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그녀를 의식하기 시작한 때는 그의 인생의 갈림길에 서 있을 때였다. 승용차에 올라서도 그의 번민은 끝나지 않았고 아버지, 어머니, 큰형, 둘째형, 그리고 사랑하는 민영의 영상과 목소리가 떠나지 않고 있었다.
(아버지 영상 ) "너는 태어날 때부터 운명이 결정된 사람이다. 주어진 운명에 순응하는 인생이길 바란다. "
(큰형얼굴) "너는 아니라고 하지만 내가 보기엔 너만이 우리집 기둥이다. 나는 소심해서 은행밖에는 못하고, 둘째는 야심은 만만하지만 자기제어력이 부족해서 파탄을 맞았다. 이제 너만이 우리 금융가업을 되살릴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란 걸 명심해라 "
(둘째형) " 미안하게 됐다. 난 그 누구보다도 나를 믿었지만 파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더구나. 모든 건 내 업보였기에 내 운명을 받아들이고 다시금 새롭게 시작해보려고 노력할 생각이다. 빠른 파탄이 새 인생의 기회였다고 믿을련다. 이제 너만이 희망이다. 내 기대를 버리지 말아다오. "
(민영) " 오빠, 이번 실패는 어쩔 수 없었다고 봐. 나 오빠 포기하지 않고 더 기다릴래. 나 오빠네 돈보고 좋아한 거 아니란 거 잘 알잖아. 오빠집 배경도 모르면서 단지 오빠의 글이 좋고 그 고운 마음이 좋아서 몇 년이나 따라다녔잖아. 오빠 없는 인생은 난 생각할 수도 없다는 걸 알았어. 부모님들이 결혼해라고 성화들이시지만 난 언제까지나 오빠만 바라보고 기다릴래. 새롭게 다시 시작해봐. 오빠는 생각보단 강한 사람이란 걸 난 믿어. 우리 여행이나 떠나지 않을래 ? 시원한 바다바람이나 쏘이면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데 "
막내 여동생 지영의 얼굴도 떠올랐다. 녀석이 결혼이라도 해버렸으면 마음이 놓일텐데, 결혼을 앞두고 집안이 무너지고 말았으니 파혼이 오히려 당연했을까. 부자집 외동딸답지 않게 착하고 순수하기만 하던 지영아. 난 그 누구보다도 너만이 걱정이구나. 너만 행복할 수 있다면 나는 네 바람대로 살아갈텐데, 넌 나에게 뭘 원하는 거니 ?
그는 이제 자신의 인생을 새롭게 정립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큰형과 둘째형과는 달리 자신이 원하는 인생을 선택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지만 그도 어쩔 수 없이 가업인 금융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고, 그렇다면 이왕 하는 김에 증권을 해보겠노라고 선택한 인생이었지만 단 하루도 생활에 만족을 얻지 못했던 4년간이었다.
이왕 할 바엔 최선을 다해서 최고가 되자고 다짐했었다. 자신이 있었다. 가지 못했던 인생길에 대한 미련이 없지 않았지만 인생은 긴 것이기에 언젠가는 소망하는 인생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믿었었다. 40세가 되는 그때 새롭게 인생을 시작하자고.
올림픽대로를 빠르게 달리는 차는 어느덧 반포대교를 지나치고 있었지만 그는 오직 달리고 싶을 뿐이었다. 강한 바람에 머리칼이 휘날리며 그는 세상을 잊고만 싶었다.
그런데 이게 뭐란 말인가. 이토록 일찍 좌절의 시간이 닥칠 줄이야. 아,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것인가. 나는 이제 어디서 어떻게 다금 시작해야만 한단 말인가.
그는 이제 생각할 여력도 남아나지 않았다. 더 생각해봐야 머리만 터질 지경. 모든 걸 lw고 떠나버리고만 싶었다. 세상 끝까지 오직 달리고 달리고 또 달리고만 싶었다. 그러다가 마지막 연료가 다하는 곳에서 엎어져 쉬리라.
그런 체념의 마음으로 라디오를 틀었다. 평소 자주 듣지 않던 라디오였건만 세상에 모든걸 던지는 자포자기 심정으로 라디오를 틀었을지 모른다. 한동안 아무런 생각없이 듣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라디오에 집중하기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 오랜만에 듣는 일본 엔카여서 그랬을까 ? 자신의 비탄스런 마음을 위로하는 힘을 느껴서였을까 ? 아님 다른 특별한 이유가 더 있었을까 ?
일본노래라서 가사의 의미는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이럴수가 ! 이토록 애절하고 슬픈 이유를 알 수 없다. 너무나도 슬퍼 마음이 한없이 정화되는 듯한 이 느낌은 또 무어란 말인가.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버릴 것만 같았다. 아닌게 아니라 눈가가 촉촉해져 왼손으로 닦아내야만 했다.
아, 누굴까, 누구길래 이토록 사람의 애간장을 녹여내는 음색이란 말인가. 고맙게도 부드러운 음색의 여자 DJ가 친절한 도움말을 이어주고 있었다.
" 가을에 떠난 사랑, 언제나 들어도 가슴을 울리는 노래였습니다. 스즈키 아키꼬의 목소리에 우리 애청자님들 시간을 잊고 눈물 흘려내지 않았을지 모르겠습니다. 요즘 우리 시간에 날마다 스즈키 아키꼬 씨의 노래를 들려드리고 있습니다만, 더 많이 들려달라는 애청자들의 엽서와 전화가 폭주하고 있습니다. 일본가요 개방 이후 최고의 인기가수로 양국문화교류에 이바지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애청자들이 그리도 궁금해하는 스즈키 아키꼬씨에 대한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눠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도움말씀에 인터넷 음악평론가 이락현씨가 나와주셨습니다. "
"안녕하세요~~ 이락현입니다 ^^!! 목요일 저녁마다 만나는 남자 ^^! 인터넷 음악의 현재진행형 해설가 이락현 인사드립니다 ~~ ^^ !!
이번 한주에도 많은 인터넷음악 정보들이 있었습니다만, 한일 양국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은 역시 얼굴 없는 인터넷 가수 스즈키 아키꼬씨에 대한 지치지 않은 호기심 추적이었겠죠 ! ^^
이번주에는 그녀에 대한 정말 많은 정보들이 모아졌는데요, 들으시면 깜짝 놀랄만한 반가운 소식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확신하면서 잠시 전하는 말씀 듣고 다시 만나겠습니다. 기다려주세요~~ ^^! "
경쾌한 느낌의 음료광고가 감각적이다.
짜식들, 절묘하게 광고를 해대는군. 저 광고프로 맡은 회사 주식 값 좀 올라가겠군 ! 쩝, 아직도 주식쟁이란 말인가 ! 뭘해도 아직은 증권시장을 잊지 못하나 보다. 이짓을 포기하는 데에도 정리시간이 좀 필요하겠어.
하긴, 6월 사귄 여자 하나 잊는 데에도 또 그만한 시간이 필요한 법인데, 4년 동안 모든 걸 마친 직업을 잊는 건 또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는가. 아직도 확실히 포기하겠다는 결심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인데, 아직도 먼 길이겠지.
" 네네-- 감사합니다. 다시 만난 남자 이락현입니다 ~!! 최수현씨, 아키꼬에 대해서 어디까지 알고 계시죠 ? "
" 이보세요 이력현씨 ! 질문은 제가 하는 법이예요~! "
"아아, 그렇게 된 겁니까 ? 아네, 그럼 그 질문 제가 받은 걸로 생각하면 좋겠군요 ~!"
" 크~~ 맘대로 해보세요 ~! "
" 아-- 너무 똑똑해도 문제가 많은 남자 이력현입니다 ~! 그럼 이제부턴 진지하게 해볼까요 ?
(음색 차분하고 무겁게 깔면서) 스즈키 아키꼬, 우리는 그녀를 너무너무 좋아한다고 들 생각합니다. 우리는 그녀의 음악을 참 많이 알고 있습니다. 봄 빛깔의 따스한 사랑 노래들도, 불타는 여름처럼 뜨거운 사랑 노래도, 그리고 가을처럼 슬픈 사랑노래도 많이 알고 있습니다. 1년 전 가을 슬프디 슬픈 음악으로 혜성처럼 나타나 일본 인터넷음악계를 강타하고 이어 한국인터넷음악계를 장악하다시피 한 그녀, 이젠 공중파 음악계까지 접수한 느낌이라면 과장된 표현일까요 ?
그녀는 다양한 느낌의 음색과 분위기를 공유한 천재가수라고 할만 합니다. 애절한 분위기의 엔카에서부터 경쾌한 느낌의 댄스음악까지 어찌 이리도 한가수가 다양한 음악을 그토록 완성도 높게 소화해낼 수 있단 말입니까.
다시 한번 더 말씀드리지만 그녀의 데뷔는 딱 1년이 되었습니다. 결코 10년도 5년도 된 가수가 아닙니다. 딱 1년만을 채운 가수입니다. 작년 가을에 나타나 애절한 엔카 가수라는 타이틀로부터 시작했었지요. 그런데 우리는 계절마다 놀라곤 합니다. 그녀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그 계절에 절묘히 부응하는 음악을 팬들에게 선사해주었습니다. 크리스마스엔 크리스마스의 경쾌한 분위기로, 신년에는 새희망의 벅참으로, 봄에는 설레는 사춘기 소녀의 목소리로 우리를 만나왔던 것입니다.
제가 중학시절부터 음악을 공부해왔습니다만, 역대 세계적으로 이런 가수는 없었습니다. 이토록 천재적으로 모든 음악장르를 다양한 분위기와 음색으로 소화해낸 가수는 없었습니다. 아직 놀라기엔 이릅니다. 아직도 놀랄 거리는 한참이나 많이 남아 있으니까요. 그녀의 음악 한곡 더 듣고 이어가겠습니다. 이번엔 재즈풍 음악 <사랑이 그리워도>를 듣겠습니다 "
여전히 일본음악이라 가사의 의미는 알 수 없었다. 그녀가 한국가사로 번안해 불러주면 얼마나 고마울지. 그럼에도 그 분위기만은 어떤 노래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역시 애절한 분위기의 슬픈 가을노래. 엔카와는 분위기와 음색이 많이 다르다. 엔카를 들을 때엔 웬지 실연의 중년여인이 연상되었다면, 이 노래는 20대 중반의 부드럽고 아름다운 가수가 연상되고 있었다. 해설가의 말이 과장은 아닌 셈이다. 그 역시나 사춘기시절 한때는 음악에 경도된 적이 있어 팝송도 많이 알고 있었는데, 부드럽고 애절한 저 음악.... 음악사의 한 페이지를 남길만한 음색이었다.
" 가끔 일본 음악을 듣곤 했었습니다만, 일본 음악 수준이 이토록 대단한 줄은 몰랐습니다. 저도 노래를 하는 가수입니다만, 목소리의 풍부함과 부드러움이 너무나도 좋네요. 이락현씨, 그녀의 나이는 밝혀졌습니까 ? "
" 네, 그렇지 않아도 설명할 예정이었습니다. 역대 대중음악계의 위대한 가수들은 대부분 공중파방송의 산물이었습니다.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을 하더라도 대중성 지명도를 갖기 위해선 꼭 공중파음악을 타야만 했었지요. 공중파 음악이란 노출성과 다름이 아닙니다. 그래서 유명한 가수는 그만큼 알려진 바가 많을 수밖에 없는 게 속성이었습니다.
그러나 아키꼬는 이면에서도 음악사에 특이함으로 기록될만 합니다. 그녀를 우리는 흔히 "얼굴없는 인터넷 가수"라고 통칭하곤 합니다. 인터넷 가수는 아주 많습니다. 모든 소비자가 원하면 자신의 음악을 업로드하면 그때부터 인터넷 가수가 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까 말이죠. "
"공급자가 많은 인터넷 게시판은 조회수가 열악하기 마련 아닙니까 ? 음악도 그러할 수 있을텐데 그녀만의 성공비결은 무엇일까요 ? "
"그렇죠. 분명 그렇습니다. 그래서 인기를 끌기 위해서 외모가 되면 외모로, 사연이 될만한 이야기가 있으면 그런 사연으로 팬들의 이목을 집중하는 전략을 흔히들 쓰곤 합니다. 그럼에도 그녀는 얼굴사진도, 자신의 사연도 단 한번도 공개한 적이 없습니다. 그런 그녀의 성공비결이 무엇이었을까요 ? "
"꼭 어려운 것만 질문을 하세요. 좀 쉬운 걸로 부탁드려요. ^^"
" ^^ 네... 노력하겠습니다 ! 여러분들도 짐작을 하실 겁니다. 한 한번만 들어도 잊지 못할 강한 인상을 남기는 탁월한 음악성 ! 그게 첫 번째 성공요인이라 분석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속적인 좋은 음악의 공급으로 인해 그녀를 잊을 시간이 없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요즘은 하루가 멀다하고 좋은 음악들이 공급되는 세상이기에 좋은 가수도 시간이 흐르면 잊혀지기 십상입니다만, 그녀는 그럴 기회를 주지 않고 지속적으로 좋은 음악을 공급하고 있거든요. "
"참 대단한 것 같아요. 공중파 인기가수들의 경우는 자신이 노래는 부르지만 작사 작곡 음반제작 피알 등 다양한 보조인력들이 있지 않습니까 ? 돈이 들어오지 않은 인터넷 가수가 어떻게 좋은 음악을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을까요 ? "
"네, 정말 기막힌 핵심을 집으셨네요. 많은 인터넷음악 평론가들의 한결같은 호기심이 거기에 있습니다. 그녀가 진정 혼자서 활동하는 가수이냐, 거기에 많은 논쟁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니다. 그런데 이 음악계가 생각보다는 넓지 않고, 또 비밀다운 비밀도 시간에는 버티지 못하는 속성이 있지요. 많은 의심자들도 이제는 그녀가 독창적으로 혼자서 활동하고 있다는 쪽으로 기울어 가고 있습니다. "
"네, 저 역시 그런쪽에 궁금증이 있었는데 알면 알수록 놀라운 가수 같습니다. 정말 갈수록 그녀에 대한 호기심이 늘어나니 큰일이네요. 공개할 수 없는 비밀정보라도 있다면 저만이라도 곡 알고싶은 충동이 인다고 할까요 " ?
"하하... 그래도 우리는 좋은 자리에 앉은 사람들이죠 ? 저 역시 그렇답니다. 정말 공개할 수 없는 정보가 있다면 나만이라도 알고싶은 그런 욕망 말이죠. 그만큼 아키꼬는 특별하고 위대한 가수이지요. "
"인터넷 독설가 이락현이라는 타이틀을 반납해야할 것 같습니다. 이토록 많은 칭찬을 해주는 가수는 또 처음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그런데 전 지금 시간이 초조해지고 있어요. 10분 정도 방송시간이 남았는데, 다 못 보내드리면 어쩌나, 음악은 듣지 말고 얘기만 듣고 싶은 기분이거든요. "
"네, 오늘 준비해온 정보들이 참으로 많았습니다. 일주일을 기다린다면 이건 미칠 일이죠. 이방송 지금 청취율 엄청날 것 같은데, 한 20분 연장 안될까요 ? "
"아, 그런 경우는 또 한번도 없는 경우라서 생각도 못해봤습니다만, 이 방송을 듣는 방송관계자님들, 꼭 배려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일단 우리는 할 수 있는 데까지 얘기 전하기로 하지요. "
" 네, 나이를 물으셨지요. 그런데 이를 알 수 있는 사람이 단 한사람도 없다는게 현실입니다. "
"오... 엄청스럽네요. 나이도 모른다. 대단... 대단한 일입니다. 그럼 이름도 가명일까요 ? "
"이름이 본명이면 나이는 드러나게 되어있겠죠. 당연 예명이라 믿어집니다. "
"아마도 인터넷 회사는 그녀의 정보를 좀 알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법에 저촉됩니다만 공인의 알권리를 위해서 인터넷 회사측이 나서주면 어떨까 싶기도 합니다. "
"일본 음악계가 그정도로 모자르지는 않겠구요, 아마도 신사상보호에 어떤 조치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녀에 대한 정보는 정말 엄청난 돈이 되고 있는데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녀에 대한 정보를 올리면 포탈의 방문자수에 획기적 증가가 따르니 엄청나지요. "
"네, 정말 대단합니다. 한국에도 그런 인터넷 가수가 있다면 우리 마당발 이낙현씨도 살만 할텐데 애석하시겠어요.
"하하하하~~~~~ 제가 하나 키우도록 하고 써먹어 볼까요 ? ^^"
" 역시 못 말리는 이낙현씨였습니다 ! 일단~~은 아키꼬 팔아먹는 걸로 만족하셔요~ ! 그런데 그녀는 어떤 경로로 어떻게 음악을 공부한 사람일까요 ? "
" ^^ 네, 그 부분까지는 어느 정도 추적이 되었습니다. 그녀가 인터넷에 아키꼬로 등장한 것이 1년 6개뤌 정도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인터넷 작곡사이트에 그 당시 가입을 해서 작곡을 배웠지 않나 추측하고 있습니다. 6개월 정도 걸려서 자신의 음악들을 만들어왔다고 추측하고 있지요. "
"6개월이라, 그 정도 시간으로 그만한 음악성을 이룰 수 있을까요 " "
"작곡의 기술적인 부분은 그 정도 시간으로도 어느 정도는 충분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음악적 완성도라는 측면을 보자면 아주 오래 전부터 음악적 감수성이나 꿈을 키워오지 않았을까 추측하고 있지요. "
" 네, 그래야할 것 같습니다. 꿈이 있는 자에게 희망이 있고 보람이 있을테니까요. 그런데, 그녀는 작사도 자신이 하고 있지 않나요 ? "
" 현재 상황으론 그렇게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녀의 노래를 보면 시적 완성도도 상당하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지요. 그렇다고 본다면 그녀는 아마도 시 쪽으로도 공부를 해왔거나 세월속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갈무리해왔다고 평가되고 있습니다. "
"그녀의 음악들이 한국에서 번안되어 불리지 않고 있기에 인기곡들의 가사의미를 알기 위해서 그녀 가사를 낭송시로 제작되어 전파되고 있다는데, 시적 가치도 있기에 가능한 일이겠죠. "
"네 요즘 그녀의 가사가 낭송시로 급속히 퍼지고 있습니다. 혹자는 그녀의 노래를 듣지 못했던 사람들도 그녀의 낭송시를 보고 아키꼬라는 시인이 어떤 시인이냐는 질문도 나오곤 한다더군요. "
" 호호~~ 가수가 시인이 되어버렸군요 ! '
" 네, 정말 웃을 수 없는 일이, 그런 질문을 던진 분들 중에선 문학계 시인이나 교수들도 있었다고 하더라구요. 그만큼 그녀의 시가 매력적인 어떤 시상을 띄고 있다고도 할 수 있겠죠 ! "
"아, 알면 알수록 놀라운 아키꼬, 우리는 진정 그녀의 실체를 언제나 모두 알 수 있을까요 ? 아, 그런데 방송시간이 1분밖에 남지 않았군요. 잠시 후면 광고를 내보내야만 하는데 정말 안타깝습니다. "
"네 정말 안타깝네요. 정리해야할 시간입니다만, 아직도 하고픈 말들이 너무 많아서 정말 이 자리 뜨고싶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는 제 방송생활에 또 처음이네요. "
"이락현씨야 이 프로가 첫 프로면서 그런 심한 표현을 ! ^^ 난 몇 년이 되었는데도 첨이란 말예요 ~! "
" 거참 방송연장에 협조 안 하시네. 나만한 평론가 있으면 와보라고 해~ ! "
" 아아--- 우리 사랑스런 피디님 ~!! 애청자 여러분 기뻐해주십시오~! 이 프로 무한 연장입니다 ~! 피디님의 오케이 사인이 떨어졌습니다 ~! 전하는 말씀 잠시 듣고 잠시 후에 다시 뵙겠습니다-- 아키꼬의 모든 것을 추적하라-- 계속 되겠습니다. 기대해주세요~~ "
또 경쾌한 음악의 음료광고가 나오고 있다. 저 회사 정말 히트 쳐버렸군. 내일 저 회사 시세를 꼭 확인해 봐야겠는 걸. 아..난 증권을 포기할 수 없으려나 ?
아,끼,꼬 ! 정말이지 알면 알수록 대단한 여자이다. 난생 처음 두 노래를 들었을 뿐임에도 그녀 이름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만 같다. 얘기를 들으면서 나 또한 대학시절까지도 시와 소설에 대한 꿈을 키우며 노래를 좋아했던 그 시절이 연상되곤 했었다.
그때 우리는 참, 푸르렀었지. 맥주 소주 막걸리도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이젠 돈이 넉넉해져 와인과 위스키를 마시곤 하지만 정신의 만족도는 언제나 푸르렀던 그 시절만 하지 못했었다.
나는 이제 다시금 모든 걸 던지고 그 시절로, 그 푸르던 캠퍼스 시절로 되돌아가려 마음 먹고 있는데, 내 나이는 어느덧 내일 모래면 30. 나는 다시금 그 시절로 되돌아갈 수 있을까.
아,끼,꼬! 그녀를 지금 만난 것도 운명일까 ? 내 인생의 갈림길에서 그녀를 만나게 해준 것도 신의 계시일까 ?
아,끼,꼬 ! 알면 알수록 대단한 여자. 알면 알수록 더 알고 싶어지는 여자. 그는 언제부터인지 차의 속도를 줄이면서 한강상류를 타며 드라이브를 즐기고 있었다. 오직 아키꼬와 그녀의 예술인생을 생각하면서. 더불어 그의 문학인생을 저울질 해보면서.
다시금 방송이 시작되자 그도 집중하기 시작한다.
" 추적 끝에 알아낸 바로는 일본문학 카페뿐 아니라 한국 포탈의 문학 카페에서도 그녀의 존재가 엿보이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음악들이 인기를 끌자 그녀의 노래를 검색하는 매니아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었는데, 호기심 어린 분들은 아주 오래 전의 글들까지도 추적을 하게 된 것 같더군요.
그녀의 노래 가사들을 일본어로 들어 이해하지 못했을 때에는 몰랐습니다만, 그녀의 노래들이 번안되어 낭송되기 시작하자, 그런 시가 한국어로도 있었다는 말들이 들려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노래에 따라선, 시에 따라선 이미 3-5년 전에 한국 인터넷카페에 오른 시들도 있었다는 것이 점차 확인되고 있는 것이죠. 이는 일본 게시판에 오른 시기 보다 훨씬 빠른 시기가 아닐 수 없어서 그녀의 정체성 논란에 획기적 선세이션을 몰고 온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아키꼬가 실은 한국인 출신이다. 어쩌면 지금도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까지 거론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
"아... 아키꼬가 한국인이라니, 정말 기쁘고 자랑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본인 이래도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었는데, 한국인이라면 우리 국민들이 너무나도 좋아할 것만 같네요. "
"네, 지금 검증 중에 있습니다만, 그녀가 한국인일 가능성은 아주 높다는 추측들이 제기 되어 국내 음악계와 네티즌들은 환호하고 있는 중입니다. "
"그런데, 왜 하필 그녀가 일본인 예명으로 활동을 해야만 했을까요 ? 그녀에게 말못할 어떤 사정이 있는 건 아닐까요 ? "
" 여러 가지 분석과 추측들이 난무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자신있는 추론은 어려운 상황입니다만, 그녀의 노래 메시지나 분위기, 그리고 이름 아끼고 (가을 추에 아들자 자를 쓰지요. ) 등을 감안하면, 그만한 음악성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걸로 보면, 그녀는 아마도 순탄치 못한 인생을 걸었던 불운한 여인이 아닐까 여겨지고 있습니다. "
"네, 웬지 모르게 눈물이 흐를 것만 같습니다. 그토록 사랑스런 가수가 그런 운명을 거닐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남의 일 같지 않네요. (그녀의 목소리 흐느낀다.) 하루 빨리 그녀 인생에 행복의 햇살이 넘쳐나길 빌고싶습니다. "
성우도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시야가 흐릿해져 차의 전망이 불안했기에 그는 잠시 갓길에 정차를 하며 라디오를 들었다.
"네, 저도 눈물이 흐를 뻔했습니다. 이 땅의 위대한 예술가가 어떤 불행한 사연으로 숨어서 활동할 수밖에 없다면 정말 비통스런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루 빨리 그녀가 행복을 찾고 우리들 앞에 나타나 주기를 소망해봅니다. 노래 한곡 부탁드리지요. "
" 아키꼬의 노래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들> 들으시겠습니다. "
다시금 애절한 노래가 흐르고 있었다. 그는 서서히 차를 몰아 샛길로 빠져나갔다. 대학 1학년 문학동아리에서 처음 간 모꼬지, 그곳이 이곳 새터 유원지였었다. 우리가 왔을 때엔 화창한 봄날이었건만 다시 찾는 이날은 단풍이 지기 시작하는 가을철. 이 계절이 가고 겨울이 오면 나는 20대의 마지막날을 맞으리라. 꽃 같은 20대가 저물어가고 있다. 나에게 남은 시간은 또 얼마나 남아 있을 것인가.
" 이 노래는 마치 20대의 마지막 날을 노래하는 기분인데 가사 해설을 부탁해도 되겠습니까 ? "
" 저 역시 30을 조금 넘겼습니다만 30세를 맞는 기분을 느끼며 그 노래를 들었습니다. 어떤 사랑을 잃고 슬퍼하는 정서와 함께 확실히 남겨진 시간에 대한 초조함 같은 게 느껴지더군요. 이건 불길한 추측입니다만, 마치 시한부 인생의 안타까움 같은 기분도 느꼈구요. 그만큼 남겨진 시간들을 소중히 아껴 쓰겠다는 생의 집념 같은 게 애절함을 더하게 하는 노래입니다. "
"네, 그래선지 이 노래도 참 눈물을 참을 수 없게 하는 어떤 안타까운 정서 같은게 전해져오는 것 같습니다. 정말 이 가수는, 이 시인은 불우한 사람인지 걱정이 앞서네요. "
" 네 저도 다시금 눈물이 흘러내립니다. 진정 사랑하고픈 가수를 만났는데, 오래 만나지 못하고 떠나보내야만 하는 연인 같은 애절함이 있습니다. 그녀가 행복해져야 우리네 네트즌도 행복한 노래들을 많이 들을 수 있을 텐데요. "
"한국인들이 그녀를 한국가수라고 주장하는 데에 대해 일본측의 반발이 있었겠죠 ? "
"당연하죠. 이 정도면 국민가수급인데요, 그들이라고 왜 아키꼬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겠습니까. 그들도 그녀가 일본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조목조목 대고 있습니다. 첫째, 그녀의 모든 노래가 일본 가사와 음악성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엔카로 시작한 그녀 음악이 그러하다는 것이죠. 그리고 해커들의 서버추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해커들 사이에서는 그녀가 사는 지역을 알고 있다는 말도 들리고 있지요. 그런데 그 지역을 추적한 해커들이 그녀를 찾아내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하여간 그녀가 음악을 올리는 위치는 일본임이 확실하다고들 합니다. "
"그러면 일단 그녀가 한국에서 활동하지는 않다는 게 드러나고 있는 셈이로군요 ? "
대체적으로 그렇습니다. 한국 해커들의 추적결과도 그렇다고 들리고 있습니다. 다만 일본인들도 왜 그녀가 한국어로 자신의 시를 올렸는지, 왜 일본어로 먼저 올리지 않았는지 그것을 해명하진 못하고 있습니다. 겨우 나온 주장은 그녀가 아마도 한국어를 배웠을 확률이 높다는 쪽이죠. 어쩌면 한국에 유학을 했을 수도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
" 3-5년 전의 글들이 한국인터넷 게시판에 남아있다면 그 아이디 소유자가 어디에 살고 있었는지도 밝혀낼 수 있는 게 아닐까요 ? "
" 생각보다 예리하시네요. 정말 기막힌 핵심이었습니다. 지난주부터 해커들이 추적을 했었습니다. 들리는 말로는 확실히 국내 한국인이라고 알려지고 있습니다. "
(최수현 눈이 커지며)
"그럼 그녀의 이름도 나왔나요 ? "
(이락현, 매우 신중하다. )
" 에.... 아주 중요한 부분이고, 또 아직 확인이 되지 않은 정보이고, 그게 불법적인 해킹으로 알아낸 정보이기에 이 자리에서 밝히기엔 상당한 어려움이 있습니다. 다만, 이름까지는 이미 나와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최근에 확인되었기에 지금도 그녀의 행방에 대해 추적이 진행중에 있을 것입니다. 아직 저에게 확실한 정보가 없다는 것은, 그녀의 인터뷰까지는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는 셈이죠. 첫 인터뷰를 하게 된다면 아마도 저도 끼이게 될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
" 아, 벌써부터 일주일이 기다려지는군요. 혹시라도 당장 오늘밤이라도 정보가 나온다면 특종에 해당하기에 어떤 시간이든 발표기회를 가지는 게 좋겠네요. "
" 아마도 그렇게 될 겁니다. 방송 뉴스시간에 먼저 전해질 가능성도 높겠지요. "
" 나이만이라도 확인해볼 수는 없을까요 ? "
" 흠... 지금 나이로 한다면, 30세 정도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
"30세라.. 아까들은 그 노래는 그럼 29세에 부른 노래로군요. 30을 눈앞에 맞은. "
30세....! 성호는 조금은 몽롱한 기분으로 라디오를 감상하다가 정신이 번쩍 드는 기분을 느끼며 갑자기 심장박동이 격렬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가 30세라면 .... 떠오르는 얼굴이 있었던 것이다. 사춘기시절 그녀의 환하고 밝은 얼굴이 떠오르고 있었다.
정말 그녀일까... ? 과연 아키꼬가 그녀란 말인가 ? 그는 흥분을 주체할 수 없는 마음으로 라디오에 다시금 신경을 곤두세웠다.
"그렇지요. 다만 거기까지이길 빌고.....더 안타까운 사연이 없기를...."
" 그럼 언제 그녀가 일본으로 건너간 것으로 추측되는지요 ? "
"그녀 노래 가사를 추적한 것을 보자면, 3년 전까지가 한계 같습니다. 그 후로도 한국 인터넷 게시판에 그녀의 시로 보이는 글들이 간혹 오르곤 했었지만, 주소나 아이디로 보건데 한국에 있었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
"어떤 사정으로 그녀는 3년 전쯤에 일본으로 간 것으로 보인다...그런 추측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후로 일본에서의 그녀의 행적은 어떻게 나오고 있나요 ? "
" 그녀가 일본 인터넷에 노래를 올린 것이 1년 전이고, 작곡을 배운 것은 1년 반전이며, 그녀의 시가 일본 게시판에 보이는 것은 약 2년 반 전입니다. 그때는 봄철이었습니다만, 특이하게도 가을철 슬픈 정서의 시를 올렸던 것이 특이사항으로 남아 있지요. "
"2년 반 전에는 그래도 인터넷을 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는 말이 되겠는데요, 한국에서의 시와 어떤 차별성은 없습니까 ? "
" 말하기 죄송스럽습니다만, 한국에서의 그녀의 정서는 매우 피폐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온통 실연과 고통 번민 자실 같은 분위기를 띄는 비탄스런 느낌이었습니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그래도 많이 정서적인 안정을 느낄 수 있는 시가 많아졌고, 어떤 성숙함과 초월적인 분위기 같은 철학성을 띄기 시작했습니다. "
" 애석하지만, 그녀는 국내에서 불행하지 않았나 추측해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일본에서 어떤 안정을 얻었다면 동기가 있지 않을까요 ? "
"여기서부터는 추적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녀에 대해서는 물론, 주변환경에 대해서도 일절 알려진 바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게 어제까지의 상황이었습니다. 오늘 이 방송시간을 연장하게된 데는 이유가 있는데요, 어제 밤 자정을 넘겨서, 그러니까 오늘 시간 01시경, 그녀의 글이 하나 인터넷에 올랐다는 것을 알고 긴급 추적을 했기에 오늘 방송분량이 늘어나게 된 것입니다. "
' 아... 오늘 저도 놀랐었습니다. 원래 방송분량이 정해져있었고 시간이 제약되어 있었음에도 이락현씨의 방송분량이 갑자기 늘어난 것에 당황스러운 기억이 생생합니다. 어떤 내용이었습니까 ? "
" 자신에 대해서 많은 네트즌들이 궁금해하는데, 자신의 사생활을 보호해달라는 뉘앙스의 글이었습니다. 아마도 많은 추적자들로 인해서 정신적인 불안을 느끼지 않나 싶더군요. "
" 네, 공인의 어려움을 저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어떤 특별한 사정이 있었나 보죠 ? "
"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털어놓았습니다. 우리가 궁금해하는 내용도 많았는데요, 막지막엔 더 이상 자신의 사생활을 침해한다면 자신은 정말 잠적해버릴 것이라는 경고가 있었지요. 그래서 지금 일본 인터넷에서는 그 글로 인해 해커들과 추적자들을 비난하는 글들이 많이 오르고 있다고 합니다. 그녀를 사랑하는 것은 그녀의 음악 때문이기에, 그녀를 힘들게 하는 추적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들입니다. "
" 그녀를 사랑하기에 그녀를 더 알고 싶어 추적을 하게 되었는데, 그게 그녀를 사랑하는 방법이 되지 못하고 그녀나 팬들에게 해가 될 수 있다는 말 같습니다. "
" 공인이라고, 사랑하는 이라고 모두 파헤치는 일만이 최선은 아니다라는 것을 우린 배우게 된 것 같습니다. 그녀가 진정 마음을 열어 나오기 전까지는 일단 기다리며 사랑하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도 싶구요. "
" 알고 싶은 부분을 많이 공개했다고 하는데, 어떤 내용이었나요 ? "
" 자신은 몇 번의 사랑을 했었는데, 모두 실패했었다고 합니다. 첫 사랑은 사랑해선 안될 사람을 사랑하여 자살미수까지 있었고, 두 번째는 착한 사람이라 믿었는데 악당에게 속은 사랑을 했었고, 자포자기식 생활과 사랑으로 더 세상을 살고싶지 않아 또 자살을 시도했지만 이번에도 실패해서 모든 걸 새롭게 출발하고자 전혀 자신을 모르는 곳으로 오게 되었다고합니다. "
" 아,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정말 그런 불우한 여인이었군요. 노래 속에 자신의 인생과 진실을 담았기에 그토록 강한 호소력과 공감을 부르지 않았나 싶습니다. 어쩌면 그것에 한국을 떠나 일본으로 들어간 이유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
"그렇습니다. 그런 추측들과 해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새출발도 매우 어려웠다고 합니다. 환경도 낯설고 아는 이들도 없어서 매우 외롭고 힘겹게 겨우 버티는 생활이었는데, 일생의 은인을 만났다고 합니다. 그때부터 서서히 자신의 인생을 새롭게 시작할 준비를 해나갈 수 있었다구요. "
" 어떤 상상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인생의 구렁텅이에 빠진 비탄스런 인생을 구원한 백마 탄 기사님 같은... "
" 그는 진정으로 따듯한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자신의 모든 이야기를 천천히 들어주면서, 자신을 믿고 손길을 잡아주겠느냐구요. 그녀는 마지막 인생의 기회라 믿고 또 한번 모험을 하기로 했답니다. 그리고 그 모험은 성공해서 드디어 그녀는 안정과 평화 그리고 시간을 얻을 수 있었다구요. "
" 그 구원의 남성에 대한 이야기도 더 자세히 나오나요 ? "
" 나이 차는 꽤나 났었다고 말했고, 그럼에도 그는 동심으로 사는 사람이었기에 그와 대화하면 언제나 마음이 포근할 수 있었다합니다. 정신적으로는 성숙했지만 동심으로 사는 사람이었기에 정신적인 나이차도 느끼지 못하는 연인 같은 사람이었다구요. "
" 어떤 이미지일지 대충은 상상이 되는 것 같습니다. 키다리 아저씨 같은 분도 연상되구요. ^^"
" 그들은 계약관계였다고 합니다. 그는 물질을 제공하고 사랑과 섹스를 같이하는 관계로 시작됐다구요.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자신이 그를 진정 사랑하게 되어, 평생을 그렇게 살 수 있기를 꿈꾸기 시작했다고 말했고, 그도 그녀를 영원토록 같이 하고 싶은 심정이라 고백했다고 합니다. "
" 영화나 소설 속에 나오는 이야기인데, 추하지 않고 아름다운 관계로 보이는 게 색다릅니다. "
" 그런데 그를 한없이 사랑하면서도 결국 결혼을 포기한 동기를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도 모르게 그의 집을 방문했다고 합니다. 평일인데도 그는 가족들과 그리도 다정할 수 있었다고 하더군요. 그의 부인과 아이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다구요. 그런 그들에게 불행을 줄 수는 없을 것 같아, 결국 결혼에의 욕심은 접었다고 합니다. "
" 정말, 애절하면서도 아름다움 이야기네요. 그녀는 알면 알수록 소설 속 주인공같이 호기심과 공감을 부르는 인물입니다. "
" 서로 장래문제를 상의했고, 언젠가는 정리를 해야한다는 데에 공감을 했다고 합니다. 다만 당장 잊을 수 없기에 서서히 멀어지기로요. 그래서 그들은 만남 기회를 차츰 줄이면서 지금은 한달에 한두 번 같이 여행하는 정도라고 합니다. "
" 네, 아름다운 만남이었고 인연이었다고 믿고 싶습니다. "
"그런데 추적자들이 나서서 그들의 관계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기에 그녀로서도 매우 힘겨운 상황을 맞고 있다고 하더군요. "
"그에 대해선 더 자세한 내용이 없었나요 ? "
" 자세한 내용은 없습니다만, 그 역시나 명예를 소중히 하는 사람이기에, 그와의 관계가 알려지면 그의 명예가 걱정스럽다는 마음이었습니다. 한편으로 그와의 만남이 더 소중한 이유도 밝히고 있었는데요, 그는 물질적으로 뿐만이 아니라 정신적으로나 예술적으로도 자신의 스승님이요 조언자이기에 그와의 관계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고 말하더군요. "
"정말, 그녀는 평생의 소중한 인연을 이국땅에서 만난 것 같습니다. 그녀가 한국인임에도 일본인으로 활동하는 것도 이해가 될 수도 있겠어요. "
" 네, 그녀같이 소중한 사람이 국내에서 좋은 인연을 만나지 못한 것은 정말 유감이고 안타까움이었습니다.
그에 대해서 추측컨대, 그가 아마도 자유로운 직종일 것으로 여겨졌고, 명예를 소중히 하는 이이기에 상당히 알려진 인물일 가능성이 높아 보였습니다. 저알 어쩌면 그녀의 음악 인생에 커다란 기여를 한 인물이 아닐까도 싶구요. 음악이나 문학 또는 예술인일 확률이 높겠지요. "
"네, 정말 소중한 정보였습니다. 오늘 시간을 연장한 보람을 강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외 다른 내용은 없는지요 ? "
" 자신의 꿈과 희망 같은 게 좀 있었습니다. 어린시절부터 자신은 가수가 되고픈 꿈이 있었지만, 현실은 언제나 자신을 외면했고, 인터넷 음악이 없었다면 아마도 평생 그렇게 안타까움으로 인생을 한탄했을 거라 합니다. 그래서 인터넷음악이 너무나 고맙고 소중하기에, 음악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인터넷 음악을 해보고 싶다고 합니다. 경제적으로는 넉넉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만족할 수 있기에 음반을 통해서 돈을 벌고픈 욕심은 없다고 하고, 능력이 되면 자신 같이 어려운 예술인들을 돕는 활동을 펼치고 싶은 꿈은 있다고 합니다. "
" 끝까지 마음을 울리는 분이시네요. 정말 사랑스럽고 존경할만한 이 시대의 동반자를 만난 기분입니다. "
"결혼관도 잠시 엿보엿습니다. 어려운 어린시절을 보냈기에 언제나 따스한 가정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어려운 20대를 보냈기에 몸이 많이 망가졌는데, 그래도 기회가 있다면 따스한 가정을 꼭 이뤘으면 싶은데, 아마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음악을 하면서 많은 분들과 행복을 나눌 수 있다면 그것도 한 인생이 아닐까 라고 말했습니다. "
" 아... 정말 만나고 싶네요. 제가 해줄 수 있는 게 있다면 뭐라도 돕고 싶어집니다. 왜 이리도 안타깝고 눈물이 흐르는지요. 이 땅의 많은 불행한 예술지망생들에게 좀 더 친절하고 따스하게 대하고픈 마음입니다. "
" 그 글이 오늘 일본의 최대 화제가 되었고 매 뉴스시간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그녀에 대한 사랑과 존경, 그리고 안타까움에 대한 글들이 넘쳐나고 있다고 하더군요. 자랑스런 한국의 딸일 수 있는 그분이, 그 어디에서라도 행복하고 따스하게 인생과 음악을 펼쳐나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 (이락현 눈물이 글썽이는 목소리 )
(최수현 목소리도 눈물로 목이 메어 )
"아...! 오늘 같은 날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이렇게 눈물을 많이 흘린 날도 달리 없었구요. 아끼고, 그녀를 만난 것은 저에게도 커다란 축복이었고 교훈이었고 배움의 시간이었습니다. 여러분, 저 앞으로 좋은 가수 될 거예요. 정말 인생을 알고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이 될 겁니다. 아키꼬님 ! 정말 감사의 말씀 진하게 전하고 싶네요. 언제까지나 건강하시고 아름다운 음악 들려주세요 ~ ! " (그녀 눈물에 맺어 더 이상 말문을 잊지 못한다. )
이락현도 같이 울먹이고 있었다. 두 사람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잠시 들리는 듯 하더니, 아키꼬의 음악 들리기 시작한다. <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야 >. 비교적 경쾌하면서도 어떤 슬픔도 같이 느껴지는 음악이 들려왔다. 슬픔과 희망의 교차하는 분위기.
성호도 눈물을 글썽이며 그윽한 눈길로 새터유원지를 감상하고 있었다.
그는 언젠가부터 그녀가 누구인지 알 것만 같았다. 자신의 첫 짝사랑 여인 성숙누나. 그의 눈앞엔 해맑게 웃으며 즐거워하던 그녀의 표정들이 슬라이드 화면처럼 스쳐지나가고 있었다.
잊지 못할 누나, 그녀가 저기 저렇게 살아 노래하고 있었구나 ! 누나, 내가 얼마나 누나를 좋아했는지 알아. 난 누나 같은 사람 만나서 정말 아름다운 가정을 일구고 싶었다구.
형이 누나에게 행한 못된 짓, 죽어도 잊을 수 없겠지. 나 이번에 누나 동생 기영이 둘째형에게 복수전을 펼칠 때 말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집안을 배신하면서까지 중간에서 빠져나온 거야.
기영인 지금 쫓기는 신세가 되었지. 그는 복수는 성공했지만 법의 추적을 받게 된 셈이야. 내가 기영이 찾을 수 있다면 찾아서 같이 갈게. 누나 동생이고 내 귀여운 후배니까 말야.
나, 누나 찾아갈 거야. 거기가 지구 끝이라고 할지라도 말야. 기다려줘. 나 누나 꼭 안아볼 거니까.
민영이, 미안한 일이지. 어쩌면 그녀에게 돌아가는 게 순리일지도 몰라. 하지만 걔는 나 아니라도 남자가 있을 거야.
오늘이 내 운명의 날이었나 보다. 나 증권 그만두고 싶었거든. 사춘기시절 꿈꾸던 시인이 되고 싶었다구. 누나도 어렵게 새출발을 했는데 나라고 못할게 없잖아.
누나 잠시만 더 기다려줘. 나 금방 갈게. 일주일 후엔 도착할 수 있을 거야. 죽어도 찾아낼 거야~~~~!!
1부 끝.
2004 1 5 월 오전 10시 04분. (1004다. )
산책시간 강세진.
어제 새벽부터 구상한 글이었다. 어제 이 시간에 완성할 수 있는 글이지만 하루를 공치고 오늘 새벽부터 써서 일단 1부 초고를 끝냈다. (끝자를 써보는 기분이 그래도 좋다. ^^)
원래 이글은 <사랑의 집>(또는 <행복의 집>) 이라는 장편의 일부분에 속하는 글이다. 장편5부작 중 4부쯤에 해당된다고나 할까. (기영의 얘기나 성숙과 둘째형의 얘기도 사연이 있는 셈.)
그런데 성숙의 운명과 인생을 추적하다보니 더더욱 흥미로운 부분이 있어 일단 단편으로 써보고픈 욕망을 안게 되었다.
이문열의 <젊은 날의 초상>은 3부 연작 형태이고, 무라까미 하루끼의 <노르웨이의 숲>은 개똥벌레라는 단편을 장편으로 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난 단편용 글은 드물고 대부분 장편기획들이 많았는데, 글을 쓰다보면 능력은 부족하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의욕은 줄어들어서 포기하기 일수였었다. 그래서 이번에 시도한 방식이 장편의 부분 단편화작업이었던 셈.
이 방식의 장점이 좀 있었다. 상업적으로 빨리 단편을 완성해 적은 돈이나마 만져볼 확률이 높다는 것이고, 장편의 거대한 흐름을 완성까지 끈기있게 버텨낼 내공과 인내력이 부족한 나로선 부분완성 조합시스템이 흥미면에서나 완성도에서 장점이 있었던 것이다.
앞으로는 밀린 작편장업들을 이 방식을 이용해 빨리빨리 단편으로나마 완성해보려는 시도를 계속 할 것 같다.
일단 <끝>자를 써보게 되어 기분이 좋지만 한편으론 많은 아쉬움이 남아 있다. 분량적으로 보거나 작품구성적으로 볼 때 불만이 많은 것. 원래는 그녀를 직접 그녀를 추적해 나가고 그녀와 해후하면서 그녀의 인생 이야기를 들어볼 생각이었는데, 여기선 방송으로 대부분의 이야기가 진행되었기에 그림이 나오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불만이었다.
필연적으로 개작은 있어야만 하리라. 일단 여기까지는 대충의 그녀 인생의 큰 흐름을 정리했다는 데에 만족감을 얻는다. 그리 본다면 이 글은 단편 완성이 아니라, 기초 구상이었다고 할지.
지난 가을 겨울 여러 작품들을 손댔지만, 진도가 잘 나가지 않고 다른 새로운 글을 또 쓰는 실패의 연속이었다. 잘되건 못되건 작품작업시간을 늘려나가는 데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글이 그래도 그쪽으로 상당한 계기가 되지 않을지 앞으로 기대감이 크다.
첫댓글 이 소설에 참고가 될만한 비슷한 음악을 추천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글의 오류도 좀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