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카를 타고 다시 내려와 루체른으로 돌아왔다. 루체른 호수 크루즈가 옵션으로 있었지만 그냥 여기저기를 혼자 돌아다니고 싶은 마음에 길을 나섰다. 참 희한한 것은 어딜가도 한국사람이 많다. 다른 곳에서 그리 많이 보지 못했는데 이곳 스위스에 오니 많이 보게 된다.
‘하긴 한국에서 얼마나 스위스를 동경했어? 나도 그런데’
유럽에 유명하다는 곳은 빠지지 않고 가는 한국 여행자들의 부지런함이 보기 나쁘지 않다. 조금 초췌해 보이기는 하지만. 혼자 루체른에서 버스를 타고 인터라켄을 가보았다. 역앞에 도착을 했는데 한국 여행자들 정말 많다. 그 곳에 아마도 한국 사람들이 많이 투숙하는 민박집이나 호스텔이 있나보다. 역에서 멀지 않는 곳까지 그냥 한 3~4킬로를 걸었다. 이동의 어려움이 없다보니 걷는 것도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아마도 루체른으로 흐를 법한 조그만 강줄기가 참 깨끗하다. 길가에 앉아 준비한 루체른에서 산 샌드위치를 입에 물었다.
그 때쯤 저 먼발치에서 한국 여행자들로 보이는 3분이 내 쪽으로 걸어오고 있다.
“한국분이세요?”
“네~”
“혼자오셨어요?”
“네~ 그런데 팀은 있어요. 지금 혼자 돌아다니는 거죠”
“아~단체팩이세요?”
“컨티키라구 그거 하고 있어요”
“아~야 우리도 밥먹자”
그래서 그들이 꺼낸 것은 아침에 숙소에서 데워온 햇반과 김 그리고 고추장이다.
보기만 해도 입에 침이 흐르는 것을 보면 한국사람은 어딜 가도 못 속인단 말이 맞는가 보다. 남 먹는 거 쳐다보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추잡스런 것이라는데.
“저 먼저 일어날께요. 식사들 하세요”
“같이 드세요”
“에이 괜히 폐끼치자나요”
“드세요. 어떻게 참새가 그냥 지나가요”
‘호호호 내심 꿀꺽꿀꺽 침 생키고 있었는데, 함 꼽싸리 낄까?’
“그럼 염치불구하고 좀 끼겠습니다”
김을 싸서 먹으니 김이 그렇게 맛있는 줄 몰랐고 고추장을 손으로 찍어 먹는데 고추장이 그렇게 달콤한지 몰랐다.
“진짜 맛있네요. 여행중엔 거의 양식만 먹었는데”
“그래여? 우린 돈 아낄라고 매번 이렇게 먹죠. 음식배낭을 하나 가지고 다녀요”
“네~진짜 맛있게 먹었으니 제가 음료수 쏠께요”
그리곤 자리를 파하고 조그만 슈퍼에서 콜라 4개를 사왔다.
콜라를 마시고 치밀어 오르는 트림을 꾹 참고 있을 무렵 누군가 뒤에서 날 툭 친다.
“HEY JIMBO! YOUR FRIENS?"
"크억~“
“OH SHIT! JIMBO! WHAT ARE YOU XXXXXXX ABOUT?"
"SO SORRY~ BUT YOU HIT ME WHEN I WAS HARDLY BEARING THE SHIT"
"ALRIGHT ALRIGHT~YOU CAN SPIT OUT YOUR SALIVA. WE'RE TEAM. BY THE WAY WHO THEY ARE? SAME COUNTRY?"
"YAP, THESE ARE KOREAN BACKPACKERS. WHY DON'T WE GREET TOGETHER?"
“저기 왜 외국인들하고 아는 척 하세여?”
“컨티키하거든여”
“그게 뭐예여?”
“외국애들하고 하는 건데여. 그냥 편하고 재밌어요. 공부도 되고”
“영어 잘하시나 봐여”
“잘하긴여. 토익시험도 안쳐봤어요.아마 700이나 나올라나?”
“그래여? 그런게 있는 줄은 몰랐네여”
“HEY JIMBO! WHAT ARE YOU TALKING ABOUT?"
"AH! SORRY KATHEL. THIS BACKPACKERS TOLD ME THAT YOU LOOK SO NICE"
"HEY JIMBO! DON'T MAKE FOOLISH AND I'M NOT A GAY"
남자들의 말에 약간은 당황을 했는가 보다. 괜한 장난끼에 그사람들과 캐쎌을 두고 화장실 간다고 그 자리를 피했다. 화장실을 갈 목적도 있지만 그냥 장나끼가 생긴다. 사람들의 어리둥절함과 캐쎌의 표정이 웃긴다. 한 10분여를 있다 오니 다들 사라지고 없다.
‘이런~뭐야~’
시간은 한참을 흘러 루체른 맥도날드 앞에서 모여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필라투스로 올라가고 있다. 절경이 오늘 보니 더욱 빼어난 것 같다.
‘아~~진짜 아무생각없이 좋네’
이런 생각들 속에서 저녁식사를 마치고 파티를 한단다. 다들 시트를 걷어 온몸에 둘렀다. 오늘은 아무래도 뭔일이 일어날 것 같은 불길한 징조다. 하얀 시트 하나 속에 속옷만을 입은 우리 모두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불안하기 짝이 없다. 조그만 스테이지에 가라오케가 있다. 노래를 맛깔스럽게 하는 케서린이 휘트니 휴스턴의 알수 없는 제목의 노래를 정말 멋지게 부르고 있다. 백인인데도 깊은 쏘울의 음악이 되는 것이 참 멋지다.
투어매니저 매튜가 노래를 부른다. 제목에는 "NEW-YORK NEW-YORK"이라고 나와있다. 역시 재주가 많은 녀석이다. 이쯤되면 나도 불를때가 됐는데 하는 생각으로 괜시리 주변에 시선을 뿌리고 다닐 무렵 매튜가 피렌체의 기억을 이야기 한다. 아니나 다를까 매튜가 날 불렀고 기다렸다는 듯이 올라가 마이크를 잡았다.
“HEY GUYS! ALL YOU GUYS DON'T KNOW HOW I'M HUNGRY TO SING INFRON OF YOU GUYS. HMMM SMELL'S SO GOOD. IF MATHEW DIDN'T CALL ME, I MIGHT BE CHOPPED THIS MICROPHONE. ANYWAY, THIS TIME LET ME GET SOME REQUEST FROM YOU GUYS. WHAT DO YOU GUYS WANNA TAKE SONG? BALLAD OR ROCK?"
"....."
아무도 대답이 없다.
“OK, THEN LET ME MIX THIS MOOD TO THE CRAZY SESSION. FIRST SONG IS GONNA THIS WAY"
그리곤 리스트 중에서 "SEPTEMBER"를 찾았다. 좋아하는 환호성에 열심히들 따라 불렀다. 간주가 나올 무렵 애들의 장난끼도 슬슬 발휘가 되고 마이크도 건내서 서로가 부르며 좋아하고 있다. 그 즈음 컨티키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음악 DJ ODZY의 ‘HEY BABY'를 눌러 바로 연결을 했다. 하지만 마이크 한번 잡아보지 못하고 그 조금한 스테이지는 20명 가까이 채워졌다. 사람 즐기는 것이 다 똑같은 거지. 하얀옷에 와인을 쏟고 속옷이 비치는 지도 모르고 정신없이 노는 이 젊음! 이 순간 만큼은 모든 것에 대해 자유롭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