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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경지신(巨卿之信)
거경의 신의라는 뜻으로, 굳은 약속을 뜻하며 성실한 인품을 나타내는 말이다.
巨 : 클 거(工/2)
卿 : 벼슬 경(卩/8)
之 : 어조사 지(丿/3)
信 : 믿을 신(亻/7)
거경지신이란 거경(巨卿)과 장소(張劭)와의 우정을 나타낸 말이다. 즉, 거경의 신의라는 뜻으로, 굳은 약속을 뜻하며 성실한 인품을 나타내는 말이다.
범식(范式)의 자는 거경(巨卿)이고, 산양(山陽) 금향(金鄕)사람이다. 일명 범(氾)이라고도 한다.
그는 어려서부터 태학(太學)에서 학문을 하는 유생의 한 사람이 되었다. 그곳에서 여남(汝南) 출신의 장소(張劭)와 친구가 되었다. 장소의 자는 원백(元伯)이다.
어느 날 두 사람은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범식이 장소에게 말했다. “2년 후에 고향으로 돌아갈 때에는 먼저 자네 양친에게 절하고서 자네를 보겠어.” 그리고는 기일을 약속하고 헤어졌다.
2년이 지나 그 약속한 날이 다가오자 장소는 어머니에게 그를 위해 음식을 준비해 줄 것을 부탁했다.
이에 장소의 어머니는 “2년간 천 리나 되는 먼 곳에 떨어져 있으면서 약속을 하였으니, 어찌 서로 약속을 지킬 수 있다고 하겠느냐?” 하고 말했다.
장소가 말했다. “거경은 신의가 있는 선비입니다. 반드시 약속을 어기지 않을 것입니다.”
이에 어머니는 “그렇다면 당연히 술을 준비해야지.” 하고 말하였다.
그날이 되자, 거경은 과연 도착하였는데, 먼저 당(堂)에 올라 원백(元伯)의 양친에게 절을 하고 나와 함께 술을 마시고, 한껏 회포를 푼 후에 헤어졌다.
서로 임지를 따라가 떨어져 있어도 신의를 지키기 위해서는 천릿길의 고난도 마다하지 않고 가는 것이 선비의 길이다.
거경지신 (巨卿之信)
거경의 신의, 약속을 지키는 성실한 인품
사회생활에, 인간관계에 믿음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신용이 없으면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한다. 서로 믿지 못하고 불신만 가득한 조직은 지속될 수 없다. 개인이나 조직도 이러한데 나라는 더하다.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군사보다 경제보다 백성과의 신뢰가 앞서야 한다고 했다. 공자(孔子)의 무신불립(無信不立)이다.
신뢰는 거울의 유리 같은 것이라 금이 가면 원상회복은 불가능하다는 말이 있다. 신뢰는 잘 유지해야 하는데 지부작족(知斧斫足)이란 말대로 너무 믿다가 도끼로 제 발등을 찍을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친구 사이에 이해를 떠나 끝까지 신뢰를 지킨 사례를 들자면 한이 없다. 고사성어가 숱한 중에도 이름까지 오른 것으로 관중(管仲)과 포숙아(鮑叔牙)의 관포지교(管鮑之交), 백아(伯牙)와 종자기(鍾子期)의 백아절현(伯牙絶絃) 등이 있다.
여기에 또 꿈에서 한 약속까지 지킨 거경(巨卿)의 믿음이 있다. 위대한 고관의 믿음이 아니라 거경은 범식(范式)이라는 사람의 자(字)이다.
범식은 후한(後漢)의 학자로 어려서부터 태학(太學)에서 학문을 닦았다. 그에게 출신지는 멀리 떨어진 사이지만 장소(張劭)라는 친구를 알게 되어 둘도 없는 사이가 됐다.
후한서(後漢書)의 독행(獨行) 열전에 내용이 나온다.
어느 때 범식이 장소에게 2년 후 고향집을 방문하여 양친을 뵙겠다고 말했다. 그 날이 되자 장소는 어머니께 음식을 부탁했다. 어머니는 2년이나 지났고 천리나 떨어진 곳인데 그가 오겠느냐고 했다.
장소는 ‘거경은 신의가 있는 선비라 반드시 약속을 지킬 것입니다(巨卿信士 必不乖違)’고 답했다. 과연 거경이 그날 도착, 양친을 뵙고 둘은 회포를 풀었다.
후일담은 더 애절하다. 얼마 뒤 장소가 병이 들어 죽은 날 거경의 꿈에 나타나 한 번 다녀가라고 말했다. 깜짝 놀라 거경이 달려갈 동안 장지에서 장소의 관이 움직이지 않았다.
장소의 어머니는 백마가 끄는 흰 수레(素車白馬)가 가까이 오자 거경이 탄 줄 알고 맞이하여 애도가 끝나니 관이 움직였다.
약속은 그 무엇보다 소중하여 지켜야 한다. 살아가다 보면 잘 알면서도 약속을 지키지 못할 때가 생긴다. 그렇다고 약속을 안 할 수도 없다.
신뢰를 지킨다고 주위의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는데 고집을 부리는 것도 어리석다. 여인과 만나기로 한 약속을 지키려다 물에 빠져 죽는 미생(尾生)의 신의는 칭찬받지 못한다.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다른 길을 갈 수 있는 융통성도 필요하다.
▶️ 巨(클 거/어찌 거)는 ❶상형문자로 鉅(거)와 동자(同字)이다. 손잡이가 달린 커다란 큰 자의 모양으로 전(轉)하여 크다의 뜻이 있다. ❷상형문자로 巨자는 ‘크다’나 ‘많다’, ‘저항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巨자는 고대에 사용하던 자를 그린 것이다. 이 자는 나무의 길이를 잴 때 사용하던 것이기 때문에 크기가 상당했다. 巨자가 ‘크다’나 ‘많다’라는 뜻으로 쓰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금문에서 두 종류의 巨자가 있었다. 하나는 단순히 자만 그린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한 손에 자를 들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巨자에 ‘저항하다’나 ‘항거하다’라는 뜻이 있는 것도 자를 들고 있는 모습이 마치 무언가를 막는 모습을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그래서 巨(거)는 ①(부피가)크다 ②(수량이)많다 ③거칠다, 조악(粗惡)하다, 조잡(粗雜)하다 ④항거(抗拒)하다, 저항(抵抗)하다 ⑤어찌 ⑥자, 곱자(ㄱ자 모양의 자) ⑦법도(法度) ⑧성(姓)의 하나,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엄청나게 큼을 거대(巨大), 많은 액수의 금액을 거액(巨額), 사물이 엄청나게 큰 것을 거창(巨創), 큰 부자를 이르는 말을 거부(巨富), 아주 굵고 큰 나무를 거목(巨木), 큰 인물이나 물건을 거물(巨物), 큰 인물이나 위대한 사람을 거성(巨星), 많은 돈이나 큰 돈을 거금(巨金), 몸이 아주 큰 사람 또는 위대한 사람을 거인(巨人), 규모가 큰 예술 작품을 거작(巨作), 개인이 큰 규모를 짓는 농사를 거농(巨農), 큰 몸집을 이르는 말을 거구(巨軀), 대대로 번영한 문벌이 있는 집안을 일컫는 말을 거가대족(巨家大族), 거경의 신의라는 뜻으로 굳은 약속을 뜻하며 성실한 인품을 나타내는 말을 거경지신(巨卿之信), 높고 큰 누각을 이르는 말을 고루거각(高樓巨閣), 아주 오래 된 세월을 이르는 말을 누거만년(累巨萬年), 아주 많은 재산이나 재물을 이르는 말을 누거만재(累巨萬財), 이름난 집안과 크게 번창한 겨레를 이르는 말을 명문거족(名門巨族), 지역이 넓고 산물이 많은 고을을 이르는 말을 웅주거읍(雄州巨邑), 신분이 아주 높은 귀족을 이르는 말을 왕공거경(王公巨卿) 등에 쓰인다.
▶️ 卿(벼슬 경)은 ❶회의문자로 두 사람이 음식을 마주 보고 앉은 모양이다. 또 王(왕)의 음식, 시중을 드는 사람의 뜻으로 차용되었다. 고대(古代)에 왕의 음식을 시중드는 사람은 높은 지위에 있었으므로 공경(公卿)의 뜻으로 전용(專用)되었다. ❷회의문자로 卿자는 ‘벼슬’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卿자는 이전에는 왕이 신하를 부르는 말이기도 했다. 卿자의 갑골문을 보면 가운데 식기를 놓고 두 사람이 마주 앉아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음식을 준비하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卿자는 왕의 음식을 준비하며 시중들던 사람을 그린 것으로 본래의 의미는 ‘음식을 준비하다’였다. 하지만 후에 이들이 왕을 가까이서 모신다 하여 ‘관직’이나 ‘벼슬’이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卿(경)은 (1)영국에서 나이트 작(Knight 爵)을 받은 이에 대한 경칭 (2)조선시대 말엽 시종원(侍從院), 장례원(掌隷院), 내장원(內藏院), 회계원(會計員), 주전원(主殿院), 비서원(秘書院), 태의원(太醫院), 어공원(御供院), 제실 회계 감사원(帝室會計監査院)의 각 으뜸 벼슬 (3)고려(高麗) 태조(太祖) 때의 이직(吏職)으로 병부(兵部), 창부(倉部)의 으뜸 벼슬 (4)고려 태조(太祖) 때 서경 분사(西京分司)의 아관(衙官), 병부, 납화부(納貨府), 진각성(珍閣省), 내천부(內泉部), 국천부(國泉部), 관택사(官宅司), 도항사(都航司), 대어부(大馭府)에 둔 벼슬 (5)고려 25대 충렬왕(忠烈王) 때 전중성(殿中省), 대상시(大常寺)를 고친 종정시(宗正寺), 봉상시(奉常寺)에 둔 벼슬 (6)고려 때 대상시(大常寺), 위위시, 대복시(大僕寺), 예빈성(禮賓省), 사농시(司農寺), 대부시(大府寺), 사재시(司宰寺)의 종3품(從三品) 벼슬 (7)고려 태조(太祖) 때 병부(兵部), 물장성(物藏省)의 각 버금 벼슬 (8)신라 때 전읍서(典邑署), 영창궁(永昌宮) 성전(成典), 국학(國學), 음성서(音聲署)의 각 으뜸 벼슬. 위계(位階)는 아찬(阿湌) 혹은 사찬으로부터 내마(柰麻)까지, 또는 아찬(阿湌)으로부터 급찬까지임 (9)신라 때 조부(調府), 경성 주작전(京城周作典), 창부(倉部), 예부(禮部), 승부(乘部), 사정부(司正部), 예작부(例作部), 선부(船部), 영객부(領客部), 위화부(位和府)ㆍ좌이방부(左理方府), 우이방부(右理方府), 내성(內省), 사천왕사(四天王寺) 성전(成典), 감은사(感恩寺) 성전(成典), 봉덕사(奉德寺) 성전(成典), 어룡성(御龍省)의 버금 벼슬. 위계(位階)는 아찬(阿湌)으로부터 내마(柰麻)까지임 (10)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벼슬(장관 이상의 벼슬) ②장로(長老)에 대한 존칭 ③임금이 신하를 부르는 말 ④선생 ⑤아주머니 ⑥그대 ⑦상서롭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다스릴 윤(尹)이다. 용례로는 상대방을 높이어 부르는 말의 하나로 경자(卿子), 벼슬과 작위를 경작(卿爵), 임금이 신하들을 가리키던 이인칭 대명사를 경배(卿輩), 경의 다음이라는 뜻으로 소경少卿을 이르는 말을 경이(卿貳), 임금이 신하를 부르는 말을 경등(卿等), 경의 뜻이 간절하다는 뜻으로 2품 이상 신하의 상소에 대한 비답에 쓰는 말을 경간(卿懇), 다른 나라에서 와서 경상의 자리에 있는 사람을 객경(客卿), 조선시대에 정1품과 종1품의 판서를 일컬음을 상경(上卿), 경의 다음 벼슬을 아경(亞卿), 2품 이상의 문관을 이르는 말을 문경(文卿), 임금을 보좌하는 경을 배경(陪卿), 신분이 아주 높은 귀족을 왕공거경(王公巨卿), 공경과 당상관 곧 귀족을 일컬음을 월경운객(月卿雲客), 다른 사람의 일에 참견하는 것을 비웃으며 하는 말을 간경하사(干卿何事) 등에 쓰인다.
▶️ 之(갈 지/어조사 지)는 ❶상형문자로 㞢(지)는 고자(古字)이다. 대지에서 풀이 자라는 모양으로 전(轉)하여 간다는 뜻이 되었다. 음(音)을 빌어 대명사(代名詞)나 어조사(語助辭)로 차용(借用)한다. ❷상형문자로 之자는 ‘가다’나 ‘~의’, ‘~에’와 같은 뜻으로 쓰이는 글자이다. 之자는 사람의 발을 그린 것이다. 之자의 갑골문을 보면 발을 뜻하는 止(발 지)자가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발아래에는 획이 하나 그어져 있었는데, 이것은 발이 움직이는 지점을 뜻하는 것이다. 그래서 之자의 본래 의미는 ‘가다’나 ‘도착하다’였다. 다만 지금은 止자나 去(갈 거)자가 ‘가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之자는 주로 문장을 연결하는 어조사 역할만을 하고 있다. 그래서 之(지)는 ①가다 ②영향을 끼치다 ③쓰다, 사용하다 ④이르다(어떤 장소나 시간에 닿다), 도달하다 ⑤어조사 ⑥가, 이(是) ⑦~의 ⑧에, ~에 있어서 ⑨와, ~과 ⑩이에, 이곳에⑪을 ⑫그리고 ⑬만일, 만약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이 아이라는 지자(之子), 之자 모양으로 꼬불꼬불한 치받잇 길을 지자로(之字路), 다음이나 버금을 지차(之次), 풍수 지리에서 내룡이 입수하려는 데서 꾸불거리는 현상을 지현(之玄), 딸이 시집가는 일을 지자우귀(之子于歸), 남쪽으로도 가고 북쪽으로도 간다 즉, 어떤 일에 주견이 없이 갈팡질팡 함을 이르는 지남지북(之南之北) 등에 쓰인다.
▶️ 信(믿을 신)은 ❶회의문자로 䚱(신)은 고자(古字), 㐰(신), 孞(신),은 동자(同字)이다. 人(인)과 言(언; 말)의 합자(合字)이다. 사람이 말하는 말에 거짓이 없는 일, 성실을 말한다. 옛날엔 사람인변(亻)部에 口(구)라 썼으며(㐰), 또 말씀 언(言)部에 忄(심)이라 쓴 글(䚱) 자체도 있다. ❷회의문자로 信자는 ‘믿다’, ‘신임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信자는 人(사람 인)자와 言(말씀 언)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러나 ‘믿다’라는 뜻은 人자와 口(입 구)자가 결합한 㐰(믿을 신)자가 먼저 쓰였었다. 이후 소전에서는 口자가 言자로 바뀌면서 본래의 의미를 더욱 명확하게 표현한 信자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사람의 말은 믿을 수 있어야 하고 거짓이 없어야 한다. 그래서 信자는 ‘믿다’나 ‘신뢰하다’, ‘신임하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信(신)은 ①믿다 ②신임하다 ③맡기다 ④신봉하다 ⑤성실하다 ⑥~에 맡기다 ⑦확실하다 ⑧마음대로 하다 ⑨알다 ⑩신의(信義), 신용(信用), 신표(信標) ⑪편지(便紙ㆍ片紙), 서신(書信) ⑫정보(情報) ⑬증거(證據), 기호(記號) ⑭서류(書類) ⑮소식(消息), 소식을 전하는 사람 ⑯확실히 ⑰정말로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믿을 시(恃),믿을 양/량(諒),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의심할 의(疑)이다. 용례로는 믿고 받드는 일을 신앙(信仰), 믿고 의지함을 신의(信倚), 믿음성이 있는 사람을 신인(信人), 믿고 일을 맡기는 일을 신임(信任), 믿고 받아 들임을 신수(信受), 믿음직하고 착실함을 신실(信實), 변하지 않은 굳은 생각을 신념(信念), 종교를 믿는 사람들을 신도(信徒), 옳다고 믿는 마음을 신심(信心), 믿고 따라 좇음을 신종(信從), 믿어 의심하지 아니함을 신용(信用), 남을 믿고 의지함을 신뢰(信賴), 성서의 말씀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고 그리스도에 대한 자기의 신앙을 공적으로 나타내는 일을 신앙고백(信仰告白), 신앙을 가지고 종교에 귀의하는 영적 생활을 신앙생활(信仰生活), 믿음은 움직일 수 없는 진리이고 또한 남과의 약속은 지켜야 함을 신사가복(信使可覆), 옳다고 믿는 바대로 거리낌 없이 곧장 행함을 신심직행(信心直行), 꼭 믿어 의심하지 아니함을 신지무의(信之無疑), 돼지나 물고기 등 무심한 생물조차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는 신급돈어(信及豚魚), 상을 줄 만한 훈공이 있는 자에게 반드시 상을 주고 벌할 죄과가 있는 자에게는 반드시 벌을 준다는 신상필벌(信賞必罰)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