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게 모르게 켜놓은 여러개의 등들이
저마다
자기는 아니란 듯
쥔 닮은
시치미를 떼고 있지만
그 쥔은 가볍게 가볍게 걸어
오히려
사라짐이 더 아름다운 등 앞에
멈추어 서고
부드러운 손길로
등을 끄는것 말입니다.
길은 좀 더 어두워 지겠지만
달빛 더 밝아져
회화나무잎
기진하여 잠자는 모습
볼 수 있을 것이고
그네들의 삶 또한
우리네 삶과 그리 무관하지 않다는 것
일러 주며 말이지요.
언젠가
참척을 당한 한 여인,
사람들의 어떤 말에도 위로를 못얻고
그러나
평소엔
말도 잘 나누지 않던
같은 입장인 자식 잃은
여인과 만나 그저 같이 울었다는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절망 앞에선
위로가 없을 것 같습니다.
기도밖에....
길을 따라 나선 이들의 시선을 따라
떠나는 일.
그리고 그시선이 비범하거나
비범한 시선
역어낼 힘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 즐거울수 밖에요.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으며,
아무것도 두려워 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롭다."
카잔자키스의 비문입니다.
그의 선언은
그의 여행기 처럼 매혹적입니다.
더군다나 죽음 앞에서 한 선언이니....
그러면서도
이제 저도 나이가 들어선지
그가
아무리 대단한 지적 능력과
뛰어난 통찰력을 지녔다 하더래도
그의 인생은 그의 인생이라는 것,
그의 신념 역시 그의 신념이라는 것,
그래서 혹하지 않게 되고
혹한 대신
조용히 뒷걸음질 해와
내가 켜논 등 하나 끄고
조금더 짙어진 어둠 속에서
그를 바라본다는겁니다.
1930년에 그가 바라본
중국과 일본,
그렇죠.
그는 그가 만난
아주 작은 모래 알갱이를
어느 때는 다이아몬드 처럼 인식하고
꽃잎 하나 나풀대면
중국의 역사를 꿰뚫고
전족한 여인의 발에서
여성과 남성,
그 무한한 차이를 반짝거리는 등을 켜서
우리에게도 환히 바라보게 합니다.
아름답죠.
빛납니다.
모래 알갱이에서 빚어져 나온
거대한 담론이
향기롭기도 하죠.
나도 가본 자금성
내가 태어나기도 한참이나
전전인 시간 속에서
그도 나처럼 자금성을 밟습니다.
그러나 그는
나에게는 전혀 들리지 않던 소리를 듣습니다.
기억을 하고 사랑을 하는 영혼이
되돌아와
"나는 시간에 대해 전쟁을 선포한다"
라는 소리를.....
나는 만나보지 못한 어느 공주가 그에게
분노에 대해서도 설명 합니다.
"우리 민족은 지혜롭고 능란하죠.
우리는 마음을 그린 다음
그 위에 노예를 뜻하는
작은 부호를 붙이죠" <怒>
작은 글씨가 주는 의미가
그 그리스인에게 얼마나 많은 상상력을
주었을까?
짐작이 갑니다.
더군다나 그 앞에 기품있고 우아한
공주님이 앉으셔서
말과 글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으니....
저도 그의
짐작을 따라 하면서
떠돌기도 했지만
자연의 거대한 힘앞에
무력한....
무력한 ....
오메, 무력한그.
정말 기도밖에.....
그 무력함을 그도 몰랐을리 없는데
어찌하여
두렵지 않다고 하였는지
두려움을 두렵다고 할 수 있는 이가
자유로운게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