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을 먹는 유아조차 손에 쥔 것을 빼앗기지 않으려 필사적으로 움켜쥔다. 이는 생존의 본능이자 소유에 대한
가장 원초적인 의지다. 하물며 복잡한 이해관계와 욕망 속에서 살아가는 어른들이야 더 말할 필요가 있을까.
인간은 위기의 순간일수록 더욱 집요하게 자신이 가진 것을 지키려 한다. 그리고 때로는 그 과정에서 공동체의
이익보다 개인과 집단의 이익을 앞세운다.
지금 우리가 마주한 에너지 위기는 그러한 인간의 본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전쟁으로 인해 주요 해상 통로가
봉쇄되고, 에너지 공급이 급격히 줄어들자 각국은 앞다투어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혈안이 되었다. 이는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존립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게 이러한
상황은 숨통을 조이는 압박과도 같다. 국민들 사이에서 차량 운행 제한과 같은 이야기까지 오르내리는 것은 불안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외부의 위협이 아니라 내부의 허점에서 비롯된다. 국가적 비상 상황을 대비해 마련된 비축유
가 정작 필요할 때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해외로 빠져나갔다는 사실은 단순한 행정 착오로 치부하기 어렵다. 이는
제도의 미비와 책임 의식의 부재가 결합된 결과다. 위기 상황에서 작동해야 할 안전장치가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다
면, 그것은 존재 이유 자체를 잃는 것과 다름없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사태의 본질을 해결하기보다 책임 소재를 둘러싼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위기의 순간
에 필요한 것은 빠른 대응과 협력이지, 책임을 떠넘기는 태도가 아니다. 정책을 설계한 기관과 이를 실행하는 기관
모두가 자신의 역할을 냉정하게 되돌아보고, 무엇이 부족했는지 성찰해야 한다. 위기는 언제나 예고 없이 찾아오지
만, 대비는 언제나 가능하다. 문제는 준비하려는 의지다.
국제 협력의 틀 속에서 확보한 ‘우선구매권’조차 온전히 행사되지 못한 이번 사례는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과연 위기에 대비할 준비가 되어 있었는가. 그리고 그 준비는 단지 형식적인 장치에 그친 것은 아니었는가.
제도는 종이에 적힌 문장이 아니라 실제 상황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결국 이 사태는 단순한 에너지 문제를 넘어 국가 운영의 기본에 관한 문제다. 위기 속에서 드러난 허점은 평상시의
안일함이 쌓여 만들어진 결과다. 지금 필요한 것은 분노나 비난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
는 냉철한 각성과 실질적인 개선이다.
아기가 손에 쥔 것을 놓지 않으려는 본능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국가가 지켜야 할 것은 단순한 ‘소유’가 아니라 국민의
안전과 삶의 기반이다. 그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으며,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려서는 안 된다. 위기는 지나갈 수 있지만,
그 속에서 드러난 문제를 외면한다면 같은 위기는 반드시 다시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