는 옅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떡인다.
해설 : 궁예가 오래 공부한 세달사는 흥교사의 전신이다.
흥교사란 절의 이름은 두 곳이 있는데 바로 이 송악 근처에 있는 것이 그것이고 또 하나는 영월에 있었다.
이 당시의 불교는 귀족과 왕실 중심의 화엄학에서 벗어나 선종 중심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었다.
선종이란 달마의 가르침에 충실하는 교리로서 설법이나 문자를 떠나
곧바로 부처님의 마음을 깨닫고 중생에게 전한다는 종파이다.
이들은 대부분 평민 위주였으며 스스로 자급자족하고 백성들의 편에 서 있었다.
씬6. 몽타주 1
참선 수행하는 많은 승려들....
그리고 계곡과 벌판을 달리는 무예 승려들...
검술과 말 달리기.. 격권과 택견을 수련하는 승려들...
해설 : 이들은 학문적 공부뿐만 아니라 그 스스로들을 지키게 위해 무예와 의술에도 정통했다.
물론 궁예도 이 과정을 섭렵했을 것이다.
궁예의 격렬한 무예수업 모습이 비전으로 스쳐 간다.
씬7. 몽타주 2
달리는 배 위에서 왕륭과 가신들이 먼 바다를 가리키며 뭔가를 설명하고 있다.
고개를 끄떡이는 어린 왕건.
당나라나 일본 등의 외국 포구의 모습이거나
혹은 상대국의 거대한 객관에서 거상들과 물건의 교역을 논하는 왕륭과 지켜보는 어린 왕건의 모습이 있다면 더욱 좋겠고,
이어서 배의 선실 안에서 책을 가득히 쌓아놓고 진지하게 글 공부를 하는 왕건과 마씨(글 스승)의 모습이 스쳐 가면.....
다시 성장한 십여 세의 왕건이(13,4세정도의 조숙한) 그의 집 정원에서 무예수업을 변씨로부터 받고 있다.
멀리서 보고 있는 왕륭과 한씨의 흐뭇한 표정들, 거기 강장자와 연화의 호기심 어린 모습도 보인다.
해설 : 왕건도 이에 못지 않았다. 왕륭은 일찍부터 어린 아들에게 바다와 장사를 철저히 가르쳤고
더불어 스승들을 두어 문무에 두루 실력을 쌓아가며 머지않아 다가올 격변의 세월을 기다리고 있었다.
씬8. 몽타주 3
서라벌 거리에 황혼이 걸려 있다.
진성여왕의 행차가 거창한 대열을 이루어 가고 있다.
여왕과 함께 각간 위홍이 마치 남편처럼 그 마차에 동승하여 가고 있다.
그들을 에워 쌓고 가고 있는 수많은 호위 군사들,
그 속에는 견훤과 능환, 그리고 견훤의 철기병들과 추허조 그의 상관이었던 영기의 모습도 보인다.
이들이 서라벌 거리를 지나 대궐로 들어가면
그 대궐 안의 어느 연못가에서 풍류가 벌어지고 있다.
대낮처럼 밝혀진 등불들. 수많은 대신들과 궁녀들, 그리고 악공들과 무희들...
좌석에 앉아 위엄엄을 부리는 위홍과 여왕의 모습에서...
해설 : 이 때의 신라 조정은 진성여왕의 통치시대였다. 여왕은 궁예와 이복 남매 지간이다.
신라로서는 역사로 보아 선덕여왕, 진덕여왕에 이은 세 번째 여왕의 등극을 보게 되는 셈이었다.
이때의 신라는 급격히 기울어지고 있었다. 모든 정권은 각간 벼슬의 위홍이 쥐고 있었고
조정은 그의 입김에 좌우되고 있었다. 그렇게 십년이 흘렀다.
씬9. 궁예의 그 초막 (씬1과 같은 새벽)
여전히 궁예는 참선의 세계에 들어있다. 하늘을 보는 그의 시야로 그의 깨달음의 세계가 보여 온다.
(컴퓨터 그래픽) 먹구름이 떼지어 무수히 몰려들기 시작하면서 소리들이 들려온다.
그것은 아우성이다. 비명소리와 신음소리들이 천둥 번개와 더불어 어지럽게 휘감겨 지나치고 있다.
궁예의 모습이 더불어 고통과 괴로움으로 일그러지고 있다. 그 모든 것들은 현실의 삶을 대변한다.
얼마쯤 그 아비규환의 세계들이 지나쳐 갔을까......?
드디어 하나의 희고도 붉은 빛이 화면 한구석에서 태양처럼 나타나며 먹구름들과 고통의 소리들을 잠재워 가기 시작한다.
그와 함께 새로운 희망을 상징하는 고요하고도 힘찬 음악이 샘솟듯 장중하게 퍼지며 새벽의 어둠을 걷어가고 있다.
이윽고 동녘 하늘이 붉게 물들면서 가득한 운해가 산봉우리들을 감싸며 퍼져 오른다.
그리고 이른 아침의 붉은 서기들이 소용돌이치며 온 하늘을 가득히 물들여 오고 있다.
궁예는 깨달은 것이다. 그의 표정은 고통에서 환희로, 미소로, 다시 고요와 평정으로 이어진다..
그의 볼에 한줄기 눈물이 흐르고 있다.
디졸브 되면...
씬10. 세달사 경내 (아침)
종간이 걸어오고 있다.
경내엔 매미 소리뿐 사람들의 기척이 없다.
수십 명의 승려들이 참선을 하고 있는 몇몇 건물을 돌아서 두어 곳의 사잇문을 지나고
범교의 방 쪽으로 가는 종간. 그의 표정에서도 적지 않은 수행자의 깊은 관록이 배어 나오고 있다.
씬11. 범교의 방 앞
종간이 다가오면 방 밖에 시립해있던 시자 하나가 정중하게 예를 표한다.
종간 : 큰 스님 계시는가?
시자 : 예, 종간 스님.
종간 : 알리시게.
시자가 읍하고는 안에 알린다.
시자 : 큰 스님, 종간 스님께서 드셨사옵니다. (대답이 없자) 큰 스님! 종간스님께서 오셨사옵니다.
범교 : (E) 들라 해라.
종간이 안으로 들어간다. 시자가 신발을 가지런히 하면...
씬12. 동 방안
종간이 절을 하고 앉는다.
백세가 넘은 범교가 신선처럼 앉아서 종간을 지긋이 내려다보고 있다. 눈빛으로 왜 왔는가를 묻는다.
종간 : 큰 스님 오늘이 하안거 해제일이옵니다.
범교 : ........
종간 : 많은 수좌들이 큰 스님의 법문을 청하고 있사옵니다.
범교 : .........
종간 : 아둔한 저들에게 한 말씀 내려 주시오소서.
범교 : (한참만에) 허허... 법문이라...
종간 : .........?
범교 : 이미 옛날에 썩어졌어야 할 늙은이에게 법문이 다 무엇이야?
종간 : 하지만 큰 스님.....
범교 : 부처님은 태양 뒤에 숨으셨고 마군이들이 수좌들을 속이고 있어.
누구에게 진리의 눈이 있어 이 난세를 볼 것이며 또한 늙은 중의 말귀를 알아들을 것이냐?
종간 : .........
범교 : 알아서들 하라고 해라. 아니면 네가 하던가..
종간 : 하지만.... 소승이 어찌 감히... 나서오리까?.
범교 : 이 산중에 온지 벌서 이십 년이 다 되어 간다. 절밥 그 만큼 훔쳐 먹었으면 경전 몇 구절 흉내 못낼까.....?
같은 봉사라도 청맹과니가 낫다고 하였느니.....
종간 : .....(감히 고개를 못 들고)....
범교 : 많은 수좌들이 너를 두려워한다지? ....한소식을 했다고....?
종간 : ...........
범교 : 그래서 네가 얻은 게 무엇이냐? 작은 신통력 하나 얻었다고
사람들의 관상이나 보고 사주팔자를 훔쳐보고, 운명을 희롱하고 그래서 어쩔 것이냐?
네 놈의 눈을 보면 끝도 없는 허망한 욕망이 불길처럼 타오르고 있어. 그것을 뉘라서 꺼주랴? (도리질)
....(사이)... 해제일이라..... 선종이는 어찌 되었느냐?
종간 : 암자로 자리를 옮긴지 삼 년째이옵니다. 이번에는 큰 스님께 답을 드리겠다 하였으니 찾아뵈올 것이옵니다.
범교 : 그만 가보아.
종간 : 예. 해제일의 법회는 다른 사형들로 하여금 주관토록 하겠사옵니다.
하옵고... 선종은 소승이 데려와 다시 보이겠사옵니다.
종간, 절을 하고 물러간다.
범교 괜스런 한숨을 깊이 내어 쉰다.
범교 : 무서운 업장들이로다. 나무관세음.... 태풍이 바다에 이르렀구나....
씬13. 그 절 길
종간이 절의 건물 담을 지나 초입길로 접어든다.
지나치면서 만나는 몇몇 승려들이 존경의 모습으로 종간에게 합장을 해 올린다.
종간은 저만큼 산 중턱을 올려다본다. 궁예가 있는 쪽이다. 은근한 미소가 번진다. 계속 가면....
씬14. 그 산 길
일주문과 산길로 갈라지는 곳이다. 산 쪽으로 향하던 종간이 저만큼 오고 있는 한 무리를 본다.
가까이 오면 그들은 왕건과 두 사부 그리고 군사들과 종자들이다. 제를 지낼 제물들을 함께 가져오고 있다.
왕건들이 일제히 합장을 한다.
종간 : (합장을 받으며) 어서들 오십시오.
변씨 : 오랜만에 뵙습니다. 스님...
종간 : 예. 성주님댁에서 오시는 분들이시군요.
변씨 : 그렇습니다.
왕건 : 처음 뵙습니다.
스님 : 마씨 성주님의 자제분이십니다.
종간 : 아. 그러시옵니까? 소승 인사 올리옵니다. 종간이라 하옵니다.
왕건 : 저는 왕건이라 합니다. 먼 길 떠날 일이 있어서 부처님께 제를 지낼까 찾아뵈었습니다.
종간 : 아, 예.....
왕건 : 큰 스님께선 계시는지요?
종간 : 예, 소승도 막 뵙고 나오는 길이옵니다. 가보시지요.
왕건 : 그럼 또 뵙도록 하겠습니다. 들 가시지요.
변씨들 : 예...
왕건은 마치 어른 같은 소리를 하고 있다.
그들을 보내면서 종간은 고개를 갸웃한다. 총명하다. 그리고 귀상이다. 어린 것이 묘한 기품을 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종간은 가다 말고 한 번 더 돌아보고는 다시 산길을 오른다.
씬15. 그 경내 길
왕건들이 들어서고 있다. 건물 사이를 지나며 변씨가 입을 연다.
변씨 : 저 종간이란 스님 말일세. 이 세달사에서는 꽤 이름이 있더구만.
마씨 : (끄떡이며) 그렇다더군. 법력이 높은 모양이야. 사람들의 운명을 손바닥 보듯이 본다더구먼.
이들 그 몇 개의 사잇문들을 지나 범교의 방 쪽으로 향한다.
씬16. 범교의 방 안
범교가 깊은 상념에 잠겨 있다. 밖에선 여전히 매미 소리만 요란하다.
까닭모를 한숨을 내쉬며 작은 도리질을 하는 범교.
범교 : (혼자 소리로) 벌써 삼 년이라... 이번에는 답을 가져온다고...? 허허허.... 참으로 터가 센 곳이로다.
어쩌다가 이 세달사에 하늘을 훔치려는 황룡이 숨어 들었단 말인고...? (사이) 태풍이다. 태풍이 일고 있어....
그때 인기척들과 함께 시자가 알려 온다.
시자 : (E) 큰 스님, 성안에서 손님들이 오셨사옵니다.
범교 : 뫼시어라.
그러자 왕건과 두 사부가 들어선다. 그들 모두 절을 올린다.
범교는 어린 왕건을 본다.
왕건 : 스님, 문안인사 드리옵니다. 저는 송악 성주님이신 왕자, 융자 되시는 분의 아들 건이라 하옵니다.
범교 : ....(끄떡인다)
왕건 : 큰 스님을 뵈오니 영광이옵니다.
범교 : 빈도도 반갑소이다. 아드님 이야기는 오래 전에 듣고 있었는데 이렇게 마주보니 과연 범상치 않은 소년장부시오.
왕건 : 칭찬이 무겁사옵니다.
범교 : 허허허허. 어쩌면 그렇게 어른스러운 예절을 익히셨는고..... 허허허....
변씨 : 공자께서는 성주님을 대신하여 오신 것이옵니다. 이번에 모처럼 저희 성주님과 공자께서 서라벌로 길을 드시는지라.....
범교 : 그래요? 서라벌이라.....
마씨 : 그 때문에 바닷길 들기 전에 부처님께 제를 드리고저 찾아 뵈었사옵니다.
범교 : (끄떡인다) 서라벌이라... 장사길이신가.....?
마씨 : 예, 겸사겸사..... 여러 가지 나라 일도 계시고...
범교 : 전에도 서라벌에 가보셨는지...?
왕건 : 처음이옵니다. 당나라나 일본국, 발해국에는 가보았으나 서라벌은 처음이옵니다 스님.
범교 : (경이로워서) 뭐라....? 당나라, 일본국.... 발해국까지....?
마씨 : 공자께선 여섯 살 때부터 성주님을 따라 배를 타셨사옵니다.
범교 : 허허, 이런... 해룡이 나왔구먼.
왕건 : 예?
범교 : 바다의 용이란 말씀이오. 허허허허.... 도선 늙은이의 말이 허언이 아니었구먼...
두 사부 : (표정이 굳어진다) ....?
범교 : 송악에 청솔이 핀다더니..... 서라벌이라...? 그렇다면 혹시 이 늙은 중이 부탁을 하나 드릴지도 모르겠소이다.
변씨 : 부탁이라니요 스님. 무엇이든 말씀만 하시오소서. 성주님께 아뢰어 드리겠사옵니다.
범교 : 허허허.... 일단 제부터 올리도록 하시오. 법당으로들 가시구려.
이들 : 예, 스님.
계속해 왕건을 주시하는 범교의 그 감탄 같은 표정에서....
씬17. 산길
울창한 계곡과 폭포 길을 지나 종간이 가고 있다. 얼마쯤 숲길을 벗어나면 비로소 저만큼 궁예의 초막이 보여 온다.
씬18. 그 초막
궁예가 여전한 모습으로 좌선에 들어 있다.
종간이 다가오며 물끄러미 그의 모습을 보며 멈추어 선다.
잠시 침묵이 지나치고... 궁예가 종간을 본다.
궁예 : 사형께서 어쩐 일이십니까?
종간 : 또 한시절이 다 갔습니다.
궁예 : ..... 그렇군요.
종간 : 절에서 칠 년, 또 여기서 삼 년... 이 번에는 큰 스님께 뭔가 내어 놓을께 있을 것이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궁예 : 그랬었지요.
종간 : 그동안 무얼 찾아 내셨습니까?
궁예 : ....(미소만).......
종간 : 한소식 하셨습니까?
궁예 : 세상을 보았습니다... 우리를 기다리는 세상 말입니다.
종간 : 지금 우리라고 하셨습니까?
궁예, 일어나 천천히 종간의 옆에 다가와 서며 무수한 산구릉들을 가리킨다.
궁예 : 저 산을 넘으면 무엇이 있겠습니까? 나는 보았습니다.
내가 본 것이 참인가, 거짓인가를 따지는데 너무도 오랜 세월이 걸렸습니다.
종간 : 그것이 큰 스님께서 기다리시는 대답이십니까?
궁예 : 그렇습니다.
종간 : 내려 가시겠습니까?
궁예 : 가시지요.
이들 천천히 걷기 시작한다. 곧 길로 접어든다.
씬19. 그 숲 길
두 사람 그렇게 걸어온다.
종간 : 그 산 너머에는 무엇이 있었습니까?
궁예 : 부처가 있었습니다.
종간 : 부처는 어떤 모습이었습니까?
궁예 : 허허허.... 글쎄 올습니다.
그들 그렇게 걷다가 갑자기 하늘을 본다.
산까치가 요란한 울음을 울며 날아와 그들 머리 곁을 한참이나 맴돈다. 그리고는 무언가를 툭 떨어트리고 간다.
두 사람 보다가 궁예가 그것을 줏어든다. 그것은 작은 옥 조각이다.
종간이 옆에서 함께 보다가 흠짓 놀란다. 거기에는 임금 왕자가 새겨져 있다.
두 사람 서로를 본다.
궁예 : .....?
종간 : 임금 왕자가 씌여 있지 않습니까? (떨며) 보세요. 임금 왕자예요.
궁예 : ......?
종간 : 세상에 이런 일이...? 까치가... 까치가 이런 것을 물어오다니요?
해설 : 까치가 궁예에게 물어다 준 임금왕자의 옥조각, 설화 같은 이야기지만 삼국사기에 나와있는 대목이다.
이것이 만들어진 이야기든 아니든 궁예가 분명한 왕재였다는 것을 나타내주는 대목이 아니겠는가?
궁예 : ....(담담히 그것을 움켜쥔다.)
종간 : 십 년의 공부가 끝 나는 날, 하늘의 놀라운 예언을 받으셨습니다.
궁예는 말이 없다. 한참 눈을 감고 있다가 다시 걷는다.
종간이 탄성처럼 말을 잇는다.
종간 : 이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닙니다. 십 년 전, 스님께서 이 절에 오셨을 때부터 소승은 보았습니다.
천하의 주인 되실 분께서 오셨다는 것을 말입니다.
궁예 : ........?
종간 : 그리하여 기다렸습니다. 주인께서 날개를 갖추시고 저 넓은 하늘로 비상하시는 그 날을 말입니다.
궁예 : 어찌 사형께서는 저를 보고 주인이라 하십니까?
종간 : (멈추어 서며) 주인이십니다. 스님께선 천하의 주인이십니다. 이 종간은 그것을 압니다.
불행하게도 저는 인간의 앞날을 예지하는 능력을 얻었습니다. 더불어 저의 갈 길과 운명도 알고 있습니다.
궁예 : ........?
종간 : 저 또한 스님처럼 어린시절 신라 왕실과의 깊은 관계가 있었습니다.
혼탁하고 썩은 신라 왕실이 역모라는 누명하에 저의 집안 삼대를 도륙 했습니다.
저 하나 살아남아 절로 왔고.... 그리고 때를 기다렸습니다. 새로운 세계를 건설할 주인이 오실 때를 말입니다.
궁예 : 가십시다.
종간 : 절 받으시오소서. 주인님!
종간이 무릎을 꿇는다. 그리고 절을 올린다.
궁예 묵묵히 그것을 본다.
종간 : 스님께선 왕실의 피를 이으셨습니다. 제 길을 걸으셨다면 지금쯤은 천하를 호령하는 대왕폐하이시옵니다.
궁예 : ........?
종간 : 신라는 비틀거리며 신음하고 있사옵니다. 이제 새로운 세상을 여시오소서. 이 한 목숨을 다 하오리다.
궁예 : ..............
그들의 진지한 시선들이 교환된다. 궁예가 손을 내밀어 종간을 일으킨다.
그들의 시선은 계속 타오르고 있다. 그리고 그들만의 미소가 교환된다.
씬20. 법당
저만큼 궁예와 종간이 걸어오고 있다.
법당 앞의 마당에선 젯상이 마련되어 있고 왕건과 수행원들이 제를 올리고 있다.
한쪽에선 징소리와 북장단에 맞추어 승려들이 바라춤을 추며 왕건들의 뱃길을 축원하는 의식이 한창이다.
그들 그 곁을 지나친다.
종간 : 송악성에서 나온 성주의 아들이라 합니다. 배를 띄우기 전에 제를 올리는 모양입니다.
궁예 : 성주의 아들이라면..... 바로 저 아이가....?
종간 : 그렇습니다. 아주 영특하게 생겼습니다.
궁예, 잠시 멈추어 서서 왕건을 본다.
궁예 : 나는 저 아이를 알고 있습니다. (다시 가며) 나의 유모가 숨줄을 놓던 날 저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기이한 인연이지요.
종간 : 그리 되셨군요. (다시 왕건을 보고) 어떻게 그럴 수가......? (유심히 보고 고개를 끄덕인다)
궁예 : 아주 어른스럽게 컸군요.
승려들의 바라춤은 점점 더 춤사위가 신명을 더해 가고.....
씬21. 범교의 방 앞
여전히 시자가 조용히 서있다. 섬돌 위에는 나란히 세 켤레의 짚신이 놓여있다.
잠시 정적이 감돌고 있다.
씬22. 동 방안
이곳에서도 무서우리 만큼의 정적이 계속된다.
범교가 궁예를 노려보듯 보고 있다. 종간이 두 사람의 눈치를 살핀다.
범교 : (한참만에) 무엇을 보았다고 하였느냐?
궁예 : 미륵을 보았사옵니다.
범교 : 미륵을 보아....?
종간 : ......
범교 : 허, 네놈이 미쳤구나. 미륵부처께서 네게 오셨단 말이냐?
궁예 : 그러하옵니다.
범교 : 그렇다면 그 부처님께선 어디 계시느냐? 어디 내게 보이거라.
궁예 : 이미 큰 스님 앞에 앉아있지 않사옵니까?
그러자 범교도 종간도 흠짓하며 숨을 삼킨다. 그러나 궁예는 전혀 동요가 없다.
범교 : 네가 미륵이란 말이냐?
궁예 : 스님께서 세수 백 세를 넘기시고 보니 법안이 흐려지셨나 보옵니다. 보시고도 모르시옵니까?
범교 : .......
종간 : .......
궁예 : 미륵은 구원의 부처님이시옵니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다 구원하지 못한 중생들을
현실의 고통으로부터 구원해주는 것이 바로 미륵이옵니다. 저는 중생들의 신음소리를 들었사옵니다.
범교 : ......?
궁예 : 그러나 그 많은 부처님들은 산 속에만 숨어 계시고 세상의 고통에는 눈을 감으셨습니다.
지금이야말로 미륵부처가 하생을 할 때가 아니옵니까?
범교 : (도리질) 네가 그것을 감당하겠다는 것이냐?
궁예 : 산속에 평생을 앉아서 불경이나 외고 자신만의 복락을 구한다면 어찌 부처의 제자라 하겠사옵니까?
저 고통의 불바다에 뛰어들어 저들의 고통을 대신 짊어질 수 있다면 그 어찌 미륵이 아니겠사옵니까?
범교 : (대갈 일성) 이놈아! 부처도 태우고 네 몸둥아리도 태운다.
궁예 : 이 한 몸을 태워 중생을 구한다면 어찌 그 길을 외면하오리까?
그리고 다시 정적이 이어진다.
범교는 눈을 감는다. 긴 한숨을 내어쉰다. 종간은 마른 침을 삼키고 있다.
범교 : 십 년전, 네가 이곳에 왔을 때를 기억하느니라. 그때 너는 나의 말에 대답을 아니 하였었지.
나는 세상것을 다 잊으라 하였다. 네가 미륵이 되겠다고.....? 그것이 십 년을 공부한 대답이 더냐?
궁예 : 큰 스님.... 백성들은 미륵을 고대하고 있사옵니다. 저는 그것을 보았사옵니다.
범교 : (도리질) 너는 아직 덜 여물었느니라. 지난 날의 업장에 묶여 볼 것을 보지 못하고 헛것만 보았구나.
허나... 이 늙은 중이 어이하리... 가거라.
궁예, 종간 : ........
범교 : 오늘 내게 그 말을 하러 온 것이 아니냐? 떠나겠고 말이다.
궁예 : 그러하옵니다.
범교 : 미륵의 마음을 잘못 읽으면 도적이 되느니라.
세상이 시끄러울 때마다 여러 미륵부처가 나타났었지. 자신이 세상을 구원한다고 말이다.
허나 이르노니.... 네 한 몸뚱이부터 구하여라. 자신의 잘못된 이상이 천하를 통곡 속에 빠뜨릴 수 있느니라.
범교는 다시 평온을 되찾는다. 눈을 감고 말이 없다.
두 제자는 그런 스승을 보고 약간의 고개를 끄덕인다.
범교 : 종간이도 가겠구나.
종간 : 허락해 주시오소서, 스님.
범교 : 용이 물을 만났으니 어찌 아니 그렇겠느냐? 가거라.
그러자 두 제자는 공손히 차례로 절을 올린다. 짐짓 외면하며 하늘을 보는 범교.
그들이 일어선다. 조용히 물러가는데......
범교 : 부처가 너희들 속이는지, 아니면 너희가 부처를 속이고 있는지 잘 헤아려 보거라.
그리고 잊지 말거라, 인생의 야망과 욕심이나 명예는 한낱 아침 안개같은 것이니라...
그들 조용히 물러간다.
범교는 여전히 나무관세음을 나직이 외고 있다. 그것은 한숨과 탄식이다.
씬23. 경내 길
궁예와 종간이 오고 있다.
종간 : 우선 방에 가서 걸망이라도 꾸려야하지 않겠습니까? (사이) 큰 스님께서 무척 낙담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궁예 : 그렇지도 않으십니다. 다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우리가 떠난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들 그렇게 가면......
씬24. 법당 앞
막 제가 끝난 듯 하다. 제사를 주관했던 승려들과 왕건들이 합장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왕건 : 스님들께서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스님1 : 어인 말씀을... 바닷길 편안히 다녀오십시오. 부처님께서 인도하실 것이옵니다.
왕건 : 고맙습니다.
그들 그렇게 막 인사를 끝내는데
범교의 시자가 다가온다. 뭔가 장수장에게 말해준 뒤 장수장이 다시 변씨를 가르킨다.
그리고 그들은 한쪽에서 변씨와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끄덕이는 변씨.
시자가 읍을 하며 물러간다. 변씨 뭔가를 생각하며 객사 쪽을 본다.
씬25. 경내 어느 객사 방
종간과 궁예들이 바랑을 꾸리고 있다.
궁예의 짐 속에는 그 신표가 보인다. 종간이 그것을 본다.
궁예 : 내 어머님께서 남기신 유물입니다.
종간 : 왕실의 신표가 아닙니까?
궁예 : 이미 내게 왕실같은 것은 없습니다. 허허허.
종간 : 어디로 가실 참이십니까?
궁예 : 글쎄요, 일단은 가보고 싶은 곳이 한 곳 있습니다.
종간 : ........?
이들 걸망을 매고 막 일어서는데, 그때 밖에서 시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시자 : (E) 스님, 스님..... 큰 스님 방에서 왔사옵니다.
그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그곳에 시자가 서찰을 한 통 들고 서있다.
시자 : 큰 스님께서 이걸 전해드리라 하셨습니다.
종간이 그것을 받아들면 시자는 고개를 꾸벅하고는 가버린다.
그것을 풀어서 읽는 종간.
범교 : (E) 서라벌로 가고자 하거든 부탁을 해놓았으니 성에서 나온 사람들을 따라 가거라.
그리고 도선대사가 그곳에 있다 들었느니라. 너희들의 앞길을 일러줄지도 모르겠구나.
종간 : (서찰을 접으며) 큰 스님께서는 서라벌을 말씀하고 계십니다.
궁예 : (끄덕이며) 내가 뭐라고 하였습니까? 큰 스님께서는 다 알고 계셨습니다. 일단 서라벌로 가십시다.
종간 : 과연... 과연 큰 스님이십니다.
그들 범교의 방을 향해 합장을 올린다. 그리고 그렇게 그곳을 벗어난다.
씬26. 경내 어느 곳
왕건들이 기다리고 서있다. 그들은 두 필의 말을 비어놓은 상태이다.
저 만큼 궁예와 종간이 오고 있다. 그들 가까워지자 서로 합장을 한다.
변씨 : 두 분 스님께서 저희와 함께 가실 분들이십니까?
종간 : 그렇습니다. 폐를 끼치게 된 것 같습니다.
왕건 : ...... (보고만 있고)
마씨 : 저희 공자님이십니다.
궁예 : 처음 뵙습니다. 선종이라 하옵니다. 적지 아니 신세를 지게 되었습니다.
왕건 : 큰 스님의 부탁이 계셨습니다. 신세라니요. 서라벌까지 가십니까?
궁예 : 예. 그리 길을 잡고 있습니다.
변씨 : 일단 성내로 가시지요. 그곳에서 물때를 기다렸다가 배를 띄울 것입니다. 자, 출발들 하자.
두 사람 말에 오른다. 그리고 그들 그곳을 벗어나기 시작한다.
잠시 가면서 변씨는 마씨를 본다. 그리고 궁예 쪽을 보고 있다. 뭔가 이상한 것이다.
종간과 궁예도 그런 그들의 느낌을 알았다.
마씨 : 대단히 실례되는 말씀입니다만 스님은 어디선가 뵌 듯 합니다.
궁예 : 하하하하. 글쎄요.
종간 : ......
변씨 : 이 절에는 오래 계셨습니까?
궁예 : 십 년째 되었습니다.
마씨 : 서라벌에는 무슨 일로 가시는지...?
궁예 : 넓은 세상이 어찌 생겼나 보러갑니다.
그때 일단의 무예승들이 병장기들을 들고 지나쳐 가는 것이 보인다.
왕건이 신기한 듯 본다.
왕건 : 스님들도 무예를 하십니까?
종간 : 그렇습니다. 험한 세상이 아니겠습니까?
왕건 : 검술도 하고 봉술도 하십니까?
종간 : (미소) 그렇습니다. 궁술도 배우고 또한 맨몸으로 싸우는 격권도 배웁니다.
왕건 : 대단합니다.
계속해서 멀리 사라지는 무예승들을 본다.
왕건 : 그렇다면 두 분 스님도 무예를 익히셨겠습니다?
종간 : 예...... 여기 이 스님은 그 중에서도 활을 잘 쏘십니다. 가히 신궁이라 할만 합지요.
왕건 : 참으로 대단들 하십니다. 함께 가게 되어서 기쁩니다.
궁예 : 저희가 고맙습니다.
그들 그렇게 가면 여전히 변씨, 묘한 시선으로 그들을 본다.
씬27. 범교의 방 앞
범교가 뜨락에 나와 하늘을 보고 있다. 까닭모를 한숨을 계속 내쉬고 있다. 시자가 그 옆에 서있고....
범교 : 다들 떠났다고 하였느냐?
시자 : 예.
범교 : 머지 않아 세상이 경천동지 하겠구나. 미륵이 될 것인가, 도적이 될 것인가.... 오직 부처님만이 아실 일이로다.
씬28. 산 고갯길
왕건과 궁예들이 오고 있다. 이미 왕건은 궁예와 함께 길을 잡고 있다.
왕건 : 스님, 아무리 그래도 그냥 서라벌까지 가실리가 있겠습니까? 뭔가 일이 있으실 게 아닙니까?
궁예 : ....... (미소만)
왕건 : 거기엔 누가 계십니까?
궁예 : 글쎄올습니다. 굳이 말한다면 버려야할 인생의 짐들이 거기에 있습니다.
종간 : .......
변씨들 : .......
왕건 : (갸우뚱하며) 저는 어려워서 모르겠습니다. 그게 무엇입니까?
궁예 : 사람은 누구나 버리고 싶어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것을 해결하러 가는 것입니다. 일종의 만행이지요.
왕건 : 만행은 무엇입니까?
궁예 : 세상을 떠돌면서 하는 공부입니다. 하하하.
왕건 : 그렇습니까? 실은 저도 공부를 하러 가는 것입니다.
저희 아버님께서는 늘 그렇게 말씀하십니다. 새롭게 보이는 모든 것은 공부라고 말입니다.
궁예 : 참으로 장하십니다. 그리 하셔야지요.
왕건 : 저희 아버님께서도 기뻐하실 것입니다. 아버님은 스님들을 매우 존경하시지요.
궁예 : 고맙습니다.
그렇게 가는 그들의 모습에서.....
씬29. 송악 왕륭의 집 외경
수많은 짐바리들이 짐꾼들과 우마차에 의해 어디론가 이동되고 있는 것이 보인다. 그 모습들이 거리에 가득하다.
그중 왕륭의 집이 보이면 군사들이 지키고 서있다.
씬30. 동 집안
크고 넓은 집안 구조가 보이면 한씨가 시녀들에게 소반상을 들려 사랑으로 가고 있다.
카메라 그들을 따라가면...
씬31. 동 집 사랑
왕륭과 강장자와 연화가 자리를 함께 해 있다.
강장자 : 어찌해서 갑자기 서라벌에 가실 생각을 하셨습니까?
왕륭 : 실은 벌써 갔어야 했는데 좀 늦었습니다.
강장자 : 아, 약속이 있으셨군요?
왕륭 : 약속이라기 보다도 한해 두 번씩 정례적으로 오가는 길입니다.
강장자 : 그거야 압니다만... 이번 길은 아무래도 여러가지로 손수 챙기시는것 같아서.....
왕륭 : 허허허허... 역시 강장자님은 매사를 잘 보십니다. 평소 같으면야 제 아우 평달이 갔을 것인데... 이번은 좀 다릅니다.
그때 밖에서 한씨의 목소리가 들려 온다.
한씨 : (E) 다과상 대령입니다.
왕륭 : 들어오시구료.
휘장이 열리고 한씨가 들어와 상을 놓고 의자에 앉는다.
한씨 : 차좀 드십시요. 연화도 이 과자좀 들어보거라.
연화 : 예.
강장자 : (차를 들며) 서라벌의 동정이 궁금하신가 봅니다?
왕륭 : 그렇습니다. 세상의 인심이 날로 흉흉해 지고 있습니다. 여기 신라뿐만이 아니에요. 당나라도 그렇고 발해도 그렇습니다.
온 천지가 혼란투성이 입니다.
강장자 : ...... (끄덕인다)
왕륭 : 당나라는 지난 황소의 난 이후에 황실과 백성들이 갈팡질팡입니다.
강장자 : 이야기 들었습니다. 황소의 반란군이 황제와 황족 모두를 몰살하고
조정의 중신들과 환관들을 모두 황하에 던져 죽였다지요?
왕륭 : 그렇습니다. 그 쪽도 나라의 운명이 풍전등화지요.
한씨 : 저런 세상에......
왕륭 : 발해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마도 대륙 전체의 기운이 바뀌어지는 징조 같습니다.
강장자 : 듣고 보니 일리가 있으신 말씀이십니다. 여기 신라도 마찬가지가 아닙니까?
이미 조정의 영이 각 고을에 미치지를 못한다고 들었습니다.
왕륭 : 그렇다고 합니다.
강장자 : 저도 상인들을 통해 다 듣고 있습니다. 여왕이 등극해서는 그 도가 더 심해졌답니다.
왕륭 : 그러게 말입니다.
한씨 : 드시면서 말씀 나누세요.
강장자 : 아..... 예.
한씨 : 연화가 클수록 더 예뻐지는구나. 어쩜 이리 잘 생겼는고? 호호호..
강장자 : 세상이 갈수록 어수선하니 우리도 빨리 사돈을 맺는 것이 좋겠습니다.
왕륭 : 허허허허.... 그렇다고 뭐 하루 아침에 하늘이 무너지기야 하겠습니까? 자, 차 한 잔 더 하시지요?
강장자 : 이제 그만 차비도 차리셔야 할 터인데...
왕륭 : 우리 건이가 오면 그때 움직여도 넉넉합니다. 사윗감도 보고 가셔야지요?
강장자 : 정말 그렇습니다. 하하하하하...
이들 모두 크게 웃는데....
씬32. 송악 성문
왕건과 궁예들이 다가온다.
송악 성의 성문이 소리를 내며 열리고 군관과 군사들이 왕건들이 다가오자 양쪽으로 도열하여 군례를 올린다.
왕건이 가볍게 손을 들어 답례하며 지나쳐 간다.
그것은 어른들이나 할 행동이었다. 궁예는 흥미롭게 본다.
그런데 얼마쯤 가던 왕건이 말을 멈추어서며 한 병사를 본다. 그 병사는 한 쪽 신이 다 떨어져 거의 벗겨져 있었다.
왕건 : 여봐라.
병사 : 예.
왕건 : 너는 왜 한쪽 신이 그러하냐? 다 떨어져 걸치구만 있구나.
모두들 : .......?
병사 : 예. 공자님... 그것은 저어... 짚신이 다 헤어져서... 곧 바꾸어 신으려든 참이었는데.....
왕건 : 이곳에 수장이 누구인가?
군관 : 소관이옵니다.
왕건 : 네 어찌 부하를 이리 다루는가? 여기는 송악성의 경계를 이루는 관문이 아니냐?
만약에 적이 온다면 신을 신지 않은 병사가 어찌 제대로 싸우겠느냐?
군관 : 송구하옵니다.
왕건 : 거기 병사.
왕건은 자신과 함께 온 병사를 가리킨다. 대답하면.....
왕건 : 네 신을 벗어서 저 자에게 주어라. 너 보다는 성을 지키는 병사가 더 중요하니라.
따라온 병사가 신을 벗어준다. 고개짓을 하자 병사는 그것을 받아 신는다.
왕건 : 하나의 성은 그 고을이나 나라의 얼굴이다. 사람이 외양을 갖추지 못하면 아무리 잘났어도 멸시를 받는다고
성주님이신 아버님께서 말씀 하셨다.
군관 : 거듭 송구하옵니다. 공자님.
왕건 : 차후에 이런 일이 또 있을 시엔 아버님께 말씀드려 너의 군복을 벗기고 짐을 부리는 노예로 삼을 것이다.
군관 : ........ (식은 땀만)
왕건 : 병사들의 어려움을 모르는 수장은 자식의 아픔을 모르는 부모와도 같다.
이 어찌 바보 같은 짓이 아니냐? 주의 하여라.... 갑시다.
군관은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고 일행은 다시 움직인다.
두 사부들은 미소를 짓는다. 궁예도 그렇다. 그것은 놀라움이다. 신선한 충격인 것이다.
하지만 종간은 아무 표정이 없다.
그들 그렇게 그곳을 벗어나고......
씬33. 성안 거리
왕건들이 오고 있다. 그야말로 거리의 규모는 대단히 크다.
계속해 짐바리들이 포구 쪽으로 가고 있고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외국 상인들이 머무는 거대한 객관들도 즐비하게 한 쪽으로 섰다.
가끔씩 지나쳐 가는 아라비아와 태국, 월남 등의 상인들과 당나라의 뱃사람들도 보인다.
궁예가 신기한 듯 그들을 본다.
종간 : 송악은 외국의 여러 상인들이 드나드는 큰 포구입니다.
궁예 : 대단하군요.
종간 : 이제 다 온 것 같습니다. 저기가 성주가 있는 관부 같습니다.
궁예 : 그렇군요.
그들은 왕륭의 집 앞에 이르러 말에서 내리고 군사들의 예를 받으며 안으로 들어간다.
왕건 : 들어가시지요.
종간들 : 예.
씬34. 동 집 왕륭의 사랑 앞
사랑 앞마당에 모두들 서 있다.
변씨가 아뢴다.
변씨 : 성주님, 공자님께서 돌아오셨사옵니다.
왕륭 : (E) 오, 돌아들 왔는가?
시종들에 의해 휘장이 크게 열리면서 왕륭이 모습을 들어낸다.
그리고 그 안에 있는 사람들도 다 보여 온다. 한씨도 그 옆에 선다.
한씨 : 왜 이렇게들 늦나 걱정 하셨어요.
왕건 : 무사히 제를 올리고 왔사옵니다, 아버님.
왕륭 : 그래 수고하였구나. 헌데 이 스님들은 누구신고?
마씨 : 서라벌로 가시는 스님들이시옵니다. 세달사의 큰 스님께서 각별히 부탁하셔서....
왕륭 : 오, 그랬는가?
잠시 궁예와 시선이 부딪힌다. 궁예가 합장을 한다.
궁예 : 먼 길에 수고로움을 끼치게 되어 송구하옵니다.
왕륭 : 허허허, 아니오. 기왕에 가는 길인데 어떻겠습니까? 잠시 객사에서 차나 한 잔 드시면서 쉬십시오.
얼마후면 물때가 되니 그때 함께 가십시다. 스님들을 뫼셔라.
종자가 대답하고 이들을 데리고 간다. 왕건들은 안으로 들어간다.
씬35. 동 방안
왕건이 강장자에게 예를 올린다.
왕건 : 그간 안녕 하셨사옵니까?
강장자 : 허허허. 어서 오게. 우리 사위님. 이번에 아버님을 모시고 서라벌 구경을 가신다지?
왕건 : 예.....
강장자 : 장래 부인되는 사람에게 무슨 선물을 사다 주려는고?
왕건 : 아직 잘 모르겠사옵니다. 가서 물건을 보아얍지요.
강장자 : 오호, 그야 그렇지..... 핫하하하하하.... 과연 어울리는 한쌍이로고.... 아니 그렇습니까, 마님?
한씨 : 그렇습니다. 장자 어른. 하하하...
강장자 : 참, 두 분 사부님들도 같이 가시겠습니다?
두 사부 : 예, 강장자 어른.
강장자 : 훌륭한 분들이 곁에 있으니 늘 든든하시겠습니다 하하하.
변씨 : 어인 말씀을...
씬36. 객사 앞
시녀가 찻잔과 약간의 요기거리들을 들고 와 이들의 방으로 간다.
씬37. 그 방안
궁예가 감개가 무량한 듯 주변을 돌아보고 있다. 낯이 익은 방인 것이다.
시녀가 소반을 놓고 나가도 궁예는 여전히 주변을 본다. 그런 궁예를 종간이 본다.
궁예, 십 년전을 떠올린다. 바로 이 방에서 유모가 죽어가고 있었다. 자신의 절규가 에코우로 들려온다.
궁예 : (E) 어머니, 왜 이러세요? 정신 차리세요, 어머니?
씬38. 그 짧은 회상 (옛날의 이 방)
유모 : (죽어가며) 구...궁예..왕자님...
궁예 : 무슨 말씀이세요, 어머니? (흔들며) 제발 정신좀 차리세요. 왕자님이라니요? 무슨 말씀이세요?
유모 : 잘.. 들으세요.... 궁예님은.. 나의 아들이 아니라......
궁예 : 어머니?
유모 : 구... 궁예님은... 왕자..님이십니다..... 나는.. 어머니가... 아니라.. 유모이옵니다...
궁예 : .......?
유모 : 그... 신표.. 신표를.... 범교..스님께.... 드리세요..... 그.. 신표..
궁예 : (다급하다) 어머니? 어머니?
유모 : (죽어가며) 세달사... 세달사로.. 가야.. 합니다.....
오.. 오... 불쌍한... 우리 왕자님..... 이.. 유모는... 어머니가... 아니랍니다....
아... 아... 마지막으로... 절이라도.. 올려야 하는데.... 아.. 아.. 우리.. 왕자님....
궁예 : 죽지 마세요. 어머니, 죽지 마세요. 정신 차리세요, 어머니...어머니!
유모 : ...세.. 세달...사...세달사...
유모의 동공이 멈추어졌다. 죽은 것이다.
궁예 : (절규) 어머니! 어머니!
씬39. 현실
궁예가 과거에서 깨어난다. 종간이 조용히 보고 있다.
종간 : 무슨 생각을 그리 깊이 하십니까?
궁예 : 잠시 망각에 사로잡혔습니다. 십 년전에 유모와 함께... 바로 이 방에 묵었었지요.
종간 : 그러셨습니까?
궁예 유모는 이 방에서...운명했어요.
종간 : 스님의 말씀처럼 망각이십니다.
궁예 : 압니다. 잊어야할 것들이지요.
그때 어디선가 함성소리들이 들려 온다. 두 사람 소리 나는 곳을 본다.
그리고 다가가 작은 창문의 휘장을 제친다. 그러다가 두 사람은 눈을 크게 뜬다.
그 창 밖은 훈련장이었다. 군사들의 실전을 방불케 하는 훈련이 보여지고 있었다.
모든것을 변사부가 관장하고 있다. 그리고 장수장이 그 앞에서 소리치며 거퍼 지시를 하달하고 있다.
궁예 : 군사들의 훈련장인 모양입니다.
종간 : 그렇습니다. 이 송악의 군사들은 수는 적지만 용맹스럽기가 천하의 제일이라고 들었습니다.
바다와 육지를 넘나들면서 여러 나라의 거칠고 험악한 해적이나 도적떼들과 싸우는 군사들입니다.
궁예 : ....평범한 장사꾼인줄 알았는데...
종간 : 그렇지가 않습니다. 이들은 그 옛날 장보고 장군의 후예들입니다.
당나라에서 뱃사람들을 끌고 와 신라를 한 손에 쥐어 잡은 장보고 장군 말입니다.
궁예 : .......?
씬40. 그 훈련장
그야말로 위험해 보이는 마상전투 훈련이 거듭되고 있다. (마상무예단의 시범을 요함).
곳곳에서 말을 달리며 불꽃 튀는 진검 승부를 벌리는 기마병사들.
이들은 진검뿐 아니라 창술과 봉술, 철퇴와 방패들의 무시무시한 갖가지 무기들로 목숨을 건 훈련들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백군과 홍군으로 나뉘어진 이 훈련에 동원된 마필은 수십 필로 보여 진다.
묘기를 뛰어넘어 예술과도 같은 그들의 모습에서..... 변씨의 모습이 돗 보인다. 장수장도....
그리고 군사를 통솔하는 왕식령의 모습도... DISS
씬41. 다시 그 방의 창문 앞
여전히 그들이 놀라운 눈으로 보고 있다.
이들 휘장을 내리고 돌아선다.
종간 : 왕륭은 무서운 사람입니다. 수를 헬 수 없는 엄청난 재물에다가 여러 나라의 거상들을 상대해오다보니
그 안목이 높습니다. 그리고 이 송악의 성주입니다.
궁예 : 하지만 인정이 있는 사람입니다. 나는 적지 않은 신세를 졌어요..
종간 : 그렇기는 합니다만 야망이 큰 사람임에는 분명합니다. 왕건이란 아들을 보십시오. 아이가 아니라 애 어른입니다.
아까 성문에서 군관을 다스리는 것을 보시지 않으셨습니까?
궁예 : 대견하지 않습니까?
종간 : 물론 그렇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아들을 그렇게까지 키우고 있는 왕륭이란 사람의 의중이 뭔가 하는 것입니다.
궁예 : .........?
종간 : 큰 고을 곳곳에서 저렇게 군사들이 조련되고 있습니다. 천하가 갈라지려는 조짐이지요.
왕륭이란 사람도 그들 속에 하나 입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제 주인의 적이 될 수도 있는 일입니다.
제가 오면서 왕건이란 소년의 상을 좀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때 헛기침 소리와 함께 인기척이 인다.
종간이 말을 끊고 보면 마씨가 미소를 지으며 나타난다.
마씨 : 준비들 하시지요. 곧 포구로 가셔야 합니다. 물때가 다 되었습니다. 나오시지요.
이들 묵례를 하고 그를 따라 나선다.
씬42. 거리
왕륭 일행들이 포구로 향하고 있다. 그 모습이 장관이다.
왕륭과 왕건이 앞에 섰고 그 옆으로 가신들인 왕평달과 두 사부가 함께 가고 있다. 그리고 강장자와 연화도 따른다.
그들을 따라 질서 정연한 군사들의 일단이 길게 열을 지어 따르고 있다. (변씨가 이끄는...)
연도에는 백성들의 모습이 가득하다.
궁예와 종간은 왕륭 일행과 군사들의 사이에 끼어 걷고 있다.
궁예 : 대단합니다. 마치 작은 왕국의 임금같지 않습니까?
종간 : 잘 보셨습니다. 군사들의 수효는 적지만 그 어느 고을보다도 이 곳은 질서와 체계가 잘 잡혀 있는 곳입니다.
그러니까 주변에서 만만히 대하지를 못하지요.
그들 그렇게 가고.....
씬43. 예성강 포구
넓은 포구에 배들이 가득하다. 한쪽에서는 짐을 싣는 짐꾼들이 부산하고
주군을 전송하기 위하여 대기해 있던 장졸들이 왕륭이 나타나자
일제히 북을 울리며 “충”이라는 군례를 길게 울리며 허리를 굽힌다.
수 많은 깃발들이 왕륭의 위엄을 나타내듯 곳곳에서 펄럭이고 있다.
송악의 주인을 전송하기 위하여 객관에 머물던 당나라, 일본, 발해, 아라비아, 태국, 월남 등의 선원들이
각각 그들 나라의 복장으로 고개를 숙인다.
이윽고 왕륭은 말에서 내려 군사들을 사열하듯 장수들을 일일이 어깨를 쳐주며 눈 인사를 하고는
역시 외국 상인들을 다시 어깨를 두드려 준다.
그 한쪽으로는 이삼십 명의 수행군사들이 말과 함께 배 위로 오르고 있다.
궁예와 종간도 그들을 따라 배에 올랐다.
드디어 마지막으로 배 위에 오른 왕륭부자가 손을 흔들자 군사들이 일제히 군호를 합창하며 환호를 한다.
군사들 : 충....... 충....... 충.......! (계속)
북소리와 군사들의 환호가 계속되고 있다.
궁예와 종간은 배 갑판 저만큼 서서 이들의 열기를 충격처럼 보고 있다.
다시 왕륭이 손을 들자 환호가 멎는다.
왕륭 : 용감하고 충성스런 송악의 군사들이여.....! 송악의 성주, 나 왕륭의 이번 뱃길은 폐하께서 계신 서라벌이니라.
언제나 그렇지만 이번의 출항도 그대들과 나, 이 송악의 번영을 위해서 가는 것이다.
군사들 : 충..... 충....... 충.......!
왕륭 : (제지 하며) 내가 바닷길에 오르고 나면 나를 대신하는 이는 나의 아우 왕평달 장군이니라.
여러 장졸들과 백성들은 왕장군을 대할 때 나를 대하듯 하라. 세상이 날로 시끄럽고 어려워지고 있느니라.
이럴 때일수록 송악민들은 더욱 단결하여 다가오는 화를 함께 막아야 할 것이니라.
왕륭의 훈시가 끝나자 왕평달이 군례를 올리고 병사에게 신호를 보낸다. 어린 왕식령도 보인다.
그러자 한 병사가 소라를 길게 계속 불어댄다. 이어서 북소리와 다시 떠나갈 듯한 환호소리들.
강장자와 연화가 손을 흔든다. 외국선원들도, 백성들도, 군사들도 모두 손을 흔든다.
배 위의 사람들도 이들에게 답례로 손을 흔든다.
왕륭이 고개짓을 하자 어린 왕건이 뱃머리에서 큰 소리로 외친다.
왕건 : 돛을 올려라.
군사 : 돛을 올리랍신다.
드디어 돛폭이 오르면서 배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왕건의 지시와 이를 받는 군사의 복창 소리가 북소리와 함께 계속 이어진다.
궁예가 그런 모습을 신기한 듯 보고 있다.
왕건 : 좌현, 노를 저어라... (사이).... 우현, 노를 저어라. (사이) 돛줄을 올리고 선병은 선수를 틀어라.
왕건의 지시와 복창소리에 의해 선원(군사)들이 부산하게 돌아가고 있다.
거대한 목선 두 척이 바람을 맞으며 포구를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
그런 소년의 모습을 왕륭과 두 사부가 흐뭇하게 보고 있고 저만큼에서 궁예가 여전히 홀린 듯 빠져들며 보고 있다.
그런 궁예를 보며 종간이 말한다.
종간 : 무얼 그리 열심히 보십니까?
궁예 : 신기하지 않습니까? 저 어린 아이의 명령에 따라서 이 큰 배가 움직이고 있습니다. 참으로 영특한 아이입니다.
종간 : 여섯 살부터 바다에서 컸다고 하였습니다.
궁예 : 그렇다고는 하지만 너무 똑똑해요. 빈틈이라고는 찾아 볼 수가 없지 않습니까?
저런 아이는 처음 봅니다. 대단한 아이예요. 정말 대단해.
종간 : 그토록 마음에 드십니까?
궁예 : 그렇다마다.....
종간 : (한참을 보다가) 스님, 너무 정을 두지 마십시오.
궁예 : ........?
종간 : 잘못된 인연이십니다. 스님과 저 왕건이란 아이는 상극의 운이올습니다.
궁예 : 무슨 소리입니까?
종간 : 아까도 말씀드리려다 못했는데... 저 아이의 운은 스님의 운을 밟고 있습니다.
살생극, 즉 서로가 죽이지 않으면 죽어야 할 극한의 운수라는 뜻이옵니다.
궁예 : 아니, 사형......?
종간 : 저의 말을 깊이 새겨 주시오소서. 저 아이는 결코 가까이해서는 아니되옵니다. 스님께는 불행과 화근의 덩어리옵니다.
궁예 : ........?
왕건은 여전히 신명이 나서 명을 내리고 있다.
왕건 : 선병은 무얼 하느냐? 방향을 더 틀어라, 좌로 더 틀어라.
궁예 : .........?
종간 : 용의 머리는 둘 일 수가 없사옵니다. 그럼에도 저 아이는 스님의 주인자리를 훔쳐내는
또 다른 주인의 상을 가지고 있사옵니다. 절대로 가까이 마오소서.
궁예 :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