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 영 일 : 2002년 8월 29일 목요일 밤 10시
* 책임피디 : 오진산 CP
* 담당피디 : 표만석 PD
* 담당작가 : 최희주, 서지숙
▩ 기획의도
수필은 청자연적이다.
수필은 난이요, 학이다.
청초하고 몸맵시 날렵한 여인이다.
수필은 그 여인이 걸어가는 숲속으로 난 평탄하고 고요한 길이다.
- 피천득, <수필> 중 -
'은유법, 은유법...' 외워가며 국어 시험 공부를 하던 학창 시절, 수필 제목이
'수필'이라는 황당함과 독특한 저자의 이름은 쉬는 시간 말장난의 단골메뉴였다.
학교를 떠난 지 오래인 지금은 어떠한가? 교과서라는 단어도 생소해졌지만,
라디오에, 잡지에, 사람들의 말에 수시로 인용되는 피천득의 수필은 오히려 더욱
친근해진 느낌이다.
'TV, 책을 말하다'에서는 단 한 권의 수필집, '인연'으로 세대를 초월한 사랑을
받고 있는 피천득 선생을 스튜디오에 초대해 평생 아름다운 기억만을 모아 온
아흔 살 소년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또한 원로 수필가의 문학 세계를 재조명해 봄으로써 정리되지 않은 한국 수필
문학의 이정표를 세우는데, 작은 보탬이 되고자 한다.
▩ 패널
피천득 : 수필집'인연'의 저자, 수필가, 시인, 영문학자
주요 작품 : '인연', '수필,' '은전 한 잎', '나의 사랑하는 생활'
김갑수 : 고정패널 시인, 문학평론가
심명호 : 서울대 영어교육과 교수, 한국 TS 엘리엇학회 회장
지승현 : KBS 아나운서
▩ 주요내용
1. 국어 책 속의 첫사랑, 아사꼬를 찾아서....
그리워하는 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아사꼬와 나는 세 번 만났다.
세 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 - 인연 중 -
처음 만났을 때는 스위트피처럼 귀여웠고, 두 번째 만났을 때는 하얀 목련
처럼 청순했지만, 아니 만났어야 했던 마지막은 백합처럼 시들어 가는 모습
이었다는 아사꼬...
이 짧은 수필이 마음에 앙금을 남기는 이유는 우리들 각자의 추억이 피천득의
'인연'에 투영되기 때문이리라. 학창 시절 교과서에 실린, '인연'을 읽고 자란
우리들에게 '아사꼬'라는 이름은 설렘과 안타까움이 교차하는 첫사랑의 대명사가
된다. 우리들의 옛사랑, 아사꼬와의 추억을 피천득 선생에게 직접 들어본다.
2. 피천득의 수필이 아름다운 이유...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 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어있는 비취가락지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지금 오월 속에 있다
- 오월 중 -
'수필'을 비롯한 짧은 수필 35편을 담은 <수필>이라는 책이 처음 출간된 것은
1976년. 96년 <인연>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된지도 7년이나 흘렀지만, <인연>은
지금까지 60쇄를 찍었고 한 달에 5000부가 넘는 주문이 들어올 정도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독자들에게는 피천득의 글이 아직도 '청신한 오월'인 셈이다.
피천득 선생의 글이 세대를 뛰어넘어 사랑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피천득 수필의
매력을 밝혀 본다.
"한없이 무디어지는 일상에서 나를 위로하는 책은 피천득님의 수필집 <인연>이
다." - 윤석화(연극인)
"이 책은 현재와 주변에서 일어나는 작은 일들에 대해 늘 기쁨을 느끼고
감사하게 만든다." - 고현진( 마이크로소프트 대표이사)
"모든 군더더기를 떨어내고 남은 마지막 모습은 아름답다. 인간에 대한
따뜻한 애정을 읽을 수 있는 책. " - 박완서(소설가)
3. 최초 공개, 아사꼬!
'아사꼬는 어떤 모습일까... '
동경의 시바쿠 시로가네, 두 사람이 함께 거닐던 교정이 아름다운 성심 여학원,
그리고 하얀 목련처럼 청순했다는 아사꼬의 얼굴은 어떤 모습일까?...
'인연'을 되 읽으며 가끔씩 품어보던 이 질문을 'TV 책을 말하다'가 해결한다.
일본 특파원이 성심 여학원의 낡은 졸업앨범을 뒤져서 아사꼬의 졸업사진을
찾아냈다. 60년 만에 다시, 젊은 아사꼬를 만나는 피천득 선생은 과연 어떤
표정을 지으실까? 'TV 책을 말하다'에서 두 사람의 네 번째 만남을 공개한다.
4. 인간 피천득
붉은 악마
붉은 악마들의 / 끓는 피
슛! 슛! 슛 볼이 / 적의 문을 부수는 / 저 아우성!
미쳤다. 미쳤다 / 다들 미쳤다
미치지 않은 사람은 / 정말 미친 사람이다
피천득 선생이 월드컵 승리를 기념하며 쓴 시다. 월드컵 기간에는 내내
붉은 악마 티를 입고 지냈다고 한다. 피천득 선생에게 아흔 셋이라는 나이는
셀 필요도 없는 그냥 숫자일 뿐이다. 텔레비전을 보다 반해 버린 배우들의
이름은 따로 수첩에 적어두고, 피우지도 못하면서 담배 파이프를 물고 노는
순진한 남자아이다. 한국 근대사의 격동기를 다 겪어 왔으면서도 아이 같은
순수함을 한번도 잃지 않았다.
그래서 그 글엔 쓰라린 운명, 삶의 번뇌, 추한 세상에 대한 환멸이 없다.
단지 그런 추함을 아름답게 고쳐 볼 줄 아는 고운 시선이 있을 뿐이다.
소설가 최인호는 이런 선생의 모습을 "전생의 업도 없고 이승의 인연도 없는,
한번도 태어나지도 않은 하늘나라의 아이"라고 표현했다.
구순의 아이, 피천득 선생을 스튜디오에 직접 모시고 삶과 사랑, 문학,
여성관... 모든 궁금증을 풀어보는 시간을 마련해 본다.