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최고기온은 - 올해 36도, 94년 38.4도 열대야는 - 올해 24일 예상, 94년엔
36일 94년 더위 식힌 태풍… - 올해는 가능성 거의 없어
폭염으로 전국이 연일 펄펄 끓고 있다. 8일 경남 창녕의 낮 최고기온이 섭씨 39.2도까지 치솟은 것을 비롯해 경북 안동
37.4도, 전남 순천 36.5도 등 상당수 남부 지방 도시들이 섭씨 36도를 넘는 가마솥더위에 휩싸였다. 서울의 수은주도 35.5도까지 올라가
지난 7일(35도)에 이어 이틀 연속 고온 현상이 나타났다.
7월 하순부터 시작된 전국적인 무더위가 보름가량 이어지면서 폭염
환자들도 속출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6일 현재 열사병과 열 탈진, 열경련 등으로 병원을 찾은 온열질환자가 1081명을 기록,
한여름이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미 지난해 여름 동안 발생한 규모(1051명)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폭염이 지속되자 시민들 사이에선
"올여름이 유례없는 더위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1994년 여름과 비교하면 족탈불급 더위
특히
서울의 경우 지난달 22일 이후부터 16일 동안, 아울러 최근 닷새(4~8일) 동안 연속으로 열대야(熱帶夜·하루 중 가장 낮은 기온이 섭씨
25도 이상인 경우) 현상이 나타나면서 시민들의 체감 더위가 절정에 달한 상태다. 낮 동안에는 섭씨 33~35도 폭염에 시달리다 밤에도 열대야로
잠을 잘 못 이루는 날이 연속되면서 "더위를 견디기 어렵다"는 사람도 늘고 있다.
그러나 시민들이 '지독한 더위'라고 부르는 올여름 기온이 역대 최고 더위를
기록한 1994년과 비교해선 '족탈불급'인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기상청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1994년 여름에는 서울(38.4도)을 비롯해
대전(37.7도)과 광주(38.5도) 등지에서 낮 기온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하는 등 한반도 전체가 말 그대로 불볕더위에 휩싸였다. 대구의 경우
낮 기온이 섭씨 39.4도까지 치솟았다. 이에 반해 올여름 서울의 최고기온은 36도, 대전 35.8도, 대구 36.1도, 광주 36도 등으로
1994년보다는 훨씬 낮은 상태다.
서울의 경우 올해 7월 하순부터 이달 7일까지 17일 동안 하루 평균기온
평균값은 28.8도로 평년값(1981~2010년)인 26.3도에 2.5도 높지만 1994년 평균기온(30.3도)보다는 1.5도가 낮다. 최고기온
평균값도 1994년은 34.9도로 올해(32.4도)보다 2.5도나 높았다. 특히 1994년 여름은 섭씨 35도 이상 '이상 고온' 현상을 보인
날이 많았다. 7월 1일부터 8월 7일까지 38일 동안 서울의 낮 최고 기온이 35도 이상인 날은 12일로, 올해(4일)보다 세 배나 더
많았다. 1994년 여름 동안 찌는 듯한 더위가 밤낮없이 이어지면서 서울에선 열대야현상이 36일이나 이어졌다. 올해는 8월 8일까지 16일
발생했다. 앞으로 일주일가량 열대야가 더 생길 것으로 예보돼 역대 2위(23일)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있다.
◇한강변에
침구류 들고 노숙 진풍경도
서울의 낮 기온이 섭씨 38.4도까지 치솟아
기상 관측이 시작된 1908년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1994년 7월 24일의 폭염 상황을 보도한 본지 기사.
유례없는 폭염이 닥친 1994년 여름엔 각종 진풍경도 벌어졌다. 그해 7월 여름밤 한강 잠실
선착장에는 연이은 열대야를 견디지 못한 700여 명의 시민이 침구류를 들고 강변에 나와 '노숙 피서'에 나서기도 했다. 게다가 극심한 가뭄까지
겹쳐 정부는 "농촌 일을 도우라"며 가뭄지역 장병 1만7000명에게 긴급 휴가령을 내리기도 했다. 하루에 12명이 물놀이 중 목숨을 잃는 대형
사고가 발생하고, 북한 김일성의 사망(1994년 7월 8일) 이후 폭염이 지속된 것을 두고 "김일성의 저주 아니냐"는 말이 돌기도
했다.
1994년 폭염은 전국적으로 3384명, 서울에서만 1056명을 숨지게 했다. 고온 현상이 이어지면서
폭염으로 인한 직접 사망자뿐 아니라 노약자와 심혈관계 질환 환자 등이 무더위 영향으로 조기 사망하면서 사망률을 급격하게 높인 것으로 사후
분석됐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1994년엔 서해에 자리 잡은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 전체를 '찜통'처럼 덮었다"면서
"그러나 올여름의 경우 1994년과 달리 중국 동북부 쪽에서 형성된 뜨거운 공기가 편서풍을 타고 한국으로 넘어오면서 더위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1994년에도 잠시 숨 쉴 틈은 있었다. 그해 7월 말과 8월 초에 2개의 태풍이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면서 잠시나마 더위를 식혀줬다.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현재 5호 태풍 오마이스가 일본 동쪽 해상을 향하고 있어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지극히 낮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