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3일 “무능한 검찰독재정권 종식을 위해 맨 앞에서 싸우겠다”며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고 합니다.
조 전 장관은 이날 오후 부산 중구 민주공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국가 위기를 극복할 대안을 한발 앞서 제시하는 정당을 만들겠다”면서 이같이 밝혔다는 것입니다.
그는 “대한민국은 지금 외교·안보·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위기에 처해 있다.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도약하느냐 이대로 주저앉느냐 하는 기로에 서 있다”고 말하면서, “윤석열 정부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나. 정부 스스로 우리 평화를 위협하고 과학기술 경쟁력을 저하시키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조 전 장관은 “비판하는 언론을 통제하고, 정적 제거와 정치 혐오만 부추기는 검찰 독재정치, 민생을 외면하는 무능한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며 “4월 10일(총선)은 무도하고 무능한 윤석열 정권 심판뿐 아니라 복합 위기에 직면한 대한민국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지역 갈등·세대 갈등·남녀 갈등을 조장하고 이용하는 정치, 국가적 위기는 외면한 채 오직 선거 유불리만 생각하는 정치는 이제 끝장내야 한다”며 “갈등을 이용하는 정치가 아니라 갈등을 조정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합니다.
자녀 입시 비리와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장관은 지난 8일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은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는데, 조 전 장관은 선고 직후 입장문을 통해 대법원에 상고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한편 “4월 10일은 민주주의 퇴행과 대한민국의 후진국화를 막는 시작이 돼야 한다. 저의 작은 힘도 보태려 한다”며 총선 출마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이어 조 전 장관은 12일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만나 본격적인 정치 참여 의지를 밝히고 “다른 방법이 없다면 신당 창당을 통해서라도 윤석열 정권 심판과 총선 승리에 헌신하겠다”고 했다는데, 이에 문 전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안에서 함께 정치를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것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신당을 창당하는 불가피성을 이해한다”며 힘을 실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더민당에서 설마, 설마 하던 일이 정말 현실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1952년 4월 24일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이 일어났다.
제2대 국회의 내무위원장이던 서민호 의원이 지방선거 시찰차 전남 순천에 들렀다가 서창선 대위와 총격전을 벌였던 '서민호 사건'이다.
사건의 발단은 지극히 단순했다. 서 의원이 평화여관에서 지방유지들과 만찬을 하고 있는 데, 전남 병사구 사령부 파견 군의관인 서 대위가 이를 엿보다가 시비가 붙어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사건의 원인을 두고는 양측의 의견이 첨예하게 갈렸다. 검찰의 기소장에 의하면 만찬장에서 다툼을 벌이고 나가던 서 대위를 서 의원이 뒤에서 쏴 죽인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서 의원이나 변호인들은 서 대위가 수차례 총을 쏘았고, 생명의 위험을 느껴 사살한 정당방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이 사건은 여야 간 대립으로 번졌다. 국회에선 서 의원의 석방 결의안을 가결했고, 정부는 이를 구실로 5월 26일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당시 정부 입장에선 절호의 반격의 기회를 맞은 셈이었다. 서 의원이 거창 사건·국민방위군 사건 등을 통해 대정부 공격에 앞장섰고, 내각책임제 개헌도 적극 추진해왔기 때문이다. 사건은 소위 야당 의원들을 강제로 연행하는 부산 정치 파동으로 확산됐고, 이후 통과한 발췌개헌은 이승만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이어졌다.
제2·4대 국회의원으로 형법·형사소송법 제정을 주도한 효당 엄상섭(1907~60)은 1955년 당시 이승만 정권의 서민호 의원 사건 처리를 비판한 '서민호 사건과 설마'를 발표했다. '설마' 했던 순간에 예상치 못한 큰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기 위함이다.
첫 번째 '설마'는 다음과 같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7일 KBS와 대담에서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해 몰카 정치 공작이라며 사과를 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가 친북 성향의 최재형 목사로부터 명품백을 받게 된 경위와 배경을 설명하면서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것이 문제고 많이 아쉽다"고 밝혔다.
이어 정치공작이라는 점은 분명히 하면서도 "앞으로는 이런 일이 발행하지 않도록 더 분명하게 선을 그어 처신을 해야겠다"고 말했다. 보통사람의 상식에 비춰봤을 때 예상할 수 있는 '사과'나 '유감' 표명을 하지 않은 셈이다.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은 사실을 포착한 게 아니라 미끼를 던져 부정한 행위를 낚아올린, 전형적인 함정취재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함정취재에 대한 옳고 그름의 문제가 김 여사의 선물 수수 행위에 면죄부를 줄 순 없다. 선물을 받은 장본인이 김건희 여사가 아닌 다른 공적인 인물이었다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해명과 사과는 당연히 해야 한다.
정부 여당에서도 사과나 유감 표명이 없던 것을 두고 '설마…' 했던 모양새다. 씁쓸한 뒷말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당 인사는 탄식을 하며 이렇게 말했다.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는 한 마디는 있어야 하지 않나. 설마 그렇게 표현할 줄은 몰랐다.“
두 번째 '설마'도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 8일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징역 2년을 받은 항소심 선고 이후 취재진에게 "많이 부족하고 여러 흠이 있지만 여기서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길을 걸어가겠다"며 "검찰 개혁을 추진하다가 무수히 찔리고 베였지만 그만두지 않고 검찰 독재의 횡포를 막는 일에 나설 것"이라며 정치 참여를 예고했다. 13일엔 4·10 총선과 관련해 구체적인 입장 발표를 할 계획이다.
정가에서는 조 전 장관이 이른바 '조국 신당'을 창당한 뒤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으로 합류해 4월 총선에서 비례대표를 얻어내고자 시도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참으로 당황스럽다. 항소심에서조차 유죄를 선고 받은 상황에서 총선에 출마해 명예회복에 나선다는 발상 자체가 일반인으로선 납득하기 힘든 일이다.
더구나 국회가 공권력의 힘이 미치지 못해 범죄자들이 도망치는 소도인가. 국회는 불공정과 반칙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법을 만드는 입법의 공간이다. 설마 이 곳을 자신의 허물을 덮으려는 공간으로 사용하려는 발상이 놀라울 정도다. 얼마나 더 많은 '설마'가 나와야 자신의 부끄러움을 알 것인가.
세 번째 '설마'는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으로 구속 상태인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와 관련된 것이다. 그는 옥중에서 가칭 '정치검찰해체당' 창당 준비를 하고 있다. 이미 발기인대회까지 진행된 상태다. 혐의는 더 밝혀져야겠지만, 이미 많은 증언과 정황이 송 전 대표를 향하고 있다. 창당보다 그 동안의 논란에 대한 반성과 사과부터 하면서 자중하는 게 상식아닐까.
송 전 대표의 창당으로 한 두 개의 '설마'로 끝날 수 있는 사안이, 더 많은 '설마'를 낳고 있다. 이젠 '최후의 설마'만이 남은 것 같다. 민주당이 범야권 세력을 아우르는 비례위성정당에 '송영길 신당'과 '조국 신당'을 포함시킬 지 여부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총선 승리에만 혈안이 돼 있는 정치권이 어떤 결정을 할 지 여전히 알 수가 없다.
효당 엄상섭이 쓴 마지막 문장이 떠오른다. "설마 그럴 리야 없겠지.">디지털타임스.
출처 : 디지털타임스. 오피니언 [현장칼럼], "설마 그럴 리야 없겠지“
더민당 내 민주개혁진보선거연합 추진단장을 맡고 있는 박홍근 의원은 조 전 장관 회견 직후 페이스북으로 낸 입장문에서 “조 전 장관의 정치 참여나 독자적 창당은 승리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불필요한 논란과 갈등, 집요한 공격만 양산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날 새진보연합, 진보당 관계자들이 참석한 연석회의에서 박 의원은 녹색정의당에 대해 “주말이 시한”이라며 통합형 비례정당 동참을 촉구했지만, 조 전 장관 신당은 연합 대상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조 전 장관은 진보층을 중심으로 고정 팬덤이 있지만 중도층과 2030세대 표심과는 거리가 멀고, 자녀 입시 비리 문제 등으로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은 조 전 장관이 전면에 나서면 중도층 표심이 이반하고 정권 심판론 구도가 흐려진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서 조 전 장관을 향해 “정권 심판의 큰 바다에서 함께 만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환영 의사를 밝히는 등 강성 지지층 규합을 위해 조 전 장관과 연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설마, 조국을 국회의원으로 뽑기야 하겠어?’는 시간이 알려줄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에서는 설마가 사람 잡는 일이 종종 있었다는 것을 근대 정치사가 잘 보여주었습니다. 이젠 누구나 다 큰소리치면서 창당을 하고 국회의윈이 될 수 있는 곳이 대한민국입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