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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수란 무엇인가
좋은 물이란 어떤 물을 말하는 것인가. 우선 수온이 1년 내내 변함이 없고, 냄새가 나지 않아야 되며, 각종 미네랄과 용해성 무기질을 적당량 함유하고 있으며, 유리성 탄산가스를 알맞게 함유한 약한 산성이어야 한다. 완벽한 물이라면 인체에 해로운 균이나 유독한 성분이 없어야 함은 물론이다.
예로부터 물 한 모금 마시는 것도 함부로 하지 않고 까다롭게 따졌던 품천가(品泉家)들은 맑고, 차고, 부드럽고, 가볍고, 아름답고, 맛이 좋고, 냄새가 나지 않으며, 탈이 없는 물을 최고로 쳐주었다. 이를 물의 여덟 가지 덕목이라 한다.
- 그렇다면 도대체 약수(藥水)란 무엇인가? 우리가 ‘약수’라고 부르는 물은 지하수에 포함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샘물뿐만이 아니라 동네 뒷산의 석간수는 물론이요, 땅에서 뽑아 올린 지하수도 쉽게 약수라 부른다. 아마도 이는 상수원이 오염되면서 무공해 지하수나 생수를 마시는 것만으로도 ‘약발’을 받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세계 각지에도 약수가 있지만 불교와 한의학의 영향을 받은 우리 민족은 다른 민족보다 약수에 대한 믿음과 관심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다.
법적 측면에서의 약수의 정의는 ‘먹는 물 관리법’ 제3조 2호에 정의된 ‘샘물이란 암반대수층(岩盤帶水層) 안의 지하수 또는 용천수(湧泉水) 등 수질의 안전성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자연 상태의 깨끗한 물을 먹는 용도로 사용할 원수를 말한다’로 되어 있다.
이 글에서는 땅속에서 솟아나는 샘물로서 가스·고형물질 등을 다량으로 함유한 광천수만 약수로 부르겠다. 우선 약수에는 탄산가스와 산소·철분·칼슘·칼륨·라듐·나트륨·불소·무기물질 등 각종 광물질이 포함되어 있어 함유된 성분에 따라 독특한 맛을 낸다. 또 사이다처럼 작은 거품이 일어나며, 혀끝을 톡 쏘는 듯한 자극성도 있다.
약수의 효과는 소화불량·위장병 등의 치유능력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다음으로 피부병·신경통·안질·빈혈·부인병 등에 약효가 있다고 한다. 약수터 주변에서 채록된 이야기를 살펴보면 나병에 효과를 봤다는 내용도 적지 않다.
이런 이야기들은 대부분 약수를 먹고 효과를 본 사람들이나 약수터 주변의 주민들에 의해 입소문으로 퍼진 것이지만, 약수터 인근 주민들이 사람들을 더 끌어들이기 위해 약효를 과장되게 선전하는 경우도 있다. 또 약수의 영험을 높이기 위한 선전으로 신선·용·선녀·거북이·두꺼비 등의 동물이나 도교·불교 등의 종교와 약수를 관련지어 미화하고 과장하려는 경향도 보인다. 그렇지만 과학적으로는 아직 약수의 약효가 완전히 증명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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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좌)약수터 주변에는 치병을 기원하며 쌓은 돌탑이 많다. (우)방아다리약수터에 세워져 있는 용신각. 수객들의 소원을 들어주고 있다.
약수의 활용법
그렇다면 약수는 어떻게 활용하는가. 우선 마시는 방법이 있다. 약수로 병을 고친 사람들은 ‘처음에는 천천히 적게 마시다가 점차 양과 횟수를 늘려나가는 것’이 적당한 음용방법이라고 말한다. 그들은 또 입에 약수를 머금고 씹듯이 마시라고 권한다. 약수로 입안을 헹군 다음 씹듯이 넘기면 구강빈혈이나 풍치에도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약수를 마실 때 오징어나 엿 등을 곁들이기도 하는데, 이는 약수를 많이 마셔도 물리지 않게끔 하기 위한 방편이다. 또 아토피 등의 피부병은 상처에 약수를 바르거나 목욕하는 방법도 있다.
요리를 할 때도 약수를 쓴다. 닭·오리·꿩이나 약초 등을 넣어 탕으로 끓이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 중에서 제일 흔한 게 닭백숙이다. 양양 오색약수, 홍천 삼봉약수, 봉화 오전약수, 청송 달기약수 등 우리나라 웬만한 약수탕 입구에는 약수닭백숙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 즐비하다. 약수로 요리한 백숙은 일반 샘물로 끓인 백숙보다 훨씬 고소하고 담백하다.
약수로 밥을 지어 먹는 방법도 있다. 약물 성분이 강하면 강할수록 밥에 푸른 기운이 돈다. 흰 쌀밥이 푸르스름하게 변한 것을 보면 신기한 생각이 들기도 하고, 진짜 신비로운 기운이 깃들어 있는 것같이 여겨진다. 약수로 한 밥은 더 고소하고 쫄깃쫄깃하다. 이 외에도 술을 담글 때 약수를 쓰기도 한다. 강원도 방아다리약수터 근처에서는 약수로 담근 약수막걸리를 파는데 그 맛과 향이 아주 독특하다. 한 잔만으로도 취할 정도로 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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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약수로 삶은 백숙 요리.
이것만은 알아두자
>>탄산약수 마실 때 주의할 점
오염된 물은 절대로 먹지 말아야 한다. 과거에 아무리 약효가 뛰어났다고 해도 오염된 약수는 절대로 입도 대지 말아야 한다. 약수의 원천인 지하수 상류에 오염원이 있으면 그 약수는 이미 독약이 된다. 요즈음에는 오염된 물에는 경고표지판을 붙여 놓는 데가 많으니 이를 믿는 게 좋다.
만약 주의를 하였는데도 병균에 감염되어 열이 나고 복통이 심할 때는 즉시 전문의에게 치료를 받아야 한다. 면역성이 떨어지는 어린이들일수록 병균에 감염될 확률이 높다. 약수에서 가장 많이 생기는 병은 발열과 복통이다. 흐르지 않고 고여 있는 물을 마시면 이러한 증상이 나타날 확률이 높다.
>>탄산약수 “약효 있다” VS “독약이다”
약수는 소화불량·위장병 치유능력의 효과가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다음으로 피부병·신경통·안질·빈혈·부인병 등에 약효가 있다고 전하고, 심지어는 머리가 좋아진다는 약수도 있다.
강원도 홍천의 삼봉약수는 위장병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약수터 바로 옆의 2층짜리 산장은 병을 치료하려는 사람들이 장기 투숙하는 곳. 투숙객들은 “실제로 불치병을 치료하고 나간 이도 많다”며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춘천 추곡약수의 효능도 널리 알려져 있다. 추곡약수의 가장 큰 효능 역시 위장병. 소화기능이 약해 장염·위염으로 수십 년간 고생했던 사람이 이곳에서 몇 개월 생활하며 완치한 사례가 많다. 경기도 고양에 사는 한 주부는 아들의 아토피를 이 약수로 완치했다고 한다. 아파트 생활을 하면서 아이가 아토피 증상으로 괴로워하자 그녀는 한 달에 한 번씩 추곡약수터를 찾아 약수를 길어갔다.
“추곡약수터 물은 병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놨다가 세수를 하거나 가려운 부위에 발라준 후 그대로 말리면 가려움이 없어졌어요.” 그는 이렇게 1~2년을 치료하니 아토피가 말끔하게 사라졌다고 한다.
이렇듯 삼봉약수와 추곡약수뿐만 아니라 전국의 유명 약수탕에는 치병 사례가 적지 않게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아직 탄산약수의 약효는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 탄산약수를 부정하는 학자들은 이런 탄산약수를 독수(毒水)라고 주장한다.
환경기술연구소 환경과학박사인 권숙표 연세대 명예교수는 오래전부터 저서를 통해 이런 의견을 발표했다. 권 교수는 “어떤 약수터에서 철분·마그네슘·칼슘 등의 미네랄이 많은 것을 마치 자랑처럼 떠드는데, 이런 무기물은 불용성이라 식물만이 흡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과다섭취하게 되면 인체의 신장·동맥·혈액 등에 축적되어 심각한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권 교수는 저서에서 “적당한 식이요법으로 필요한 미네랄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음에도 다량의 불순하고 바람직하지 못한 무기 미네랄을 섭취하는 어리석음은 하루속히 없어져야 한다”며 “미네랄을 얻기 위해서는 차라리 유기미네랄이 함유된 사과 한 개, 멸치 한 마리를 먹는 게 더 빠르고 안전한 길”이라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