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사회적으로 리더 그룹에 있는 사람들에게 대표적인 덕목이 바로 도덕성과 책임감일 것입니다. 특히 정치권에 있는 인물들은 자신의 말에 책임을 져야 함은 지극히 당연한 말입니다. 그러기에 정치가들은 한마디 한마디 조심하고 신중하게 언급해야 되는 것입니다. 사석에서도 신중하게 언급하고 자신이 행한 말에는 반드시 책임을 지는 것이 원칙입니다. 하지만 요즘 정치인들의 입은 너무 가볍습니다. 그러다 보니 신중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책임도 제대로 지지 않습니다. 물의를 빚고 문제가 생기면 그냥 립스비스차원의 가벼운 입놀림식 사과로 그칩니다. 공약 그러니까 공약(空約)도 남발합니다. 지키지도 못할 말들을 그냥 내뱉는 것입니다. 아니면 그만이다 식의 공약이 요즘 얼마나 많습니까. 자신의 돈 드는 것 아니니 실현 가능성을 제대로 따지지 않고 마구 쏟아놓습니다. 나중에 돈이 없어 못하는 것 어떻하느냐 또는 내 임기 지나면 내 알 바 아니다는 식이지요.
그래서 무슨 선거철만 되면 두렵습니다. 또 어떤 황당한 공약과 문제성 발언들이 등장할까 말입니다. 언젠가 어느 지역구에서 어떤 후보가 공약을 발표합니다. 자신이 당선되면 동네에 있는 강에 다리를 놓겠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그 동네에는 강이 없습니다. 그랬더니 이번엔 다리를 놓을 강을 만들겠답니다. 조금 과장된 표현이지만 그정도 수준의 언급이 숱하게 쏟아지는 것이 현실이라는 표현이지요.
공약 못지 않게 후보들의 소신이 담긴 언급들도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소신발언도 할 말이 있고 하지 말아야 할 말이 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때와 장소에 따라 구분해야지요. 요즘 특정 당의 후보들의 언급이 도마에 오르고 있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대전 서구갑에 출마하는 조수연 국민의 힘 후보가 과거 SNS에 올렸던 게시물로 파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는 "백성들은 조선 왕조보다 일제 강점기 지배가 더 좋았을지도 모른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또한 그는 제주 4.3 항쟁에 대해 '김일성과 박헌영의 지령을 받고 무장 폭동을 통해 사회주의 국가를 꿈꾸었는가'라는 게시물을 작성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조수연 후보는 "조선 왕조의 책임은 어디에 있을까. 일본 욕을 하지만 당시는 제국주의 시대였고 일본은 고양이,조선은 생선이었다" 며 "생선이 된 스스로를 한탄하고 반성해야지 그것을 먹은 고양이 탓한다고 위안이 되겠나"라고 했다고 합니다. 이제 선거를 앞두고 논란이 일자 조 후보는 "백성들에게는 봉건왕조의 지배보다 일제 강점이 더 좋았을지도 모른다"는 주장은 당시 백성의 아픔을 이해하자는 차원을 넘는 실언이었음을 사과드린다고 해명하고 있습니다.
성일종 국민의 힘 충남 서산 태안 총선 후보는 인재 육성과 장학 사업의 잘 된 사례로 한일 강제 합병의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를 언급했습니다. 성일종 현 의원은 지난 3일 모 장학재단 장학금 전달식에서 인재 육성과 장학사업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조선통감부 초대 통감이자 총리였던 이토 히로부미를 예로 들었습니다. 그는 "미국이 일본을 무력으로 굴복시켰을 때 일본의 작은 도시에 있던 청년 5명이 영국으로 유학을 다녀오겠다며 정부에 장학금을 요청했다면서 법적으로 장학금을 줄 수 없자 담당자가 금고 문을 열어두고 나갔고 청년들은 금고에 있던 금괴를 갖고 영국에 가서 공부하고 왔으며 그 중 한명이 바로 이토 히로부미라고 밝힌뒤 이토 히로부미가 한반도에 끔찍한 사태를 불러온 인물이고 그만큼 우리에게 불행한 역사지만 (일본이) 우리보다 먼저 인재를 키웠던 선례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 또한 논란을 빚자 성 의원은 SNS에 장학사업의 중요성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취지와 다르게 비유가 적절치 못했던 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공약(空約)도 문제지만 이처럼 책임지지도 못할 소신발언도 대단히 우려스러운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조수연 후보와 성일종 후보의 언급은 너무 우려스런 멘트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한국의 지역구 국회의원이 되어 국회에서 나라를 위해 활동하려는 사람의 생각이니 더욱 그렇습니다. 그냥 길거리 집회장소에서 내뱉는 극우주의자들의 주장과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요즘 SNS는 밀폐된 공간이 아닙니다. 그냥 공공연한 장소입니다. 온 국민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찾아갈 수 있는 공간입니다. 그런 공간에 자신의 생각이라면서 무책임한 그리고 논란이 생기면 곧 사죄할 것을 왜 올려 놓느냐 하는 것입니다. 그만큼 신중하지도 마인드 콘트롤도 되지 않는 상태를 보여준다고 생각됩니다.
나라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초개처럼 생각하고 내놓은 우리의 독립운동가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고 분노가 솟습니다. 그런 멘트들은 그냥 나온 것이 아닙니다. 평소의 생각과 소신이 그대로 표출된 것 아닙니까. 일본에도 친한파의원들이 있듯이 한국에 친일파의원이 없기를 바라는 것이 아닙니다. 아무리 친일파라도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정도는 구별할 줄 알아야 이 나라 지역을 대표할 그런 국회의원 후보의 자격이 있는 것 아닙니까. 나라 잃은 슬픔과 고통으로 36년 동안 그 한스런 삶을 살았던 그 시절, 친일파를 제외한 대다수의 조선 백성들에게 너무도 죄송스런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금 정치판은 총선을 앞두고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습니다. 총선이 가까지면서 그런 양상은 더욱 심해질 것입니다. 총선에서 승리를 거두기 위해 전력 투구하는 것이 정치판이지만 제발 할 말 안할 말을 구분하기를 바랍니다. 또한 책임지지 못할 공약(空約)은 제발 언급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자신이 행한 무책임한 말과 공약(空約)은 부메랑이 되어 다시 자기 자신으로 향해 날아갈 것입니다.
2024년 3월 14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