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밥
이병옥 이달 친목회는 내 차례다. 간단히 이웃 식당에서 산채비빔밥을 내기로 했다. 약속시간에 맞추어 회원들이 속속 모여들었고, 여러 종류의 나물들이 둥글게 담긴 커다란 접시와 함께 밥 대접이 앞앞이 놓인다. 길게 빙 둘러앉아 눈대중 손저울로 가늠하여 저마다 자신의 몫을 집어간다. 나 역시 여러 가지 나물과 밥을 넣고 골고루 섞이도록 뒤적이면서 문득 우리 모임이 한 그릇에 모여 맛을 내는 비빔밥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띠동갑끼리 모여서 삶의 기쁨과 활력을 주는 정보를 교환하고 집안 경조사에는 내 일처럼 발 벗고 나서기로 약속하고 계모임을 시작한 지 벌써 수십 년! 그러나 여럿이다 보니 마음이 늘 한결같기만 한 게 아니다. 더러는 사소한 의견 충돌로 패가 갈리고 언쟁으로 틈이 벌어질 때도 있다. 하얀 쌀부터 보이지 않는 정성과 손맛이 어우러져 제 맛을 내는 비빔밥을 보고 있자니, 문득 우리도 다양한 색과 맛을 내는 재료처럼 느껴졌다. 서로 비빔밥을 맛있게 비비며 그동안의 얘기로 웃음꽃이 만발한 모습에서, 세상 속에 스며들어 살맛을 내야 할 재료들이 바로 우리라는 걸 깨달았다. 독특한 향기를 내는 양념이 있는가 하면 고유의 맛을 내는 나물이 있듯이 각자 저마다 타고난 역할이 다를 뿐이다. 모여서 신통치 않은 재료와 밋밋한 맛을 탓하며 자신을 앞세우려하기보다, 나름대로 좀 더 의미 있는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내고 자신이 지닌 능력을 발휘해 멋지게 어우러진 조화를 이루어야 하리라. 모자란 건 보태고 넘치는 건 덜어내며 이 나물 저 나물 주워 모아 힘주어 비벼본다. 한 달에 한 번 만나 애틋한 정을 나누기에도 부족한 시간이 아닌가.
“아, 얼른 먹지 않고 뭐하는 거야.” 누군가 재촉하는 소리조차 정겹고 고맙게 들린다. 밥 대접 안에서 고사리, 도라지, 취나물이 삐죽이 고개를 내민다. 참기름 한 방울에 고추장 더 넣어 뒤적뒤적 비비며 나는 잡다한 수다 속에 어울려 마음을 섞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출처 : 2005년 강원수필 낭송수필집에 실린 글 |
첫댓글 식당하는 이가 어디가서 먹기가 뭐하면 비빔밥 먹으라고 하더군요.
다른 음식은 먹고나서 나머지 반찬 재활용 할 수 있지만, 비빔밥은 재활용 안되니 마음 놓고 먹어도 된다구요.
그렇겠네요.
비빕밥 착한가격도 맘에 들고요. 왠지 우리 고유의 음식이고 맛인 것 같아서 맘에 쏙 듭니다.ㅎㅎㅎ
비빔밥 일미올시다.
꽃처럼 웃는 날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