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K2클린 마운틴 원정대/한왕용 대장 고소캠프 오가며 쓰레기 2톤 수거
그 많은 쓰레기들은 누가 다 버렸을까 글 김영미 원정대원(강릉대OB)·사진 원정대
 |
◇ 캠프2 눈 속에 얼어붙은 부서진 텐트잔해를 수거중인 한왕용 대장(오른쪽)과 하이포터들. |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 그 순수하고 하얀 만년설에 인간의 발길이 닿은 뒤로 산소통, 통조림 깡통, 텐트, 가스통, 건전지, 로프 등 각종 쓰레기들이 방치되어 왔다.
한국은 현재 한 해에 20~30여 개의 팀(팀당 3~20명)이 히말라야를 등반할 정도로 세계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히말라야 등반 국가이다.
하지만 등반을 마치고 쓰레기를 수거하지 않고 오는 경우가 다반사여서 피할 수 없는 부끄러운 현실이다.
이젠 산을 오르는 것보다는 그 산을 보호해야 할 시점이 온 것이다.
한왕용 대장(에델바이스 아웃도어)은 2000년 K2 등반 때 겪은 어려움 때문에 모든 장비를 철거하지 못하고 탈출해야만 했지만 반드시 다시 돌아와 남겨 놓은 쓰레기를 수거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올해 K2 등정 50주년을 맞이하여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2004 한국 클린 마운틴 원정대’를 꾸렸다.
현지 환경단체 MGPO와 기자회견
6월 9일 새벽 4시. 클린마운틴 원정대는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에 도착했다.
원정대는 이곳에서 이틀 간 체류하며 두 가지 큰 일정을 수행했다.
첫째는 화물 통관, 등반 허가서 수령 및 정부 연락관 미팅 등으로 대표되는 각종 행정 처리, 두 번째는 이곳 파키스탄의 가장 주도적인 환경단체인 ‘산과 빙하 보호단체(MGPO; Mountain & Glacier Protection Organization)’과의 공동 기자회견이다.
6월 10일 12시부터 시작되는 파키스탄 기자단과의 회견 때문에 이른 아침부터 등반 허가서 수령을 위해 관광성을 방문했다.
11시 30분, 기자회견장인 Best Western Hotel에 도착하여 파키스탄 전역에서 온 약 30여 명에 달하는 기자단의 지대한 관심으로 기자회견 전부터 한왕용 대장과 원정대에 인터뷰 요청이 쏟아져 공식 기자회견은 예정보다 약 20분 정도 늦게 시작 되었다.
먼저 MGPO에서 준비한 영상물을 상영했다.
전문 산악인들과 트레커들로 인한 히말라야 지역의 환경오염 실태를 담은 내용과 이 지역 환경보존을 위한 MGPO의 노력들을 소개한 영상이었다.
이어서 아이샤 칸 MGPO 회장과 한왕용 대장의 기조연설이 진행되었다.
한 대장은 2000년 자신의 K2 등반 때 겪은 어려움 때문에 탈출해야만 했던 일화를 소개하면서 반드시 다시 돌아와 남겨 놓은 쓰레기를 수거하겠다고 자신이 히말라야에게 했던 약속 이행을 위해 이번 원정을 기획하게 되었다는 요지의 연설을 하였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오후에는 한국에서 부친 화물이 통관되고 다음날인 11일에 드디어 카라코룸 히말라야로 가는 전진 도시 스카르두(Skardu)로 출발하였다.
비행 중 오른쪽으로 험봉 낭가파르바트(8125m)가 손에 잡힐 듯 시야에 들어오고, 곧이어 왼쪽 멀리 왕중왕 K2의 장엄한 삼각 피라미드가 주변 산군을 완전히 압도하며 솟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파격은 언제나 흥분과 파동을 동반하는지, 누렇게 메마른 도시 이슬라마바드를 떠나 드디어 시야에 들어온 흰 산의 모습에 원정대원 모두가 마냥 흥분된 모습이다.
스카르두에 도착하자마자 천신만고 끝에 낭가파르바트를 등정하고 파키스탄 대통령으로부터 훈장을 받은 이 지역 고소 포터들의 영웅인 라자 영입에 성공했다.
그렇게 각개전투 끝에 밤늦어서야 비로소 4명의 K2 등반 경험 고소 포터 영입에 성공했고, 나머지 고소 포터 확보는 그들에게 일임하기로 했다.
스카루드 2일째, 여느 등반대와 다름없이 등반 기간 중 먹을 김치를 담그고, 데포시켜 두었던 키친장비와 텐트, 등반장비들을 정리하며 재포장을 끝마쳤다.
그리고 다음날 아스콜리(Ascole)까지 지프 카라반이 이어졌다.
 |
◇ 베이스캠프 주변의 쓰레기 수거작업. 각국의 등반대들이 등반을 마치고 쓰레기를 태우고 제대로 뒷정리를 하지 않고 철수해 타다 남은 쓰레기와 잿더미가 많이 나왔다. |
문영식 단장 의료봉사활동도 펼쳐
14일 아침, K2 50주년을 맞이하여 많은 등반대들이 카라코룸을 찾아와 아스콜리엔 400여 명의 등반대들과 포터들이 북새통을 이룬다.
포터들에게 짐을 배분하고 황량한 고원 사막을 가로질러 베이스캠프를 향한 첫 도보 카라반이 시작되었다.
구름 한 점 없이 강렬하게 내리쬐는 12시간의 머나먼 카라반 끝에 도착한 줄라(Julah) 야영지를 지나 도보 카라반 2일차. 오늘은 카라코룸 히말라야의 오아시스 파유(Paiyu·3500m)에 도착하였다.
통상 파유에서 하루를 휴식하며 고소 적응을 한다.
그런 와중에 70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문영식 단장님은 오전 오후 2차에 걸쳐 포터들을 대상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였다.
열악한 장비와 부실한 영양 상태에서 무거운 짐을 수송하는 포터 대부분이 관절염, 근육통, 신경통 등으로 고생하고 있다.
의료봉사텐트 뒤로 진료를 받기 위해 포터들이 긴 행렬을 이루어 순서를 기다린다.
내일은 본격적인 빙하 카라반이 시작된다.
이곳 빙하 지역은 황량하기 그지없고 네팔의 트레킹과는 달리 채석장과도 같은 돌무더기 뿐 나무나 식물의 초록빛 향기를 찾아 볼 수 없는 삭막한 곳이다.
우르드카스를 지나 고로Ⅱ, 콩코르디아를 거쳐 브로드피크 베이스캠프를 지나 K2 베이스캠프(5100m)에 입성하기까지 7박 8일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거친 카라반을 안전히 끝내고 K2 베이스캠프에 도착하여 모든 정리가 끝나자 이제 우리에겐 베이스캠프와 고소 캠프에 버려진 쓰레기를 수거할 모든 준비가 되었다.
6월 20일 우리가 도착한 베이스캠프에는 총 10여 개 국가의 팀들이 있다.
K2를 처음 초등정한 이탈리아는 초등정한 날인 7월 30일을 기념하기 위해 산악인들이 한번에 30명씩 총 900명이 베이스캠프를 찾아온다고 한다.
7월 14일에는 K2 초등자인 라치델리(79세)가 고령에도 불구하고 베이스캠프에 도착하자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그리고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8000m 14좌를 완등한 스페인의 후아니또(48세) 또한 베이스캠프를 찾아오는 등 50주년 행사에 전 세계 많은 국가들이 참가하여 베이스캠프가 북적였다.
베이스캠프에 도착한 이후로 계속해서 눈이 내리기 시작하더니 6월 27일 오전까지 계속해서 내리는 눈에 모두들 발이 묶인 상태다.
오후에 해가 뜨기 시작하면서 눈 속에 묻힌 쓰레기들을 꺼내기 시작했는데 타다 남은 쓰레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28일 새벽 6시, 전 대원과 고소 포터들이 ABC(5500m)를 향했다.
ABC에는 철수되지 않은 텐트와 깡통들, 마저 먹지도 않은 과일 캔 쓰레기와 담프라 박스, 텐트의 바닥 비닐 등 심지어 유리 조각까지 눈에 묻혀있었다.
쓰레기를 캔과 비닐과 박스 등으로 분류해서 부대에 담으며 한국 캔들이 나올 때마다 한 대장은 지난 산행에 대한 부끄러움을 후배 대원들에게 이야기하였다.
이번 원정이 첫 히말라야 원정인 이인성 대원은 히말라야에 대한 동경과 환상이 가득했는데 실로 이런 모습을 보며 새로운 모습에 대해 조금 실망하는 눈빛이다.
6월 30일, 고소 포터들과 전 대원이 캠프에 올릴 장비와 식량을 가지고 ABC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6시. ABC에서 장비를 착용하고 캠프1(6100m)을 향한다.
일주일 만에 날씨가 맑아진 터라 캠프로 향하는 각국 원정대들이 긴 행렬을 이룬다.
K2 지형의 특성상 험악한 지형을 끼고 아주 가파른 설벽에 텐트 칠 자리가 좁은 캠프1에 텐트가 빼곡히 들어차 있다.
캠프1에서 고소 적응을 하며 고소 포터 절반은 베이스로 귀환하고 나머지 포터와 대원들은 캠프1에 남아 다음날 7월 1일 캠프2로 향했다.
캠프2로 출발한 지 2시간 정도 지났을 때 이인성 대원의 발걸음이 느려지기 시작했다.
두통 증세가 시작된 그를 하산을 시키고 얼마 가지 않아 이번엔 내가 구토를 했다.
청소를 한다는 것이 히말라야 경험이 부족한 두 대원들에겐 무리일 것 같아 결국 베테랑 한왕용 대장과 나관주 대원, 다와 셰르파와 두 명의 고소 포터가 캠프2(6800m)로 향한다.
 |
◇ 캠프2 구축작업을 하던 티벳팀이 자리를 다지다 눈속에 묻힌 텐트 잔해들을 캐내고 있다. |
외국팀들도 많은 쓰레기 보고 놀라
캠프2로 가는 길에 ‘하우스 침니’라는 어려운 코스가 있다.
이 코스를 가기 위해 많은 원정대들이 로프를 설치한다.
이곳 관광성 규정에는 등반이 끝나면 로프들을 다 회수해 오기로 되어 있는데 보통 원정대들이 정상 등정을 성공하고 나면 체력소진과 여러 가지 이유들로 그냥 캠프를 빠져나가기 바쁜 것이다.
쓰레기도 쓰레기지만 몇 년 지난 이 로프들을 방치하면 등반시 이를 이용할 우려가 있어 매우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고소 적응을 하며 캠프2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7월 2일 아침 캠프3(7100m)으로 향하는 길에 400m의 루트를 만들었다.
청소 등반을 하는 것이지만 다른 외국 원정대들이 만든 로프를 공짜로 쓸 수는 없었다.
로프를 설치하고 오래된 로프의 일부를 수거하는 작업을 하며 하산을 시작하였다.
생각보다 많은 양의 쓰레기에 다른 원정대들도 많이 놀란 듯 반응들이 각양각색이다.
간혹 지나가던 외국 원정대원들이 우리 캠프로 들어와 차를 마시며 “저 쓰레기 속에 우리나라의 쓰레기도 있는가?”라고 물어보는데 “그렇다”는 대답에 “미안하다”는 말을 하곤 한다.
적어도 이 자리에 함께 한 히말라야를 사랑하는 저들은 이번 등반을 마치면서, 혹은 다음 등반엔 깨끗한 원정대를 꾸릴 것으로 기대하고 그 분위기가 점차 확산되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7월 2일 캠프2까지 설치하고, 4일 아침엔 눈이 내리는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브로드피크 베이스캠프로 갔다.
브로드피크(8047m)는 지난해 한왕용 대장이 마지막 14좌를 했던 곳이고 그곳에 또한 한 대장의 지우고 싶은 지난 이야기들이 남아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곳 또한 잿더미 속의 타다 남은 쓰레기들이 있었고 모두 수거하여 K2 베이스캠프까지 가져왔다.
8일 새벽 2시에 베이스를 출발해 캠프2까지 이동하여 로프를 제거하는 작업을 하였다.
캠프 2에서 철수시키지 않아 부서진 텐트의 잔여물들과 로프들은 물론이고 오래된 것은 20년도 더 돼 보이는 산소가 가득 들어 있는 산소통도 무려 여섯 개나 캐냈다.
정상을 성공하고 캠프를 철수할 때 한번에 텐트를 수거했더라면 수월했을 일이 눈에 쌓이고 얼어 텐트 한 동을 캐내는데 10여 명이 서너 시간 이상을 소비해야 했다.
두 번에 걸쳐서 캠프3까지 찾아낸 텐트 수만 해도 6동이 넘는다.
정상 직전 마지막 캠프도 아니고 캠프2와 3에 이렇게 많은 텐트들을 철수하지 않고 하산한 것이 조금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였다.
눈을 파내고 나면 눈 속에 얼어붙은 텐트들을 뜯어내느라 안 좋은 날씨에 시간은 시간대로 걸리고 힘은 배로 드는 상황이다.
계속해서 내리는 눈과 강한 바람 때문에 등반조차 어려워 베이스에 다들 발이 묶인 상태에서 캠프2와 3을 청소하는 작업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낡아서 터지고 눈에 젖고 얼어서 그 무게가 엄청나 제거를 한 후 베이스까지 옮기는 작업도 수월하지만은 않다.
찢어진 텐트와 부러진 텐트 폴, 매트리스, 한글이 적힌 식량 봉투들…. 베이스에는 쓰레기가 점점 쌓여만 간다.
쌓여가는 쓰레기를 보고 K2 50주년을 맞이해서 취재 온 기자들의 눈길을 끌어 히말라야의 더러운 면모들이 세계 곳곳에 알려지게 됐다.
뿌듯하고 깨끗한 마음으로 귀국
23일에는 베이스캠프의 날씨가 맑게 개어 외국 원정대들은 모두들 고소 캠프를 가느라 정신 없지만 우리는 수거된 쓰레기들을 본격적으로 분리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생각보다 쓰레기 양이 많아 10여 명의 고소 포터들을 포함한 모든 대원들이 새벽 일찍 분리작업을 하였으나 오후 늦게야 작업을 마쳤다.
무거운 돌을 눌러 캔을 압축시키는 과정에 내용물이 터져 옷을 더럽히는가 하면 악취도 심해 난지도 못지않았다.
쓰레기를 분류해 포터들이 짐을 나를 수 있도록 25kg씩 재포장을 하자 그 무게가 무려 2톤 가량이나 되었다.
고소 캠프에서 수거한 산소통은 총 6개에 수거한 낡은 로프의 길이는 약 2000m 가까이 되었다.
쓰레기 분리를 하면서 생각보다 많이 쏟아져 나오는 한글을 보고 지난 일들을 가슴 깊이 반성한다.
7월 24일 우리와 함께 클린 캠페인을 하고 있는 MGPO의 아이샤 칸 회장이 베이스캠프에 도착했다.
아이샤 칸은 그 동안 발토로 빙하지역의 환경정화에 힘써왔었지만 이렇게 ABC까지 와서 실제로 버려지고 녹슨 쓰레기들을 보고 많이 놀랐다며 이렇게 좋은 일을 계획하고 파키스탄까지 찾아온 한왕용 대장에게 거듭 감사의 말을 전했다.
7월 26일, 100여 명의 포터와 대원들이 K2 베이스캠프를 떠났다.
베이스가 이미 정리되고 날짜가 정해진 만큼 한시라도 빨리 귀국하고 싶은 것이 대원들의 심정이다.
히말라야를 사랑해서 50여 일간의 긴 일정 동안 클린 캠페인을 했던 대원들에게는 히말라야만큼, 아니 그보다 더 많이 사랑하는 가족과 고국에 더 깨끗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가치라는 것은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많이 달라진다.
지금까지 8000m 14좌를 하고 지난 등반에 대한 반성의 의미로만 이번 산행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세계적인 자연유산인 히말라야를 보존하고 아끼는 산악인들의 마음가짐과 의식에 큰 변화가 있길 바란다.
이번 우리 클린마운틴 청소등반대를 시점으로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워 산을 사랑하고 산을 찾는 사람들에게 지구 환경의 중요성과 환경보호 정신을 다시 한번 고취시켰으리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