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남산에 가면 이따금 참새들을 볼 수 있습니다.
농촌의 참새들이 진수성찬을 만끽할 때 도시의 참새들은 풀씨들을 쪼아댑니다.
으쨌거나 저쨌거나 참새들은 자연이 먹여 살립니다.
반면 사람들이 먹여 살리는 새도 있습니다.
도시에 완벽히 적응한 청소부, 비둘기입니다.
자연이라는 치열한 생존 현장에 내몰리지 않으니 운동 부족으로 뚱땡이가 된 지 오랩니다.
사람들이 먹다가 흘리고 먹은 걸 다시 반납한 걸 맛나게도 주워 먹습니다.
목요일과 금요일, 연말연시에 비둘기들은 대목을 맞습니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잘 팔리던 서민의 술 소주값이 많이도 올랐습니다.
어지간한 식당에서는 5천 원씩 하니 음식값에 맞먹을 정도가 됐습니다.
아껴 먹어서 그런가요?
아침이면 흔하게 보던 버스정류장 근처의 비둘기 모이들 보기가 힘들어졌습니다.
자연히 사람들 발길 사이를 오가던 비둘기들 본 지도 꽤 된 것 같습니다.
이수역 비둘기들은 어디로 갔을까요?
쌩뚱맞게 갑자기 비둘기 생각이 났습니다. ~^.^~
♥정신 나간 정신과 의사♥
레지던트 시절, 저를 찾아오는 환자들은 굳이 보험처리를 거부했습니다.
정신과 진료기록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였습니다.
감기만 걸려도 동네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마음의 병은 수 년이나 키운 뒤에야 진료실 문을 두드려 안타까웠습니다.
''정신과는 미친 사람들만 가는 데라는 편견이 있잖아요.''
저는 정신과 의사입니다.
제 환자들은 '누가 볼까 봐' 절 찾아오지 못합니다.
''아직까지 오지 못하신 분들은 얼마나 많을까?'
고민 상담 봉사라도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지만 봉사활동 센터에서 '상담 봉사' 자체가 없다고 해 그마저도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지난 2월, 빈 진료실에서 환자들을 기다리지 말고 제가 그분들을 찾아 나서기로 결심했습니다.
병원을 나오면서 정신 나간 것 아니냐, 혼자서만 착한 척한다는 손가락질에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15년 동안 고생한 끝에 얻은 안정된 사회적 지위도, 억대 연봉도 포기해야 했지만 저는 하나도 아깝지 않았습니다.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더 행복해졌으면 하는 마음에 고민하지 않고 병원을 나왔습니다.
저는 중고 탑차 하나를 사서 '찾아가는 고민 상담소'를 차렸습니다.
내부도 직접 아늑하게 꾸렸습니다.
학교, 마트, 도서관, 주민센터...
9개월째 매일 이 차를 타고 다니며 고민을 함께 나누기 위해 거리를 누비고 있습니다.
한 분도 만나지 못하는 날도 있습니다.
그래도 이젠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곳도 생기고, 절 기다리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런 분이 한 분이라도 계시면 그걸로 만족합니다.
'남들에게 피해 안 가게 죽고 싶다'는 노인 분께, '인생이 허무하다'는 주부에게, 크고 작은 고민을 안고 사는 사람들에게 저와의 만남이 전환점이 되길 바랍니다.
저는 계속 환자들을 찾아다닐 겁니다.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믿기 때문에 멈출 수가 없습니다.
마음의 병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습니다.
힘들거나 고민이 있을 때 혼자 끙끙 앓지 말고 누군가에게 털어놔 보세요.
행복 키우미가 달려가겠습니다.
-스브스뉴스 스토리/임재영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