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침 눈을 떴는데 두 다리와 한쪽 팔이 없어졌다면 과연 어떤 감정이 들까요? 이것은 허구의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로 경험한 분의 이야기입니다. 황금스님은 25살 때 큰 교통사고로 정신을 잃고 3일 후 병실에서 눈을 뜨니 두 다리와 한쪽 팔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건강했던 자신의 모습이 일순간에 무너져 내려 삶을 포기하고 세 번이나 자살시도를 하였습니다. 그러나 세 번의 시도에도 죽지 않게 되었고 그것을 계기로 '세상이 나를 필요로 해서 나를 죽게 내버려 두지 않는구나' 생각하고 두 다리와 한쪽 팔은 없지만 남은 한 팔로 삶을 움켜쥐었습니다.
힘 자라는 데까지 열심히 일을 하고 이웃의 일도 도왔습니다. 18년 동안 직접 사찰을 지어 포교활동도 이어갑니다. 물론 외출은 물론 화장실 출입까지 불편한 점은 많지만 그것은 다만 불편한 것일 뿐 불행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남들이 한 번에 30미터를 갈 때 스님은 하루에 1미터를 가면 30일 후에는 남들과 같이 30미터를 가는 것이라고 스님은 말합니다. 조금 늦어지는 것일 뿐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은 같다는 말씀입니다.
우리는 남들보다 조금 늦거나 뒤처지면 괴로워하고 원망하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세상과 주변을 바꾸려고 하지만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스님은 남들보다 뒤처질 것이고 부족하고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그러나 남들보다 조금 더 움직이고 주변 환경에 순응하며 남은 한 손으로 세상을 딛고 일어섰습니다. 세상을 원망하고 주변환경을 거부하는 것을 택하는 대신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주변환경에 맞춰 살아가면서 스스로의 다짐과 실질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 지혜로운 길임을 몸소 보여주시는 것입니다.
'세상을 가죽으로 덮으려 하지 말라. 오직 자신의 두 발만 가죽으로 덮으면 되리니.' <입보리행론>
돈이 없어서, 몸이 아파서, 흙수저라서, 군대라서 무엇이 부족하고 무엇이 어렵고 무엇 때문에 힘들다.. 하나하나 불편한 것을 개선하려고 애쓰고, 설사 개선한다 하더라도 또 다른 불편함이 계속해서 생겨나기 마련입니다. 오직 자신의 두 발을 지킬 신발을 심으면 가시밭길을 만나도 진흙길을 만나도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의 마음만 바꾼다면 어떤 불편함이 찾아와도 그것을 이겨낼 수 있는 것입니다.
아무리 세균을 없애려 해도 면역력이 약하면 건강하기 어렵지만 내 면역력을 강하게 해 놓으면 세균을 이겨내고 건강할 수 있습니다. 살아가면서 어떤 일을 당하더라도 내 마음이 바위와 같이 굳건하면 불행은 불행이 아니라 교훈이 되어 앞으로 전진하는 힘의 원천이 됩니다. 이것이 바로 부처님의 행복론이고 불자가 나아가야 할 방향입니다.
막연히 내가 원하는 바가 이루어지길 염원할 것이 아니라 원하는 바가 이루어지지 않아도 흔들리지 않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내 마음 대로 되는 것은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나 자신조차 원하는 대로 하기 힘든데 하물며 남은 어떻겠는가? 부모님, 남편, 아내, 자식, 주변사람, 그 누구도 내 마음 대로 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사람과 사람이 모여 사는 인생에서 이 점을 꼭 명심해야 합니다.
둘째, 면역력을 기르듯 수행에 힘써야 합니다.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이고 그런 상황에서 비바람이 몰아쳐도 꿈쩍도 하지 않는 커다란 바위처럼 굳건해지려면 매일매일 수행에 힘써야 합니다.
세상사가 내 마음 대로 되지 않음을 알고 그것에 연연해 하지 않으면 불행이 면역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백신이 될 수 있습니다.
'욕설과 비방으로 지혜로운 이를 어쩌지 못함은 큰 바위에 폭우가 쏟아져도 부서지지 않음과 같다. 비방과 칭찬, 괴로움과 즐거움을 만나도 지혜로운 사람은 흔들리지 않는다.' <잡보장경>
스님은 "한 손이 있기에 외롭지 않고 내가 살아갈 수 있다 이것이 황금손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불편하다고 해서 불행한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오늘도 아침에 눈을 뜰 수 있고, 두 손으로 세수를 하고 두 다리로 어디든 갈 수 있고, 지금 이 법문을 듣고 있습니다. 이 사실만으로도 여러분은 충분히 행복한 분이며 앞으로의 삶도 행복한 나날로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