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대회에 다녀온 지 1주일이 되었습니다. 3월이 시작되면서 첫 일요일을 맞이합니다. 추위도 물러가고 햇살이 좋은 한낮에는 수은주가 두자리수까지 올라갑니다. 두꺼운 외투를 챙겨 입는 날도 점점 줄어듭니다. 세상 그 누구도, 어떤 힘으로도 막을 수 없는 계절의 수레바퀴가 멈추지 않고 돌아가고 있습니다. 뭇 사람들의 마음속에 희망을 품게 하는 봄처녀의 발자국 소리가 환청처럼 들려옵니다.
밀양은 우리가 살고 있는 부산에서는 비교적 가까운 거리라 가야지에서는 새해 첫 대회로 매년 참가해오고 있습니다. 올해도 13명의 회원들이 함께하며 달리고 응원을 하였습니다. 여러 분이 운전 봉사를 해주셨고 달하니님은 멀리 수원에서 내려와 자리를 빛내 주셨습니다.
밀양대회에 참가해 보면 다른 대회에서는 느낄 수 없는 점이 있습니다. 주로 인근의 마을 사람들이 대거 나와서 북을 두드리거나 환호를 하면서 달리미들을 응원하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제공하는 먹거리가 풍족해서 단체나 개인으로 대회에 참가한 사람들이 대회장 주변 식당에서 회식을 하지 않고 바로 집으로 돌아가는 일이 빈번합니다. 그러나 우리 가야지는 밀양이 고향인 허해원, 허무성 형제의 지인이 운영하는 식당(백송가든)이 운동장 근처에 있어 마치 명절에 고향집에서 식사를 하듯 마음 편하게 음식을 즐기며 환담을 나눌 수 있어 좋습니다. 이번에도 오리 백숙과 돼지불고기로 맛있게 포식을 하였습니다. 식당 주인장한테 절로 고맙다는 인사말이 나왔습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일찌감치 하프 코스를 신청하고 훈련을 단단히 해서 대회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는데 큰 차질이 생겼습니다. 겨울방학을 맞아 훈련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지만 감기에 발목을 잡혀 한 달 넘게 달리기를 하지 못했습니다. 급기야는 대회를 한 달여 앞두고 몸 상태와 훈련 부족을 감안하여 10km로 바꾸어 달리기로 마음을 정했습니다. 대회장인 밀양에 도착하고서도 나의 코스는 10km였습니다. 그런데 스탠드에서 스트레칭을 하고 운동장에 내려가서 워밍업으로 운동장을 한 바퀴 달리고 나니 마음에 동요가 일어났습니다. 출발을 위해 10km 주자들이 운동장 필드에 모여 서고, 하프 주자들이 출발선 뒤 트랙에 길게 늘어섰습니다. 운동장 필드 10km 주자들 무리에서 서성거리다가 출발 총성이 울리기 직전에 하프 주자들 후미에 붙었습니다.
갑작스러운 변심은 고난의 시작이었습니다. 완주를 위해 가는 길은 거의 걷는 속도로 자제를 하였습니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는 어느 남자분은 달리기와 걷기를 반복했는데도 느리지만 계속 달리고 있는 나와 비슷한 속도였습니다. 돌아오는 길은 뒷바람이 불어 조금 위안이 되었지만 오른쪽 어깨쭉지에 통증이 올라와 물파스의 도움으로 진통을 하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번 기회에 오래전에 등산을 하다가 바위에 부딪쳐 점점 커져 지금은 메추리알 만하게 손에 잡히는 혹을 수술해버릴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걷지 않고 슬로우 마라톤을 하듯이 달렸더니 하프 기록이 3시간 4초 전이었습니다. 내 뒤에는 10명도 되지 않는 주자들만 남았습니다. 그래도 걷지 않고 완주를 한 것에 자족하였습니다. 평범한 진리도 재차 실감하였습니다. 유비무한이라고. 봄기운이 만물을 깨우듯 새봄이 오면 내 몸에도 생기를 불어넣어 경쾌하게 달릴 수 있도록 몸을 잘 다스려 보겠습니다.
密陽大會
今年大會初出戰
伽倻會員密陽集
人山人海會場濫
健脚覇氣衝冬天
走路北向四方山
中天太陽照背部
路邊會旗乘風舞
村民打鼓給應援
밀양대회
올해 대회
첫 출전을 위해
가야지 회원들이
밀양에 모였다.
인산인해로
대회장이 넘쳐나고
건각들의 패기가
겨울 하늘을 찌른다.
주로는 북쪽을 향하고
사방은 산인데
중천의 태양이
등을 비춘다.
길가에서는 대회 깃발이
바람을 타고 춤을 추고
마을 사람들이 북을 치며
응원을 보낸다.
첫댓글 올해에는 몸을 잘 다스려 예전의 건강한 모습으로 달릴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태암 형님 훈련장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회복되면 언제든 훈련장을 찾아주세요.
달리기 하기 좋은 계절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정기훈련에 자주 참석하시어 건강과 친목을 함께 챙기시기 바랍니다. 응원하겠습니다.
마라톤 그 자체가 고통입니다. 정신적 고통보다 육체적 고통이 더 힘들다는 것 한살두살 먹어감에 실감합니다, 이제 나이에 맞게 10km만 달려야 현명하겠지만 그 고통을 즐기는 제 자신도 참 미련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고통과 성취감은 비례하지 않음을 알고있지만 제 자신도 태암님 처럼 하프를 달리는 것 같습니다."치우친 고집은 영원한 병이다."라고 했는데 저도 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